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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현, 김강우의 마린 보이

2016.03.17

by VOGUE

    조재현, 김강우의 마린 보이

    조재현과 청년 ‘햄릿’ 김강우가 수중범죄 영화 <마린 보이>에서 만났다. 땅의 밑바닥까지 추락한 ‘나쁜 남자’ 조재현과 물의 밑바닥까지 내던져진 ‘선수’ 김강우를 동시에 심문하기 위해 <보그>의 렌즈를 ‘탑’에서 고정시켰다.

    그들은 숙명적으로 타인의 인생을 산다. 때로는 몸 이 밧줄에 칭칭 감긴 듯한 기분으로 생의 밑바닥까지 추락하기도 한다. 흙을 뚫고 올라오는 식물처럼, 수면 위로 숨을 내뿜는 돌고래처럼, 영화라는 작업 이 끝나면 지옥의 챕터를 지나 제3의 생을 공기처럼 대면한다. 조재현과 김강우는 지금 막 〈마린 보이〉라는 수중범죄 영화 한 편을 마쳤다. 조재현 이 마약 조직의 보스로, 김강우가 몸으로 마약을 운반하는 전직 수영 선수로. 그들 이 어떻게 밑바닥 인생에 흘러들었는지, 기어이 밑바닥에 그들을 눕히고 나 서야 그 기분을 알 수 있었다. 조재현과 김강우는 누워서 얘기했다. 정신병자인 앨런에 대해, 우유부단한 햄릿에 대해, 타인의 인생에 대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조재현 , 영원한 에쿠우스

    VOGUE 마약 조직의 사악한 보스를 연기하셨더군요. 김기덕 감독의 서정적인 페르소나‘나쁜 남자’에서 얼마나 멀리 가셨습니까?
    조재현 ‘나쁜 남자’는 현실 세상에서 존재할 수 없는, 너무나 가여운 불한당 이었죠.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창녀로 만들다니요! 〈마린 보이〉에서 내가 연기한 강 사장은 ‘악역’일 뿐, ‘악’의 원형은 아닙니다. 나쁜 사업을 하는 평 범한 남자죠. 감정의 아킬레스건처럼 내가 살기 위해 죽인 선배의 딸(박시 연)에 대한 연민과 동정도 질기게 남아 있습니다.

    VOGUE 나쁜 사업을 하면서 선배의 딸을 돌보는 평범한 남자라… 〈달콤한 인생〉의 김영철이나 〈타짜〉의 김윤석, 〈비열한 거리〉의 천호진과는 다른 비 정한 연기를 하셨겠군요. 〈레옹〉의 게리 올드만이나 〈갱스 오브 뉴욕〉의 다 니엘 데이 루이스의 비열한 면과는 또 어떻게 다른가요?
    조재현 저는 냉동 소시지로 사람을 때려죽일 만큼 행동은 잔인하지만, 정작 카메라를 압도할 만큼 멋있거나 센 인물은 못됩니다. 나약한 인물이죠.

    VOGUE 연극 〈에쿠우스〉에서 여섯 마리의 말의 눈을 찌른 소년 앨런이 생 각나는군요. 6년 전, 제게 〈에쿠우스〉의 무대 리허설 직전에, 배우의 몸 속엔 ‘나쁜 피’가 흘러야 한다고 얘기하셨죠?
    조재현 〈에쿠우스〉와 앨런은 제 가슴속의 영원한 배역입니다.

    VOGUE 이번 영화에서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은 언제였나요?
    조재현 라스트 신. 차가 절벽에서 떨어지고 타이어가 불 타고 그런 인공적인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와이어를 달고 연기한다는 게 당황스러웠어요.예컨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연기 스타일은 인간 대 인간으로 하는 다이얼로그 게임 이거든요.

    VOGUE 물과 불에서의 연기를 선택하라면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조재현 김기덕 감독의 〈악어〉에서는 한강에서 노팬티로 다이빙을 해야 했죠. 〈섬〉에서는 물 한가운데서 허우적거리다가 익사할 뻔했어요. 그래도 물을 택 하겠습니다. 불은 너무 강하고 불이 꺼진 뒤의 잔해가 허무한 인생 같습니다. 물은 시작도 끝도 없어 보이잖아요.

    VOGUE 카메라 렌즈를 볼 때는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조재현 부디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을 발견해주길! 〈나쁜 남자〉에서 키스하다가 렌즈를 쳐다봤을 때가 잊혀지지 않는군요. 내가 모르던 얼굴이 거기 있었어요.

    VOGUE 남자 대 남자로서 김강우를 어떻게 보십니까?
    조재현 김강우는 온순해 보이지만 강한 친구예요. 가슴속에 응어리가 있지만 작은 것에 흔들리지 않죠. 나는 그 나이 때 그러지 못했어요. 나의 연기에 대해, 인생에 대해 항상 불안하고 불편해했거든요.

    Q 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심문을 시작하겠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유명한 프랑스의 문인 프루스트가 열세 살 시절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이 문답놀이를 했다고 하는군요. 일명 프루 스트의 질문. 이후 19세기 파리 살롱가의 즐거운 여흥이 되었고, 현재에도 프랑스의 어느 TV 방송국에서는 동명의 명사 인터뷰 프로그램을 20년째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심문의 밀도를 위해서 경어를 쓰지 않겠습니다. 첫째, 당신 성격의 가장 큰 특징은? A 뭔가 능동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즐기고 찾아서 한다는 것.예컨대 대학로의 ‘연극열전’과 연극 〈에쿠우스〉같은 일. 반면 나이 들수록 섬세하고 세심한 면이 상처를 잘 받는 쪽으로 변해간다.

    Q 당신 자신의 어떤 면을 특별히 사랑하는가? A 누군가를 특별히 미워하지 않는다는 점.

    Q 스스로의 충동적인 면에 대해서는? A 바로 그 점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가장 충동적이었던 사건은 고 1때 집을 나갔던 것, 그리고 결혼을 일찍 해야겠다고 결심했던 것. 결론 은 둘 다 나쁘지 않았다.

    Q 당신이 꿈꾸는 행복은? A 이 세상에서 내가 죽어 없어질 때 내 자신이 인정할 만큼 완성돼 있 었으면 좋겠다.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 인도의 걸인 할머니들과 편안하게 눈을 마주치고 있기를 바란다.

    Q 염세적이군. A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가 행복이기도 하고 불행이기도 하니까.

    Q 좋아하는 작가는? A 〈에쿠우스〉를 쓴 피터 쉐퍼. 그는 현대인의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대해 질문한다. 그건 내 연기뿐 아니라 내 삶 자체에서 굉장히 중요한 화두다.

    Q 좋아하는 시인은? A 가수 김광석. 그 친구 노래에는 시보다 더 시적인 영혼이 깃들어 있다.

    Q 당신이 기억해야 할 역사적 인물은? A 〈아리랑〉을 만들었던 춘사 나운규. 대한민국 영화 연기 의 개척자와 같은 분. 폐결핵으로 돌아가셨다.

    Q 마음에 담고 있는 격언은? A 자수성가한 아버지께서 하셨던 말씀으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 를 돕는다.’

    Q 가장 이상적인 남자의 애티튜드는? A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 고로 남자로서의 이점과 결점 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이점만 취해서 남자인 척 하려고 들면 꼴통 마초나 철부지로 보일 것 이다.

    Q 당신 머릿속에 존재하는 여성의 결정적 이미지는? A 여자는 남자보다 우월하다. 어머니의 가 슴만 봐도 우월하다는 판정이 나온다. 엄마의 가슴 앞에 있는 모든 남자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어머니는 여자다.

    Q 좋아하는 음악가는? A 살리에르. 모차르트 뒤에서 2인자의 숙명적 비극을 겪었기 때문에. 마 라톤도 황영조보다 항상 2등만 했던 김완기를 좋아한다. 2등의 삶은 굉장히 풍성하다. 1등을 인 정하고 3등을 이끌 줄 아는 2등이라면 그야말로 아름다운 2등이 아닌가?

    Q 좋아하는 화가는? A 빈센트 반 고흐. 고흐의 우울했던 삶과 정신세계가 그의 그림을 완성했 다. 그 그림은 그냥 손으로 그린 게 아니다. 그리고 어릴 때 나는 화가가 되고 싶었다.

    Q 좋아하는 새는? A 제주도에서 본 까마귀. 일본에서는 길조이고, 한국에서는 흉조인 까마귀가 일본과 한국 사이에 있는 제주도에선 어떤 의미일까? 가까이서 봤더니 아주 온순해 보였다.

    Q 가장 좋아하는 소설 속 인물은? A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영화 〈데미 지〉처럼 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사랑했던 여인(오!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한 어린아이가 돼버리는 걸까. 아니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중학교 때 처음 읽었던 소설이다.

    Q 가장 좋아하는 군사 행위는? A 이게 무슨 짓인가?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게 다행이다.

    Q 어디에서 살고 싶은가? A 용기만 있다면 인도, 티베트, 네팔 등 아시아권의 못사는 나라의 시 골에서 반 년씩 살다가 떠나고 싶다. 아내에게 얘기했다가 면박만 당했다.

    Q 특별히 아끼는 당신의 작품은? A 연극은 〈에쿠우스〉, 드라마는 〈피아노〉, 영화는 김기덕 감독 의 〈악어〉와임권택 감독의 〈천년학〉.

    Q 당신이 겪은 인생의 밑바닥은? A 대학을 졸업하고 연기하겠다고 돌아다니던 20대 시절. 한계 에 부딪혀 끝없이 갈등했다.

    Q 가장 싫어하는 것은? A 이렇게 꼬치꼬치 캐묻는 것. 왜 그런 걸 찾아 고민하게 만드는가?

    Q 현실이 강퍅해져도 버릴 수 없는 이상은? A 자유. 아무도 날 컨트롤할 수 없다. 하기 싫은 건 안하고 하고 싶은 건 한다. 그렇게 살 수 있는 게 선택된 삶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Q 이 하드보일드한 세상에 범죄의 기원은 무엇일까? A 결혼과 가족 제도는 인간을 윤리적으로 컨트롤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가장 안전한 족쇄다. 건강한 지구를 위해 결혼이 필요하지만 인간 에게는 수갑과 같다. 범죄도 인간들이 누릴 수 있는 가벼운 유흥이며 특권이었다. 건강한 지구를 위해 지금은 병리적인 욕망으로 퇴화됐을 뿐.

    김강우, 건강한 햄릿

    VOGUE 남자 대 남자로서 조재현을 어떻게 상대하시겠어요?
    김강우 200m자유형 수영을 제안하겠어요.

    VOGUE 물 속에서라면 그를 이길 수 있다는 속셈이군요. 바다 밑에서 촬영 하는 기분이 어땠나요?
    김강우 말할 수 없이 마음이 편했어요. 처음엔 호흡이 안 되고 장애가 생기죠. 그러다 점점 잡념이 사라지고 집념이 생깁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기 때문에 긴 막대기로 바닥을 쳐서 컷과 액션을 알려줘야 할 정도였어요.

    VOGUE 덕분에 멋진 보디라인을 훈장처럼 갖게 됐군요.
    김강우 몇 달 동안을 야채와 닭가슴살만 먹고 지냈습니다(이전 영화 〈식객〉 에선 내내 황복어 같은 진수성찬을 먹고 지냈죠). 게다가 하루에 스킨스쿠버 와 수영, 웨이트 트레이닝을 동시에 해야 했어요. 혹독한 나날이었습니다.

    VOGUE 범죄의 수사학적인 측면에서도 〈마린 보이〉의 착상은 좀 잔인하더군요. 전직 수영 선수가 도박에 휩쓸려 마약을 몸에 담아 운반하는 도구로 사용된다니.
    김강우 감독이 창작한 범죄였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놀랍게도 실제 범죄사례집에 기록돼 있더군요.

    VOGUE 이번 영화서 배운 가장 혹독한 교훈은 뭐죠?
    김강우 게으름을 피우면 바로 스크린에 드러난다는 것. 운동 선수들이 동계 훈련하듯이 배우도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VOGUE 데뷔작인 〈태풍태양〉에서는 반항적인 인라인 스케이터였다 〈식객〉 에서는 성실한 요리사였다가 이번엔 함정에 빠진 수영 선수가 되셨군요. 몸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연기자답습니다. 물과 불에서의 연기를 선택하라면 어떤 것을 택하시겠어요?
    김강우 이제는 익숙해진 물. 잠수부가 나오는 〈그랑 블루〉같은 영화는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Q 자, 이제부터 푸르스트의 심문으로 들어가겠다. 당신 성격의 가장 큰 특징은? A 사교적이지 못하다. 제일 어려운 건 첫만남. 가식적인 말도 못해서 끙끙 앓는다. 영화 찍으면서 철이 들고 성 격적 결함이 조금씩 보완되고 있다.

    Q당신 성격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점은? A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는 포용력. 내게는 열린 귀가 있다. 예전엔 고집이 셌지만, 그게 세상에서 가장 바보짓이라는 걸 알았다. 지금은 상대의 결점이1백 가지고 장점이 1가지라도 그 1가지 장점을 중심으로 보려고 한다.

    Q 고칠 수 없는 단점은? A 인생에 비관적이라는 점.

    Q 꼭 지키고 싶어하는 말은? A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 사소한 것 같지만, 가령 내가 배우이면 서 연기를 못하면 감독, 제작자, 배급사, 한국 영화 전체에 피해를 주게 된다. 가족에게도 창피한 일이다.

    Q 당신이 꿈꾸는 행복은? A 내가 좋아하는 일과 취미, 휴식의 황금 비율.(사랑은?) 여자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남자에게 사랑은 휴식에 포함된다.

    Q 당신이 용서할 수 있는 실수는? A 몰라서 하는 순진한 실수들. 예컨대 초보 매니저가 기자에 게 스케줄을 얘기할 때 할 수 있는 사실적인 멘트들. “그날은 배우가 대장내시경(혹은 포경 수술) 이 있어서 곤란합니다.”

    Q 당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영화 환경은? A 나는 배우가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만큼의 존중을 받고 싶다. 프랑스에서는 국민 배우가 죽으면 국장을 치러준다. 인생의 절반을 그 사람 때 문에 울고 웃었다면, 그 희로애락의 제공자를 존경은 아니더라도 존중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배 우들은 연기를 통해 기쁨도 얻지만 피폐해지기도 한다. 부디 한 나라의 ‘정서’를 대변하는 배우 가 더 이상 인터넷에서 씹다 버린 껌처럼 취급되지 않기를.

    Q 당신이 겪고 있는 최대의 불행은? A 사교적이지 못하다는 것. 조직 사회에서 견뎌야 했다면 고문관, 부적응자가 됐을 것이다.

    Q 당신에게 가장 어려운 연기는? A 멜로. 액션이나 스릴러는 영화 시스템이 좋아질수록 기술적 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멜로는 ‘날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다. 특 히 남자에게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처럼 농익은 멜로, 뜨겁다가 차가울 수 있는 연기는 기나 긴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Q 좋아하는 시인은? A 김수영과 천상병. 빈곤하고 암울한 시대에 태어났지만, 지금 시대의 시인들보다 훨씬 세상을 순수하고 아름답게 살다 갔다(김수영 시인의 ‘보그야’라는 시가 그랬다. ‘빈 곤에 지친 세상에 하늘을 가리켜주는 잡지 보그야….’ ).

    Q 당신이 인정하는 역사적 인물은? A 징기스칸. 전 지구가 서양 중심의 문화로 돌아가고 있을 때 그 흐름을 군사력과 힘으로 반격한 최초의 아시아인. 말린 고기를 말 옆에 차고 전쟁에 나섰던 센세이셔널한 마초였다.

    Q 당신 가슴에 품은 격언은? A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예수의 말씀이셨다.

    Q 남자가 가질 수 있는 최상의 인격적 자질은? A 관용. 정말 힘이 있는 자가 보여주는 게 관용이다. 미국이 욕을 먹는 이유도 그 나라의 단순한 마초성 때문이다. 그 마초성을 상쇄하기 위해 나 온 인물, 오바마의 ‘관용’을 기대한다.

    Q 여성 최고의 미덕은? A 아름다움. 여자이기 때문에 꾸밀 수 있고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Q 가장 사랑하는 음악가는? A 차이코프스키와 조용필.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어 보면 그 추운 러시아에서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멜로디가 나왔는지 경이로울 뿐이다. 조용필 의 노래 가사는 모두 한 편의 드라마다.

    Q 존경하는 화가는? A 피카소. 우리 모두 그가 추상화의 대가인 것처럼 알고 있지만, 그는 열두 살 때 이미 사진보다 더 정밀한 데생 실력을 갖췄던 천재 화가였다.

    Q 좋아하는 새는? A 타조. 덩치에 안맞게 멍청하고 알도 크다.

    Q 가장 혐오하는 역사적 인물은? A 김정일. 김일성이 살아 있을 때까지만 해도 북한 동포들이 굶어 죽지는 않았다고 들었다(그건 미국의 경제 봉쇄령 때문 아닌가?) 아무리 그렇다 해도 한 나 라의 지도자라면 국민들이 아사하는 것까지는 막았어야 했다. 식량보다 핵 노선을 택한 건 이기 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Q 가장 좋아하는 소설 속 주인공은? A 배우가 된 계기도 그렇거니와 여전히 매력적인 인물은 셰 익스피어의 햄릿. 남자로서 가져야할 덕목과 버리고 싶은 우유부단함을 두루 갖췄다. 연기하다 가 풀리지 않을 땐 지금도 〈햄릿〉을 본다. 강한 척 하면서도 한없이 여린,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 히 살아남아 이해 받을 수 있는 인물. 사무엘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 나온 에스트라공도 매력적이다.

    Q 가장 좋아하는 군사행위는? A 장기와 축구. 남자들의 선천적 공격성을 억제하고 분출시킬 수 있는 게 바로 축구. 축구의 전술은 중세의 군사 전략과 똑같지 않은가.

    Q 어떻게 죽고 싶은가? A 많이 베풀다 죽고 싶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Q 가장 되고 싶었던, 혹은 되고 싶은 사람은? A 멋진 사람. 모두에게 인간성을 인정받는 사람.

    Q 당신의 대표작은? A 진심으로 〈마린 보이〉. 이게 진짜 내 모습인 것 같다. 그전까지는 내가 가 진 작은 부분을 크게 확대해서 보여줬다면, 지금은 내가 가진 걸 그대로 보여줬다.

    Q 당신이 겪은 가장 밑바닥의 경험은? A 영화가 끝나고 보름 전까지 굉장히 외롭고 극심한 우울 증에 시달렸다. 내가 해왔던 모든 일을 부정하고 완전히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2009 년 새해 첫날 조깅을 했다. 〈마린 보이〉홍보를 위해 다시 살을 빼기 위해 뛰다가 지쳐서 헐떡이 고 있었는데, 아무도 없는 골목길에서 그림자를 봤다. 평생 내가 싸워야 할 외로움의 그림자였다. 문득 심호흡을 하고 이제는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Q 이 하드보일드한 세상에 범죄의 기원은 무엇인가? A 욕망. 남이 가지고 있는 좋은 걸 빼앗고 싶은 욕망. 〈마린 보이〉의 천수도 팔라우의 다이빙 포인트에서 다이빙 숍을 내고 싶은 욕망에 도 박과 범죄에 말려들게 된다.

      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보리
      아트 디자이너
      이은주
      스탭
      스타일리스트/최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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