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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쯔이 화보

2016.03.17

by VOGUE

    장쯔이 화보

    백지장처럼 하얀 얼굴에 새까만 머리와 붉은 입술, 그리고 무술로 다져진 날렵한 몸매에 대쪽 같은 기개가 느껴지는 장쯔이. 영화〈메이란팡〉의 개봉을 앞둔 모던 차이니즈 뷰티의 대표주자인 그녀가 국내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드레스를 입고 고향 베이징에서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뽐냈다.

    긴 트레인이 돋보이는 매혹적인 레드 새틴 롱 드레스는 강진영(Kang Jin Young). 리본 중간에 달린 브로치는 샤넬(Chanel).

    “중국 대륙이 할리우드로 보낸 최고의 선물은 장쯔이가 아닐까요? 영화〈야연〉에서 열연한 황후‘완’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합니다. 순수한 사랑의 열정에 사로 잡힌 듯하지만 권력과 야망을 좇는 팜므 파탈의 그녀는 청초함과 더불어 관능미와 몽환적 매력까지 보여주었죠. 붉은 장미가 그녀를 감쌌던 그 모습을 도발적인 레드와 커다란 리본으로 표현해봤습니다.”-강진영

    미디 길이의 슬리브리스 시폰 드레스와 새틴 소재의 미니 케이프는 쟈뎅 드 슈에뜨(Jardin de Chouette), 블랙 몽골리안 램 코트는 TSE, 커다란 크리스털 링은 디올(Dior).

    “깡마른 체구의 장쯔이는 오히려 루즈한 실루엣의 드레스가 더 어울릴 것 같았어요. 미디 길이의 화이트 시폰 드레스로 20년대의 낭만을 재현했습니다. 매그놀리아 코사지 장식의 새틴 조젯 케이프를 어깨에 살짝 둘러 귀여운 느낌도 살렸어요.”-김재현

    레드 페이턴트 오브제가 돋보이는 20년대풍의 니트 드레스는 루비나(Rubina), 레이스 롱 장갑은 샤넬(Chanel).

    “장쯔이를 생각하며 문득 20년대를 떠올렸어요. 동양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 시대의 루즈한 드레스야말로 그녀에게 가장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르누보 스타일의 오브제도 이 붉은 니트 드레스와 묘한 조화를 이루죠.”-루비나

    레드 그러데이션 드레스는 이상봉(Lie Sang Bong), 라쿤 트리밍의 화이트 밍크 코트는 퓨어리(Fury).

    일주일째 모랫바람이 도시 전체를 뒤덮었던 베이징의 하늘은 오랜만에 대륙의 푸른 기운을 되찾았다. 폭우도 물러갔다. 이날을 위해 아침부터 갤러리에 모여 있던 10여 명의 한국인 스태프들은 초조하게 국제적 배우이자 현대 중국을 대표하는 스타, 장쯔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20세기가 시작되던 해,〈와호장룡〉에서 대나무 숲을 가르고 구름 속으로 뛰어들었던 소녀는 치파오 차림의 고혹적인 자태로 사내를 유혹하는가 싶더니〈( 2046〉), 스필버그와 로브 마샬과 손을 잡고 분 냄새 가득한 게이샤가 되어 눈보라 속에서 춤을 추었다. 그리고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인들은 곧 단단한 열정으로 빛나는 이 검은 눈동자의 동양 여인에게 한눈에 반해버렸다. 스크린 속에서 장쯔이는 에너지가 넘쳤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으며,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그녀의 신작〈메이란팡〉의 한국 개봉이 12월로 확정되자 장쯔이는〈보그 코리아〉와의 단독 인터뷰를 원한다는 경쾌한 메일을 보내왔다. 그 다음은 순식간이었다. 7명의 국내 디자 이너들이 그녀만을 위한 드레스를 만들었고, 그로부터 열흘이 지나지 않아 우리는 거대한 붉은 대륙의 중심에 서 있었다. 아름다운 옷과 장신구들은 중국 현대 작가의 그림이 걸린 갤러리 안에 마치 작품처럼 진열되었다.

    대륙의 별이 뜬 건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갤러리로 들어선 장쯔이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Winter is Comming!”추위에 한번 몸을 떨고는 재빠르게 계단을 올라온 그녀가 따뜻한 홍차와 함께 거울 앞에 앉았다. 장쯔이가 반짝이는 음색으로 먼저 인사를 건네자 여기저기서“피오리앙(Pi o Liang)”이 터져 나왔다. 북경어로‘예쁘다’는 뜻의 이 말은 이후 그녀가 한 벌씩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계속 되었는데, 이건 한국인 스태프들이 구사할 줄 아는 유일한 북경어이자 분주한 촬영장에서 전할 수 있는 거의 단 하나의 진심이었다.“전 제가 특별히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세상엔 저마다 다른 생김새의 아주 많은 아름다운 여성들이 있어요. 아름다움이란 건 그 사람의 인격, 성품에서 묻어 나오는 거니까요.”잡지를 넘기며 그녀가 말했다. 의자 위에 쿠션을 올려두고 양반다리 자세로 앉은 그녀는 확실히 하늘을 날며 공중 발차기를 할 때보다 편안해 보였다.“이 헤어 피스는 어떻게 만든 거죠? 신기해요.”헤어 스타일리스트 한지선이 밤 새워 작업한 물건들에 감탄하던 그녀가 거울을 통해 변신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곤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이건 고양이 눈매군요! 있다가 카메라 앞에서 도도한 표정을 지어야겠어요.” 호기심으로 빛나는 그녀의 얼굴이 놀라운 변신을 거듭하는 동안 우리는 최근의 영화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패왕별희〉의 첸 카이거 감독이 오랜만에 다시 경극을 부활시킨 영화〈메이란팡〉에서 장쯔이는 여명의 연인으로 출현한다.

    “제가 맡은 멍샤오동은 메이란팡 만큼이나 중국 경극 역사상 명망 높은 예술인이에요. 메이란팡이 경극에서 주로 여자 배역을 하는 남자 배우라면, 저는 남자 역할을 하는 여자죠. 둘은 아낌없이 서로 사랑하지만, 슬프게도 멍샤오동은 그를 위해 떠나버려요.”기억을 짚어보면 그녀는 꽤 많은 영화 속에서 수 차례 실연을 겪었다. 사랑에 서툴지만 용감했던 장쯔이의 분신들은 뜨거운 열망에 사로잡혀 자신을 파멸로 이끌거나 지난 사랑에 대한 어리석은 미망과 함께 평생을 살아갔다. 단 한 명, 모두가 인정할 만한 해피엔딩의 주인공이라면 현실 속 장쯔이뿐이다.“능력 있는 배우라면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죠. 전 촬영이 끝나면 곧장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요. 그 인물의 캐릭터가 저의 개인적인 삶에 영향을 주는 것을 원하지 않거든요. 전 영화와 현실을 아주 잘 구분하는 편이죠.”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녀는 요즘 열두 살 연상의 남자친구 비비 네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그녀의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엔 그 사랑의 징표가 얌전히 빛나고 있었다.그녀에게 비비에 대해 물었다.“ 전 운명을 믿어요. 모든 사람의 만남은 다 운명이죠.

    명(命)은 하늘이 정해준 거고 운(運)은 사람의 노력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오늘 우리가 만난 것처럼, 남자 친구 역시 운명이었어요.” 그렇다면 그녀와 비비의 운명은 어떠했을까?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신비에 싸인 인물’로 평가되는 아비브‘비비’네보는 뉴욕과 LA에서 활동중인 이스라엘 출신의 투자가로 타임워너의 최대 주주 중 한 명이다. 그는 미국〈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미래의 신부를 친구들과 함께 자리한 뉴욕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고 털어놓았다. 칼럼니스트 존 파워스가 전한 비비의 고백을 그대로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전 좀 늦게 도착했어요. 그리고 솔직히 그녀가 누구인지도 몰랐습니다. 아주 아름답다는 것 이외에 저의 흥미를 끈 건 그녀의 놀라운 우아함이었어요. 차분했고 아주 멋진 미소를 지을 줄 알았죠. 한참 저녁을 먹고 있을 땐‘, 제가 가장 원하는 것은 가족과 아이들이에요’라고 말해서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차로 돌아와서 정말 멋진 여성이라고 생각했어요.”언론에서는 내년 즈음 장쯔이가 그와 결혼할 것이라고들 떠들지만, 정작 그녀는 한 남자의 아내가 되는 문제에 대해 조심스럽다.“아직은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대신 그녀는 반가운 소식을 하나 전해줬다. 한중합작영화〈소피의 복수〉의 남자 주인공이 며칠 전 결정되었으며, 그가 바로 소지섭이라는 것. 게다가 그는 지금 베이징에 있다고 말했다.“아직 한 번 만났을 뿐이지만, 훌륭한 배우라는 느낌을 받았어요.”내가 그의 팬임을 자처하자 그녀는“당신이 원한다면 그가 머무는 곳에 데려다 줄 수도 있어요. 같이 갈래요?”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금방이라도 충실한 안내자의 역할을 할 듯한 포즈를 취했다. 안타깝게도 나에겐 그녀의 유머러스한 제안을 받아들일 만한 숫기가 없었다. 그녀의 말처럼 운(運)은 역시 개인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운명은 유치원 선생과 스튜어디스를 꿈꾸던 어린 소녀를 배우로 이끌었다.“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 어느 것이 맞고 틀린 건 없는 것 같아요. 분명한 건 배우라는 직업이 내가 가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끔하고, 다른 무엇보다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준다는 거예요.”유치원 선생인 어머니와 통신회사의 경제 분석가로 일하던 아버지의 둘째 딸로 태어난 장쯔이는 열한 살에 베이징 무용 아카데미에 합격했고, 열다섯 살 때 전국 청소년 무용 대회에서 우승했다. 여기서 전국이라는 건 한반도의 50배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한 중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무용수의 생명은 너무 짧고 모든 여자들이 서로 경쟁하는 그 치열한 분위기가 자신과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진로를 바꾼 건 그 때문이다. 중앙 연극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한 샴푸 광고 오디션에서 장이모우 감독을 만나고,〈 집으로 가는 길〉이 베를린 영화제의 은곰상을 수상하고, 다시 장이모우 감독의 소개로 이안 감독을 만나고〈, 게이샤의 추억〉으로 동양인 최초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기까지, 그녀가 배우의 길을 선택하자 운명은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그녀를 세계의 중심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그녀의 행운이 속도를 높일수록 토네이도를 향해 몰려든 가벼운 소문들은 덩치를 키워갔다. 장쯔이는 그 한가운데에서 조용히 상황을 지켜봤다.“사소한 것들에 연연하기보단 대범해져야 했어요. 극찬에 우쭐거려서도 안 되지만 악평에 풀이 죽을 필요도 없죠. 아마 한국의 배우들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을 거예요. 결국 마음의 균형만 잘 잡으면 되는 거예요. 난 의지가 강하고 꿋꿋한 편이거든요. 연약하거나 쉽게 상처받는 타입은 아니죠.”명랑한 웃음을 터뜨리면서, 그러나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가 말했다.

    대체 이 당찬 스물아홉 살의 베이징 여성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건 뭘까? “랫(Rat)은 정말 끔찍해요!”“아, 쥐!”한국어 표현을 알려주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쥐”의 발음을 거듭 확인했다. 그녀의 친구들은 장쯔이를‘지(Zee)’라는 애칭으로 불렀던 것이다. 한국어‘쥐’와 중국어‘지’의 발음은 놀랄 만큼 흡사하다. 폭소가 터졌다. 그녀의 친구들 중엔 우리가 알만한 예술가들도 있다.“쩡판쯔와는 아주 잘 아는 사이죠. 미국 집에 그의 작품이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몇몇 친구들도 그의 그림을 소유하고 있는 걸요.”그녀는 웬디 머독과 함께 영화 제작도 준비하고 있다. 웬디는 그녀의 친구이자 미디어 거물 루퍼트 머독의 아내로 중국 본토 출신이다(웬디는 요르단의 왕비나 까를라 브루니, 니콜 키드먼 등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심심찮게 뉴스에 등장한다).“하나의 영화 소재가 있을 뿐,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아직 많은 진전이 있는 건 아니에요. 30년대 중국 여성의 이야기로 우린 이 대본을 아주 좋아하죠. 제작사의 설립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그녀는 이틀 전, 미국에서 돌아왔다. 마치 충무로와 여의도를 오가 듯 그녀는 대륙을 넘나들고 태평양을 횡단한다. 그녀에게 할리우드에서의 생활을 물었다.“전 미국에 살고 있을 뿐, 할리우드의 삶을 살고 있진 않아요. 그 생활이 어떤 건지 전혀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은 걸요(웃음). 직업상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긴 하지만 일을 하지 않을 땐 평범한 사람들과 몹시 정상적인 삶을 살죠. 당연히 전용기 같은 건 없어요. 하하.”북경에 머무는 동안엔 친구들을 초대해 다양한 음식을 즐긴다. 그녀의 맛집 리스트엔 한국 식당도 포함되어 있다.“불고기처럼 특히 불에 구워먹는 고기 요리를 좋아해요. 북경엔 서라벌 식당이 맛있어요.”언젠가 브랜드 화보 촬영 차 한국에 왔을 때는 일부러 주문을 넣어 스튜디오 안에서 삼계탕 한 그릇을 비우기도 했다. 믿을 수 없겠지만 그녀는 다이어트라고는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살이 안 찌는 체질인 걸요.”23인치의 허리를 지닌 얄미운 대식가!

    마침내 그녀가 나선형의 계단 위에 아슬아슬하게 포즈를 취하고 섰다. 장의 가녀린 몸을 휘감은 한송의 붉은 실크 천은 용의 비늘처럼 아름다웠다. 깃털처럼 흔들리는 눈부신 시폰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는 천사, 매혹적인 레드 새틴 드레스의 팜므 파탈, 20년대의 낭만을 재현하는 소녀. 커다란 코사지로 장식된 부케 드레스를 입고 카페에 앉았을 땐 피어나는 꽃이었다.“영화 속 그녀는 아름다운 동시에 강인해요. 들꽃처럼, 야생의 무언가가 남아 있죠.

    장쯔이라면 꽃과 함께 있어도 전혀 그 아름다움이 시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 했어요.”자신의 쇼를 위해 제작한 피날레 드레스를 장에게 선물한 디자이너 하상백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장쯔이는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생득적 능력이다. 그녀는 이 거대한 쇼의 주인이었다. 촬영이 진행되는 틈틈이 자신의 사진을 체크하는가 하면, 230mm의 작은 발에 꼭 맞는 화이트 슈즈를 보고‘Nice’를 연발했고, 어떤 드레스에 대해서는 디자이너가 누구인지 자세히 물어보기도 했다. 오스카 패션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녀는 패션을 사랑한다.“요즘에 좋아하는 건 쇼트 팬츠에 롱 부츠나 다양한 컬러의 스타킹을 매치하는 스타일이에요. 프라다나 아르마니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의 브랜드들은 말할 것도 없고, 창의력이 돋보이는 오늘 의상들도 무척 마음에 들어요.”

    중국에서 만난 어떤 사람들은 이 땅의 빠른 변화 속도에 멀미를 느낀다고 했다. 과거를 향수하는 이들은 급변하는 도시와 개인의 정체성 사이에서 오는 아이러니를 토로한다. 시대의 순풍에 가볍게 몸을 실을 줄 아는 또 다른 한 무리의 사람들은 이 모든 변화 자체를 즐긴다. 패션에 열광하며 정보에 빠르고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한 자신감 넘치는 젊은 세대들이다. 장쯔이는 후자에 속한다.“훨씬 더 좋아졌는데 왜 아이러니를 느껴야 하죠? 물질적으로는 분명 풍족해졌잖아요.”그녀는 현재에 만족한다.“ 단순히 비교를 해보면, 내가 어렸을 땐 한 가구의 소득이 매월 1천 인민폐 정도였지만 지금은 1만 인 민폐에 달해요. 예전엔 텔레비전도 3개 채널만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무수히 많은 채널이 있죠. 그땐 외국 여행을 할 수 있는 가구가 1%도 안 되었지만, 이젠 대부분의 가정이 원하기만 한다면 해외 여행을 떠날 수 있고요. 중국의 경제 성장은 국민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켰어요.”

    장쯔이는 새로운 중국의 숭배자다. 재능이 넘치고 물질적이며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그녀는 현대 중국을 대표한다. 스스로 기회를 움켜쥔 아시아의 신데렐라. 그날 밤 기온은 영하 2도로 떨어졌고 10월의 거리엔 맹렬한 바람이 불었다. 그녀는 유리구두 대신 호쾌한‘굿바이’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북경의 차가운 밤하늘엔 지금도 세상에서 가장 쿨한 대륙의 별이 빛난다.

    핑크와 화이트, 산호빛 실크로 커다란 코사지를 만들어 타이트한 데님 드레스에 장식했다. 드레스는 하상백(Ha Sang Beg). 화이트 슈즈는 쟈뎅 드 슈에뜨(Jardin de Chouette).

    “은은한 빛을 발하는 동양적인 국화의 이미지를 얇은 실크 소재로 형상화했어요. 보디컨셔스하게 디자인된 핑크빛 데님 소재 위에 파스텔톤의 핑크와 산호색, 그리고 바이올렛 컬러의 다양한 코사지들을 장식해 한 송이 꽃처럼 장쯔이를 표현하려 했죠.”-하상백

    진한 붉은 드레스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를 꼽자면 아무도 장쯔이를 능가할 수 없을 거예죠. 요염한 그녀의 이미지와 레드, 그리고 꽃이라는 연결고리는 그러데이션된 레드 드레스로 발색되었지요. 꽃잎처럼 얇으면서도 볼륨감 있는 한복 소재와 실크 프린트로 완성된 레드 그러데이션, 그리고 오리가미 기법을 이용한 이 레드 드레스는 그녀를 통해 한 송이 꽃처럼 피어나겠죠.”-이상봉

    실크 소재를 손으로 찢어 완성한 머메이드 레드 드레스는 한송(Hansong).

    “장쯔이와 중국, 그리고 레드는 제게 선명한 영감을 선물했지요. 붉은색 실크 원단을 손으로 찢어 수작업으로 완성한 머메이드 드레스가 용의 비늘처럼 그녀의 보디 위를 감싸며 아름답게 빛나길 바랐습니다.”-한송

    연한 아이보리 컬러에 비즈 장식으로 우아함을 더한 홀터넥 드레스는 한혜자(Haneza), 진한 핑크빛 새틴 힐은 수콤마보니(Sue Comma Bonnie).

    “날개가 꺾여 땅에 머물게 된 추락천사. 비상을 꿈꾸는 천사의 이미지가 그녀에게 투영되었어요. 퓨어 화이트에 진주 장식의 시폰들이 레이저 커팅되어 마치 깃털처럼 날리는 드레스는 장쯔이의 순수하고 청초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죠.”-한혜자

      에디터
      이지아, 이미혜
      포토그래퍼
      오중석
      브랜드
      강진영, 샤넬, 크리스찬 디올, 쟈뎅 드 슈에뜨, 티에스이, 루비나, 이상봉, 퓨어리, 하상백, 한송, 슈콤마 보니, 한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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