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뿜어낸 에너제틱한 순간

새것과 낡은 것이 어우러진 도시, 스페인 발렌시아에 비가 왔다. 루이 비통의 견고한 자신감은 열정적인 한 청년을 클래식한 남자로 바꾸어 놓았다. 시에스타의 나른함에 젖은 꿈의 도시에서 월드스타, 비가 뿜어낸 에너제틱한 순간을 <보그>가 독점 공개한다.

비는 화이트 수트 케이스 팝아트 모티브가 프린트된 라운드 티셔츠 위에 후드 디테일이 가미된 캐주얼한 블랙 재킷을 걸쳤다.

스페인의 작은 항구, 발렌시아는 시공간의 아이러니가 만들어낸 도시다. 구시가지에는 스페인의 역사를 담은 고딕 양식의 대성당이, 신시가지에는 미래형 건물로 꼽히는 과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낡은 파스텔톤 회벽이 성을 쌓은 남루한 뒷골목을 돌아 나오면 루이 비통 요트대회와 바다의 ‘F1’이라는 아메리카컵 요트대회가 열리는 호화로운 바다가 펼쳐진다. 야누스의 얼굴로 사람을 매료시키는 이 도시 한가운데, 비가 있다. 소년과 남자가 한몸에 공존하는 비가 이번에 선택한 것은 ‘클래시컬 맨’. “매년 새로운 비가 될 것이다”라는 자신감으로 다진 몸을 가진 비는 지금, 루이 비통의 히어로가 되어 카메라 앞에 섰다. 그리고 비는 발렌시아에서 한 여자를만났다. 행복한 우연, ‘세렌디피티’의 마법에 걸린 남자와 여자는 고풍스러운 골목을 누비며 짧은 사랑을 나눈다. 젊은 월드 스타와 루이 비통 화보를 촬영하기 위해 온 이 여인은 루이 비통은 물론 마크 제이콥스 등의 사랑을 받으며 캣워크에서 이름을 알린 다이애나 돈도에. 시장 앞 분수대, 창고, 이름 모를가게, 골목길 등 이중적인 느낌의 공간은 특별한 두 남녀의 만남에 신선한 에너지를 선사했다. 도시 전체가 시에스타의 나른함에 젖어 있는 이 곳에서 비는 특유의 에너제틱한 기운을 뿜어냈다. 포토그래퍼 류형원은 동적인 포즈를 수차례 주문했고, 비는 설레는 마음을 댄스 스텝으로 표현하며 촬영장의 흥을 돋웠다. 급기야 그가 그녀의 허리를 휘감고 시장 앞 분수대의 난간에 딛고서는 장면을 연출했을 땐, 현지인조차 휘파람으로 화답했다.

다이애나는 커다란 칼라가 돋보이는 롱 화이트 셔츠와 블랙 캐시미어 톱에 퍼플 앵클 스트랩 슈즈와 블랙 모노그램 모타드 리포터 백을 매치했다.

이제껏 미디어에 비친 비의 이미지는 섹시하거나, 귀엽거나,였다. 혹은 무대에서의 그는 독보적인 섹시함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그의 섹시함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파워풀했다. 그나마 비가 가장 ‘철 든 보통남자’의면모를 보여준 건 루즈한 셔츠와 면바지를 편하게 입은 ‘니콘’ CF다. 토크쇼에서 자신을 떠난 애인 이야기를 할 때에도 비는 갖고 싶은 남자처럼 보이지않았다. 그는 남자 이전에 가수였고, 배우였으며, 거대한 문화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화양연화를 카메라로 기록한 류형원은 촬영 전에 말했다. “비를 그저 남자처럼 찍으려구요. 어쩌면 평범하고, 어쩌면 특별한. 그 어떤 위치에도 영향 받지 않는 순수한 남자로 말이죠.”

루이 비통의 의상들은 클래식한 남성만이 소유할 수 있는 존재감을 존중한다. 촬영 의상들은 당일 새벽에 본사에서 긴급 공수해 온 것들이다. 영어 한마디 통하지 않는 이 도시에서 스태프들은 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가장새로운 의상을 입히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트렌치코트, 실크 트위드 재킷, 울재킷, 가죽 바이커 재킷, 클래식 셔츠 등이 오직 이 남자만을 위해 동원되었다. 사실 자존심 센 스타와 더 자존심 센 브랜드와의 조우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음을, 자주 목격해 왔다. 그러나 입는 사람을 정중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이 의상들은 패기에 찬 야심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비의 몸을 만나 무게감을 덜고 스타일을 갖췄다. 특히 거친 공터에서 화이트 클래식 셔츠를 입고 섰을때에는 남성들이 갖춰야 하는 덕목들을 완벽한 프로포션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의상은 무채색이 대부분이었지만 원색적인 컬러로 균형을 맞추었다. 비는 가끔은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저는 옷을 참 좋아해요. 그래서 언젠간 화보 촬영을 너무 해보고 싶었죠. 하지만 이 모자 달린 재킷은 제게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군요. 다른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찍어 보는 건 어떨까요?”

다이애나는 절개 라인이 가미된 광택감 있는 블랙 뷔스티에 드레스에 블랙 스트랩 슈즈를 매치했다.

비와 다이애나의 ‘합동 공연’은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되었다. 발렌시아의 물기 머금은 바람과 정열적인 태양 덕에 낭만적인 무드가 마련된 탓도있겠지만. 연상인 다이애나는 “비를 처음 봤는데, 무척 귀엽고 섹시하다”며추켜세웠다. 그녀는 촬영 도중 짬이 날 때마다 의자에 앉아서 뜨개질을 했다.비는 슬쩍 그녀의 옆으로 와서 중얼거렸다. “뉴요커가 뜨개질을 하다니, 신기하네….” 그러곤 최근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는 카메라를 들고 촬영장 주변을 배회했다. 스페인의 5월의 태양은 한국의 7월만큼 뜨거웠고, 매 컷마다 차로 이동해 다녔기 때문에 스태프들은 점점 지쳐갔다. 하지만 비는 쉴 새 없이농담을 하고 장난을 쳤다. “내일 쉴 수 있으니 조금만 힘을 내라구요? 에이…화보 찍는 게 뭐 일인가요? 저는 춤 출 때도 논다고 생각하고 춰요.” 주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도 그의 장기다. 영어 표현이나 사진 찍는 법,발렌시아의 역사나 옷의 디테일까지도. 비는 항상 노트를 갖고 다녔고, 뭔가를 긁적였으며, 들여다봤다. 거기에 무엇이 적혔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비는 다크 그레이 울 트위드 재킷과 클래식한 블랙 도트 셔츠, 포멀한 블랙 플란넬 팬츠에 블랙 벨트, 블랙 칼프 슈즈를 매치했다. 다이애나는 소매 버튼 장식이 가미된 블랙 울 바이커 재킷과 메탈릭한 골드 스커트에 퍼플 스트랩 슈즈를 더했다.

비는 이제껏 루이 비통의 옷을 입은 스타 중 가장 어린 축에 속한다. 루이 비통은 패션의 선두에서 트렌드에 집착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1백 년 전, 여행에 대한 열정으로 트렁크를 만들며 출발한 전통의 대상이다. 그런 루이 비통이 함께 갈 이미지 파트너로서의 스타를 선별하는 기준은 본인의 자리에서 노력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갖춰 가는가의 여부다. 루이 비통과 연을 맺은 모델들은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이정재, 김희애, 이영애, 지진희, 권상우 등이 그랬고, 이번엔 비의 차례다. 2년 전, 비와 일면식을 가진 루이 비통아르노 회장 역시 비의 그런 면을 높이 평가했다. 비는 가장 화려한 스타이기도 하지만, 가장 치열하게 스타가 된 젊은이이기도 하니까.

비는 화이트 셔츠에 분위기 있는 블랙 코트를 걸쳤고, 베이식한 블랙 팬츠와 슈즈를 매치했다.

어느덧 발렌시아의 그림자가 길어졌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된 촬영은 12시간이나 계속됐다. 여기 식당들은 밤 9시나 되어야 문을 연다. 저녁식사를해도 12시가 넘는 독특한 라이프사이클의 도시. 비는 이 신천지에서의 짧은휴가 후, 7월부터 두 달간 진행될 워쇼스키 형제 감독의 <스피드 레이서>출연 준비에 매진할 거라고 했다. 월드투어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순수한 ‘모델’로서의 비는 이번 촬영을 끝으로 당분간 만나지 못할 것 같다..

다이애나는 클래식한 감각이 돋보이는 블랙 슬리브리스 드레스에 블랙 티 스트랩 슈즈로 감각을 더했다.

비는 베이식 그레이 셔츠와 버튼 장식이 가미된 다크 브라운 벨벳 베스트에 그레이 플란넬 팬츠를 매치했고, 다이아나는 허리 라인을 따라 자연스럽게 주름 잡힌 네이비 드레스를 입었다.

비는 터프한 네이비 바이커 재킷에 다크 치노 팬츠, 블랙 슈즈로 감각적이고 포멀한 캐주얼룩을 연출했다.

비는 그레이와 베이지가 믹스된 벨트 장식 트렌치코트에 그레이 플란넬 팬츠, 블랙 슈즈를 더해 분위기 있게 변신했다. 비가 입은 의상은 모두 루이 비통.

다이애나는 터틀넥 라이트블루 튜닉 톱에 블루 스커트를 매치했다. 다이애나가 입은 의상은 모두 루이 비통.

비는 투 포켓이 더해진 클래식한 화이트 셔츠에 스트라이프 그레이 울 팬츠를 매치했고 , 뼈 펜던트 골드 네크리스와 골드 로고 장식 블랙 벨트, 그러데이션 된 브라운 사각 프레임 선글라스와 볼드한 블랙 시계 액세서리를 가미했다.

다이애나는 원피스처럼 연출 가능한 퍼프 소매 화이트 셔츠에 블랙 티 스트랩 슈즈로 감각적인 스타일링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