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쯔이의 아리아는 끝이 없다.

그녀는 미소 한번으로 당신을 황홀하게 만들 수도 있고, 눈빛만으로 당신을 얼어붙게 만들 수도 있다. 그녀의 내부엔 뜨거운 불이 있다. 곡예와 무술, 춤과 노래, 경극 배우와 게이샤, 그리고 〈보그 코리아〉의 블랙 뮤즈까지…, 장 쯔이의 아리아는 끝이 없다.

크리스털 장식의 드레스는 이상봉(Lie Sang Bong), 장갑은 YSL, 목걸이는 도건 아트(Dogon Art at 10 Corso Como Seoul).

〈게이샤의 추억〉에서 장 쯔이와 공리는 리타 헤이워드와 그레타 가르보 같은 과거 스튜디오 배우들처럼 빛을 발했다. 장 쯔이와 공리, 두 사람 모두 장이모우(〈집으로 가는 길〉〈붉은 수수밭〉)에게 발탁되었고, 후에 그와 연인 사이가 됐다. 그리고 공리가 30대 중반에 영화계를 떠나 있는 동안, 젊은 장 쯔이가 그녀를 대신해 중국 최고의 여배우 자리에 올랐다. 장 쯔이를 소개한다. 타임워너 최대 주주(비비네보)의 약혼자로 24캐럿짜리 다이아 반지를 낀 신데렐라, 중국이 할리우드에 준 선물(〈타임〉), 그리고 남자 친구에게 차인 채 엉뚱한 복수를 일삼는 〈소피의 연애 매뉴얼〉의 주인공. 현대 중국 영화의 여왕, 장 쯔이는 아침잠이 간절히 필요한 상태에서 성수동의 낡은 방앗간을 개조한 〈보그코리아〉 촬영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아침 8시 45분, 그녀는 스타벅스 한 잔이 간절했다.

장 쯔이는 어제 오후 서울에 도착했고, 새 영화 〈소피의 연애 매뉴얼〉에 출연한 소지섭과 신라 호텔에서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치렀으며(핑크빛 드레스와 블랙수트를 입은 더블 샷은 마치 두 사람의 약혼 사진 같았다), 연이은 TV 인터뷰를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녀가 두 번째 〈보그코리아〉와 만나는 날이다. 지난 11월 영화 〈메이란팡〉의 개봉을 즈음해서 〈보그코리아〉는 베이징 지우창 예술 지구에 가서 그녀와의 첫 번째 작업을 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레드가 테마였고, 한국 디자이너들이 그녀를 위해 꾸뛰르 드레스를 제작했었다. “〈보그〉에서 패셔너블하게 변한 제 모습을 보고 중국 사람들이 많이 놀랐다고 했어요. 하지만 전 붉은색을 즐겨 입진 않아요.(웃음) 블랙을 더 좋아하죠.” 장 쯔이가 명랑하게 웃으며, 그날이 너무 추웠다고 몸을 부르르 떠는 시늉을 했다. “언제나 추위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예전에…, 10년 전인가? 〈와호장룡〉을 찍고 나서 〈무사〉라는 한국 영화(김성수 감독, 정우성 주연)를 찍었는데, 이제까지 찍었던 영화 중에 가장 고생을 했어요(웃음). 그때는 트레일러도 안 줬고, 하하하. 그래서 저는 이번에 〈소피의 연애 매뉴얼〉에 제작자로 참여하면서 배우들한테 트레일러를 가장 먼저 챙겨줬어요. 배우에게 트레일러는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 영하 20도가 넘어가는 곳에서는 반드시 필요하죠. 〈무사〉 때는 큰 철통에 나무 집어넣고 불을 때서, 어떤 배우들은 옷도 타고 그랬어요.(웃음)”

장 쯔이가 징징대며 좌중을 웃겼다. 그만큼 많은 시간이 지났다. 오늘, 표지 촬영을 맡은 사진 작가 조선희는 정우성과 장 쯔이가 함께 음료 광고 사진을 찍었던 과거 시절의 경험을 꺼내 환담을 나눴다. “그때만 해도 중국적인 촌스러움이 남아 있었는데, 지금은 프로포션도 더 좋고, 몰라보게 세련돼졌어요.” 장이모우, 이안, 스필버그, 왕자웨이, 첸 카이거… 중국 5세대 감독과 할리우드 시스템의 중국 감독, 그리고 정통 할리우드 감독까지, 자존심 강한 영화 대국에서 동시에 사랑받은 1백만 불짜리 행운의 북경 여자. TV도 없고 백화점도 없다가 순식간에 인터넷과 패스트푸드점과 극장과 현대 미술과 명품 브랜드의 제국으로 급성장한 중국의 변화가 장 쯔이라는 ‘다국적 스타’를 키워냈다. 참으로 놀라운 타이밍이었다. 장이모우는 〈붉은 수수밭〉 이후 중국 농촌 전통의 리얼리즘적 매력을 알리기 위해 〈집으로 가는 길〉의 토속적인 장 쯔이가 필요했고, 이안은 ‘중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컨셉을 위해 〈와호장룡〉 대숲의 아크로바틱한 무용가로 장 쯔이가 필요했으며, 스필버그는 일본 게이샤를 연기할 열정의 동양 배우로 장 쯔이가 필요했고, 왕자웨이는 임청하와 장만옥의 미적 패러다임에서 진화하기 위해 〈2046〉의 새로운 헤로인이 필요했고, 첸 카이거는 장국영과 함께했던 〈패왕별희〉 시절의 찬란한 영광을 다시 찾기 위해 〈메이란팡〉의 남장 경극 배우로 장 쯔이가 필요했다.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장만옥이 〈클린〉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때도, 기자들과 평론가들은 〈영웅〉과 〈2046〉의 장 쯔이를 ‘걸어 다니는 진보’로 평하며 그들만의 ‘여우주연상’을 헌정했다. 오페라 극장을 울리는 아리아처럼 장 쯔이는 동서양의 극장을 오가며 모든 영화에서 우아한 연기를 선보였다.

크리스털 장식의 벨벳 소재 재킷은 발맹(Balmain at 10 Corso Como Seoul), 다이아몬드와 오닉스 소재의 귀고리는 까르띠에, 뱅글은 H.R.

인간의 가냘픈 몸이 예술의 차원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장 쯔이. 지금 그녀를 〈보그〉의 블랙 뮤즈로 변신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핑크빛 매니큐어와 페디큐어를 깨끗이 지워냈다. 얼굴부터 목, 손, 발까지 점 하나 없이 눈처럼 하얗다. 모두들 ‘베이비 페이스!’하고 탄성을 지르자, 그녀는 “쎄쎄”라고 화답하며 장난스럽게 V 마크를 만들어 보였다. 백도화지 같은 그녀 위에 먹으로 그림을 그리면 서양화가 될까, 동양화가 될까? 하지만 장 쯔이는 굉장히 직선적이고, 자기 주장이 뚜렷했다. 이번 시즌 유행하는 커다란 리본 모자는 청나라 시대의 장신구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No!”, 아이라인을 그리지 않는 담백한 눈은, 피로해 보여서 “No!”, 뒤쪽에 볼륨을 주는 헤어는 나이 들어 보여서 “No!”, 사생활에 대한 질문도 “No!”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니, 제게 무엇이 어울리는지 알게 됐어요. 저는 전문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장 쯔이다운 느낌, 배우다운 느낌을 고수하고 싶어요. 사생활에 대해서도 그래요. 너무 많은 간섭과 가십에 시달렸죠. 친구들과 밥 먹으러 가는 것도 사진에 찍혀요. 그런 게 두려워서 집 안에 갇혀 있을 순 없지만, 또 영향을 안 받을 수도 없죠. 제 손가락에 반지 보이시죠? 전 이 반지를 잘 때도 빼지 않아요. 잃어버릴까 봐서요(중국 언론에 따르면, 장 쯔이와 비비네보는 두 달 전부터 냉전이 시작됐고, 비비가 선물한 약혼 반지를 장 쯔이가 손에서 뺀 후 착용하지 않으면서 두 사람의 결별 보도가 잇따랐다). 지금 저와 약혼자에 대해 나오는 루머는 매체가 악의적으로 만들어내는 거예요. 싱글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연애한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저는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어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거죠.”

그녀가 급선회하듯 〈소피의 연애 매뉴얼〉이라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넘어지고 엎어지는 슬랩스틱 연기를 선보였을 때, 우리는 깜짝 놀랐다. 영화 스토리지만 결혼을 두 달 앞두고 남자 친구에게 차인 장 쯔이라니! 오히려 3일 만에 사랑에 빠진 남자를 위해 3년을 기다려온 남자를 버리는 〈연인〉의 ‘메이’가 더 장 쯔이답지 않은가. 하지만 그녀는 우리의 기대를 언제나 즐겁게 배신할 준비가 돼 있다. 그것은 장 쯔이의 새로운 ‘도전’이며 ‘독립선언’이다. “현장에서 10년 경험을 쌓았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은 충동이 생겨요. 특히 이 작품은 친구가 시나리오를 쓴 감독이었기 때문에 더 신뢰가 갔어요. 이런 장르의 로맨틱 코미디가 영어 자막으로 서양에 나갔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올까도 궁금해요. 할리우드 배우들에게 영향을 받아서 제작자를 하게 된 건 아니에요. 전 결코 다른 배우들을 따라 하지 않아요.”

장 쯔이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배우로 사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처음으로 할리우드에 가서 〈게이샤의 추억〉을 할 때, 낯선 환경과 영어 연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어요. 공리가 없었다면….” 그녀는 스타벅스 커피를 손에 쥐고 또 한번 귀엽게 몸을 떨었다. “공리는 장이모우와도 함께했고, 그리고 제가 가는 길을 먼저 갔기 때문에 제게는 빛과 같은 존재였죠. 어떤 배우가 새로운 일을 개척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그녀는 한국 배우들이 할리우드에 나가서 하는 활동에 큰 박수를 쳐줘야 한다고, 선동가적인 태도로 이야기했다. 스스로가 ‘노력의 가치를 인정받았을 때가 자랑스럽다’고, 가끔 자신을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고. “제게 결정적인 기회란 없었어요. 매번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전 영화가 그 다음 영화의 기회가 되곤 했죠.” 실제 그녀는 〈연인〉의 시각장애인을 연기하기 위해 두 달 동안 시각장애인 여인과 동거했으며, 〈게이샤의 추억〉의 배역을 위해 게이샤 학교에서 훈련을 받고, 오랫동안 무릎 사이에 책을 끼고 걸어 다녔다. “배우로서 게이샤도, 경극 배우도, 장님도 연기했어요. 그렇게 수많은 사람을 연기한다기 보다 닮아가려고 했는데, 그 속에서 내 인격도 같이 성숙해 간다고 믿어요. 배우가 어쩔 수 없이 피동적인 직업이고, 가십거리가 되고, 구경거리가 될 때는 슬프지만… 그래도 즐거움이 더 많죠.” 아직 결혼을 할 생각은 없다지만, 자기 인생에서 중요한 건 가족과 아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가족들과 웃고 떠들며 지낼 때가 좋아요. 중국에서는 가족끼리 모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오빠가 결혼해서 조카가 생겼는데, 요즘엔 조카와 노는 게 가장 행복해요. 팬들이 사랑한다고 얘기해줄 때도 기쁘고.”장 쯔이는 사랑은 한 가지 단어로 표현할 수는 없는 복잡한 정서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관용과 이해라고 덧붙였다.

이윽고, 장 쯔이가 〈보그〉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잡기 시작했다. “이렇게 뱀파이어처럼 붉은 입술은 처음이에요”라고 속삭이며. 검은 매니큐어를 바른 두 손으로 앙큼하게 쥐를 잡는 포즈를 취하면서. 암회색의 깊은 회벽 앞에서 블랙 드레스를 입은 장 쯔이는 정말로 한 마리 영묘한 검은 고양이 같았다. 그렇게 서구적 입체감을 지닌 수묵화 속의 검은 고양이는 〈보그코리아〉의 블랙 뮤즈의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했다.

블랙 롱 드레스와 가죽 소재의 뷔스티에는 펜디(Fendi), 크리스털과 진주로 장식한 목걸이는 아틀리에 스와로브스키(Atelier Swarovski by Christopher Kane at 10 Corso Como Seoul), 긴 장갑은 디올(Dior), 뱅글은 H.R.

레이스 톱의 실크 드레스는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 겹쳐 입은 러플 장식의 드레스는 비터 앤 스위트(Bitter & Sweet), 모피 장식의 장갑은 샤넬(Chanel), 가죽 소재 뷔스티에는 펜디(Fendi), 레이스업 부츠는 이상봉(Lie Sang Bong), 귀고리는 브리짓 아돌프(Brigitte Adolph at10 Corso Como Seoul), 목걸이는 톰 빈스(Tom Binns at 10 Corso Como Seoul).

컷오프 장식의 검정 셔츠는 지방시(Givenchy), 부풀어 오른 어깨의 재킷은 돌체 앤 가바나(Dolce&Gabbana), 보디수트는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Maison Martin Margiela), 모피 장식의 장갑은 샤넬(Chanel),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의 귀고리는 까르띠에(Cartier), 24캐럿의 다이아몬드 반지는 장 쯔이의 소장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