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잡을 수 없는 섹시한 남자, 차승원

차승원은 아주 지능적이고 충동적이며 잔인한 면과 정의로운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모델에서 영화 연기자로 무섭게 진화했으며, 지금은 드라마 <시티홀>에서 야망 있는 정치가로 활약중인, 이 종잡을 수 없는 섹시한 남자를 만나보자.



왜 자꾸 사진가의 모니터를 체크하시나요? 라이팅이 중요하니까요. 드라마도 영화도 라이팅이 생명입니다. 카메라 감독도 라이팅을 잘해야 합니다. 이런저런 포즈를 다 취하고 앵글을 바꿔도 이상하면 그건 라이팅이 문제죠.

그건 사진작가와 저의 일인데요? 제가 관여할 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스무 살 모델 시절부터 이십 몇년간 카메라 앞에 서왔으니까요. 나를 잘 아는 사진작가와 함께 근육과 라인의 결을 살리는 라이팅을 찾아야 합니다.

드라마 〈시티홀〉에 대해서는 얼마나 관여하고 계신가요? 내 역할만 최선을 다하기에도 바쁩니다. 전화를 하긴 하죠. 지난 번 대본은 재밌었다, 이번엔 어떻게 흘러가겠느냐….

연기파 황정민, 한류 스타 권상우와 수목 드라마 삼파전을 치 르고 있는데, 수학적 시청률의 승자로서 기분이 어떤가요? 그건 황정민과 권상우와 차승원의 전쟁이 아닙니다. 〈파리의 연인〉〈프라하의 연인〉을 성공시킨 작가 PD콤비와 열정적인 여배우 김선아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분은 무척 좋습니다.

‘시청의 연인’이 되기 위해 살을 빼셨나요? 작가가 그러더군요. 내 드라마에 나오는 남자는 보는 맛이 있어야 한다구요. 일단 볼 살이 없어야 합니다. 피부톤도 신경 써야 하고 팔다리도 몸통에 비해 너무 가늘면 안 되죠. 저는 뱅상 카셀 같은 얼굴을 좋아합니다. 그런 얼굴은 어떤 옷이라도 잘 어울리죠.



차승원은 끝없이 세포 분열한다. 영화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는 그를 몇년 전엔‘이겨야 사는 남자’라고 정의했었다. 하지만 그는 더이상 헬스 클럽 트레이너가 아니다. 어쩌면 그는 기타노 다케시 같은 남자가 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삭막하고 웃기고 천진난만하며 잔인한 하드보일드 코미디언.‘나는 어떤 남자도 아니다’라고 정의할 수 있는 유일한 배우, 차승원의 팔뚝엔 딸아이의 세례명이 상징처럼 새겨져 있다.

스키니 수트를 입은 시청 공무원은 비현실적이지만, 그 안의 몸을 상상하게 만들더군요. 수트는 몸에 꼭 맞춘 맞춤복을 입습니다. 예전엔 리얼리티가 우선이고 패션은 그 다음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배우이면서 패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게 좋습니다. 일전엔 스타일리스트가 버버리 프로섬 망사 옷을 가지고 왔는데, 감독이 좋아하더군요. 저뿐만이 아닙니다. 콧수염, 은색 양복, 빨간 뿔테, 꿰맨 것 같은 타이… 실제 시청에 가보니 신주쿠에서 산 것 같은 뾰족 구두를 신은 공무원 분들도 있었습니다.
스토리보다 스타일이 중요하다는 말인가요? 내용과 상관없이 주인공이 후줄근하면 채널을 돌리고 싶어지지 않나요? 물론 작가 분의 소신입니다.
동의하시나요? 예전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죠. 하지만 지금은 동의합니다. 저는 리얼리즘 드라마에 잘 맞지 않습니다. 〈우아한 세계〉의 송강호나 〈초록 물고기〉의 한석규가 될 수 없다는 거죠. 여배우 김혜수가 일상적인게 안 어울리는 것과 같은 이치죠. 나는 〈신시티〉나 〈데쓰프루프〉같은 스타일, 다분히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작품을 좋아합니다.
당신의 키가 당신의 연기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나요? 키가 170cm가 좀 넘으면 살을 찌우거나 빼는 것으로 리얼리즘적인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제 키엔 불가능합니다. 크리스천 베일이 50kg까지 감량해서 찍은 불면증 영화가 있는데, 모든 배우들에겐 그런 식의 극단적인 소망이 있죠.
당신의 대표작인 〈선생 김봉두〉에선 당신의 스타일과 키가 문제가 되지 않던 데요? 거기엔 나만이 할 수 있는 맥시멈의 코미디가 있었어요. 만약 그 작품을 다른 배우가 했다면 리얼리즘 드라마가 됐을 겁니다. 예전엔 사실적인 것에 집착했고 그래서 장진 감독과 〈아들〉이라는 휴머니즘 영화도 했죠. 하지만 키가 크고 눈썹이 굵은 남자는 전혀 불쌍해 보이지 않더군요. 사람들은 제게 인위적인걸 원합니다. 저도 그걸 받아들이고 있어요.
정우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남자 배우들은 드라마에서 자신의 악한 면을 보여주는 걸 좋아하죠. 배역에 있어서도 실제로도 마초적 기질이 강하시죠? 악역? 좋아하죠. 하지만 너무 착해서 정신병자 같은 모습을 더 좋아하죠. 예를 들어 〈국경의 남쪽〉에서 북한 청년 같은 모습….
마초적인 기질은요? 제가 마초 같아 보이나요?
일단 누구든 초반에 제압하고 복종시키려 드는 면이 있죠. 그래요? 복종시키려고 하는 건 아닌데… 그래야 내가 남의 눈치 안 보고 편해질 수 있으니까… 그래요. 꼬장꼬장한 편이긴 하죠. 실제로도 전 낚싯바늘 같은 남자가 좋아요.
상대가 프로페셔널인가 아마추어인가 간을 보고 계시죠? 맞습니다. 전 냉정합니다. 나보다 나은 사람이라야 만나고 일할 이유가 있죠.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서서히 교제를 끊게 됩니다.
칼 라거펠트는 키 작고 더러운 남자가 최악의 남자라고 했죠. 당신에겐 어떤 남자가 최악이죠? 여자를 때리는 남자가 최악이죠. 저는 여자는 전적으로 보호 받아야 할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에 제 아내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 아이를 낳아주는 일은 정말 엄청나게 고귀한 일입니다. 여자한테 세 보이려고 하는 남자는 쓰레기보다 더럽습니다.
스타일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트루 릴리전 부츠컷에 페라가모 운동화에 흰 색 벨트, 제냐 니트 입고 머리를 돌려 깎은 남자. 페라가모의 징 달린 구두에 금팔찌를 찬 남자, 에드하디 흰색 모자에 온통 에드하디로 도배한 사람도 최악입니다. 선글라스부터 시계까지 구색이 전혀 맞지 않는 명품 스타일을 맞춰 입고 백화점을 거들먹거리면서 도는 커플. 그 중에서 가장 최악은 작은 백을 들고 다니는 남자입니다.
일찍 결혼했고 잘생긴 외모와 남자다운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루머도 많았죠. 20년째 아내와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우리 둘 사이의 아이들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 아이가 새로운 기쁨을 주고 있습니다. 남편과 아내에겐 아이가 꼭 필요합니다.
유혹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하나요? 유혹을 받기 전에 사전에 방어하고 있습니다. 말했다시피 여자는 아내라는 이름으로 보호 받아야 하니까요.
최고의 가장과 최고의 예술가 사이에서 갈등한 적은 없나요? 더 젊었을 때는 가족이 아니라 나를 위해 일한다고 떠들고 다녔죠. 하지만 요즘은 가족을 위해 일한다는 게 최고의 기쁨입니다. 가정을 소홀히 하고 방탕한 면이 있어야 정점에 오른다고 믿는 예술가 환자들의 말은 개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이가 들면 성욕과 식욕은 사라지지만 권력욕은 높아집니다. 정치가는 멋있는 직업입니다. 현재 멋있는 정치가가 오바마밖에 없다는 게 문제죠.
드라마에서 ‘간장 종지에 하늘을 담을 수 있다고 사기를 치는 사람이 정치가’ 라는 대사가 나오더군요. 정치적 야망이 있으신가요? 없습니다. 저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사교가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독고다이’ 스타일입니다. 사람들도 만나지 않습니다. 집에 혼자 있는 걸 가장 좋아합니다.
당신의 코미디 기질을 세상에 처음 알린 작품인 〈신라의 달밤〉에 고마움을 느끼시죠? 저는 〈선생 김봉두〉와 〈박수칠 때 떠나라〉같은 성인 취향의 코미디를 좋아합니다. 〈신라의 달밤〉이나 〈광복절 특사〉는 약간 고교생 취향이라 고 생각합니다.
이번 드라마에서 김선아의 코미디 연기에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으시나요? 저는 여배우를 경쟁 상대로 보지 않습니다. 여자는 보호 받아야 하는 존재니 까요. 그녀가 무언가를 많이 할수록 저는 덜해야 합니다. 저는 그녀가 자신이 하는 코미디가 현실이라고 느끼도록 리액션으로 도와주려고 합니다. 다만 제 다이얼로그톤을 약간 싸가지 없게 보이도록 고안했고, 상대에 따라 제 반응이 달라지는 다중인격자 같은 느낌을 주려고 합니다.
언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나요? 집에서 아이와 함께 있을 때죠.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내일 찍을 촬영에 대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가만히 있을 때도 좋습니다.
전투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신가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저는 새로운 걸 좋아 하고 어디까지 새로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 사로잡혀 있어요. 적어도 ‘후지다’라는 소리를 듣지 않고 내 몫을 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나이 사십에 〈보그〉에서 이런 스타일리시한 사진을 찍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이나 〈프라하의 연인〉의 김주혁처럼 이번 드라마로 로맨스의 왕자가 탄생할 거라고 기대하시나요? 어떤 스타일의 로맨스가 될 지 아직은 모르겠어요. “애기야, 가자” “내 안에 너 있다” 같은 낯간지러운 대사를 폭발시킨 작가를 믿을 뿐입니다.
원하는 역할을 맡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노력하나요? 별로 노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본에 적혀 있지 않은, 저만이 할 수 있는 생동감을 찾기위해서는 노력합니다. 저는 무엇이든 정해진 걸 싫어합니다. 나를 규정짓고 판단하고 표현해주는 걸 싫어해요. 대본, 콘티, 시안은 최소한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 다음엔 제가 합니다. 그 때 쾌감을 느낍니다.
규정 당하는 게 편안한 면도 있어요. 그게 왜 그토록 싫죠? 왜냐면 싫증이 나기 때문이죠. 저는 싫증을 잘 냅니다. 이제까지 내가 싫증나지 않은 사람은 20년 된 내 가족과 13년 된 소속사 대표뿐입니다.
8월에 개봉할 영화 〈세이빙 마이 와이프〉는 어떤 내용인가요? 아내를 구한다는 내용이죠. 후지지 않은 아주 미적인 스릴러 영화예요.
팔뚝에 새긴 근사한 천사 문신과 ‘Rachel’이라는 문자는 무슨 뜻이죠? 제 딸 아이의 세례명입니다. 아들은 노아의 방주의 노아, 딸아이는 레이첼입니다.
모든 것이 가족과 미적인 걸로 귀결되는군요.네. 그게 저, 차승원의 출발점이니까. 그걸 빼면 저조차 저를 규정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