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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년 원빈과 봉준호 인터뷰!

2016.03.17

by VOGUE

    아름다운 청년 원빈과 봉준호 인터뷰!

    이제야 우리는 꽃미남 관음증이라는 ‘길티 필링’없이, 스크린에서 아름다운 청년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살인의 추억>과 <괴물>에 이어 봉준호 감독이 내놓은 <마더>에서 원빈만의 놀라운 아들의 역사가 시작된다.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옷을 입었다. 원빈이 입은 후들거리는 리넨 소재의 롱 재킷과 베스트, 세로 스트라이프 팬츠는 모두 앤 드멀미스터(Ann Demeulemeester).

    봉준호는 거구에 곱슬머리, 붉은 얼굴에 은테 안경,정체 모를 청바지에 흙이 묻은 검정 구두를 신고 있다. 노동자 스타일의 예민한 예술가이고 책임감과 함께 불안을 이기기 위해 소량의 유머를 구사한다.한편으로 편집광적이고 영리하며 무엇보다 진실하다. 원빈은 우리 시대의 조각가인 경락 마사지사의 손으로 빚어낸 듯 희고 작고 윤곽이 선명한 얼굴, 섬세하게 염색된 갈색머리, 한자가 매트릭스 암호처럼 흘러내린 티셔츠, 스키니팬츠, 쪼리를 신고 있다. 오리지널 꽃미남, 오리지널 한류 스타지만 이준기나 배용준처럼 상업적인 미소나 제스처에는 소질이 없으며, 어색함을 이기기 위해 담배를 권하고 물을 마신다. 두 사람은 가장 멀리 있는 존재이며〈마더〉라는 영화가 아니었다면 한평생 만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봉준호 같은 감독도 드물고, 원빈 같은 배우도 드물다.

    봉준호는 단 두 편의 영화로 스티븐 스필버그 스케일의 범국민적인 울분과 스릴, 휴머니즘과 부성애를 끌어낸 스펙터클한 ‘국민 감독’이며, 원빈은 〈가을 동화〉 이후, 그 빛나는 아름다움을 단 한 번도 영화적 멜로 상품으로 저가 판매하지 않은 채,전쟁과 시련 속에서 울분의 ‘국민 아들’로 성장한 우직한 영화 청년이다. 이제까지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미소년’이라 부를 만한 캐릭터는 등장한 적이 없으며, 대표작인 〈살인의 추억〉 〈괴물〉도 모자란 듯 깊숙한 ‘부성애’를 보여주는 아버지의 영화였기 때문에, 어머니의 아들로 ‘모성애’를 분출시키는 원 빈의 등장은 경천동지할 사건임이 분명하다. 숨어 있는 괴력의 지능범 ‘화성 연쇄살인범’을 쫓는 서울 형사와 시골 형사의 동업처럼,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연쇄살인범 ‘괴물’에 대항하는 아버지와 딸의 사투처럼, ‘살인 누명’에 항명하는 엄마와 아들의 복식조(착란에 가까운 모성을 보여주는 김혜자와 저능에 가까운 순진함을 보여주는 아들)는또 한번 심장을 뒤흔드는 영화적 대지진을 선사할 수 있을까.

    영화 속에서 〈마더〉의 엄마 김혜자는 아들 원빈에게 말한다. “너는 나야.” 이토록 불가해하고 순정한 대사가 있을 수 있나. 엄마에게 아들이란 어떤 존재일까? 자기 뱃속에서 열 달을 키워 보낸 이성. ‘나는 네가 될 수 없고 너는 내가 될 수 없다’는 분리의 각성, 엄정한 육체적 분별과 한계에 도전하기 위해 영화는 달려간다. ‘너와 나를 잇는 보이지 않는 탯줄’을 손에 쥐고.감독은 원빈의 눈과 김혜자의 눈, 머루처럼 까만 눈, 빤히 쳐다보면 홀린 듯이 빨려 들어가는 모자의 눈, 남녀의 눈에 이 영화의 핵심이 있다고 했다.“너는 나야.” 나는 원빈의 눈을 마주하고 앉아서 복화술로 읊조려 보았다. 그러자 이 남자의 눈에서 갓 태어난 어린 짐승의 탯줄, 그 따스하고도 단호한 생명감이 저릿저릿하게 손끝으로 전해져 왔다. 이런 건가. 상투적으로 말하면 거짓말 할 수 없는 눈. 초원 위의 햇빛과 여물통 위의 더운 김을 그리워하는 초식동물의 눈,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이나 피카소의 〈어릿광대〉소년처럼 어딘가를 바라보되, 아무 곳도 보지 않는 초현실적인 눈, 농부의 눈, 소몰이 소년의 눈, 바이커의 눈, 완력을 거부하는 힘 센 눈, 누군가를 상처 줘본 적 없는 눈, 도살장 앞에서 뒷걸음질치는 소의 눈, 통제하지도 통제 당하지도 않는 눈, 영원히 대중의 환호에 길들여지지 않는 눈, 길들일 수 없는 눈, 배우의 눈, 도준이의 눈, 원빈의 눈. 그 폭풍의 눈. 그 눈에 감독 봉준호의 카메라의 눈이 겹쳐진다. 봉준호가 만든 영화 속에서 블랙홀처럼 사람들의 심장을 빨아들였던 영원한 미완의 용의자 박해일의 눈, 아무도 붙잡을 수 없었던형사 송강호의 눈, 빗속에서 어서 도망가라고 손짓하는 아버지 변희봉의 눈,어떻게든 살 수 있다고 믿는 어린아이 고아성의 눈. 그 모든 눈들의 집합체로서 동심원 같은 원빈의 눈. 잔물결 이는 호수의 눈.“저는 그냥 찻길 옆에서 개하고 놀면서 친구랑 얘기하는데, 엄마가 저를 봐요. 작두로 뭔가를 썰고 있는데, 엄마의 눈은 칼날이 아니라 저를 향해 있어요.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처럼, 제가 영화에서 그래요. 그런 제가 엄마의 폭발을 끌어내주는 뇌관이라고,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영원히 닫혀 있을 것같은 원빈의 입이 7년 만에 열렸다. 그건 짜릿하고 신비롭다기보다는 아주슴슴하고 자연스러웠다.

    그와는 세 번째 대면이다. 2000년 드라마 〈꼭지〉가 끝나던 날, 폭풍우치던 밤에 만났다. 악수를 청했고, 내게 배가 고프지 않느냐고 물었고, 늘 “밥은 먹고 다니냐?”고 묻는다는 시골의 엄마 얘기를 했다.〈꼭지〉의 명태에 비해 곧 들어갈 〈가을 동화〉의 태석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화려해서 걱정이라고도 했다. 두 번째는 2002년 일본의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열린 불가리 어워드 행사에서였다. 그날 일본 팬들에게 포위된 채 호텔의 침대에 함께 걸터앉아 우리는 ‘한류의 감격’을 나눴고, 그는 곧 촬영에 들어갈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함께 나올 장동건 형이 너무 잘생겨서 걱정이라고했다. 그때도, 엄마 얘기를 했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변함없는 후렴구. 지는 해를 뒤로 하고 기념 사진을 찍을 때 그의 눈동자에 본 적도 없는 그의 엄마의 눈동자가 겹쳐 보였다.13년 전 강원도 산골에서 스무 살 막내 아들을 올려 보내는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춘천에서 서울로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왔어요. 아무것도 몰랐지만 배우가 될 거라는 뜻을 품고 왔어요.” 하지만 6개월 동안 하는 일 없이 앉아 있다 누나가 건네준 케이블 방송의 오디션 광고를 보고 처음 배우 일을시작했다. 그리고 JBS 〈드라마아카데미〉라는 그저 그런 케이블 시리즈물에서 연기수강생 역으로 잠깐 출연했던 촌뜨기 청년은 얼마 지나지 않아 KBS로 전격 스카우트됐고, 주연급 배우가 됐다. 긴 머리 휘날리며 순정만화에서 불쑥 튀어나온 듯했던 청춘 드라마 〈광끼(1999년)〉를 거쳐, 머리카락 밀고교복 단추 풀고 건들거리는 시골 순정파 건달로 나온 드라마 〈꼭지(2000년)〉로 순식간에 원빈의 황금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박근형과 윤여정과 박지영과 이요원 등이 앙상블로 출연한 선 굵은 가족 서사극에서 원빈이 보여준 연기는 지금도 불가사의하다. 예컨대 〈간난이〉 같은 대본이 훌륭한 시대극에서 아역 배우들이 상황에 동화돼서 선보이는 신들린 투명한 연기, 예컨대 〈비열한 거리〉나 〈영화는 영화다〉처럼 작가주의 감독들이 미완의 청년성을 질료로 물리적 극한까지 몰아붙였을 때 나오는 꽃미남 배우의 몰아의 연기를 원빈은 데뷔 초기 〈꼭지〉라는 가족드라마에서 보여줬다. 아버지 박근형과 어머니 윤여정 등의 일가가 함께한 〈전원일기〉 스타일의 대가족 밥상머리에서 시시껄렁한 문제로 균열을 일으키는 천덕꾸러기 아들 원빈, 마당에서 러닝 셔츠 바람으로 역기를 들어올리는 귀여운 한량 원빈, 가방을 옆에 끼고 하굣길여학생을 희롱하는 청년 건달 원빈, 그리고 종국엔 연상의 다방 마담 ‘아줌마’를 연모해 멈추지 않는 기관차처럼 돌진하는 아름다운 순정파 사내 원빈.그때 나는 ‘어디서 저런 아름다운 괴물 신인이 나왔을까?’ 하고 감탄했었다.그의 입에서 나오는 ‘아줌마’라는 단어조차 사랑했다. “저는 시골에 풀어놓으면 자연스럽게 생존하는 힘이 있어요. 그때 경기도 어딘가였는데 배밭에서 배꽃도 피고 아름다웠어요. 신인 시절이라 대선배들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에 50부작 내내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그때 명태는 대사도 보통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입에 붙고 옷도 자유로웠는데…, 〈가을동화〉에서는나 스스로도 낯간지럽고 낯선 대사 때문에 촬영 내내 어색했어요.” 그가 다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원빈에게 한류의 면류관을 씌워준〈가을동화〉는, 동시에 “얼마면 되는데?”라는 과장된 대사로 원빈의 연기력을 희화화시켰다. “그래도 태석이가 한 여자를 사랑해서 지켜주려는 태도가 좋았고, 지금의 저를 있게 한 드라마라는 데 고마움이 커요.”〈꼭지〉에서 보여준 연기적 성취, 〈가을동화〉가 이룬 스타성의 성취로 그는 서사적인 영화계로 입성했다. 그리고 그 뒤로 더 이상 원빈의 입에서 “얼마면 되는데?”류의 마초적 멜로 대사는 들을 수 없었다. 재벌 2세의 수트는 사라지고 군복과 교복과 러닝 셔츠의 시대, 원빈의 ‘아들의 시대’가 시작됐다.

    “지금까지 한 영화가 네 작품인데 다 가족을 다룬 것이었어요. 〈킬러들의수다〉도 4형제 이야기고, 〈태극기 휘날리며〉나 〈우리형〉도 그렇고, 이번 영화〈마더〉도 그래요. 공교롭게도 그런 영화에 마음이 끌려요. 로맨틱 코미디나 액션 영화도 다 좋지만, 정말 내 이야기 같고 마음을 움직이는 건 역시 가족들이 나오는 작품이었어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그는 유순하고 무기력하고 말 못하는 ‘벙어리’ 엄마의 자랑스러운 둘째 아들 역을 맡았다. 엄마의 희망이자 형 장동건의 희망으로 집안을 일으킬 가부장의 계승자. 〈우리형〉에서는 반대로 잡초처럼 강하고 독한 엄마와 그 엄마의 희망인 ‘언청이’ 형 신하균 때문에 설움과 원한을 터뜨리는 둘째 아들 역을 맡았다. 아버지가 부재한곳에서 ‘가부장’을 복원하려는 신파적 정조에 기댄 두 편의 영화는, 지나치게 무기력하거나 강인한 한국형 엄마로 인해 훼손된 형제애, 과장된 비극적 정조, 낡은 가족주의의 봉합으로 막을 내렸다. 전형적인 캐릭터의 갑옷을 입고있었기 때문에 원빈의 연기는 뛰어나다고도 모자라다고도 볼 수 없는, 대본의 충실한 캐리커처로 남았다. 남루했던 가부장 시대, 양극단에서아들의 비극을 연기하는 동안 원빈의 눈은 지나친 압력으로 충혈되었다. 어쩌면 원빈의 진정한 ‘아들의 시대’는 〈마더〉부터일지 모른다. 무구한 생명체로서의 청년과 나이 든 여자, 충격적인 살인 사건 앞에서 압축되거나 팽창되는 아들과 엄마. 한집 안에 사는 두 남녀, 그와 그녀만의 신경증적인 스펙터클.“무엇보다 감독님과 김혜자 선생님께 감사해요. 그전에는 그냥 대본에 있는 인물을 연기했어요. 그런데 이번엔 원래 제 모습, 어린 시절 제 사진과이야기 같은 게 대본에 많이 반영이 됐어요. 그래서 영화 속에 아무런 계산없이 ‘순진함’이란 옷을 입고 쑤욱 들어갔어요. 시나리오도 현장에서 계속 바뀌고, 이번엔 어떤 디렉션을 주실까 겁도 나고 궁금해지고 말로 표현할 수없이 즐거웠어요.”나이 들면 윤곽이 허물어진다지만, 서른 셋 원빈의 얼굴은 놀랄 만큼 압축적이고 명료해져 있었다. “저는 배우로서 욕심이 많아요. 아직까지 거칠면서 진실한… 그런 정도의 상태예요.

    사람들은 〈가을동화〉 속의 저를 더 기억하고 있고, 그 캐릭터에 대한 환상을 지속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진짜 저를 보면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어요. 실제 생활에서 저는 스스로에 대해 매력이 없다고 느끼고 그래서 자신감도 부족한 편이예요. 그래서 캐릭터의 옷을 입고 스크린 속에서 연기를 통해 멋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어요.”그리고 평생토록 스타 시스템은 버거울 것이라는 그의 내성적 기질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희 집은 5남매라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엄마를 받아들이고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엄마는 제가 배우가 됐다고 해서 그게 대단한 거라고 궁금해하지 않으세요. 저는 그냥 막내아들일 뿐이에요. 제가 일하는 모습에 대해 한번도 얘기한 적 없고, 엄마도 그냥 ‘밥은 꼭 먹고 다녀야 한다’거나 ‘겸손해야 한다’는 말씀만 해주세요.” 아직도 혼자 한 영화를 책임질때가 아니라고,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그런 나이에 도달하지 않겠느냐고, 스스로에게 인색한, 그의 눈빛은 강원도 억양이 녹아든 한 점 거짓 없는 청결한 목소리와 함께 얼마간의 침묵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보그〉를 위해 연출된 프로페셔널한 슈팅 신에서, 공손함과 어색함이 녹아든 인터뷰 자리에서, 그리고 의외로 많지 않은 그의 필모그래피를 앞에 두고 나는 아름답고 진솔한 한 청년의 성장사를 생각했다. 5년간의 공백 속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원빈이라는 거대한 브랜드와 순수한 자아를 간직한 원빈이라는 개인, 그리고 가족의 모세혈관 같은 원빈이라는 배우에 대해. 아프리카 감비아에서 검은 어린아이들을 품에 안은, 거대한 원석과도 같은 원빈이라는 생명체에 대해서. 그는 늘 장난꾸러기 같고, 그는 늘 조용하나, 그는 늘 설레이고 있고, 그는 늘 출발하고 있다. 상처를 주면 그대로 받을 것 같은 원빈의 눈, 변명이라는 보호막이 없는 눈에서 봉준호 감독은 영화의 원형을 보았다. 얼마나 다행인가.“저는 억울함이라는 정서를 좋아합니다. 영화에서 배우들이 억울한 표정을 짓고, 억울한 상황을 찍으면 관객들은 스크린 속으로 뛰어들어가 풀어주고 싶어집니다.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들에게고문을 당하는 순진한 변태용의자나, 〈괴물〉에서 “내 말도 말인데 왜 안 들어주냐?”고 외치는 송강호나, 〈마더〉에서 왜 내 아들을 안믿어주냐고 바들바들 떠는 혜자 선생님이나. 그런데 원빈은 억울함을 느끼고 항변하는 존재가 아니라 억울해질 수 있는 숙명이나 원형같은 존재로 다가왔어요. 그걸 순진함이라고 할지 대책 없음이라고할지. 이제까지 대중적으로 소비된 원빈만을 보다가 처음 원빈을 봤을 때, 이 청년이 강원도에서 서울로 와서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를 떠올렸습니다. 그랬더니 영화 속의 인물이 쑤욱 나왔습니다. 억지로 앞니를 빼거나 점을 붙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애가 바보스러운 모습으로 시골에 돌아다니는데 그게 너무나 사실적으로 보였어요.”

    봉준호 감독은 ‘원빈은 자격이 있는배우’라고 말했다.“내가 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그건 아직까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내 가슴이 아팠던 것처럼 사람들도 어떤 순수한 감정을 느낀다면 그걸로 감사해요”라고 그는 7년 전 내게 말했었다.봉준호와 원빈, 두 사람은 가장 멀리 있는 존재이며, 〈마더〉라는영화가 아니었다면 한평생 만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살인의 추억〉과 〈괴물〉과 〈태극기 휘날리며〉와 〈우리 형〉은 전혀 다른 끝에서 달려와 ‘살인범의 누명을 쓴 아들’이라는 돌연변이를 탄생시켰다.바로 원빈이다! 물처럼 담백한 김혜자를 바람 부는 폭풍우 속으로 떠다미는 원빈. “정서를 뒤흔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아직도‘엄마와 아들’이라는 시골 모자의 이야기가 영화적으로 성립이 될수 있는지, 불안에 떨고 있지만.” 낯가림이 심한 봉준호는 새로운 영화를 찍을 때마다 이전보다 더한 불안과 싸우고 있다고 했다.“김혜자는 위대한 배우이고, 원빈은 위대함의 문턱에서 한쪽 발을 들이민 배우이며, 저는 위대해질 가망성이 없는 사람입니다”라고 불안의끝에 달한 봉준호 감독은 자기비하적인 농담을 했다. “〈살인의 추억〉 때는 살인범이 찾아올까 불안했고, 〈괴물〉 때는 감당하기 힘든 흥행 때문에 불안했는데, 이번엔 이 영화가 나에게 무엇이고 관객들에게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때문에 불안합니다. 정신불안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버텨갑니다. 불안하지 않으면 그게 불안하고, 불안을 잊기 위해 영화를 찍고, 영화를 찍고 나면 다시 불안에 떠는 거죠.” 재미있게도 인터뷰 말미에 원빈도 같은 말을 했다. “저한테 자꾸 질문을 던집니다. 왜 이렇게 불안한 건지. 10대, 20대, 30대초에는 느끼지 못했던 불안이 대체 어디서 오는 건지. 어디까지 올라가야 그 불안이 없어질지… 하지만 영화 하는 동안만큼은 그 불안을 잊습니다. 부모님이 계신 시골에 가서 어슬렁거릴 때도 불안이 사라집니다.”나는 불안에 떠는 두 남자가 귀엽고 사랑스럽고 무엇보다 진실되게 느껴졌다. 어쩌면 이제야 비로소 꽃미남 관음증이라는 ‘길티 필링’ 없이, 우리는스크린에서 아름다운 청년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스릴러 앙상블의 귀재 봉준호의 카메라의 눈이 창조한 개운하게 풀어진 원빈의 눈과 레이저를 뿜어내는 김혜자의 눈!

    강원도 산골 청년은 스무 살에 배우가 되기 위해 서울행 무궁화호 기차를 탔다. 체크 프린트 셔츠는 리차드 채(Richard Chai at Mue), 데님 팬츠는 디젤(Diesel).

     

    체크 프린트 셔츠와 트렌치 코트는 버버리 런던(Burberry London), 데님 팬츠는 디스퀘어드2(Disquared2), 가죽 부츠는 구찌(Gucci).

     

    영원히 대중의 환호에 길들여지지 않는 눈, 길들일 수 없는 눈, 배우의 눈, 원빈의 눈, 그 폭풍의 눈. 그 눈에 봉준호의 카메라의 눈이 겹쳐진다. 아이보리 컬러의 티셔츠는 엔 헐리우드(N.Hoolywood at Ecru), 선명한레드체크 카디건은 폴 스미스(Paul Smith).

     

    체크 셔츠는 구찌(Gucci), 소매를 접어 올린 블랙 재킷과 팬츠는 어테츠먼트(Attachment at 10 Corso Como), 장화는트레통(Tretorn at Geek Shop).

     

    모든 영화의 영감을 사진에서 받는 감독 봉준호가 화보 촬영을 위해 사진가로 열연해주었다. 체크 프린트 재킷은 코스믹 원더(Cosmic Wonderat Ecru), 슬리브리스 톱은 엔 헐리우드(N. Hoolywood at Ecru), 블랙팬츠는까방드주카(Cabane de Zucca at Ecru), 장화는 트레통(Tretorn at Geek Shop).

     

      에디터
      김지수, 스타일에디터 / 이지아
      포토그래퍼
      KIM SANG GON
      스탭
      헤어 / 이혜영, 메이크업 / 이현아, 세트 스타일리스트 / 노제향, 스타일리스트/문주란
      브랜드
      코스믹 원더, 카반 드 주카, 트레통, 폴 스미스, 버버리 런던, 디스퀘어드2, 구찌, 리차드 채, 디젤, 앤 드멀미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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