영원한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

여전히 너무 핸섬한 중년의 남자 배우가〈맘마미아!〉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거듭났다. 아바의 노래와 메릴 스트립과의 협업이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하는 영원한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과의 인터뷰.

브로스넌의 그레이 울 수트와 셔츠,타이는 모두 톰 포드(Tom Ford),다리아의 실크 블라우스와 실크 스커트는랑방(Lanvin).

다리아의 프린트 실크 칵테일 드레스는 디올(Dior).

지난여름 피어스 브로스넌은 런던 외곽에 있는 파인우드 스튜디오에 있었다. 그곳은 그가 네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본드 역할을 맡았던 2002년〈Die Another Day〉를 촬영한 바로 그곳이다.“범죄의 현장으로 돌아온 셈이지요”라고 그는 말했다.“드레스룸의 커튼을 내리고 거울을 보았더니 거기에 007이 있었어요.007은〈맘마미아!〉라는 뮤지컬 영화에 출연함으로써 조롱 당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요. 제가 가끔 하는 상상 중 하나는 세퀸이 박힌 타이츠와 망토를 두르고 주차장을 걷다가 너무나 본드스러운 다니엘 크레이그와 우연히 마주치는 것입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기뻐요.” 55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아주 핸섬한 브로스넌은 최근 자신이 악당들에게 총을 쏘고, 여성을 침대로 유혹하고, 세상을 구하면서 멋진 대사를 날리는 것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왔다. 그는 2005년〈The Matador〉에서 검정 삼각팬티 차림의 청부 살인업자 역할로 골든 글러브상 후보에 올랐고, 작년에는 서부극〈Seraphim Falls〉에서 백발이 성성한 도망자 역할로 비평가들의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007을 연기했던 배우들처럼 그도 본드와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을 수 없을 것이다.“무시해버리기엔 너무 굉장한 외투지요. 하지만 저는 그것과 화해를 했어요”라고 브로스넌은 말한다.“예나 지금이나 저는 늘 일하는 배우였습니다.” 아일랜드의 카운티 미쓰에서 성장한 수줍고 내성적인 소년 브로스넌은 이런 굉장한 직업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다. 아버지가 가족을 떠나고, 어머니가 간호사 공부를 하기 위해 런던으로 간 후 그는 몇 년간 조부모와 살았다. 11세 때 그는 런던에 있는 엄마와 합류했고, 16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그래픽 디자인 회사의 견습사원이 되었다. 어느 날 밤 그는 장난 삼아 친구와 연기 워크숍에 참가했고, 거기서 자신의 천직을 발견했다.“그냥 주목 받는 게 좋았어요. 아주 간단한 이유였지요”라고 그는 회상한다.“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감정이 밖으로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스스로를 각기 다른 상황 속에 놓고 자신을 처음 노출시켰을 때 굉장한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70년대 중반에 브로스넌은 웨스트 엔드에서 테네시 윌리엄스의 기괴한 연극〈The Red Devil Battery Sign〉에 출연해 처음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80년대 초 미국 TV 시리즈〈레밍턴 스틸〉에서 턱시도를 입은 도회적인 전직 도둑 역을 맡았을 때 그를 스타로 만들어준 것은 바로 세련되고 차분한 그의 재능이었다. 그 후 그는 곧 선보일〈The Thomas Crown Affair〉의 속편에서처럼 호감 가는 악당 역할과 올해 선보일〈Married Life〉에서의 이중적인 난봉꾼 같은 보다 어둡고 복잡한 역할들을 연기하면서 거기에 다른 재능을 가미하곤 했다.





필리다 로이드가 감독한〈맘마미아〉로 브로스넌은 다시 한번 빛을 발할 것이다. 물론 이 영화는 2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뮤지컬 연극(역시 로이드가 지휘한)을 기본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 뮤지컬 연극은 3억5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스웨덴의 국민 그룹 아바의 앨범들에 담긴‘댄싱퀸’과‘테이크 어 챈스 온 미’같은 팝 명곡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음악 취향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워털루’를 듣다가 어떤 부분에서 자동적으로 춤을 추었던 것 같아요.” 햇살이 비치는 그리스 섬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날씬한 금발 여성 소피 쉐리단-〈Big Love〉의 날씬한 금발 미녀 아만다 세이프리드가 분한)-의 결혼식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녀의 싱글맘인 도나(메릴 스트립)는 20년 전 어느 여름 세 명의 남자와 잠자리를 했고, 그 중 한 명이 소피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소피는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가려내기 위해 이 세 사람 모두를 결혼식에 초대한다. 낭만적인 소동이 연달아 일어나고, 삶의 교훈을 배우고, 강렬한 디스코 비트에 맞춰 진정한 사랑을 발견한다. 2002년 영화〈Evelyn〉에서 아일랜드 팝 뮤직을 부른 적이 있긴 했지만, 이 작품은 그가 처음 도전하는 본격 뮤지컬 영화다. 그렇긴 해도 아빠 후보 중 가장 몽상적인 샘으로 분한 그의 연기는 전혀 무리가 없어보였다.“마치 브로스넌이 편안하면서도 갈팡질팡하는 중년의 이혼남으로 분한 브로스넌 자신을 연기하는 것 같았어요. 그는 젊은 날을 되찾기 위해 돌아와 지난 20년간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여성에게‘SOS’를 불러줍니다. 모든 요소들이 뒤섞이면서 어떤 감정적인 흥분을 자아내지요.” 가장 두려웠던 순간은“베니와 비요른-아바의 전설적인 작곡가이자 남자 멤버들인 앤더슨과 울바에우스- 앞에서 그 노래를 큰 소리로 부르는 것”이었다고 말하는 브로스넌은 콜린 퍼스와 스텔란 스카스가드와 함께‘Our Last Summer’를 부르기도했다.“그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극장 밖으로 우르르 몰려나갈 겁니다. 아니,아닐지도 몰라요. 너무 좋은 노래들이 많고 메릴 스트립도 나오니까 계속 볼지도 모르겠군요.”그리스식 왁자지껄함 속에서 여름을 보낸 브로스넌은 메릴 스트립의 상대역을 맡은 것이〈맘마미아!〉촬영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고 말한다.“그녀는 함께 어울리기에 아주 멋진 여자예요. 정말 재미있고, 섹시하고, 아름답고, 유쾌하고, 아주 스마트하지요.” 브로스넌은 요즘 대체로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는 유명세를 적당히 즐겨왔어요. 제가 속한 조직에서 그것을 터득했지요. 지금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계속 행복한 생활을 하고, 유머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그것은 게임이니까요. 사람들은 당신을 흥분시키기도 하고 낙담시키기도 합니다. 당신은 멋진 사람이 되었다가 갑자기 형편없는 사람이 되기도 하지요. 추는 이리저리 왔다갔다 합니다. 하지만 제게 이 일은 여전히 기운을 북돋워주고 큰 열정을 갖게 해줍니다”라고 브로스넌은 웃으며 말한다.“솔직히 제가 연기 말고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