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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퀸 키이라 나이틀리

2016.03.17

by VOGUE

    사파리 퀸 키이라 나이틀리

    적도의 섬을 누비며 모험과 스릴을 즐기던 키이라 나이틀리가 케냐의 덤불숲에서 사파리 퀸으로 변신했다. 새로운 모험심으로 충만한 그녀가 사파리 트래블을 기록한 일기를 <보그>에 보내왔다.

    THE VIEW FROM HERE 마사이 마라 야생 동물원에서 원주민들과 함께 바위 위에 선 나이틀리. “난 내가 바위 위에 서면 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녀는 이렇게 일기에 썼다. 그녀의 사파리 셔츠 재킷은 메이드웰(Madewell), 낙하산처럼 퍼지는 파라슛 스커트는 타쿤(Thakoon), 부츠는 팀버랜드(Timberland).

    자, 여기 있어요. 제 숙제는 다 끝났어요”라고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Keira Knightley)는 루이 비통 가죽 일기장을 건네며 말했다. 페이지마다 아주 깔끔한 글씨들이 또박또박 적혀 있었다. 키이라는 <보그>의 과제(그녀의 아프리카 여행을 일기로 쓰는 것)를 아주 진지하게 생각했다. “룸메이트에게 부탁해서 모든 스펠링을 체크했어요”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직접 만나본 <캐러비안의 해적>의 스타는 다소 덜렁거리지만 아주 예쁜 영국 여학생의 독특한 매력을 풍겼다. 얼마전 아프리카 사파리에서 돌아온 그녀는 어느 서늘한 봄날 오후 런던의 소호 호텔로 허둥지둥 들어왔다.큼직한 백은 가는 팔 위로 흘러내리고 커다란 니트 코트는 다른 팔 밑에 낀 채 말이다. 대충 묶은 그녀의 적갈색 머리가 뒤로 늘어져 있었고 검정 미니 드레스는 약간 뒤틀려 있었다. 그녀는 스물 두 살의 전형적인 영국 미인의 흐트러진 매력을 뽐냈다.

    우리는 케냐의 덤불숲을 뛰어다니기보다 적도의 섬을 누비며모험과 스릴을 즐기는 키이라 나이틀리의 모습에 더 익숙해 있다. 그러나 그녀는 <보그>가 제안한 아프리카 공주 역할에 똑같은 열정을 갖고 임했다. 나는 키이라의 일기장을 펼치고 몇 문장을 읽어 보았다. “마사이 마라는 넓고, 푸르고, 아름답다. 지금 우리는탄자니아 국경에 있으며 태양이 빛나고 있다. 코타의 20년대식 사파리 캠프는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 보인다. 모든 것이 야생의 자연 속에서 자리 잡고 있다. 하얀 텐트, 하얀 모기장이 처진기둥 네 개짜리 커다란 침대들. 모든 가구들이〈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연상시킨다.”

    키이라는 가느다란 다리를 안락의자 안으로 말고는 자신의 모험을 떠올리며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티를 마셨다. 세렝기티와 롤리온도 보호구역과 접해 있는 마사이 마라의 남동부에 위치한 사파리는 주인인 캘빈 코타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그의 가족은 테디 루즈벨트 대통령이 그곳을 여행했다는 얘기를 들은 후 1900년대 초에 동아프리카에 정착했다. 규정대로 카키를 입은 코타는 사냥여행을 주도하고 자신의 구식 캠프를 감독할 때 여성 고객들을 홀딱 반하게 만드는 리암 니슨 같은 타입이라고 일기에는 묘사되어 있다. 손님들은 식민지시대의 앤틱, 페르시아 러그, 그리고 독특한 골동품들이 장식된 커다란 하얀 텐트에 머문다. 줄리안 슈나벨이 그곳에 머문 후 코타에게 선물한 캠프 직원들의 모습이 그려진 몇 점의 소품들도 있다.

    PUSS ‘N’ BOOTS 코타의 1920년대풍 사파리 캠프의 마스코트 피키피키. 텐트 안에 걸린 주인의 가족 사진과 낡은 타자기는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출한다. 러플과 드레이프 장식의 레트로풍 아이보리 스모크 드레스는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첫날 코타는 이른 아침 키이라를 사냥 여행에 데려갔다(현재 키이라의 남자 친구도 동행했다. 그녀는 일기장에 그를 ‘빠스파르뚜(유리와 뒤판 사이에 그림이나 사진을 끼우고 가장자리를 테이프로 붙인 액자)’라는 암호로 적었고 그에 대한 얘기를 할 때 면 ‘나의 여행 동반자’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그의 이름을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타블로이드 독자들은 그가 배우 루퍼트 프렌드라는 걸 알 것이다). 마라에서 그들은 코끼리 떼와 ‘나무 위에 있던 4마리의 새끼 사자들’을 관찰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어요. 그 새끼 사자들은 나무 위로 풀쩍풀쩍 뛰어 다녔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잠시 찻잔을 내려놓고는 귀여운 새끼 사자처럼 손과 다리를 벌렸다.

    그날 키이라는 일기를 쓰고 독서를 했다. 그녀는 <The Day of TheTriffids>, <The Human Zoo>, 그리고 <오델로>를 읽었다. 그녀는 그 중 어떤것도 끝내지 못했다. 한 주가 흐르는 동안 열대 우림으로 소풍을 가고 불가에서 마사이족 남자들이 춤추는 것을 구경했다. 키이라는 일광욕을 즐기고 잠을자고 틈틈이 사진 촬영을 위해 의무적으로 포즈를 취했다. 저녁에는 캠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메인 텐트 안에 있는 긴 나무 테이블에 앉아 저녁식사를했다. “식사는 아주 영국적이었어요. 새우 칵테일, 양고기, 롤리 폴리 푸딩 같은 걸 먹었지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TREE OF LIFE 키이라의 사파리 여행에 동행한 마사이족들이 아카시아 나무 그늘 아래서 쉬고 있다.

    3일간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한 후 키이라는 일기장에 이렇게 끄적였다.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결국 일어나고 말았다. 나는 화이트와 크림색의 마크 제이콥스 드레스에 푹 빠졌다. 오, 진정한 사랑의 고통이여!” 외모와 체형이 시대 의상에 잘 어울리는 키이라는 촬영장에서 가장 역사적으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여성스러운 옷들에 끌렸다. 그녀는 루이 비통의코르셋 스타일 수영복, 타쿤의 커다란 실크 볼 스커트, 그리고 꼼므 데 가르송의 30년대식 장미 프린트 선드레스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가장 마음에 든건 식민지 시대의 시크한 낭만을 풍기는 피터 솜의 흰색 러플 가운이었다.

    영화 스타로서 다른 삶을 살 때 키이라는 그 역할뿐만 아니라 패션에도 푹 빠지곤 한다. 곧 개봉할 <Atonement>(그녀는 여주인공 세실리아 탈리스 역을 맡았다)에서 키이라는 아주 멋진 의상들을 입었다. “아름다운 30년대 의상들은 실제로 저를 위해 만들어졌어요.” 이안 맥이완의 소설을 크리스토퍼 햄튼이 각색한 이 영화에는 바네사 레드 그레이브와 제임스 맥커보이 등이 출연한다. 여러분은 그녀가 지난 여름 영국슈롭셔의 웅장한 저택에서 촬영한 이 영화에 단단히 빠졌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정말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어요. 아주 어둡고… 아름다운 작품이죠.” 나이로비 근처에 있는 호텔인 기라프 매너(실제로 기린들이 주변을 배회하는)에서 점심을 먹은 후 키이라는 음바가티(Mbagathi)에 있는 데이비드 셸드릭 야생 동물 보호 기금을 방문하기 위해 시크한 회색 보테가 베네타 프록을 입었다. 이 단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부모를 잃은 코끼리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내는데 성공했다. 그날 그녀의 일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오늘 아기코끼리들 등에 루이 비통 담요를 덮어주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잡으려고 애썼다. 나는 이보다 더 어리석은 일을 본 적이 없다. 루이 비통이 이 사진을 좋아하길 바란다. 그들은 코끼리들과 모델 계약을 맺어야 한다.”

    ANIMAL PLANET 키 큰 키이라 나이틀리, 꺽다리 친구를 사귀다. 사파리 룩으로 제격인 카키색 스커트와 재킷은 랑방(Lanvin).

    키이라는 열여섯 살 이후로 휴가를 갈 시간이 거의 없었다. 실제로 두 번의 휴가를 갔을 뿐 계속 일을 해왔다. 지금도 키이라는 겨우 몇 주 동안 런던집에 머문 후 시에나 밀러와 <The Best Time of Our Lives>를 찍기 위해 웨일즈로 떠날 것이다. 딜런 토마스의 여자들에 관한 이 영화는 키이라의 어머니인 샤먼 맥도날드가 쓴 것이다. 너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촬영을 하다 보니 키이라가 집을 가장 그리워하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녀의 영국 생활은 심플하다. 버로우(Borough) 마켓에서 쇼핑을 하고 룸메이트들(오빠 칼렙과 그의 여자 친구이자 남성복 브랜드 Vidler+Nixon 디자이너인 케리 닉슨)로부터 요리를 배운다. 집에 있을 때는 외부와 연락을 끊고 푹 쉬는 편이다. 그래서 그녀의 휴대폰은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저는 전화로 얘기하는걸 좋아하지 않아요. 너무 끔찍해요. 왜냐하면 제 어머니가 주로 그러시거든요.” 그녀의 블랙베리는 수명이 짧았다. “바하마에서 <캐러비안의 해적>을 찍을 때 바다에 빠뜨렸어요. 아마 그곳 바다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환경에 대한 죄책감이 밀려오자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정말로요. 바다로 돌아가서 그걸 찾아보려고 했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난 연락을 받고 싶지 않아. 나를 그냥 내버려둬’하는 기분이 들더군요.”

    GOING UP! 코타의 주인 캘빈 코타의 딸 샬리가 캠프 소유 경비행기 안에서 놀고 있다.

    OFF-ROADING 진흙탕 속에 빠진 지프를 밀고 있는 코타의 가이드 윌리암 코웰과 사진 촬영에 열중한 키이라. 황톳빛 포플린 드레스는 이브 생 로랑(YSL), 모자는 로베르토 카발리(Roberto Cavalli).

    AFRICAN QUEEN 아프리카 초원과 잘 어울리는 샌드 컬러의 셔츠 드레스를 입은 키이라. “해가 지자 우리는 사자들을 관찰했다.” 그날 그녀는 이렇게 썼다. 사파리풍의 셔츠 드레스는 3.1 필립 림(Philip Lim), 벨트는 바나나 리퍼블릭(Banana Republic).

    AFRICAN QUEEN

    아프리카 초원과 잘 어울리는 샌드 컬러의 셔츠 드레스를 입은 키이라. “해가 지자 우리는 사자들을 관찰했다.” 그날 그녀는 이렇게 썼다. 사파리풍의 셔츠 드레스는 3.1 필립 림(Philip Lim), 벨트는 바나나 리퍼블릭(Banana Republic).

    BATHING BEAUTY 코타의 사파리 텐트 안에서. 주름과 레이스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바이올렛 컬러의 보디수트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BATHING BEAUTY

    코타의 사파리 텐트 안에서. 주름과 레이스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바이올렛 컬러의 보디수트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THE NAVIGATOR 경비행기 앞에서 앤틱 카메라를 들고 포즈를 취한 키이라 나이틀리. 바이어스가 들어간 재킷과 타이트한 펜슬 스커트는 래그 앤 본(Rag&Bone).

    ALL CREATURES GREAT AND SMALL 나이틀리가 어미를 잃은 새끼 코끼리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다. “3마리나 있었죠. 코끼리들은 우리를 넘어뜨리려고 했고 먼지 속에서 뒹굴었어요.” 섬세하게 주름 진 드레스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부츠는 프리에(Frye).

    STOMPING GROUND 위엄 있는 아프리카 코끼리를 보고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멋지네요. 코끼리 귀가 나비 날개처럼 펄럭이네요.”

    ON THE FLY 모기장과 감독 의자, 앤틱 트렁크만 있으면 즉흥적인 은신처가 만들어진다. 승마 바지는 로베르토 카발리(Roberto Cavalli), 셔츠는 그레이 그래함(Gray Graham).

    RUBBER NECKING 나이로비 근처 기라프 매너에서. 우연히 아침 먹을 시간에 맞닥뜨린 기린 친구.

    JUMP TO IT! 마사이족이 새의 움직임을 따라 하는 춤과 노래를 보여줬다.

    WATERING HOLE “점심을 먹고 이 멋진 강가로 왔어요. 커다란 나무가 멋지게 늘어진 초콜릿빛 강물에 서니 마치 제가 물의 요정이 된 듯했죠.” 자연스럽게 드레이프 진 코튼 탱크 드레스는 DKNY.

    NOMAD`S LAND “마사이족과 함께 있는 소 떼를 봤어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소 떼 전체를 봤지 뭐예요.” 카무플라주처럼 보이는 플라워 프린트의 티어드 드레스는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모자는 에르메스(Hermes).

    SERENE PASTURES 드넓은 초지에서 복고풍의 우아한 사파리 룩과 함께 포즈를 취한 키이라. 길게 트레인이 끌리는 러플 스커트는 피터 솜(Peter Som), 화이트 턱시도 블라우스는 준야 와타나베(Junya Watanabe), 모자는 록 앤 코(Lock&Co).

      에디터
      그레이스 코딩턴
      포토그래퍼
      아서 엘고트
      스탭
      메이크업/아론 드 메이
      브랜드
      메이드웰, 타쿤, 팀버랜드, 마크 제이콥스, 랑방, 이브 생 로랑, 로베르토 까발리, 3.1 필립림, 바나나 리퍼블릭, 루이비통, 랙&본, 보테가 베네타, 프레이, 그레이 그래함, 디케이앤와이, 에르메스, 피터 솜, 준야 와타나베, 랙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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