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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토투가 어떻게 레이디 샤넬로 성장했는가?

2016.03.17

by VOGUE

    오드리 토투가 어떻게 레이디 샤넬로 성장했는가?

    안느 폰테인 감독이 연출한 <코코 아방 샤넬>에서 오드리 토투가 젊은 시절의 샤넬을 연기한다. 몽마르뜨의 해피 걸로 ‘아멜리에 스타일’을 창조했던 귀여운 토투가 이번엔 프랑스 패션 혁명의 주인공으로 여성의 권리장전을 선언한다. 토투가 어떻게 레이디 샤넬로 성장했는가를, 〈보그 코리아〉가 독점 인터뷰했다.

    화이트 셔츠와 팬츠, 클래식한 진주 목걸이로 완벽한 레이디 샤넬이 된 오드리 토투. 의상과 주얼리는 모두 샤넬(Chanel).

    오드리 토투와 〈보그코리아〉는 올해 4월 파리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토투는 패션의 전설인 샤넬을 연기했다는 걸 자랑스러워했고, 우리는 젊은 시절 도도하고 다혈질적인 샤넬로 변한 토투의 육체적 시크함에 반해 있었다. 행운의 여신이 도운다면 깡봉가의 샤넬의 아파트에서 표지 촬영을 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 우리 모두 들떠 있었다. 마침 토투는 까뜨린느 드뇌브, 니콜 키드먼에 이어 샤넬 No5의 모델이 되어 〈아멜리에〉의 쟝 피에르 쥬네 감독과 미스터리한 러브 스토리 필름도 찍은 터. 그야말로 샤넬 하우스의 요정이었다. 까다로운 칼 라거펠트도 토투야말로 21세기의 샤넬이라며 샤넬 아카이브에 보존된 1920년대 룩을 그녀의 캐릭터에 헌정하며 만족스러워 했다. 유명한 영화 의상 디자이너 까뜨린 르떼리에는 샤넬의 수많은 중요한 테마들(동백꽃에서 검정 퀼트 가죽에 이르기까지)을 다룰 때 그것이 탄생했을 법한 순간들을 가정하면서 코코의 초기 룩들을 용의주도하게 등장시킨다.

    그동안 파리의 영화사와 오드리 토투 에이전시와의 연락이 계속되었고, 촬영 일자의 가닥이 잡히던 즈음, 국내 영화사로부터 〈코코 아방 샤넬〉의 개봉 일정이 연기되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오드리 토투와의 만남은 8월 초로 미뤄졌고, 파리 대신 서울에서의 슈팅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토투의 다음 영화 촬영이 이어지면서 서울행도 무산. 결국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만남은 몇 차례의 서면으로 이뤄졌다.

    8월 27일 개봉하는 〈코코 아방 샤넬〉은 전통적인 전기 영화와 달리 샤넬이 패션 디자이너로 아이콘적인 위치를 획득하기 전, 그렇지만 ‘모든 미래의 스타일이 이미 탄생한’그녀의 초창기 시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는 샤넬이 엄마에게 버림 받고 오바진 수녀원에 맡겨지는 걸로 시작한다. 여기서 그녀의 보잘것없는 신분은 그녀가 입고있던 초라한 검정 원피스―나중에 복수심에 불타 전 세계 부유한 여성들의 패셔너블한 단골 의상 LBD(Little Black Dress)로 재창조된―로더욱 강조된다. 젊은 시절 샤넬은 가수 겸 무용수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툴루즈 로트렉풍의 뮤직홀의 치열한 세계에서 살아남을 만한 재능은 없었다. 대신 남자들의 도움으로 모자점을 열면서 패션계에 첫발을내딛게 된다. 감독인 안느 폰테인에게 이 프랑스의 전설적인 인물을 연기할 여배우는 단 한 명밖에 없었다. “오드리 토투가 없었다면 샤넬영화를 만들지 않았을 겁니다. 그녀는 지성과 미모, 균형 잡힌 몸매와 체격을 갖고 있어요. 오드리는 샤넬 그 자체입니다.”

    타인의 행복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몽마르뜨 제국의 우화적인 앨리스, 아멜리에는 사라지고, 진지하고 열정적이며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혁명가 샤넬의 눈빛이 자리 잡았다. 리본 디테일의 톱과 인조 진주 팔찌는 모두 샤넬(Chanel).

    VOGUE 몽마르뜨의 뉴웨이브적인 장난꾸러기 아멜리에가 어떻게 격정적인 샤넬이 된 거죠?

    TAUTOU 아멜리에나 샤넬 모두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뉴 웨이브적이에요. 사실 마음속으로는 언젠가 샤넬 역의 캐스팅 제의를 받고 싶었어요. 대하 소설 같은 프로젝트가 아니길 바랐죠. 새로운 시각에서 보는 샤넬의 현대적인 감각—그녀의 정신, 여성의 지위에 미친 영향—에 반했기 때문에 안느 퐁텐 감독이 어떻게 이 주제를 다룰 것인지에 대해 얘기했을 때 바로 동의했어요.

    VOGUE 안느 퐁텐 감독은 오드리 토투가 없었다면 샤넬 영화를 만들생각 자체를 안 했을 거라고 하더군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TAUTOU 안느 퐁텐 감독은 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샤넬의 이미지를 보았다고 했어요. 안느는 “오드리와의 첫만남에서 코코 샤넬 같은 집념, 과감성, 사람을 꿰뚫어보는 듯한 시선에 반했다”고 말했죠. 저는 오래전부터 샤넬 역을 맡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어요. 이전에도 제의는 여러 번 받았지만 그녀의 삶을 출생부터 죽음까지 자세하게 다루는 전형적인 대하 소설 같은 전기 영화에는 출연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식으로 구태의연하게 제작되어서는 그녀의 삶을 제대로 조명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VOGUE 미국 배우 셜리 맥클레인이 마담 샤넬로 나오는 〈코코 샤넬〉에 대한 패션 마니아들의 혹평이 신경 쓰였나요? 샤넬 추종자들은 푸짐한 몸매의 셜리 맥클레인이 마담 샤넬로 분했다는 데 맥빠져 했죠.

    TAUTOU 처음부터 저는 기존의 샤넬 작품과 배우들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단순한 모방을 위한 해석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젊은 시절의 샤넬을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이미 결정을 한 상태였죠.

    VOGUE 오드리 헵번을 본떠 오드리 토투로 이름이 지어졌다고 들었어요. 당신 부모님들은 무척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배우가 되는 데 그분들에게 영향을 받았나요?

    TAUTOU 엄마는 선생님이고, 아빠는 치과 의사였어요. 10대에 연기를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반대하셨기 때문에,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면서 연기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VOGUE 배우로서 캐릭터 또는 그 이미지가 계속 남아 있는 것이 두려운가요? 오드리 헵번이 〈로마의 휴일〉에서 그랬듯이 말이에요.

    TAUTOU 훌륭한 여배우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진지하게 임하는 거예요.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배우는 매력적이고, 그런 재능을 타고난 배우는 언제나 솔직하고 자신을 꾸미지 않죠. 그래서 관객들에게 인상 깊은 무언가를 주는 거죠.

    VOGUE 그 시대의 샤넬 의상을 입는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같네요. 당신이 입었던 샤넬 빈티지의상들과 그 옷을 입었을 때의 기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겠어요?

    TAUTOU 샤넬 측의 협조가 절실했죠. 특히 마지막 장면들은 샤넬의 드레스를 입지 않았다면 찍을 수 없었어요. 우리는 이 마지막 장면들을 파리 리츠 호텔에 있는 샤넬의 아파트 계단에서 촬영했고, 모든 드레스는 샤넬에서 제공했어요. 감독이 칼 라거펠트를 여러 번 만났고,의상감독인 까뜨린느 르떼리에가 제작하고 있는 영화 의상들의 스케치를 그에게 보여주기도 했어요. 칼은 촬영 중인 제 모습을 보고 오드리 토투가 진정한 샤넬이라는 말을 해주었죠. 우리는 자연스럽게 샤넬하우스와 함께 일했고, 촬영에 큰 도움을 받았어요.

    VOGUE 정말로 샤넬이 된 것 같은 영묘한 기분이 들던가요?

    TAUTOU 영화 촬영 중 가장 소름 끼치는 순간은 전설적인 거울에 둘러싸인 계단에서 촬영을 할 때였어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었거든요.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밖에 없어서, 문제가 생겨도 재촬영을 할수 없었죠. 압박이 대단했어요. 게다가 많은 모델들과 샤넬에서 나온사람들도 있었죠. 그녀를 알던 사람들도 참석했구요. 그 외에 엑스트라들도 있었죠. 정말로 집중을 해야만 했어요.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면 나는 죽는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너는 바로 여기, 너의 집에 있는 거야.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바로 나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야.’ 그렇게 나 자신에게 말했죠. 저는 그 촬영장의 보스, 샤넬이었어요. 촬영 장소를 욕되게 할 수는 없었죠. 거대한 책임감이었어요.

    VOGUE〈아멜리에〉〈인게이지먼트〉〈다빈치 코드〉〈코코 샤넬〉의 캐릭터 퍼즐을 맞춰보면 오드리 토투라는 특별한 인물이 탄생하는 것 같아요. 스스로가 특별하다고 느끼나요?

    TAUTOU 특별한 목적의식도 없고, 경력을 위해 아무것이나 해낼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고, 야망도 없었지만 내가 여배우가 되기로 했을때 내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는 알고 있었어요. 타협을 할 사람은 아니라는 거죠.

    VOGUE 오드리 토투가 본 샤넬은 여자로서 어떤가요? 사교계의 명사이고 혁명가이고 아티스트기도 했지만, 한 남자의 여자로서 안전하고 평범하게 존재하지 못했다는 건 일면 슬픈 일처럼 느껴집니다.

    TAUTOU 샤넬의 성격이 오만하고 자존심이 셌다는 것 정도는 알고있었어요. 권위적이며 군림하려고 하는 경향도 있었죠. 분명한 건 잠재력이 풍부한 여성이었다는 거예요. 그 외에는 잘 모르겠네요.

    VOGUE 잘 모르겠다니요?

    TAUTOU 저도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아는 만큼 밖에는 잘 모르거든요. 메종 샤넬과 코코 샤넬이라는 여인에 대해, 그녀의 아이디어와 이미지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녀의 인간성이 어땠는지, 샤넬의 독특함과 그녀의 운명이 왜 그렇게 놀랄 만한 일인지는 사실 모르잖아요.

    VOGUE 그 여자의 어떤 이미지가 당신 마음속에 있죠?

    TAUTOU 그 강인함 뒤에 숨겨진 모습이었어요. 약점 덩어리였다는것이죠. 강인함이 컸던 만큼 숨겨야 하는 것도 컸기 때문에 그런 척 해야 했죠. 샤넬은 자신이 고아였다는 것, 스스로를 개척해 나갔다는 것,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대해 정말 숨기고 싶어 했어요. 어떤 출신이기 때문에 그녀를 더 빛나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원하지 않았죠. 사람들이 그녀에게 동정심을 갖는 것도 싫어했어요.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그녀의 어린 시절이나 그녀가 겪은 고통에 대해 어느정도 거리를 두려고 하는 열망이 컸어요. 그것이 그녀를 신비스럽고인상적으로 보이게 한 것 같네요.

    VOGUE 당신은 정말 빼어난 몸매의 소유자예요. 아멜리에 룩도 어울리고 동시에 샤넬룩도 어울리는 그런 여배우는 흔치 않죠. 무엇이 당신을 그토록 아름답게 만드나요?

    TAUTOU 전 편안한 걸 좋아해요. 평소에는 그렇게 여성스럽게 옷을 입지는 않아요. 하지만 맡은 역할에 따라 자주 입어보지 않았던 의상이라도 캐릭터와 잘 어울리도록 스스로 노력을 하죠. 그런 노력 때문에 영화에서 아름답게 보인 것 같아요.

    VOGUE 사람들은 얘기 하죠. 프랑스 여배우는 모두 인생의 작가들이라구요. 그들은 감독을 존중하지만, 감독의 조종을 받지는 않죠. 당신은 영감을 얻기 위해 까뜨린느 드뇌브, 소피 마르소, 줄리엣 비노쉬를생각한 적이 있나요?

    TAUTOU 프랑스 여배우들은 너무 사랑스럽죠. 하지만 메릴 스트립, 줄리엣 루이스, 조디 포스터, 줄리안 무어가 저의 우상이죠.

    VOGUE 샤넬을 연기한 이후 당신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TAUTOU 글쎄요, 전 항상 샤넬 스타일이 단순하고 여성스러우며 정말 프랑스식이어서 좋아하고 있었어요. 정말로 프랑스 스타일의 우아함을 보여주거든요. 하지만 영화 이후에도 취향에 대한 변화는 생기지않은 것 같아요. 전 샤넬이라는 사람에 대해 흥미가 있었고 감독인 안느와 상의할 때에도, 이 영화는 패션에 너무 빠진 사람들을 위한 영화로 만들지 말자고 서로 동의했어요.

    VOGUE 전세계가 패션 영화에 빠져 있고, 그게 유행이에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든지 〈섹스 앤 시티〉라든지. 왜 패션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영화가 되지 않길 바란 거죠?

    TAUTOU 그렇게 되면 제한도 많은데다 흥미도 반감되어버리잖아요. 저는 항상 그녀의 강인한 캐릭터를 짊어지고 가야 했어요. 그녀가 아직 방황하고 있을 때부터 그녀의 이런 중요한 요소들, 다시 말해 고통, 자존심, 오만함, 성공하고픈 열망, 그리고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다는 것,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그녀를 만들었어요. 그런 것들을 50일 아니 그 이상 동안 제 어깨에 얹어 놓고 다녀야 했으니 오죽 무거웠겠어요

    VOGUE 패션에 대해서는요?

    TAUTOU 그녀가 어떻게 패션을 생각했는가에 대한 제 관점을 바꾸어 놓았죠. 그녀가 옷을 만드는 방법이나 옷을 만드는 이유는 매우 개인적인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것은 여성을 자유롭게 하고 그들의 개성과 현명함을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그녀는 여성들이 멍한 장식품이 아닌 그 이상이 되기를 원했어요.

    〈다빈치코드〉의 소피 느뵈 역으로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오드리 토투. 〈코코 아방 샤넬〉의 호평으로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를 노리고 있다. 언밸런스 네크라인의 원 숄더 드레스와 펌프스는 샤넬(Chanel).

    VOGUE 지금 촬영하고 있는 영화는 무엇이죠?

    TAUTOU〈프라이스리스〉를 함께했던 피에르 살바도리 감독과 코미디 〈Soins Complets〉(Full Treatment)란 작품을 촬영하고 있어요. 스토리는 헤어살롱 매니저가 아버지가 죽고 난 후 우울해진 어머니를 도울 길이 없었는데… 어느날 익명으로 러브레터를 받게 돼요. 그래서 자신의 이름 대신 어머니의 이름과 주소로 바꾸죠. 이 작전이 먹혀 어머니는 기분이 좋아져 우체통 옆에서 안절부절하며 편지를 기다립니다. 그 딸은 한편으론 기쁘지만 자기가 놓은 덫에 걸려 익명으로 편지를 쓴 사람을 연기할 누군가를 찾게 된다는 이야기예요.

    VOGUE 왜 여배우가 됐죠?

    TAUTOU 어렸을 때는 유명한 사람이 되거나 연기를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동물을 연구하거나 자연에 관심이 많았죠. 10대가 되면서 갑자기 자연보다는 파티를 하는 것이 흥미롭고, 예술과 연극, 그리고 영화에 점점 관심이 많아졌는데 그게 배우가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VOGUE〈아멜리에〉는 당신 인생에서 무엇이었죠?

    TAUTOU 〈아멜리에〉의 성공 후 갑자기 유명해져서 대중들의 관심이 많아졌고,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고 말을 걸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한동안 외출할 때는 검은 선글라스와 커다란 모자를 쓰고 다녔어요. 사생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유명세를 혹독하게 치르고, 대중의 관심이 암처럼 고통스러웠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현상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졌고, 팬들의 돌발적인 행동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죠. 제게 중요한 일은 저의 자유를 지키는 일이죠. 팬들의 많은 관심 속에서 배우로서 올바른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아닌 배우로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했어요. 그 이후 몇 년 동안 여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했죠.

    VOGUE 요즘엔 어떤 책을 읽고 있나요?

    TAUTOU 촬영 중이라 캐릭터에 몰두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도 피하죠.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작가는 빅토르 위고, 오스카 와일드, 폴 오스터예요.

    VOGUE 배우로서 〈아멜리에〉와 〈코코 샤넬〉 사이에 한 작품만 더 추가할 수 있다면 어떤 걸 고르시겠어요? 〈다빈치코드〉 혹은 〈입술은 안돼요〉?

    TAUTOU 〈아멜리에〉가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각본상, 촬영상, 미술감독상 후보에 오른 날로 기억하고 있어요. 당시 저는 LA에체류하고 있었는데, 주네 감독이 ‘한번 읽어보라’며 〈인게이지먼트〉 원작 소설을 보내주셨죠. 그때까지만 해도 이 작품에 대해 아는 게 전혀없었어요. 그런데 읽는 순간 책 속에 제 마음을 파묻게 되었어요. 그제서야 감이 왔죠. 주네 감독이 10년 전부터 이 소설의 영화화를 꿈꾸었던 진짜 이유를. 제 이런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원작 소설을 각색한 시나리오를 보여주셨어요. 〈인게이지먼트〉는 스토리도 좋았지만, 장 피에르 주네와 또다시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무한한 영광이었으니까요. 처음부터 저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는 감독의 말에 속아서 출연한 것이 절대 아니라는 거죠. 장 피에르 주네는 배우에게 스스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겨나도록 만들어주는 감독이에요. 배우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 주지요. 기회가 주어지면 또 같이 일하고 싶은 감독인데, 이번에 샤넬 No5광고를 위해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좋았죠.

    VOGUE 프랑스 사람들은 영화 〈코코 샤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당신의 지인들은 영화를 보고 어떻게 얘기해주었나요?

    TAUTOU 영화를 본 사람들이 내년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감이라고 얘기해줘서 기뻤어요. 샤넬은 가장 유명한 프랑스 인 중 한 사람이자 아이콘이죠. 이전에도 그녀를 다룬 영화가 있기는 했지만 항상 그녀의 일생을 다룬 영화였어요. 프랑스 사람들이 〈코코 샤넬〉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이전의 영화들과는 달리 샤넬로 성공하기 이전이야기라는 점이죠. 저뿐만 아니라 프랑스 인들을 흥미롭게 했던 것은 어떻게 그녀가 자기 자신을 만들어냈는가였어요. 물론 장인정신을 통해서이지만 샤넬의 개성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기 때문이에요.지금 여성들은 그녀가 우리와 매우 비슷한 사람이라고 느낄 거예요.독립적으로 일을 했고, 자유로웠고, 현대적이고 싶어 했으며, 자신의 인생을 조종하고 싶어 했죠. 정말 현대적이죠.

    VOGUE 마지막으로 〈보그코리아〉 독자들에게 〈코코 샤넬〉을 보는 당신만의 앵글을 알려주신다면?

    TAUTOU 저는 샤넬의 심오하고 독특한 운명을 이해하게 됐고, 샤넬은 희망과 성공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는 게 요즘보다 훨씬 더 핸디캡인 그당시의 사회적 배경 속에서 가진것 하나 없는 상태로 시작해서 정상에 올랐어요. 20세기 초반 그녀의명성은 여성에게 제약이 많았던 사회적 관습에 대항해 얻어진 것이기에 더 이례적이죠. 이 영화는 한 여성의 운명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고, 샤넬은 삶에 대한 이해가 뛰어났고 시대를 앞서간 여인이었어요.그녀의 강인한 성격, 오만함, 자부심, 지적 능력은 그녀를 성공하게끔 만든 원동력이죠. 정직과 성실의 대명사인 샤넬은 포기하는 법이 없었어요. 샤넬은 사람들의 시선에 관심이 없었고, 또 그들이 그녀의 성공을 인정해주는 것에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녀는 자신에게 충실하기위해 헌신했고, 자신의 상황을 비극으로 단정짓는 것을 거부했어요.이런 드라마틱한 그녀의 운명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래요.

    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Max Vadukul
    브랜드
    샤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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