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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나 밀러가 시간이 멈춰버린 영원의 도시 로마를 찾았다. 아름다운 깃털 의상을 입고 파파라치를 피해 박물관과 포폴로 광장 등을 유람하던 그녀는 어여쁜 새가 된 듯하다. 이 시대의 오드리 헵번,시에나 밀러와 함께한 로마의 휴일!

against the grain 밀러의 로마의 휴일은 로마 교황청 성직자들을 마주치는 패션 신으로 시작되었다. 그들의 오렌지색 의상과 밀러의 입술이 너무 잘 어울리지 않나. 밀러의 깃털 실크 타페타 코트는 알베르타 페레티(Alberta Ferretti), 타조 깃털 이브닝백은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T-스트랩 힐은 주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SCENE 1


7월 초, 나는 로마의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트렁크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시에나 밀러(Sienna Miller)처럼 생긴 금발 여성이 눈에 띄었다. 그녀는 머리를 지저분하게 하나로 묶고, 자홍색 브라 위에 긴 회색 탱크톱과 스키니 진, 그리고 낡아 빠진 웨스트우드의 해적 부츠를 신고 있었다. 그녀가 수화물 컨테이너를 찾아 혼자 이리 저리 헤매고 있었고 아무도 그녀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을 보고 나는 그녀가 시에나 밀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시에나 밀러를 닮은 자그마한 금발 여성일 뿐. “안녕, 샐리!” 누가 내 이름을 불렀다. 돌아보자 내 옆에 시에나 밀러가 서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오는 길로, 그녀는 페페 진스 런던의 간판 모델 자격으로 패션쇼에 참석했다(그 관계는 아주 우호적으로 끝났고 덕분에 페페의 오너 카를로스 오르테가는 현재 밀러와 그녀의 언니 사바나가 런칭한 의상 라인인 ‘Twenty8Twelve’를 후원하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재미있었다. 왜냐하면 페페의 모델 제이드 재거와 어울리게 됐고, 그녀가 시에나에게 지금 끼고 있는 크고 반짝이는 칵테일 반지를 선사했기 때문이다. 재거는 또 우연히 발렌티노의 45주년 기념행사가 열리는 이번 주말에 있을 롤링 스톤즈 콘서트의 무료 입장권을 주기도 했다. “카트 좀 가져오려고 하는데 1유로만 빌려주시겠어요?”라고 밀러가 말했다. 난 잔돈이 없었다. 그러나 카트는 있었다. 그래서 밀러는 자기 수트케이스를 내 쪽으로 끌고 와 낡은 쌤소나이트 가방을 내 트렁크 옆에 놓았다. “기사도는 다 죽었어요”라고 그녀는 중얼거렸다. 왜냐하면 그녀의 가방은 크고 무거웠으며, 유명인사가 되면 원치 않는 상황에서만 제3자들이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the naked truth 자기 표현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밀러는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여배우 유형이 아니다. “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어요. 그것이 가끔 저를 곤경에 빠뜨리기도하지만요.” 페도라는 아르마니 프리베(Armani Prive), 깃털과 비즈로 장식된 힐은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SCENE 2


비아 콘도티(로마의 로데오 거리라 할 수 있는)에 위치한 인길테라 호텔에 묵고 있는 시에나 밀러의 방문을 노크했다. 그녀는 처음 10분 정도만 스위트룸의 깔끔함을 유지했을 뿐, 그곳은 이미 토요일 밤 행사를 위해 옷을 고르고 있는 10대 클럽 칙의 침실처럼 보였다. 그녀의 수트케이스는 마치 폭발한 듯 보였다. 살구색 에나멜 버버리 앵클 부츠, 샤넬 실버 뱀피 플랫, 루이 비통의 타조가죽 부츠, 테리 드 아빌랑의 뱀피 플랫폼, 베트남 군인들이 입던 1920년대 베스트, 피터 젠슨의 세퀸이 박히고 등이 V자로 파진 스웨트 셔츠 ( “저는 세퀸을 좋아해요. 그것이 제 안에 숨은 드랙퀸 기질을 일깨운다고 생각해요”), 팬지로 뒤덮인 오시 클락의 드레스, 모델 겸 로커인 전 남자 친구 제이미 버크에게서 훔친 1989년 롤링 스톤즈 티셔츠, 이자벨 마랑의 회색 리넨 오버롤, 구슬이 장식된 검정 홀터 톱,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간 20년대 웨딩드레스, 월포드를 위한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빈티지 톱들, 웨인 로저스의 루렉스 그래니 스퀘어 베스트, JET 트랙 팬츠, 영국 패션 라인인 PPQ의 큼직한 돌 드레스, 빨간하트가 그려진 검정 스포츠 쇼츠, 브리짓 로마네크의 오렌지색 앨리게이터 클러치 등이 쏟아져 나왔다. “다른 것들과 어울리는 아이템은 없어요.” 다른 것과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들은 더 있었다. 비바의 검정 세퀸 베스트, Twenty8Twelve의 레드 진, 미우미우의 플랫, 클로에의 웨지, 스텔라 맥카트니의 프록, 포토벨로 로드 마켓에서 구입해 ‘부두어 시크 파티’때 입었던 미니 코르셋 매춘부 톱 등등. 그리고 더 많은 옷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 수트 케이스는 아직도 활동 중이다.“ 왜 이런 것들을 갖고 왔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이런 옷들은 절대 입지 않거든요”라고 스물다섯 살의 여배우는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말보로 라이트를 피웠다. 마틴 아미스가 ‘Money’의영웅인 존 셀프에 대해 쓴 것처럼 시에나는 늘 말보로 라이트를 피운다.

escape artists 이탈리아의 떠오르는 꽃미남 배우 스카마르치오와 함께한  패러디 장면. 밀러의 깃털 코르셋 드레스는 지방시 꾸뛰르(GivenchyCouture.


SCENE 3


우리는 인길테라 호텔의 뒷문으로 살짝 빠져 나갔다(벌떼 같은 파파라치들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스파게티 볼로네이즈와 피노 그리지오(와인)를 마시기위해 오래된 음식점‘Nino로’갔다. 니노는 옛날 분위기를 풍기는 식당으로 밀러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조르는 귀여운 웨이터들이 서빙하고 있었다. 난 2005년에 마지막으로 그녀를 만난 이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 당시 그녀는 <팩토리 걸>의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스물세 살이던 그녀는 ‘보흐 시크’의 대표 주자이자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주드 로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여자 친구란 이미지에 넌더리를 내고 있었다. 그녀는 이런 이미지들을 성공적으로 떨쳐냈고, 에디 세즈윅 역할 이후 연기에 대한 평가가 좋아졌으며, 스티브 부세미의 <인터뷰> 개봉으로 이런 평판은 더욱 좋아질 것이다. <인터뷰>는 살해된 네덜란드 감독인 테오 반 고흐의 오리지널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다.“ 이 작품은 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졌어요. 3대의 카메라, 많지 않은 제작비, 조용한 진행, 물론 트레일러 같은 것도 없었구요.”

그러나 그녀는 어떨까? 그것은 현재 그녀를 사로잡고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녀는 할리우드 스타덤이 반드시 자기표현의 한 형태는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가디언>지에 사람들은 약물이 재미있기 때문에 그것을 한다고 말하던 때가 있었다(그녀를 개방적으로 키운 그녀의 엄마도 그녀에게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놓지 말라고 충고할 정도). 그녀는 <롤링 스톤>지와의 인터뷰에서 피츠버그를‘쉬츠버그’라 발음했고, 2006년 <베니티 페어>오스카 파티 때는 사진 촬영이 아니라 진짜 파티에 참석하는 거라 생각했다. “저는 정말 높은 신발을 신고 있다가 그것을 벗었어요. 그리고 제 여자 친구 입술에 키스했어요.” 그녀는 본래 아주 가까운 친구들과 가족들의 입술에 키스한다. “그건 분명 충격적이었을 거예요. 저는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지만 그것이 저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지요. 제가 발을 들여놓은 세계에선 저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주지 않는 것 같아요. 주위를 둘러볼 때면 불행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전 정말 행복해요.” 우리는 앞문을 통해 니노를 떠났다. 거리에서 밀러는 아무 거리낌없이 회사원들에게 다가가 불을 빌렸다. 그들은 팔랑거리는 60년대 엠파이어 시폰 프록과 메탈릭한 샌들 차림의 금발 여성을 바라보면서 허둥지둥 주머니를 뒤졌다. 어떤 사람에게선 늘 광채가 나는 것 같다.

escape artists 이탈리아의 떠오르는 꽃미남 배우 스카마르치오와 함께한  패러디 장면. 남자 배우의 재킷과 핀스트라이프 셔츠는 미우미우(Miu Miu), 진 팬츠는 커스텀 내셔널 옴므(Costume National Homme).


SCENE 3 1/2


“저는 낭만적인 삶 속에서 기사도를 갈망하고 있어요. 원 나이트 스탠드 같은 건 좋아하지 않아요. 지금이 여름이고 그런 것에 빠져도 되는 때이긴 하지만요. 제가 만약 누구를 사귄다면 현실에 뿌리를 둔 견고한 관계였으면 좋겠어요. 언니는 아주 멋진 결혼 생활을 하고 있고 멋진 남편이 있어요.” 제이미에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뉴욕에 살고 있고, 저는 런던에 살고 있어요. 지금 이 나이가 되니까 누군가를 사귈 때 매일 밤 1시간씩 전화에 매달리는 그런 관계는 별로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미 끝난 주드 로와의 ‘멋진 3년’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함께했을 때 저는 스물한 살이었어요. 그건 미친 사랑이었어요. 우린 둘 다 일을 하고 여행을 다니고 함께 어울렸지요. 저는 그를 영원히 사랑할 거예요. 어떤 면에서 우리는 숨 쉴 여유가 없었어요. 그 사이 사이의 순간들(카레를 먹고 정원에 앉아 있는)은 아주 행복했어요. 저는 그 경험을 통해 성숙해지고 싶고 그것을 곱씹어볼 시간을 갖고 싶어요.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거나 이리저리 방황하고 싶진 않아요.”

발렌티노의 새빨간 깃털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도착한 밀러.


SCENE 4 1/2


토를로니아 궁전은 인길테라 호텔 건너편에 있으며 멋진 프레스코화들이 가득한 곳이다. 그곳에는 정원이 딸린 궁정 뜰과 근사한 남자 조각상들이 서 있다. 그곳의 어느 방안에서 시에나 밀러와 포토그래퍼 마리오 테스티노와 <보그> 패션 디렉터 토니 굿맨이 주말에 그녀가 입을 룩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이번 촬영의 포인트는 깃털이다. 어려운 점은 밀러의 자연스럽게 헝클어진 헤어 스타일을 매끈하게 만드는 것. 형편없는 단발머리 가발은 씌웠다가 바로 퇴짜를 맞았고, 시농 스타일은 너무 여성스러웠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디디에 말리제가 그녀의 머리를 뒤로 넘긴 후 앵무새처럼 위로 당겨 하나로 모으자 모든 사람이 동의한다는 듯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썹을 검게 하고 입술을 빨갛게 바르고 나니 갑자기 마릴린 먼로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노동 윤리는 아주 철저했다. 그녀는 약속 시간을 정확히 지켰고, 명랑했으며, 의욕이 넘쳤다. 니나 리찌의 깃털 달린 울 스웨터와 검정 스타킹을 신고 섭씨 35도의 열기 속에서 깜피돌리오 광장 근처 계단에 서 있어야 했을 때도 그랬다. “유대교 결혼식 때 나오는 돼지고기 소시지가 된 느낌이에요”라고 그녀는 낄낄거리며 말했다. 촬영은 콜로세움, 헨드릭 크리스티안 앤더슨 박물관, 트라스테베레에 있는 전통 빵집, 그리고 여러 광장에서 이뤄졌고 담배를 피우는 가짜 추기경들, HBO 시리즈인 <Rome>의 세트장에서 튀어나온 듯한 3명의 발가벗은 검투사들, 그리고 이탈리아의 애시턴 커처라 할 수 있는 남자 배우 리카르도 스카마르치오가 함께했다.촬영은 발렌티노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는 거의 5분마다 그가 60년대부터 지금까지 제작한 것 중 가장 멋진 드레스들만 진열해 놓은 아라파시스 박물관으로 차를 몰았다. 이번 주말이 끝날 때 밀러는 깃털과 여성스러움의 대가인 그의 드레스들을 입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녀 자신과 세상 사람들이 이전에 본 적이 없는 훨씬 글래머러스한 여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적절히 로마스러워 보이는, 뭔가 정리되지 않은 듯한 성숙함이다. 적어도 전후 대중문화 속에 묘사된 로마를 떠올려보면 그럴 것이다. 오드리 헵번은 이곳에서 그 시크한 커트 머리를 했고,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는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으며, 이브닝 드레스 차림의 여자는 분수에 뛰어들어 물을 튀겼다. 시에나는 발을 젖게 하거나 가슴 아픈 실연을 당하진 않을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이곳에서 키스 리차드를 만날 것이다.

휴 댄시와 함께.


SCENE 5 1/2


롤링 스톤즈는 로마를, 아니 적어도 로마에 있는 스타디움을 뒤흔들었다. 시에나와 그녀의 어시스턴트와 사립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토리 쿡은 사운드보드 앞에 있는 연단에서 공연을 지켜보았다. 밀러는 수퍼파인 진, 흰 탱크톱, 니트 베스트에 플랫을 신고 있었다. 그녀가 이번 투어에서 그들을 본 건 이번이 세 번째다(이에 앞서 그녀는 와이트 섬 페스티벌에서 억지로 리차드 가족의 차에 올라타 키스와 패티 핸슨에게 “안녕 엄마, 안녕 아빠!”라고 즐겁게 인사를 날리기도 했다. 그 전에 그들은 그녀를 만난 적도 없었다). 콘서트는 대부분 밀러가 태어나기 전에 히트했던 곡들로 이뤄졌지만, 그녀는 노래를 따라 불렀고 박자에 맞춰 하이네켄 병을 흔들었다. 그녀와 토리는 과거에 각각 데이비드 보위와 록시 뮤직의 개인비서와 PR 담당자였던 자신들의 엄마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화기를 통해 ‘Ruby Tuesday’와 ‘Sympathy for the Devil’을 들려줬다. 두 세대의 ‘록 칙(Rock Chic)’이 하나가 되는 멋진 순간이었다. 밀러는 키스에게 매료되었다. 그녀는 그에게 “나의 난봉꾼!”이라고 소리쳤다. “롤링 스톤즈에겐 독특한 모습이 있어요. 망가진 듯한 그런 모습 말이에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키스의 얼굴을 보면 성형 수술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요. 그의 삶이 그의 얼굴에 담겨 있으니까요.” 내가 키스의 배가믹이나 론의 배만큼 날씬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자 그녀는 그를 변호했다. “그 나이에 그 정도 배는 당연한 거죠.” 키스가 금언처럼 관중들에게 “당신들 모두를 위한 금반지”라고 말하자 시에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저 말을 꼭 기억해야지. 다음 문신할 때 꼭 새길 거예요.” 그녀는 이미 찰스 부코위스키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 손목에 파랑새 배리를 새겼고, 팔뚝에도 3개의 별 문신을새겼다.

우리는 롤링 스톤즈가 머물고 있는 엑셀시어 호텔 바에서 벨리니스를 마셨다. 그리고 테오도라 리차드를 만나러 위층에 올라갔을 때 그녀는 우연히도 부모와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그곳에는 리지와 제임스 재거, 작년에 키스가 나무에서 떨어졌을 때 그의 생명을 구해준 오클랜드의 신경외과 의사, 그리고 한때 뉴욕에 레스토랑을 갖고 있었던 친절한 이탤리언 요리사가 함께 있었다. 우리는 아주 큰 스위트룸의 거실에 앉아 있었다. 스웨트 팬츠, 반다나, 은 체인, 그리고 편안한 양말 차림의 키스는 행복하게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는 해적처럼 보였다. 그것은 완벽하고 조화로운 가족의 초상화 같았다. 패티와 키스는 처음으로 이가 빠진 손자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고, 리지는 아메리칸 어패럴의 레깅스를 칭찬했다. 패티는 모든 사람들에게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미용사를 추천했고, 현재 푹 빠져 있는 파두 음악에 맞춰 기타 치는 흉내를 내던 키스는 제임스와 함께 과거 감옥에 있던 시절을 회상했다. “나는웜우드 스크럽스 감옥에 있었고, 네 아버지는 브릭스턴에 있었지.” 밀러는 완전히 매료되었다. 우리가 새벽 3시에 그곳을 나올 때(리차드의 가족은 유기농 너트를 먹으며 여전히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다.

저스틴 포트만과 나탈리아 보디아노바 커플


SCENE 6 1/2


시에나 밀러는 죽지 않았다. 그녀는 스텔라 맥카트니의 드롭 웨이스트 드레스, 토즈의 스트랩 플랫 샌들(그녀는 토즈의 새로운 광고 모델이다), 전날 밤팔에 찼던 백스테이지 출입증으로 사용하던 종이 밴드를 풀지 않은 채 밝은 모습으로 일찍 현장에 나왔다. 첫 촬영에는 언더웨어, 침실, 리카르도 스카마르치오(10대들을 위한 블록버스터 <Tre Metri Sopra Il Cielo>에 출연해 인기를 얻은 27세 꽃미남)가 포함되었다. 밀러는 약간의 손질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파파라치의 추적을 받지 않고 스페인 계단을 올라가 왁싱 스트립을 팔고 있는 약국으로 갔다. 그녀는 왁싱 스트립을 가지고 자신의 호텔방으로 사라지더니 곧 세트장에서 스카마르치오와 침대 위 포즈를 취했다. “난 사랑에 빠졌어요. 그리고 난 사랑에 빠졌을 때 위험해요. 그 말은 제가 방어적이 된다는 뜻이에요.”침실에서의 사진 촬영이 밀러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듯했다. 바로 그날 찰스 황태자가 주최한 콘서트가 끝난 후 디디의 뺨에 순수하게 키스한 것을 두고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들은 그녀를 힙합 모굴과 그의 자식들을 낳은 여자와의 관계를 파괴할 인물이라고 떠들어댔다. 그녀는 그것을 부인하는 기사를 낼까 생각했지만 그냥 그것에 저항하기로 했다. 한편 인길테라 호텔 밖 인도에는 빈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파파라치들이 죽치고 있었다. 테스티노의 금발 어시스턴트가 검은 선글라스와 코튼 쇼츠, 그리고 매니시한 마르니 코트를 입고 호텔을 나와 검은 차에 올라타자 파파라치들이 미끼를 물었다. 덕분에 시에나 밀러는 자유롭게 길을 건널 수 있었다.

피에르 카시라기


SCENE 7 1/2


발렌티노의 무도회는 이번 주말뿐만 아니라 거의 반세기에 걸친 그의 디자인 인생의 클라이막스였다. 보르게스 빌라의 정원에 세트 디자이너 단테 페레티가 거대한 탑을 세웠고, 패션을 사랑하는 유명 인사들과 사교계 인사들이 위대한 대가가 디자인한 드레스들을 입고 탑의 테라스를 어슬렁거렸다. 밀러는 딱 붙는 무릎 밑으로 빨간 깃털이 폭발하는 듯한 캡 슬리브 볼 가운(물론 발렌티노 드레스!)을 입고 있었다. “제 자신이 아주 우아하게 느껴져요. 아무도 날 알아보지 못할 거예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클레어 데인즈와 휴 댄시, 델랄 자매, 아만다 할레치, 리지 재거, 그리고 톰 포드와 얘기를 나눴다. 톰 포드는 그녀답지 않은 우아하고 순수한 모습에 약간 놀랐다. “그는 제게 어떤 룩을 선택해서 그것을 고집해야 하며, 팬들이 날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전 이렇게 대답했어요. ‘난 지금 촬영 중이에요.’ 그렇지 않을때는 늘 같은 룩이지요.” 우리는 우연히 나탈리아 보디아노바를 만났다. 그녀는 망사와 튤에 엷은 핑크 크리스털들이 장식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당신 가슴 예쁘네요”라고 밀러가 외쳤다. “정말 근사해요. 나도 아기를 낳고 싶군요.” 보디아노바는 저음의 러시아 악센트로 말했다. “좋은 남자를 만나는 게 중요해요.” 그러자 밀러는 밝게 말했다. “나도 몇 번 노력했어요. 다시 혼자가 됐지만요.” 파티는 계속되었다. 시에나는 초대장 없이 불쑥 들어온 사진 어시스턴트들과 흥청거리며 새벽 4시 30분까지 머물렀다. 그러나 춤은 추지 않았다. “볼 가운을 입고 춤을 추면 바보처럼 보여요. 이 드레스를 입고 바보처러 보이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서비스는 아주 근사했어요. 잔이 빌 틈이 없었죠. 그 점이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늘 옆에 재떨이가 있었어요. 로마 시내가 온통 제 드레스에서 떨어진 깃털 투성이일 거예요. 저를 찾고 싶다면 빨간 깃털을 따라오기만 하면 돼요.”

콜로세움에서 발렌티노의 45주년 파티가 열리는 동안 로마 올림픽 스타디움에선 롤링 스톤즈 공연이 있었다.


SCENE 8 1/2


파티는 끝났다. 우리는 호텔에서 마지막 저녁식사를 했다. 밀러는 포토벨로에서 구입한 관광객 취향의 50년대 하우스드레스와 샤넬 플랫 차림이었다. 화장은 거의 하지 않았고 포니테일로 묶었던 머리도 풀었다. 내일 그녀는 <인터뷰>시사회를 위해 뉴욕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이산화탄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Global Cool’행사 참석차 뭄바이로 갈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이미 영국에 가 있다. 그곳에서 그녀의 어머니는 딸을 대신해 시골 별장들을 둘러보았을 것이다. 밀러는 최근 존 메이베리의 <The Edge of Love>를 찍었다. 여기서 그녀는 딜런 토마스의 아내인 케이틀린 역을 맡았다. 그리고 웨일즈의 세트장에서 시골 출신의 키이라 나이틀리와 우정을 키웠을 뿐만 아니라 블루벨(종 모양의 푸른 꽃이 피는 백합과의 각종 식물)과 양들이 새끼를 낳는 것을 보며 자신의 뿌리를 깨달았다(밀러는 유년 시절 대부분을 시골에서 보냈다). “저는 제 본성을 무시해 왔어요. 저는 뿌리가 확실하고 상당히 히피적인 사람이에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조용히 살고 싶어요.” 그러더니 웨이터에게 카멜 담배 한 대를 얻어 피우며 이렇게 덧붙였다.“하지만 아직 젊기 때문에 재미있게 살 필요가 있어요.”

한동안 그녀는 작년에 구입한 집(런던 에지웨어 로드 근처)에 머물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동네 갱들이 그녀의 집 현관문이 열렸는지 두드려 보고 파파라치들을 쫓아낸다는 것. 그곳은 밤에 활기를 띠는 아랍인 구역으로, 그녀가 즐겨 가는 식당은 ‘Iraqi Grill House’다. 시골과 도시 사이의 딜레마가 있다. 그리고 유명인사와 평범한 시민 사이의 딜레마도 있다. “많은 것을 포기했지만 많은 것을 얻었어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난 내가 믿지 않는 것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생각이 없어요. 중요한 건 행복하고 친절한 거예요. 음식은 왜 맛있을까요? 왜 섹스는 근사할까요? 모든 것은 어떤 것을 지향하지요. 그리고 삶에서 중요한 건 행복입니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불만족으로 몰아가는 집요한 욕망(명성, 부, 영원한 아름다움에 대한)은 부족해 보였다. 그녀는 독립적이며, 마리안느 페이스풀과 루이즈 페리에(비반 키드론이 감독한 60년대 런던에 대한 영화 <Hippie Hippie Shake>에서 밀러가 맡은 자유분방한 호주의 미녀) 같은 여자들을 존경한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스스로 믿는지 아닌지 평가받는 것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아요.” 그녀는 자신의 유명세를 그것이 어떤 식으로 다가오든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으로 그녀는 그것에 감사하기도 한다. 그녀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어느 날 제 아이들에게 새빨간 깃털 옷을 입고 로마에서 보낸 주말을 사진으로 보여줄 거예요. 그건 아주 멋진 선물이 될 거예요.”

우마 서먼과 밀러

발렌티노 드레스를 입고 발렌티노와 함께.

다이안 본 퍼스텐버그와 함께.

에바 멘데스

비앙카 브란돌리니

로마를 물들인 밀러의 붉은 깃털 드레스.

arm candy 심플한 검정 시스에 검정 타조털을 장식하면 이처럼 드라마틱한 이브닝 룩이 연출된다. 울 드레스는 랄프 로렌 컬렉션(Ralph Lauren Collection),타조털 소매 장식은 니나 리찌(Nina Ricci).

cupid’s kin 그녀는 정말 사랑스러운 아가씨로, 한때 주드 로와 사랑에 빠졌었다. “그와 함께했던 순간순간들이 너무 행복했어요. 그 경험을 통해 성숙해졌죠. 하지만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거나 이리저리 방황하고 싶진 않아요.” 깃털 장식이 달린 실크 드레스는 프라다(Prada).

garden of delight 로마의 헨드릭 크리스챤 앤더슨 뮤지엄(Hendric Christian Andersen Museum)에서. 타조와 수탉 깃털 튤 드레스는 마르체사(Marche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