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관능

장이머우와 10년 만에 작업한 <황후화>에서 공리는 또 한번 장엄한 대륙의 관능을 보여준다. 그리고 전화와 이메일로 <보그코리아>와 나눈 인터뷰에서 그녀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만이 배우가 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



10여 년 전, 미국 <보그>와 처음 인터뷰했던 공리는 당시 할리우드에서 제안한 역할 때문에 모욕감을 느꼈다. 그것은 단 한 줄의 대사를 말한 후 죽는 비키니를 입은 여자 역이었다. 그러나 지금, 할리우드는 공리의 포스에 열렬한 구애를 보낸다. <게이샤의 추억>의 모든 출연진들은 ‘위대한 공리’라는 칭호로 그녀를 불렀다. 마이클 만 감독의 <마이애미 바이스>에서 콜린 파렐을 상대했던 이 40대의 중국 여배우는 다시 한번 황실 무협대작 <황후화>로 장엄한 대륙의 관능을 보여준다.

이번 영화 <황후화>로 장이머우 감독과 10년 만에 재회했죠. 최초의 만남이었던 <붉은 수수밭>이후 거의 20년이 지났어요. 연인이기도 했고, 동료이기도 했던 그와 당신 사이의 20년엔 어떤 도락이 함께했나요?
그와 나는 각자의 작업을 하는 동안에도 줄곧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서로의 활동을 지켜봤어요. 20년… 정말 긴 시간이죠. 감독님도 그러셨는지 모르겠지만 전 지난 20년 동안 감독님의 작품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봤어요. 그걸로 ‘소통’을 해온 셈이죠. <황후화>에서 다시 만난 장이머우 감독은 20년 전보다 더 힘 있게 현장을 지휘하고 더 열심히 일을 해요. 그는 정말 대단해요. 예나 지금이나 이렇게 스케일이 크면서도 작품성있는 영화를아무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황후화>처럼 화려하고 비극적인 연기를 한다는 것은 여배우에게 크나 큰 행운이죠. 당신은 중국 인민을 대표하는 아주 소박한 여인(<귀주 이야기>, <홍등>, <국두>등)에서부터 스케일이 크고 화려한 귀족까지 모든 걸 리얼하게 창조해냈어요.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당신 연기의 베이스는 무엇이죠?
지금까지 나는 수많은 배역을 연기해 왔어요. 그것이 황후든 시골의 아낙네든 변하지 않는 건 내가 연기하는 모든 배역이 아시아 여성이라는 거죠.모든 배역을 연기할 때 내가 여성이라는 핵심을 잊지 않고 몰입할 뿐이에요.

4백50억원 규모의 대작 <황후화>를 촬영하면서 수많은 고난이 있었겠지요? 의상만 해도 6겹을 입어야 했다고 들었어요.
고난?(웃음) 맞아요. 정말 많은 옷을 입어야 했거든요. 옷을 여러 겹 겹쳐 입다 보니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의상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리고 의상을 갖춰 입으면 내가 정말 황후가 된 듯한 느낌을 받죠. 중국의 황후옷은 입기만 해도 저절로 극에 몰입하게 되는 마법이 있거든요.

왕자웨이와 첸 카이거, 장이머우 같은 중국의 거장들과 함께 작업했던 당신이 할리우드로 가서 롭 마샬, 마이클 만과 작업하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마이애미 바이스>의 마이클 만, <게이샤의 추억>의 롭 마샬같은 사람들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10년 전만 해도 중국과 할리우드는 큰 차이가 있었어요. 하지만 현재 상황은 크게 다르지않아요. 규모면에서 촬영 환경에서 중국 영화가 크게 성장을 했거든요. 굳이 둘 사이의 차이점을 찾자면 영화에 투자되는 자금의 차이를 들 수 있죠. 할리우드는 영화에 거대한 자본을 투자하지만, 중국은 아직 그렇지 못하죠. 많은 중국 감독이 제작비 때문에 곤란을 겪어요. 그것만 해결된다면 촬영 환경이 훨씬 윤택해질 텐데 말이죠.

아시아 사람들은 당신이 세계 영화제에서 중국어로 말하고 당당하게 행동할 때 큰 자부심을 느껴요.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당신이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만들어왔나요?
그렇게 말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하지만 나 스스로를 중국을 대표한다거나 아시아를 대표한다고 생각해본 일이 없답니다. 그저 많은 중국과 아시아의 우수한 배우 중 하나일 뿐이죠. 난 그저 내게 주어진 역경을 이겨내고 상황에 따르는 것 뿐 인걸요.

마릴린 먼로의 <7년 만의 외출>을 오마주한 당신 사진을 봤어요. 붉은 드레스 차림의 포즈가 매혹적이었죠. 당신에게 영감을 주었던 중국 여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그 사진을 봤나요? 아름답다고 말해 줘서 고마워요. 난 대학생 때부터 연기를 공부하면서 많은 배우들의 장점을 관찰했어요. 특별히 한 배우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어떤 배우들의 특정 배역을 좋아하고 존경한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거예요. 이를 테면 어떤 사람은 공리가 연기하는 황후를 좋아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사람은 황후를 연기하는 공리는 별로지만 시골 아낙네를 연기하는 공리를 좋아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죠. 개인적으로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를 정말 좋아해요. 그들의 연기는 힘이 있어서, 보는 이를 빨아들이죠.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활동하는데, 당신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물론 우리집이죠. 어떤 상황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장소니까요. 특별히 거실의 아늑한 느낌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걸 가장 좋아해요.

한국 영화는 어떻게 생각하죠? 서기, 장백지, 장쯔이는 한국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어요.
한국 영화의 작품성이나 흥행성 모두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어요. 언제라도 좋은 기회가 된다면 한국 영화에 꼭 출연해보고 싶어요.

당신의 필모그래피는 중국과 홍콩의 역사를 훑는 것과 같죠. 화려하고 웅장했던 시대에서 거칠고 소박했던 시대, 우수 어리고 모던한 시대까지. 영화를 고르는 기준이 궁금해지는군요.
특별히 배역을 가리는 편은 아니에요. 지난 20년이 중국과 홍콩의 격동기였고 그 속에서 어떤 역이 주어지는 내가 가진 재능과 노력을 가지고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답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감정은 어떤 종류의 것인가요?
질투! 관능! 억척스러움! 유혹의 에너지! 모두 좋아해요.

좋은 여배우가 되기 위해서 어떤 것을 갖춰야 하는지, 3가지 정도만 말해주세요.
한 가지 조건만 확실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나야죠. 60~70%의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면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어요. 천부적인 재능이 부족한 배우들은 노력을 통해 연기를 할 수 있겠지만 진정한 배우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어요.누구나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