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 키드만의 양면성

현명하고 아름답고 열정적인 이 시대의 여인의 초상 니콜 키드만이 내슈빌에 사는 컨트리 가수의 아내가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레드 카펫의 여신이자 소박한 컨트리 걸이기도 한 그녀의 아름다운 양면성에 대하여.

에르메스의 캐시미어 카디건에 인해빗(Inhabit)의 터틀넥을 입은 내추럴한 모습의 니콜 키드만. 그녀의 조각 같은 얼굴이 아침 햇살에 눈부시다

내슈빌에선 비가 내리지 않는다. 퍼부을 때만 빼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새로 둥지를 튼 내슈빌의 목가적인 장소에서 만나려던 니콜 키드만 (Nicole Kidman)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흥이 깨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막을 순 없다. 키드만의 삶을 지켜본 사람들은 그녀가 폭풍우 때문에 움츠러들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다.

윈도에 선팅을 한 블랙 스포츠카를 타고 나타난 그녀는 오늘 일과에 어울리는 워킹 슈즈에 현대판 메리 포핀스처럼 우산을 휘두르며 차에서 뛰어내렸다. 키드만은 걷는 걸 좋아한다. 마라톤을 했던 그녀의 아버지는 니콜과 여동생을 시드니의 야산에 데려가곤 했다. 내슈빌은 그녀에게 그곳을 상기시켜준다. 키드만이 이곳을 집처럼 편안하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도 그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벗어나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멋진 경치가 보이는 오솔길 코너를 돌면서 키드만은 외양간 올빼미가 둥지를 튼 나무와 백조들이 헤엄치고 비버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안개 낀 호수를 가리키며 자신이 이곳의 주인인 듯 자부심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거의 매일 이곳에 와요. 정말 평화로운 곳이에요. 명상을 하기도 좋죠.”

여배우들에겐 변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내슈빌의 니콜’이란 새로운 타이틀은 그 누구보다 키드만 자신을 놀라게 했다. “어제 집 베란다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곳에 있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생각했어요.” 시드니에서 같은 호주 출신의 컨트리 가수 키스 어번과 결혼식을 올린 지 겨우 두 달이 지났다. 그리고 여기 인생의 전환기에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던 톰 크루즈와의 이혼 후유증에서 벗어난, 마흔살을 바라보는 니콜이 있다. 식을 올린 지 몇 주 지나지 않아 예정된 전국 투어를 앞두고 어번이 알코올 문제로 자진해서 재활원에 들어가는 바람에 컨트리 싱어의 아내라는 새 삶에 미묘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듯했지만, 지금 그녀는 무척 행복해 보인다.

“이제 이 곳이 제 집이에요” 라고 그녀는 단어 하나하나를 음미하듯 말했다. “몇 년 만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에요. 저는 뿌리를 내리고 싶었어요. 너무 오랫동안 뿌리 없이 살았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녀는 꿈꾸듯 자신의 팔을 움켜잡았다. “이제 떠돌아 다니는 것 같지 않아요. 제가 모든 걸 호흡하며 사는 건 지금이 처음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녀는 실제로 숨을 들이마셨다. “살아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해요. 이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녀는 땅에 뿌리를 내렸다고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라파엘 전파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시스루 블루 앤 화이트 블라우스와 스키니 진을 입은 그녀는 날카로운 파란 눈에 갈대처럼 마르고 유별나게 창백해 보였다. 바람만 불어도 우산과 함께 하늘로 날아갈 듯 그렇게 연약해 보였다. 그녀가 자주 목이 터져라 웃음을 터뜨릴 때만 빼고. 그 웃음은 감히 다가갈 수 없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조금은 친근하게 해주었고, 인생을 바꿔놓은 사건들을 얘기할 때에도 대화를 좀더 가볍게 만들어줬다. 지금 그녀는 낡은 의자 두 개가 놓인, 비를 피할 수 있는 대피소를 찾아냈다. 그녀는 그 중 덜 편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지난 20년간 힘들게 깨달은 지혜에 대해 아주 담담하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로간(Rogan)의 집업 카디건에 랄프 로렌(Ralph Lauren) 블루 라벨 팬츠를 입고 어깨에 지방시(Givenchy)의 아노락을 걸친 키드만.

“20대엔 관계를 발전시키기가 아주 힘들지요. 사람들은 ‘스물 두 살엔 결혼하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들지요. ‘그들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라!’ 하지만 지금은 과거를 돌아보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그게 사실일지도 몰라.’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과 자기 본래 모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걸 깨닫지 못합니다. 이제 많이 달라졌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게 큰 교훈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때론 자신이 원치 않거나 두려울 때 솔직하게 털어놓을 배짱을 가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인생에는 온갖 우여곡절이 있게 마련이지요. 그러므로 마음을 단단히 다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뒤늦은 깨달음을 비웃는 듯, 톰 크루즈와의 결혼 생활을 회상하며 다음 말을 이었다. “솔직히 평생 벗어날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와 결혼했었다는걸 후회하지 않아요. 그건 제 인생의 11년이란 기간이었어요. 50년이 아니라 11년이었다구요. 그것이 끝났을 때 저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면서 서서히 자신감을 되찾아야 했어요. 제 관심을 끄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저는 감정이 아주 풍부한 사람이지만 그것이 제게 힘을 주진 못했죠.”

첫 결혼의 실패와 두 번째 결혼의 가능성 (2005년초 호주의 한 시상식 디너 파티에서 어번을 만났다) 사이의 5년 동안 “저는 잠들어 있었어요”라고 키드먼은 회상한다. “저는 뭔가에 덜컥 뛰어드는 타입이 아니에요. 아주 조심스러웠고 상처를 입었었지요. 많은 것을 감추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했습니다. 제 사랑은 온전히 영화에 바쳐졌어요. 다행히 완전히 몰두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랑의 힘을 신봉하는 사람입니다. 희망을 포기한건 아니었어요. 그저 잠들어 있었을 뿐이지요. 지금은 다시 깨어난 기분이에요.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살아가기보다 제 자신이 되는 법을 배웠지요.”

가슴에 골드 플레이트 장식이 된 베르사체(Versace)의 황금색 저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내슈빌의 자연과는 대조적인, 예술품 같은 우아한 여신의 아우라를 발산한다.

요즘 그녀는 자기답게 살기 위해 토요일마다 태국 요리 수업을 받고, 어번이 출연하는 내슈빌의 음악 쇼를 보러 가고, 함께 여행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시적인’아이디어들을 작업하고 있으며 단편집으로 엮을지도 모른다), 영화 일을 줄이고 있다. 외부인의 눈에는 그녀의 스케줄이 꽉 찬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키드만은 작년에 겨우 석 달만 일했다.

“지금도 복잡하면서도 그 복잡함 때문에 아름다운 여인을 연기하는 것에 마음이 끌립니다. 그 인물이 제 흥미를 끄는지, 감독이 제 호기심을 유발하는지, 그리고 제가 그 역할에 몰두할 마음이 있는지에 따라 작품을 결정합니다. 어떤 나이가 되면 이 세상엔 아주 멋진 다른 일들도 많다는 걸 깨닫기 시작하게 되죠.”

물론 이런 냉담함은 그녀가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까지만 지속된다. 그 다음엔 자신의 작업에 초자연적으로 몰두한다. 얼마 전에 개봉한 인상 깊은 영화 <Fur> (이 작품에서 세상을 떠난 사진가 다이안 아버스 역을 맡았다)를 감독한 스티븐 셰인버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 영화를 찍을 때 촬영 감독이 ‘액션’과 ‘컷’ 사이에 이보다 더 뛰어난 연기를 펼치는 배우를 본적이 없다고 말하더군요. 카메라 앞에서 리얼하고, 즉각적이고, 본능적이고, 생생한 무언가가 일어났었죠.”

키드만의 테크닉은 맨 먼저 ‘감정적, 기술적 숙제’를 풀면서 자신의 역할을 준비하는 것이다. 세트장에서 그녀는 “스태프들을 너무 잘 알게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저처럼 부끄럼이 많은 사람은 고집을 부리거나 스스로를 보호하거나 본래의 자신을 바꾸려고 하지요. 그건 아주 위험합니다. 대신 감독과 출연 배우들과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요.”

자신이 맡은 배역들을 창조하기 위해 그녀는 그들을 느끼려고 노력한다.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진실을 깊이 추적했던 사진가 다이안 아버스는 자신의 부유하고 안전한 배경 (제목인 ‘Fur’(모피)는 부분적으로 모피 제조업자이자 뉴욕의 백화점 주인이었던 그녀의 가족을 의미한다)과 남편과 함께 해온 패션사진을 버리고 정상적인 삶의 가장자리에 있는 실제 인물들을 사진에 담았다. 나체주의자, 성도착자들, 기형인 서커스 단원들 등등. 그녀는 그들을 ‘삶의 귀족’이라 불렀다. 어떤 면에서 그녀의 작업 과정은 키드만이 경험하고 있는 연기 과정과 비슷하다. 그녀는 아버스의 오픈된 감정에 친밀감을 느꼈다. “저는 가공되지 않았다는 평을 받아왔어요. 남편도 ‘당신의 그런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을 보호하고 싶어’라고 말하더군요.” 새로운 애니메이션 영화 <Happy Feet>에서 그녀와 함께 목소리 연기를 한 휴 잭먼은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녀는 연기할 때 번지점프를 하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기꺼이 뛰어내릴 준비가 되어 있지요. 대부분은 성공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도 항상 모든 것을 쏟아 붓습니다.”


은막의 여왕, 유일무이한 레드 카펫의 여신으로 칭송받는 니콜 키드만에게 캐롤리나 헤레라(Carolina Herrera)의 실버 브로케이드 드레스는 드라마틱하게 잘 어울린다. 귀고리와 목걸이는 S.J. 필립(Phillips).

키드만은 자신의 프로젝트들 중 어떤 작품들이 다른 작품들 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란 사실에 대해 아주 담담하다. “저는 어떤 사람에겐 감동을 주지만 어떤 사람에겐 그렇지 못한 추상적인 작품을 만드는 일에 계속 전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 때문에 비난을 받을 수도 있고 찬사를 받을 수도 있지만 제가 그런 노선을 걷는 것이 기뻐요. 그런 위태로운 절벽에 매달려 있지 않으면 제 스스로에게 실망할 거예요.” 도발적이고 낯선 영화 <Secretary>를 감독한 스티븐 셰인버그가 만든 똑같이 도발적이고 낯선 아버스에 관한 영화 이외에도 최근 키드만이 기꺼이 뛰어든 작품들로는 노아 바움바흐의 <The Squid and The Whale>의 후속작과 올리버 히르시비겔의 최신작 <The Invasion> (외계의 전염병으로부터 지구를 구하려고 하는 정신과 의사 역)이 포함되어 있다.

“SF 영화는 처음이에요. 그렇게 거침없는 독일 감독 밑에서 그런 작품을 한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내년 봄에는 바위로 뒤덮인 호주 북서부의 킴벌리 지역에서 촬영하게 될 바즈 루어만의 영화에 모든 정열을 바칠 예정이다. 루어만은 격렬하고 낭만적인 이 서사극에서 거친 풍경을 이용해 두 주인공의 감정을 표현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곳이 북부라는 점만 빼면 웅장한 서부극 같을 거예요” 라고 그는 농담한다. 키드만은 목장 주인인 바람둥이 남편을 찾아 호주로 오는 30년대 영국 귀족 여인 역을 맡았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험프리 보가트 타입의 하층민 출신인 불쾌한 소몰이꾼’을 만나게 된다. 이 역은 잭먼이 맡았고 아프리카 여왕풍의 시나리오도 준비됐다(정말 기대된다!).

<물랭 루즈>에서 키드만과 팀을 이뤘던 루어만은 그녀의 특별한 역량을 ‘독특한 종합선물세트’ 로 묘사했다. “니콜 키드만은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아주 멋진 배우예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아이콘적인 역을 연기하면서 관객들을 열정과 감정으로 가득한 여행으로 안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훌륭한 ‘옛날 스타일의 무비스타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객들에게 열정과 감정을 불어넣는 재능은 그녀가 자신이 선택한 영화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걸 의미하며,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하는 재능은 영화 전체를 압도하지 않는다는걸 의미한다. 노아 바움바흐는 키드만이 제작 과정에 완전히 몰입하는 타입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배우로서, 영화 스타로서 갖고 있는 재능들을 모두 발휘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겉돌지 않지요. 바로 그것이 다른 배우들과 다른 점이죠. 현재 셀레브리티 문화를 감안해 볼 때 그것은 아주 드문 일입니다.”

어쨌든, 키드만은 자신의 명성과 아주 솔직한 관계를 형성해온 듯하다. “스스로에게 편안함을 느끼는 니콜을 보는 게 좋아요” 라고 잭먼은 말한다. 그와 키드만은 수년간 친구로 지내왔다. “그녀는 늘 아주 자연스럽고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그녀의 결혼식이 어땠는지 물으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 결혼식 다음으로 최고였어!’ 연예계에서 그 정도의 위치에 있는 두 호주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정말 사랑스럽고 놀라울 정도로 진실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평가절하하기 쉽지요. 그건 평범한 호주인의 결혼식 같았습니다.”

실제 만나본 키드만이 연약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보여줬다면, 과거에 약물과 알코올과 싸워온 그녀의 새 남편 역시 연약한 면을 갖고 있다. 그런 과거가 재현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술을 다시 마실 가능성에 대해 혼전 계약이 이뤄졌다는 기사까지 있었지만 키드만은 부인했다). 이렇게 빨리 그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그녀는 분명 허를 찔린 기분일 것이다. 하지만 어번과 함께하는 삶을 보호하겠다는 생각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언젠간 남편과 제가 우리가 원하는 것과 도달하고자 하는 곳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 우린 테네시 주의 이곳에서 아주 조용하고 심플한 삶을 살고 싶어요. 각자의 일을 하다가 서로에게 돌아오는 거지요. 우리는 아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고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가족과 너무 많은 시간을 떨어져 보냈어요. 그래서 이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내슈빌 사람들은 그들의 삶을 침범하는 대신 친절한 관심을 보여줬다. 침범은 그들의 사생활을 엿보기 위해 런던에서 LA까지 날아온 파파라치들의 몫이다. “그건 악몽이에요” 라고 그녀는 냉담하게 말했다.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의 카디건과 팬츠를 입은 니콜 키드만. 호주 출신의 그녀에겐 이런 컨트리 걸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그녀가 크루즈와 함께 입양했던 이자벨라와 코너는 키드만&어번 부부와 크루즈&홈즈 부부의 집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있어서 그 아이들은 아주 부자라고 할 수 있어요” 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리고 평생 여행을 했기 때문에 적응력이 뛰어나지요.” 그녀와 크루즈는 아이들에 대해 얘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우리는 아이들이 20대가 됐을 때, 혹은 그들이 원할 때 직접 자신의 얘기를 하게 하자고 합의했어요.” 그러나 그녀는 엄마로서의 작은 자부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제 딸은 너무나 사랑스러워요. 13살인 그 아이가 그렇게 많은 일을 겪었으면서도 모든걸 용서한다는 사실이 저를 감동시킵니다. 그 아이는 힘든 나이에 접어들었어요. 그래서 머리가 복잡할 거예요. 하지만 생각이 아주 깊지요.”

우아한 볼륨감이 넘쳐 흐르는 잭 포즌(Zac Posen)의 자가드 드레스와 프레드 레이톤(Fred Leighton)의 다이아몬드 귀고리가 니콜의 아름다움에 판타지를 더한다.

“다시 엄마가 되고 싶어요. 늘 피지 섬에 정착해 살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롱차림으로 머리를 엉덩이까지 풀어헤치고 아이들이 저를 졸졸 따라다니는 상상만 해도 즐거워요. 조카들, 사촌의 아이들, 그리고 제 아이들. 모든 아이들이 다 모이는 거죠.” 그러나 그녀가 바다건너로 칩거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다급한 일들이 있다. 그녀는 필립 풀먼의 어린이 3부작 <His Dark Materials> 중 크리스 와이츠가 각색한 제1부에서 쿨터 부인을 연기하기 위해 곧 런던으로 떠날 것이다. “제가 한동안 하지 않았던 악당 역이죠.” 그리고 빈티지 숍 버지니아도 둘러볼 계획이다. “20년대와 30년대는 제가 좋아하는 시대예요. 여기서도 20년대 드레스를 입곤 해요. 왜냐하면 날이 아주 덥거든요.” 그녀는 여성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UN 친선대사 자격으로 코소보와 인도로 현지답사를 갈 예정이다. “그건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나라들과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있어요. 기꺼이 수고를 아끼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Cold Mountain>을 찍는 7개월 반 동안 루마니아의 고아원을 방문했었고, 그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얘기했다. 거기서 그녀는 한번에 30분씩 아이들을 안아주는 걸로 힘을 보탰다. 그녀는 지금도 그 고아원에 돈을 기부하고 있다. 그리고 물론 어번의 재활 프로그램도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두 사람에게 힘든 시간일 것이다.

이 시대의 여인의 초상, 니콜 키드만의 매혹적인 자태를 감상하시라! 먹물이 스민 듯 헴라인이 그러데이션 된 지방시(Givenchy) 오뜨 꾸뛰르 드레스와 프레드 레이톤(Fred Leighton)의 보석으로 치장한 니콜.

뭔가를 추구하고 쉽게 감정이 이입되는 천성으로 인해 그녀는 복잡한 (그리고 종종 어두운) 작품들을 찍곤 한다. 그녀에게 탐구는 해답을 찾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녀는 감독들이 좋아하는 수수께끼 같은 면을 잃지 않고 있다. 쉐인버그는 다이안 아버스 역에 ‘카메라 앞에서 항상 신비롭고, 복잡하고, 알 수 없는 내적인 삶을 지닌 그런 배우’가 필요했다. “키드만과 함께 있을 때 여러분은 늘 알 수 없을 겁니다. 항상 어떤 의문이 들 거예요. 그녀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끊임없이 흥미를 불러일으키지요.” 물론, 그것은 그녀 스스로 환영하는 그런 자질이다. 미국인들은 톰 크루즈와의 파경 이후 회복 기간 동안 그녀가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을 것이다.

“전 정말 그것을 이해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 건 상관없어요. 죽을 때 제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좋아요.” 게다가 이렇게 무자비한 영화계에서 마흔 살이 된다는 사실에 대해 그녀는 어떤 불안감도 느끼지 않는다. “나이는 우리에게 상처를 주지요. 하지만 우리들 중 그것을 바꿔줄 사람이 나타나길 바랍니다. 50대와 60대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여자들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인구통계학적으로 볼 때 40세 이상의 여자들을 다룬 영화를 보러 갈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그녀는 메릴 스트립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에서 아주 근사했다”고 말한다. “마돈나는 강하고 매력적이며 콘서트 티켓과 앨범을 팔 수 있는 사람이지요.” 키드먼은 로렌 바콜이 오스카상을 받고 셜리 매클레인이 AF1 평생 공로상을 받는 걸 보고 싶다. “그러면 아주 행복할 거예요. 그녀를보세요. 정말 근사하지 않나요?”

갑옷처럼 디자인된 베르사체(Versace)의 골드 칵테일 미니 드레스를 입은 니콜 키드만. 골든 블론드의 롱 헤어와 함께 눈부시게 아름답다.

키드만의 가장 큰 매력은 쉽게 지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편이 술을 마셨을 때 ‘사랑, 고통, 그리고 모든 미친 짓’을 포용한 그녀에게 중요한 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세상과 경험을 향해 스스로를 오픈하는 것 말이다. “그녀는 새로운 단계로 올라가기 힘든 그런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도전할수있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니콜일 겁니다” 라고 루어만은 말한다.

“삶의 재창조와 재발견이라는 측면에서 그녀는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지요.” 키드만이 어번과의 동화 같은 사랑의 질풍노도를 잘 이겨내길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숲에서 마지막 한 바퀴를 돌면서 키드만은 내게 올빼미를 가리키며 “좋은 징조예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가족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 그들은 저를 아주 잘 아는 사람들이지요. 바로 그 점이 저를 미치지 않게 해주죠.” 그녀는 작년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전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할머니에 대해 얘기했다. “할머니는 제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던 분이셨어요. 세상을 떠나시기 직전에 전화로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니키, 행복하게 살거라.’ 계속 그 말만 속삭이셨어요.” 지금 키드먼은 할머니의 말씀대로 살려고 애쓰고 있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다.

여배우의 일상적 아름다움! 랑방(Lanvin)의 트렌치와 랄프 로렌(Ralph Lauren)의 캐시미어 레깅스 차림의 니콜 키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