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의 로열 홀리데이

로터스 유러파S 대신 빨간 2층 버스를 타고 옥스퍼드 스트리트를 횡단하는 왕자를 상상해보라. 신화그룹을 떠나 5박6일간의 짧은 여행길에 오른 이민호는 서민들의 음식을 먹고 4파운드짜리 부츠를 구입했으며, 하이드 파크에서 축구도 했다. 스물 셋 건강한 청년의 꽃보다 아름다운 로열 홀리데이!

베이지 재킷과 스트라이프 니트, 루즈한 피트의 팬츠, 샌들은 모두 루이 비통(Louis Vuitton), 자전거는 보빈(Bobbin Bicycles).

 

퍼플 피케 티셔츠와 아카이브 슈즈는 푸마(Puma), 보타이는 제이미앤벨(Jamie&Bell), 베이지 치노 팬츠는 시스템 옴므(System Homme), 메탈 시계는 트로피쉬(Trofish).

 

아이보리 컬러의 슬리브리스 후디와 블랙 팬츠, 하이톱 슈즈는 모두 푸마 블랙 스테이션(Puma Blackstation).

 

베이지 재킷은 길 옴므(Gil Homme), 숫자 프린트 티셔츠는 푸마(Puma), 데님 팬츠는 푸마 블랙스테이션(Puma Blackstation).

 

블랙 집업 점퍼와 슈즈는 푸마(Puma), 스키니 팬츠는 시스템 옴므(System Homme), 화이트 비즈 셔츠는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연핑크&네이비 수트는 질 샌더(Jil Sander), 블랙 티셔츠는 닐 바렛(Neil Barrett).


“여긴 참 신기해요.하루 안에 사계절 날씨가 다 들어있는 것 같으니까.영국은 빈티지 천국이라더니 바다 빛깔마저도 빈티지 파스텔 톤이네요.해안을 따라 늘어선 하얀 절벽은 조각가의 작품처럼 웅장하고 섬세하죠. 상상 속에서 그려본 유럽의 바닷가 마을 그대로예요.”

화이트 셔츠는 스몰프렌즈(Small Friends), 베이지색 카디건은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프린트 티셔츠와 스니커즈는 푸마(Puma), 브라운 쇼트 팬츠는 바나나 리퍼블릭(Banana Republic).

 

화이트 티셔츠와 진 팬츠는 모두 푸마 블랙 스테이션(Puma Blackstation).

 



 

하늘색 러플 셔츠는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재킷은 슬링스톤 바이 박종철(Sling Stone), 핀턱 팬츠는 디그낙 바이 강동준(D.GNAK), 슈즈는 프라다(Prada).

 

화이트 수트는 구찌(Gucci), 블랙 피케 셔츠와 블랙 앤 화이트의 스니커즈는 푸마(Puma).


“넘치는 사랑을 제외하면3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건 없어요.성격이나 식성, 기획사까지 모든 게 그대로죠. 변하지 않는 마음가짐, 그런 중심이 있어야 내 삶이 온전하고 가치 있어질 거라 생각해요.”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 건 저녁 무렵이었다. 스키니팬츠에 편안한 티셔츠 차림으로 비행기에서 내린 이민호는 유럽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여긴 참 신기해요. 하루 안에 사계절 날씨가 다 들어있는 것 같으니까.” 숙소가 있는 본드 스트리트로 향할 때부터 거리를 지나던 파란 눈의 브리티시 가이들이 187cm의 이 훤칠한 동양 미남을 한번씩 돌아봤다. 그를 알아본 한국인들과 아시아 관광객들은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인을 요청해왔다.
신화 그룹의 후계자, F4의 넘버 원에서 경력 3년 차의 연기자 이민호로 돌아온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방송이 3회 정도 나간 후에 ‘이젠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겠구나’ 하는 걸 알았어요. 처음 캐스팅이 확정되었을 때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죠.” 곱슬거리는 파마머리를 하고 송병준 대표 앞에 섰던 지난가을 이후, 그에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일어날수 있는 모든 흥미진진한 변화들이 지난 몇달 동안 가장 극적이고 콤팩트한형태로 진행된 건지도 모른다. “지금 이렇게 마음껏 거리를 활보할 수 있다는것조차 소중한 행복으로 다가올 정도죠. 한편으로는 서글프기도 하지만, 정말 기쁜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그는 구준표가 몰고 다니던 로터스 유러파 S대신 영국식 서민 버스, 빨간 더블 데크를 타고 옥스퍼드 스트리트를 횡단했다.영국 주당들은 대낮부터 펍에 둘러앉아 맥주를 마신다. 다음날, 입김이나올 정도로 날씨가 추워지면서 하늘에선 비와 우박이 떨어졌다. 이런 날은 술을 좀 마셔줘야 한다. 주량이라 봐야 소주 4잔 정도가 전부지만, 현지에서 맛보는 기네스의 맛이 궁금했다. 벨기에 식당 얼반 하우스에서 신기한 딸기맥주와 기네스를 맛보고, 오후에는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스크린 펍에 들렀다. 그는 첼시의 열렬한 팬이다. 하이드 파크를 지날 때는 한 무리의 축구 시합을 보다 뛰어들어 낯선 사람들과 함께 공을 차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 축구를 했어요. 늘 흙먼지 투성이의 까무잡잡한 소년이었죠. 언제나 새하얀 피부의 누나와 비교를 당했는데, 그래서 전 제가 정말 못생긴 줄로만 알았어요.”

그을린 피부가 건강한 혈색을 되찾고 남자다운 골격이 드러나자 처음으로 거울 앞에서 ‘음, 그리 못생긴 얼굴은 아니군’ 생각했단다. 그게 중학교 2학년 때였을 거다. 입시 연기 학원을 다닌 건 대학을 준비하던 고3 수험생 시절이다.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매일 낮 12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연기 수업을들었다. “이건 제가 자진해서 택한 길이에요.” 그는 지는 것을 싫어하고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다. 3년 전의 교통 사고만 없었다면 좀더 빨리 스타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청소년 드라마 〈비밀의 교정〉에 출연한 후, 10년 지기 친구 정일우와 여행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술 취한 운전자가 차를 들이받았다. 그 사고로 중상을 당한 그는 다리에 철심을 박은 채 7개월간 병원에서 누워 지내야 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출연도 무산되었다.“그때가 제일 힘든 순간이었어요. 지금은 다 좋아요. 부모님은 언제나 제가하는 일을 격려해주시죠. 지금도 아들이 TV에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하세요. 그렇게 웃는 모습을 보면 제가 더 행복하고요.”브릭 레인 스트리트에서 쇼핑을 즐기던 그가 한 빈티지 매장에서 오래된가죽 부츠 하나를 집어 들고 기쁘게 외쳤다. “이건 4파운드밖에 안 하는데, 너무 근사하지 않나요?” 신고 있던 구찌 신발을 벗고 냉큼 부츠로 갈아 신는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그는 브랜드나 가격보다 스타일을 먼저 챙긴다. “촬영 때문에 옷을 입을 기회가 아주 많은 요즘엔 크리스 반 아쉐, 릭 오웬스, 그리고발맹의 무채색 계열 의상들이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브랜드를 따지는 건 아니에요.” 옆에 있던 스타일리스트는 그가 거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아낸다고 했다. 아이템은 어떤 것이든 상관없지만 대체로 무채색 계열의 스키니 룩을 즐겨 입는다. 패션 역시 그를 사랑한다. 모델로도 잠시 활동했을 만큼 그는 슬림하고 멋진 몸매를 지녔다. “브릭 레인이나 카나비 스트리트에서 만난 런더너들은 하나같이 스타일이 죽여줘요. 한국에서 말로만 듣던 런던 스타일이란 게 뭔지 거리에서 배울 수 있었죠. 특히 남자들의 패션이 그래요.” 그는 신선한 충격이라고 했다. 작은 양말하나까지 컬러감이 훌륭한 상점 안의 물건들을 살펴 보던 그가 난감한 표정을지었다. “너무 예쁜 옷들이 많아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는 런던 쇼핑을 최근의 루머와 함께 가장 곤란한 순간으로 꼽았다. 1억원대의 벤츠를 구입했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무시하자니 신경이 쓰이고 이해하자니 이해가 안 되고, 체념을 하자니 이미 상처를 받은 후인 게 문제죠.”

잠시 후 그가 지갑과 구두, 티셔츠를 잔뜩 들고 계산대 앞에 나타났다. 이건 스태프들을 위한 선물이었다. 다른 일행들이 집어 든 물건들 역시 그가 계산하겠다고 나섰다. 자신을 위해 먼 곳까지 따라나선 이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잉글랜드의 남부 해안으로 향하는 날은 새벽 6시부터 서둘러야 했다. 기암절벽과 양떼 목장이 있는 이스트본의 ‘세븐 시스터즈’는 영국에서도 유명한 관광지다. 런던에서 3시간 거리의 브라이튼을 지나 다시 버스를 타고 1시간 이상 들어가야 하는 이스트본은 목가적인 작은 마을이다. “그런데 브라이튼이 퀴어 페스티벌로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나요? 그래서 말인데 당신은 퀴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잠시 생각하다 그가 말했다.“나와 조금 다른 사람들일 뿐이니까 거부감은 없어요. 물론 나와 관련된 문제라면 좀 곤란해지겠죠. 아직까지 남자에게 대시 받아본 적 없고 앞으로도 없을 듯싶어요.”차에서 내린 후, 근처 카페에 들러 오랜 이동으로 쌓인 피로를 풀었다. 한국에서도 방배동 서래마을과 삼청동의 조용한 카페와 그곳에서 맛보는 달콤한와플과 차를 좋아하는 그는 레모네이드를 주문했다. 씁쓸한 커피는 별로 즐기지 않는다. ‘ 88카페’ 의 초콜릿 치즈 케이크와 ‘부사바’의 재스민 스무디,‘ 와핑 프로젝트’ 의 브런치가 영국에서 그가 맛본 최고의 음식들이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거대한 하얀 절벽이 근사한 세븐 시스터즈는 바람도 불지 않았고, 공기는 따뜻하면서도 청량했다.

“영국은 빈티지 천국이라더니 바다 빛깔마저도 빈티지 파스텔톤이네요. 왠지 멋진데요.” 해안을 따라 늘어선 하얀 절벽은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에 부식되어 기묘한 무늬를 띠고 있었다. “마치 조각가의 작품처럼 웅장하고 섬세하네요.” 처음 보는 양떼들도 신기했다. 그는상상 속의 바닷가 마을에 온 것 같다며 천진하게 활짝 웃었다. 그의 웃음은보는 사람마저 기분 좋게 만드는 건강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요즘은 모든 게 빨리 변하죠. 대중은 빨리 열광하고 빨리 식어요. 사람들이 건강하고 잘생긴 젊은 남자로서의 당신의 이미지를 모두 소비하고 나면 당신에겐 뭐가 남는 거죠?” 그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천천히 말했다.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 뭐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더라도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 또 다른 열정과 욕심이 생기겠죠.” 인터뷰를 하던 중 그의 친구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연기자 이민호의 데뷔 3주년(5월 10일이다)을 기념하는 이벤트가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날, 광화문과 학동사거리, 대구를 비롯한 전국 각 지역의 옥외 전광판에서는그가 출연한 작품들의 짧은 영상과 팬들의 축하 메시지가 번쩍이고 있었다.팬클럽에서는 각 언론사마다 떡과 음료를 돌리고 편지까지 동봉했다. “넘치는 사랑을 제외하면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건 없어요. 성격이나 식성, 기획사까지 모든 게 그대로죠. 변하지 않는 마음가짐, 그런 중심이 있어야 내 삶이 온전하고 가치 있어질 거라 생각해요.” 그에겐 딱 그 나이다운 유쾌함과나이답지 않은 뚝심이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을 좋아하고, 멋진 남자라면 조지 클루니처럼 제대로 수트를 입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사랑에 대한로망도 있다. 변덕스러운 영국의 날씨처럼 누구도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이거하나는 분명하다. 지금 이민호는 꽃보다 아름다운 스물세 살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