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영, 한지혜, 변정수, 이혜상 슈즈 마니아!

잇 백의 시대는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이제는 어떤 백이 손에 걸려 있는지 보다, 어떤 구두를 신고 있느냐가 스타일 지수를 가늠하는 기준이다. 자신만의 취향이 분명한 4명의 슈즈 마니아들이 각자의 소중한 구두와 함께 <보그> 카메라 앞에 섰다.

리틀 블랙 드레스는 하나 마샬, 왼쪽 팔찌는 훈보, 오른쪽 팔찌와 반지는 파크 케이, 블랙 플랫폼 힐은 크리스챤 루부탱.


SHOES MASTER


“맞춤 신발장에 보관해뒀던 우리 ‘애기’들이에요.” 서인영은 언제나처럼 자신의 하이힐들을 ‘애기’라고 칭하면서 사랑스럽게 바라봤다. 발렌시아가, 돌체 앤 가바나, 샤넬 등 패션 하우스의 슈즈들은 물론,피에르 하디, 크리스챤 루부탱, 쥬세페 자노티 등 보물급 킬 힐 등이 서인영의 옆에서 포스를 뿜고 있다. “구두가 많은 편이긴 하지만 친구들에게도 종종 구두 선물을 하는 편이라 정확히 몇 개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오래전부터 그녀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스타일리스트는 6백 켤레는 훌쩍 넘을 거라고 덧붙였다.

포털 사이트에 서인영 이름을 검색하면 ‘서인영 구두’가 함께 따라 나올 정도가된 건 작년에 방송된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원래 패션, 특히 구두를 즐기는 편이었는데 갑자기 알려지면서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요. 전 좋아하는 것을 즐길 뿐이니까요.” 그녀가 엄선해서 스튜디오로 가져온 ‘애기’들은 블랙 컬러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사실 전 블랙 마니아예요. 블랙 옷들이 많고, 구두도 마찬가지죠. 블랙 구두 가운데 특이한 디테일이 들어간 걸 좋아하죠. 킬 힐이야말로 여자로 사는 즐거움이죠.”

오랜 슈즈 쇼핑의 결과 편집숍에서도 자신에게 딱 어울리는 슈즈를 단 5초면 골라내는 안목을 갖추게 되었다는 그녀. 숍마스터들은 아예 그녀에게 어울릴 만한 힐을 따로 빼놓기도 하고 바잉을 대신 해주기도 한다. “간절히 원했던 슈즈들은 모두 제 손에 들어왔던 것 같아요. 컬렉션북을 보고 마음에 드는 슈즈를 체크해뒀다가 해외에 나갈 일이 있으면 찾아 다니곤 해요. 꼭 갖고 싶은 구두를 손에 넣었을 땐 탄성이 절로 나오죠.”

이처럼 스타일에서 슈즈를 중요하게 여기는 그녀의 외출 준비는 어떤 순서로 이뤄질까? “그건 너무 당연해요. 우선 속옷만 입은 상태에서 신발장 앞에 서죠. 그날 기분에 따라 가장 신고 싶은 ‘애기’를 먼저 골라요. 그 다음 신발에 맞춰 옷을 꺼내 입죠.” 그녀가 활동하기에 편안하다고 느끼는 구두 굽 높이는 12cm다.“발목이 꺾일 정도로 지나치게 높은 신발은 다리가 예뻐 보이지 않아요. 전체적인 실루엣과 자세를 예쁘게 만들어주는 신발 높이가 좋죠.” 킬 힐을 좋아하지만 가방 속에 항상 플립 플랍을 넣고 다니면서 바쁠 땐 갈아 신고 달린다.

이 다음에 슈즈 전시를 해도 좋을 보물급 슈즈부터 트렌디한 킬 힐, 그리고 빈티지 부츠까지 두루 즐기는 그녀가 살짝 전하는 멋진 슈즈를 선택하는 그녀만의 요령은? “소재와 굽이 가장 중요해요. 굽이 ‘잘 빠져야’ 멋진 실루엣이 나오니까요. 신어 본 후 뒷모습을 꼭 거울에 확인해 보세요!”

실크 톱과 핫핑크 미니스커트는 모두 쟈뎅 드 슈에뜨, 뱅글은 루이 비통, 목걸이는 티파니, 신고 있는 슈즈는 직접 디자인한 H 바이 지니 킴.


HAPPY SHOES MAKER


“제가 디자인한 하이힐을 신고 계신 분들을 만나면 너무 설레요.” 한지혜가 슈즈 브랜드 지니 킴과 함께 직접 디자인한 ‘H by JINNY KIM’은 런칭과 동시에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지니 킴 슈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작은 리본들을 장식하기도 하고, 사랑스러운 색감을 더해 여자들이 원하는 슈즈를 만들어봤어요.” 지난 5월, 처음으로 자신이 디자인한 구두를 선보인 한지혜는 10월쯤에 출시할 가을, 겨울 슈즈 디자인도 준비중이다. 지니킴 매장을 자주 드나들며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슈즈 디자인에 도전하게 된 것. 이후 지니 킴이 깜짝 놀랄 정도로 아주 열정적으로 구두 디자인의 기초를 배운 그녀는 자신만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세련된 스타일이 돋보이는 슈즈를 선보이게 되었다. “드라마 촬영 틈틈이 구두 스케치를 해서 쉬는 날이면 지니킴과 함께 의견을 나누곤 했어요. 가끔 실패를 하기도 했지만 다시 또 즐겁게 새로운 디자인을 해보곤 했죠.”

작업실에 드나들며 구두 스케치와 제작 과정에 대해서 배우던 그녀는 피렌체의 구두 장인을 만나는 기회를 통해 더 매료되었다. “이탈리아의 장인을 만나면서 제작 공정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어요. 한 켤레의 구두엔 구석구석 장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어요.” 장인의 손을 거쳐 생명력을 얻게된 구두가 숍에 디스플레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본 한지혜는 더 열정적으로 구두 디자인에 몰두했다. “60년대에 만들어진 페라가모 구두를 선물 받았어요. 세월이 흘러도 그 멋이 그대로인 구두는 정말 감동적이었죠.”

또 그녀는 신는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구두야말로 가장 중요한 스타일 오브제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신발만으로도 충분히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죠. 소재나 굽의 모양, 약간의 디테일만으로도 큰 차이를 줄 수 있으니까요. 그런 섬세한 부분 하나하나를 생각했어요.” 올가을엔 그녀가 좋아하는 편안한 스타일의 부츠와 부티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티셔츠에 미니스커트, 축 늘어지는 느낌의 카디건에 부츠만 매치해도 멋스러울 수 있어요. 플랫 슈즈는 좀 심심해 보여도, 플랫 부츠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으니까요. 평상시에도 부담 없이 신을 수 있는 적당한 굽의 부츠를 만들어볼 생각이에요.

그렇다면 한지혜가 손꼽는 구두 컬러는? “화이트와 레드! 전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돼요. 제가 이번에 디자인한 스터드가 잔뜩 박힌 화이트 구두를 신으면 포인트가 될 수 있고, 기분전환이 필요할 땐 빨강 힐만큼 좋은 것도 없죠.”

타이다이 드레스는 셀린, 전체 룩에 확실한 포인트가 되는 샌들은 발맹.


EXPERIENCED COLLECTOR


오랜 모델 생활 이후 탤런트, 토크쇼 진행자 등으로 변신 중인 만능 엔터테이너 변정수는 하이힐에 있어서도 누구보다 오랜 경험을 갖고 있다. “구두는 3백 켤레쯤 돼요. 그 정도 되면 정리가 여간 골치 아픈게 아니죠. 전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어 신발 박스에 붙여 놓거나 그림을 그려 정리해요.” 하이힐, 그 중에서도 샌들을 유독 좋아하는 그녀는 비교적 싼 자라의 멀티 스트랩 샌들부터 값비싼 알라이아의 레이스 스트랩 힐 등을 차례로 꺼내놓았다. 그리고 지난 시즌 공전의 히트를 치며 셀레브리티를 비롯, 수많은 슈즈 마니아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발맹의 스터드 샌들을 꺼내 신었다. “꽤 비싼 가격이었지만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마음에 들어 즐겨 가는 편집매장에 특별히 주문해서 구입했죠.”

10 꼬르소 꼬모를 비롯한 국내 멀티숍에서 신발을 둘러보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지만, 그녀에게 있어 진정한 하이힐 천국은 LA 멜로즈 거리의 멀티숍 프레드 시걸! 린제이 로한, 제니퍼 로페즈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한 LA의 대표적 멀티숍인 이곳은 흔히 볼 수 없는 개성 넘치는 슈즈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해외 여행을 갈 때 트렁크 하나를 비워두는 건 기본이다. “편집숍에선 다양한 신발을 한번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바바라 부이 매장에서도 언제나 후회 없이 구두 쇼핑을 할 수 있어요.” 파리지엔 사이에서 편안하고 멋진 신발로 유명한 바바라 부이의 감각을 변정수 역시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챈 것.또 촬영을 위해 패션 하우스에 들어오는 39 사이즈의 샘플이 잘 맞기에 마음에드는 슈즈가 있으면 미리 찜 해두고 기다렸다가 시즌이 끝날 즈음 구입하기도한다. “아울렛이나 세일 기간을 이용하는 게 실속 있죠. 한번은 마놀로 블라닉을 90달러 정도에 구입한 적도 있어요. 꼭 원하는 물건을 예상치 못한 싼 가격에 구입할 때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잖아요.”

그렇다면 키가 훌쩍 큰 그녀가 선택하는 힐은 과연 몇 cm일까? “11cm 정도의 힐이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임신중엔 뾰족한 스파이크 힐대신 웨지힐을 선택했어요.”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를 보면서 자신과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두에 푹 빠져 있는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힐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웨지힐은 높아도 굽 모양 덕분에 안정감을 줄수 있어요. 나이가 들어 플랫 슈즈만 고집하는 분들이라도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땐 웨지힐로 룩을 돋보이게 할 수 있을 거예요. 플랫이 선물하는 세상과 힐이 선물하는 세상은 전혀 다르니까요.”

화이트 드레스는 버버리 프로섬, 검정 더블 재킷은 오브제, 목걸이는 샤넬, 가운데 커다란 크리스털이 장식된 스트랩 샌들은 쥬세페 자노티.


STYLE REALIST


“백보다 구두를 좋아한 지 꽤 오래됐죠.” 코스메틱 브랜드 ‘헤라’ 모델로 익숙한 이혜상은 깨끗한 패브릭 주머니에 넣어온 지미 추, 마놀로 블라닉, 미우미우, 마크 제이콥스 등의 신발을 꺼내면서 말했다. 백을 살 때도 잇 백보다 로고가 없고 흔하지 않은 디자인을 고르는 편인 그녀는 구두 쇼핑에 있어서도 현실주의자다. “제게 있어 킬 힐은 일상에서 신고 다닐 수없는 신발이죠. 또 요즘 한창 유행하는 글래디에이터 신발도 제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아닌게아니라 그녀의 구두들은 시즌과 상관없이 언제든 꺼내 신을 수 있는 클래식한 디자인이 많았고, 슬링백이 눈에 많이 띄었다. “슬링백은 여자를 섹시하고 여성스럽게 보이게 하죠. 앞뒤가 막힌 힐이 비즈니스 우먼을 떠올리게 한다면 슬링백은 프리랜서 같은 느낌이랄까요?”

몇년 전 슈즈 숍을 운영하기도 했던 그녀는 그 경험으로 인해 여자들의 슈즈 취향이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같은 여자라도 그들 전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각자가 생각하는 구두의 매력이 정말 다르더군요.” 그렇다면 그녀의 구두 취향은 어떨까? “숍에 들어갔을 때 ‘내 신발이다’ 싶은 게 있어요. 그건 브랜드와 상관없죠. 그래서 다양한 브랜드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 좋아요. 하와이에 아주 큰 규모의 알라모아나 쇼핑센터를 좋아해요. 니만 마커스와 메이시스, 노드스톰 등의 미국 백화점이 한꺼번에 입점되어 있어 지미 추부터 나인 웨스트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신발 쇼핑을 한번에 할 수 있거든요.” 서울에선 무이에서 마놀로 블라닉 슈즈를 보다가도, 갤러리아 백화점에 있는 중저가 슈즈 브랜드인 스티븐 메이든에도 관심을 갖는다. 그야말로 가격과 브랜드를 따지지 않는 현실적인 슈즈 쇼핑을 즐기고 있는 것.

가지고 있는 신발의 70% 이상이 힐이지만, 플랫 슈즈도 즐겨 신는 그녀다. “처음부터 플랫 슈즈가 좋았던 건 아니었어요. 패션 모델이었지만 다른 모델들보다 키가 작은 편이어서 힐을 주로 신었거든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플랫 슈즈만의 매력이 느껴지더군요. 최근엔 샤넬의 플랫 슈즈들도 마음에 들어요.” 그녀 역시 다른 슈즈 마니아들처럼 신발장을 맞춰 베란다에 놓았는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신발을 다 꺼내놓곤 정리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잊고 있던 신발을 다시 꺼내 신고, 아끼는 신발은 오래 신을 수 있도록 잘 관리하게 된다. 현실적인 슈즈 디자인을 즐기는 만큼, 효과적으로 관리도 잘 하는 현명한 슈즈 마니아인 그녀는 최근 트렌드를 정확히 짚어냈다. “진짜 보석이 장식된 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힐이 판매되더라고요. 여자들이 꿈꾸는 힐을 모두 만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