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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즈 테론의 비밀스러운 삶

2016.03.17

by VOGUE

    샤를리즈 테론의 비밀스러운 삶

    샤를리즈 테론 스스로는 자신에 대한 비밀은 없다고 느낀다. 하지만 사람들은 스크린 속에서 트랜스포머처럼 변신하는 그녀의 모습 외에 샤를리즈 테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그래서 더 매력적인 샤를리즈 테론의 비밀스러운 삶.

    THE ROAD LESS TRAVELED“샤를리즈는 기준을 높이고, 목소리는 낮출 줄 아는 능력을 지녔어요.”그녀가 출연한 영화의 감독 니키 카로가 말했다. 코트는 블루마린(Blumarine), 코발트 색상의 실크 드레스는 지암바티스타 발리(Giambattista Bally). 하얀색 블라우스는 미우미우(Miu Miu).

    “전 늘 너무 많은 걸 드러내는 것 같아요”라고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은 전혀 후회하는 기색 없이 말했다. “신비에 쌓여 있어야 뭔가 섹시해 보이는데 말이죠. 하지만 그 방법을 모르겠어요.” 그녀는 비벌리힐스의 이태리 식당 아미치 뒤에 있는풀장 옆 카우치에 앉아 피노 그리지오를 마시며 대화 중에 나온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려 했다. 예를 들어 누드 신(“그건 영화 속 캐릭터지 제가 아니에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맙소사, 내 엉덩이 처진 것 좀 봐’라고 말하진 않아요”), 앞으로의 가족계획(“사내아이만 5명 정도 낳을 것 같아요”), 그리고 동성애자라는 해묵은 소문(“20대에 머리를 아주 짧게 잘랐더니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더군요.‘음,잠깐, 그 여자 레즈비언이야?’”) 같은 것들 말이다.
    솔직함이 그녀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스튜어트 타운센드-아직 그녀와 결혼하지 않은 아일랜드 배우(“우린 9년 가까이 사귀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계속 이 여행을 함께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을 때 그녀는 그가 점심에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에 대해 놀렸다. 그녀는 얘기를 듣고, 웃고, 대화 중간 중간에 내게 보고를 했다. “그가 ‘나는 많이 마시진 않지만 일단 마시면 엄청 마신다’라고 하는데요.” 그녀는 다시 그와의 대화로 돌아갔다. “계속 그 아일랜드 전통이나 지키시지!”

    〈노스 컨트리(North Country)〉에서 테론과 함께 일했던 감독 니키 카로는 그녀를 ‘굉장한 여자’라고 표현한다. 30년대 할리우드적 감각으로 볼 때 그는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녀는 기준은 아주 높고 말투는 아주 털털한 놀라운 능력을 지녔어요”라고 카로는 말한다. 바로 그런 성격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아니 테론의 표현처럼 이마를 탁 치게 만든다. 나는 점심 식사 후에 아랍계 미국 여성 한 무리-엄마들과 딸들이 햇살 가득한 안뜰에 모여 졸업을 축하하고 있는-가 테론에게 다가가 “이곳에서 당신에게 반했어요. 당신은 정말 아름다워요”라고 말했을 때 그것을 목격했다. 테론은 “집어치워요. 이 레즈비언들”이라고 크고 음란한 동시에 수줍고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는 오스카상을 받았다. 그러니 그 모든 감정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그러자 그들은 아주 즐거워 했고, 그녀와 함께 웃었다.

    선셋대로에 위치한 그녀의 제작사 사무실에서도 말을 조심하는 분위기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은 아시아 클럽이에요”라고 그녀는 자신의 영화부 책임자와 아프리카 아웃리치 프로젝트(봉사 업무)책임자를 소개하며 말했다. 두 명의 일본계 미국인인 베쓰 코노와 애쉴렉 아이리시는 어시스턴트로 시작해 점점 책임감 있는 위치에 올랐다. 코노는 덴버&딜라일라 영화사(Denver&Delilah Films, 테론이 키우는 두 마리의 개 이름을 딴)를 위해 영화 대본을 발굴하고 있고, 아이리시는 테론의 자선 사업을 관장하고 있다. 최근 그녀의 자선 사업은컴퓨터와 이동 병원 시설이 갖춰진 트레일러에 집중되어 왔다. 이 트레일러들은 10대들이 HIV에 걸릴 확률이 50%나 되는 남아프리카의오지를 돌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기모노 차림으로 출근하고, 도박하고,운전 솜씨도 형편없다고 샤를리즈가 말하자 두 사람도 농담으로 받아쳤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편안하게 서로를 헐뜯는 분위기에 대해 묻자 코노는 “우린 남자들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더니 속삭이는 척하면서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는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샤를리즈는 사실 남자예요. 우리가 말하지 않았나요? 그녀는 트랜스젠더들을 위해 자선 사업을 한다고요.”

    사무실은 개방형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커다란 유리 테이블들은 책상 역할을 하고 있고, 출입구들은 연극 무대 틀만큼이나 넓다. 그래서 테론은 모든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 들을 수 있다. “계속 그렇게 노닥거리라고!” 그녀가 다른 방에서 소리 질렀다. “당신은 앞으로도 계속 그러고 있을걸.” 코노는 그녀의 참견에 놀라는 척 했지만 곧 본론으로 돌아가 프로듀서로서 테론의 장점-예를 들어 자신의 연기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연기를 포함해 모든 테이크의 모든 샷을 기억하는 능력-을 평가했다. 그러나 그 얘기를 하면서 코노는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식으로 테론을 칭찬하면서 거의 얼굴이 붉어진 것이다. “당신이 여기 있는 동안에는 당신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그녀가 소리쳤다.
    그러나 샤를리즈는 사무실 다른 쪽에서 그날 저녁 시사회 때 입을 옷을 고르는 문제와 최근 화보 촬영 때 찍은 사진들과 함께 이메일을 검토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뭐라고?” 샤를리즈가 다시 소리쳤다. “난 코노가 무슨 얘기 하는지 듣고 있지 않아! 난 지금 발가벗은 내 모습을 보고 있어. 발가벗은 내 모습에 홀딱 반했단 말이야!”

    서른 다섯 살의 그녀가 이처럼 우리의 기대에 어긋나는 말과 행동을 한다 해도 여러분은 그녀에 대해 늘 같은 얘기를 듣게 될 것이다. 무비 스타가 바로 그것이다. ‘굉장한 여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그 말을 30년대 느낌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즉 그 단어가 영화 궁전을 가득 채웠던 스튜디오 스타들-요부, 여신, 비극의 여주인공 등 어떤 역할을 했든 그들은 글래머의 아이콘들이었다-과 동의어로 사용되던 시대 말이다. 그것은 카로가 테론이 “말술을 마시고 입이 거칠다”고 말하고 나서도 여전히 그녀를 자신의 “첫 무비 스타”라고 부를 때 연상되는 바로 그런 느낌이다.할리우드에서 이 단어는 스포츠계의 프랜차이즈 선수처럼 비즈니스 측면에서 유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ON POINT샤를리즈 테론은 무용수가 몸을 움직이듯이 하나의 이야기를 표현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드레스는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포플린 소재의 셔츠는 에스칸다르(Eskandar).

    “사람들이 훌륭한 배우들은 연극 무대 출신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아세요?”라고 그녀는 낭랑한 악센트로 연극이라는 단어를 발음하며 말했다.“저는 한 번도 연극을 해본 적은 없지만 발레는 해봤어요. 제게는 그것이 연기의 밑바탕이 되었지요.”이것은 그녀의 연기 방식 중 몇 가지-무용수가 회전을 하는 것처럼 재빨리 어떤 캐릭터로 변신했다가 거기서 빠져 나오는 방식-뿐만 아니라 그녀가 감독에게 “이 대사는 빼주세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녀는 언어가 표현할 수 없는 방식으로 몸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물론 과거 30년대 스타들은 소속 스튜디오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 배우들은 소속 없이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샤를리즈 테론의 제작사는 선셋대로에 있는 커다란 건물의 한 층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다. 그 층의 나머지 부분은 연예기획사One Talent Management의 J.J. 해리스 사무실이 차지하고 있다. 해리스는 회사의 가장 큰 고객이자 비즈니스 파트너인 테론의 사무실 복도 맞은편으로 옮겼다.

    테론의 제작사는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샤를리즈는 오스카 경쟁 시즌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지난 가을 두 편의 영화를 개봉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대재난 이후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아버지와 아들에 관한 이야기로, 코맥 맥카시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각색한 〈TheRoad〉에서 테론은 ‘와이프’를 연기했다(한국 개봉은 1월 중 예정). 그녀의 촬영분은 3일 만에 끝났다. 그녀는 영화 내내 플래시백으로 등장한다. 〈The Burning Plain〉에서는 성적인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실비아라는 인물로 출연했다. 그리고 실비아의 비밀은 여러 세대의 러브 스토리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이야기는 멕시코와 미국 국경을 사이에 두고 전개된다. 그리고 영화 제작에도 이런 다국적인 분위기가 반영되었다. 즉 멕시코 감독인 기예르모 아리아가는 테론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구상했고, 그녀는 영화 제작을 맡았다.

    처음에 테론은 배우로서 자기 본연의 모습을 보호하기 위해 거의 방어적으로 영화 제작을 하기 시작했다(예를 들어 영화 〈몬스터〉를 다른 프로듀서들의 손에 맡겼다면 영화는 “크리스티나 리치와 샤를리즈테 론이 두 시간 동안 애정 행각을 벌이는” 내용으로 변질되었을 것이라고 해리스는 말한다). 현재 테론은 1년 이상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을 하러 매일 이곳에 나오고 있다. 그녀는 지금 약 12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여기에는 F.B.I. 심리 분석관에 관한 TV시리즈, 2005년 한국에서 제작된 스릴러 영화인 〈친절한 금자씨〉의 미국판, 그리고 크리스토퍼 버클리의 소설 〈아라비아의 플로렌스〉를 바탕으로 한 코미디가 포함되어 있다.

    그녀는 해리스의 사무실로 나를 데려갔다. 두 사람은 1995년 테론이 〈쇼걸〉의 오디션을 본 직후에 처음 만났다. 이 영화의 캐스팅 디렉터는 그녀가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했지만 주인공 역할이 이미 다른 사람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녀를 당시 ‘UnitedTalent Agency’에서 일하던 해리스에게 보냈다. “저는 열아홉 살이었고 경력도 별로 없었는데 아주 위압적인 회의실에서 엄청난 에이전트를 만나게 되었어요”라고 테론은 회상한다. “그래서 저는 불안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제 앞에 콜라 한 잔이 있었는데 말 그대로 J.J.에게 그 콜라를 다 쏟아버리고 말았어요.” 해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녀를 본 순간 ‘무비 스타가 방 안에 들어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자 테론은 “저는 ‘아주 덩치 큰 촌뜨기가 방으로 들어왔군’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 만남 직후에 테론은 에이전트를 해리스로 바꿨다. 그리고 해리스는 곧 그녀를 젊고 예쁜 배우에서 무비 스타로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보세요. 저는 기꺼이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고 했어요. 첫 영화로 〈소피의 선택〉같은 작품에 출연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도절대 없었고요.” 실제로 해리스는 그녀를 위해 〈2 Days in theValley〉-〈크래시〉같은 컬트 히트작-에서 배역을 따냈다. 이 작품은 LA를 배경으로 스토리 라인들이 서로 교차하는 작품으로 테론은 스크린에서 입었던 것과 똑같은 몸에 꼭 끼는 하얀 보디수트를 입고포스터에 등장했다. 할리우드 사람들이 비슷한 역할들을 수도 없이 제안하기 시작했지만, 해리스는 보다 나은 역할이 나타나길 기다리며 일 년 내내 그녀를 쉬게 했다.

    그 전략은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역할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나 이런 역할들-〈The Devil’s Advocate〉와 〈The Cider HouseRules〉, 그리고 〈Celebrity〉에서의 역할들-이 당신이 아는 전부라면 그녀가 〈몬스터〉같은 영화에 출연할 거라고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학생 시절 습작 말고는 별다른 경력이 없던 감독 패티 젠킨스는 강한 확신을 갖고 그녀에게 접근했다. 테론이 에일린 워노스 역에 적임자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녀조차도 회의적이었다. “그녀는 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어요. ‘와, 이 여자 미쳤군’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어요. 그녀를 단념시키려고 했으니까요.”

    내가 젠킨스에게 당시 테론에게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무엇을 보았냐고 물었을 때 그녀의 대답은 간단했다. “저는 부드러운 부분을 연기할 수 있을 만한 부드러움을 갖고 있으면서도 강한 연기를 할 수 있을 만큼 강인한 사람이 필요했어요. 그것이 너무 부드럽게 흐르면 영화 전체를 훼손시킬 수 있어요. 그리고 그것이 너무 강하면 에일린을 전혀 이해할 수 없게 됩니다.” 젠킨스는 결국 테론이 그 역할을 맡고 나서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굉장히 흥분했다.“그건 정말 멋졌어요. 왜냐하면 제가 그녀에게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최초의 사람이었으니까요. 평생 빅 레이스를 기다려온 순종 경주마를 손에 넣은 기분이었죠.”

    몬스터 이후 한동안 모든 사람들이 테론의 놀라운 ‘변신’에 대해얘기하고 싶어 했다. 마치 오스카상을 수상한 신비로운 연기가 외적인 변화-체중 증가, 의치, 주근깨 투성이 얼굴 등등-에 국한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비평가들은 그녀가 70년대 스타일로 눈썹을 뽑은〈노스 컨트리〉와 본래 머리색이 좀더 드러나도록 두 번 정도 염색을 하지 않은 〈In the Valley of Elah〉이후에도 똑같은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그녀의 재능을 깎아 내리는 것이다. 〈몬스터〉가 세상에 선보인 지 5년도 더 지났다. 그러나 일상복(그녀가 유니폼이라고 부르는 진과 플립플랍, 빨간FIGHT BREEDISM티셔츠, 그리고 검정 랙 앤본 블레이저) 차림으로 스테이크 샐러드를 먹고 있는 오늘도 그 얘기가 나왔을 때 그녀가 주먹을 쥐고, 풀장 옆 카우치 위에 몸을 일으켜 세우고 앉아 약간 불안하게 몸을 흔들자 마치 에일린 워노스와 점심을먹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BRAVING THE ELEMENTS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둘러싼 연애 서사극 에 출연한 샤를리즈 테론. 코트는 보스 블랙(Boss Black), 블랙 레이스 드레스는 디올(Dior), 포켓 스퀘어는 턴불 앤 아서(Turnbull & Asser).

    그녀는 내게 발레 동작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연기 스킬의 80%가 그런 훈련을 통해 얻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미국에 처음 도착한 열여덟 살 때 조프리 발레 학교에 다니다 무릎 부상으로 발레를 그만두었다. “사람들이 훌륭한 배우들은 연극 무대 출신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아세요?”라고 그녀는 낭랑한 악센트로 연극이라는 단어를 발음하며 말했다. “저는 한 번도 연극을 해본 적은 없지만 발레는 해봤어요. 제게는 그것이 연기의 밑바탕이 되었지요.” 이것은 그녀의 연기 방식 중 몇 가지-무용수가 회전을 하는 것처럼 재빨리 어떤 캐릭터로 변신했다가 거기서 빠져 나오는 방식-뿐만 아니라 그녀가 감독에게 “이 대사는 빼주세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녀는 언어가 표현할 수 없는 방식으로 몸이 이야기를 전달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 훈련은 또한 그녀에게 눈을 통해 거짓말을 탐지할 수 있는 능력도 준 것 같다. 테론은 남아프리카 베노니에서 성장하면서 아프리칸스(네덜란드어에서 변형된 남아공의 공용어)를 사용했고, 밀라노에 서모델 활동을 하는 동안엔 이태리어를 배웠다. 그리고 이제 다른 언어의 흔적 없이 미국식 영어를 구사한다. 그녀는 매 순간마다 바디 랭기지를 완벽하게 이해했다. “당신은 누군가 무슨 얘기를 하는데 그 말이 진실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을 감지하나요?”라고 그녀가 물었다. “저는 스튜어트와 아주 많이 싸웠어요. 그는 ‘미안해’라고 말하지만 ‘아니,당신은 미안하지 않아’라고 말합니다. 아시겠어요? ‘당신은 그렇게 말하지만 나는 믿지 않아.’ ”

    무용수다운 자세는 그녀의 영화 커리어에 반복해 등장하는 또 다른 요소를 설명해준다. 즉 테론의 캐릭터들은 종종 스크린에서 누드로 등장한다. 그 장면들이 개연성이 없어 보이지는 않지만 당신이 단 3일 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과 얘기를 나누기에는 다소 쑥스러운 주제다.〈The Burning Plain〉의 시작 장면에서 테론은 벌거벗은 채 활짝 열린 창을 향해 걸어간다. 창 앞에서 그녀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동안 먼곳을 응시하다가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를 내려다보며 오만하게 말한다. “일어나!” 거기엔 어떤 부드러움도 없다. 이 장면은 테스트 관객들-남녀 모두-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그녀도 같은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곧 저는 줄거리뿐만 아니라 이 여성에게 관심이 생겼어요. 그리고 그런 관심은 그녀가 일어나 창을 여는 것을 볼 때의 육체적인 충격에서 비롯되었어요. 다시 말해 그런 육체적인 것이 저의 흥미를 끌었습니다.”

    그녀가 연기한 실비아는 영화 내내 실제 테론의 성장 배경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들 때문에 괴로워한다. 1999년 테론의 어머니는 아버지-종종 술에 취해 어머니와 테론을 죽이겠다고 위협했던-를 총으로 쏴 살해했다. “저의 트라우마죠”라고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것은 빌어먹을 문신 같은 것이 돼버렸어요.” 그러나 그녀를 염두에 두고 이 역할을 쓴 아리아가는 그 사건에 대해 전혀 몰랐다. “영화 촬영이 끝나고 나서 그것에 대해 알았어요”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그녀가 침묵으로 연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녀를 위해 이 역할을 창조했다. “저는 자신의 감정을 잘 억제하는 배우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논쟁적인 오프닝 신이 담긴 영화 대본을 쓰는 것과 그것을 완벽하게 영화로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 영화로 감독 데뷔를 한 아리아가가 대본대로 영화를 찍지 않으려 하자 프로듀서인 테론은 그러지 말라고 설득했다. “그녀는 저를 위해 그것을 아주 편안하게 연기했어요. 그녀는 벌거벗은 모습으로 등장해야 했지만 스스로에게 확신이 있었어요. 그리고 스크린에 등장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그 캐릭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테론은 여전히 천진난만하고 젊고 예쁜 역할들을 제안 받는다. 그리고 그녀와 5분 정도 시간을 보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이유를 알 것이다. 그녀는 너무나 빈틈이 없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이런 이미지를 직접 깨뜨리진 않는다. 대신 그런 캐스팅 요청에 지금보다 몇 살 어린 모습을 흉내 내 보인다. “음. 이런 겉포장은 저의 장점을 제대로 표현해주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진지하지 않았지만 메시지는 명확했다. 더 이상 그런 역할에 흥미가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아름다운 여배우들이 “보세요, 나도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듯 점심을 먹으며 자신의 단점들을 환기시키려 할 것이다. 그러나 테론의 리스트에는 다른 것들이 담겨 있다. 그녀는 비행기 타는 걸 두려워한다. 늙는 것도 무섭고, 혼자 있는 것도 싫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무례한 말을 하는 것이 두렵다. 그리고 자신이 한 부적절한 말 때문에 끊임없이 죄책감에 시달린다(“사람들은 코카인을 하면 자신이 초인처럼 느껴져서 아무 말이나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약 기운이 떨어지면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거죠. 하지만 저는 코카인을 하지 않아도 그런 기분이 듭니다.”).

    그 리스트는 독특하면서도 이상하게 친근하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영화 속에서 조용한 순간 우리가 자주 보는 그녀의 얼굴에 스치는 감정의 변화와 똑같기 때문이다. 그녀가 와인을 마시는 동안 나는 이런 강한 여인들을 연기할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입에 든 와인을 내뿜는 시늉을 했다. “그건 얘기할 수 없어요”라고 그녀는 다리를 펴고 경계하는 듯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하지만 제 약점을 마주하는 것, 그리고 그 약점 속으로 들어가 내가 맡은 캐릭터 안에서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는 알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카우치 쿠션 가장자리에 앉았다. 마치 누군가 “액션”이라고 외칠 것 같았다. “저는 제 장점보다 약점이 더 흥미롭게 느껴져요.”

    에디터
    케빈 콘리
    포토그래퍼
    Mario Test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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