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핫 피플 4인 – 윤시윤, 카이, 김기범, 남지현

2010년을 활짝 열 핫 피플 4인 윤시윤, 카이, 김기범, 남지현!

의상 / 앤 드멀미스터


Almost Famous


평일 저녁 7시45분에 TV를 본다는 건 어떤 결심을 내렸다는 뜻이다. 퇴근 후 곧장 집으로 가는 단조로운 스케줄이 반복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단조로움을 달콤한 웃음으로 보상해준〈지붕뚫고 하이킥〉은 많은 에피소드를 낳았고, 많은 인물을 낳았고, 그리고 윤시윤을 낳았다. 학교 성적 별로고 말썽 잘 일으키고 툴툴대기 좋아하는, 대한민국 세 가구 중 한집에 꼭 있을 법한 ‘아들래미’ 준혁.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매우 쑥스러움을 탄다든지, 사람을 좋아해서 기쁨도 상처도 대부분 사람에게 받는다는 윤시윤의 실제 캐릭터를 고려해볼 때, 준혁은 ‘좀 더 치기 어리고 덜 다듬어진 윤시윤 버전’이 아닐까 한다. 윤시윤은 신인 배우가 할 수 있는 모범적인 말들을 하지만 가식은 없고, 바르게 잘 자란 청년 같지만 지루하진 않다. “감성을 움직이는 것들을 좋아해요. 갑자기 기뻐지거나 갑자기 슬퍼지는 일들이요. 그래서 속에 많은 감정들을 안고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기도 해요.” 어렸을 때 살던 순천의 할머니댁을 찾아가면, 평생 시트콤 볼 일은 없었던 동네 어르신들이 ‘준세라인’을 외치고 계시단다. 이젠 연기에 대해 하나를 알았을 뿐이지만 좋은 사람들과 신뢰하면서 일하는 즐거움만은 분명히 알았다는 그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 줄 그날, 충분히 기다려 볼만하다.
(에디터 / 권은경 , 스타일리스트 / 윤인영 , 헤어&메이크업 / 파크뷰)

셔츠와 코트는 존 갈리아노, 벨트는 버버리 프로섬.


It’s Time to Be Lyrical


풍성한 오케스트라 반주가 깔린다. 무대 위의 오페라 가수 같은 보컬이 정제된 멜로디를 노래한다. ‘팝페라’는 엄숙한 클래식보다는 가볍게, 만만한 대중 가요보다는 진지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음악이다. ‘후크’와 ‘오토튠’과 ‘아이돌 그룹’으로 간단히 정리될 가요계에 카이라는 가수가 등장했다. 예고와 성악과를 거쳐 현재는 성악과 박사 과정 중인 카이는 뜻밖의 모히칸 헤어 스타일로 스키니 팬츠에 워커를 신고서 노래를 부른다. “팝페라 가수라고 해서 달라질 건 없습니다. 그냥 편하게 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요. 대신 서정적인 발라드를 부르는 거죠.” 2009년 12월 발매한 카이의 첫 싱글은 프로듀서 김형석과 함께한 결과물이다. 늘 대중의 취향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탁월한 멜로디 감각으로 리스너의 취향을 고무시켜줬던 김형석, 중후하게 공명하는 카이의 보컬, 그리고 발라드라는 장르. 이 세 점의 만남은 물 흐르듯 유연하다. 카이의 말마따나, 사람들은 영문과를 나온 이가 대기업에 들어가면 ‘취직했다’고 말하지만, 성악과를 나온 이가 팝페라를 하면 ‘전향했다’고 한다. 그는 성악을 전공한 여느 음악가들과는 조금 다른 그릇에 자신의 보컬 역량을 담아낼 뿐이다. 2009년 말, 소프라노 조수미의 전국 투어 콘서트에 협연 파트너로선 카이가 가요 프로그램에 등장한다 해도 부자연스러울 건 없다. 우리는 다양성이 잠식된 가요계에서 취향의 한 물꼬를 터줄 신인 가수를 만난 셈이다.
(에디터 / 권은경 , 스타일리스트 / 지은 , 헤어&메이크업 / 이가자 헤어비스)

티셔츠는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레이어링한 티셔츠와 배기 크롭트 팬츠는 3.1 필립 림, 스니커즈는 스웨어


Extraordinary Days


13명의 멤버를 자랑하는 슈퍼주니어가 흥미로운 점은, 한 그룹 안에서 다양한 군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중 김기범은 처음부터 조금 다른 기운을 뿜고 있었다. 그는 ‘애어른’ 같은 침묵 너머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종잡을 수가 없어서 오히려 튀었다. 이제와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을 언급하면 너무 옛 이야기를 꺼내는 것 같지만, 그의 시작이 가수가 아닌 연기자였다는 점은 꽤 중요한 사실이다. 슈퍼주니어가 제법 도약한 2009년 한해 김기범은 무대에서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는 2010년 1월, 영화 〈주문진〉으로 찾아온다. 김기범과 황보라 주연의 이 영화는 죽은 연인을 잊지 못해 유령처럼 살고 있는 남자와 한 여자에 대한 드라마다. 이 영화에 관심 갖을 관객은 얼마나 파릇파릇할까 싶은데, 감독은 70~80년대 충무로 스타였던 하명중이라니 아이러니하다. 김기범도 익히 들어 아는 그 이름을 믿었다. “저는 대본이나 시나리오를 ‘본다’ 가 아니라 ‘듣는다’고 말해요. 글이 저에게 뭔가 말을 해주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참 행복해요.” 이 말을 할 때, 40대 ‘형’ 들과 어울려 노느라 동년배 친구는 많지 않다는 스물 셋 김기범이 그 나이답게 반짝거렸다. 인터뷰가 끝나면 연극을 보러 갈 거라면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연극이 얼마나 흥분되는지 설명하는 그의 눈이 또 한번 반짝거렸다. 연기할 수 있어서 감사해 하는 그에게 이제 특별한 날들이 펼쳐질 것 같다.
(에디터 / 권은경 , 스타일리스트 / 윤인영 , 헤어&메이크업 / 휘오레)

체크 원피스는 구찌, 부츠는 버버리 프로섬, 뱅글은 루이 비통.


The Birth of a Genius


누군가의 아역을 연기한다는 건, 누군가의 떡잎을 묘사하는 일이다. 〈선덕여왕〉의 ‘어린 덕만’은 광활한 사막에서 독하고 징하게 삶을 살아냈다. 겨우 중학생인 남지현의 작은 체구가 중국의 사막 한가운데 던져졌다. “사막이라고 하면 더운 곳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굉장히 추운거예요! 모래에 푹푹 빠지니까 체력 소모도 많고요.” 이 될성부른 떡잎의 연기자는 힘들었다는 얘기를 할 때도 또랑또랑한 하이톤의 목소리로 웃으며 얘기한다. 자신만 고생했으면 억울했을지도 모르는데, 모두가 함께 고생한 거니까 엄살을 부릴 수도 없었다고 점잖게 말했다. 남지현의 나이에는 덜렁거림마저 씩씩한 귀여움으로 승화되는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의 한지완 같은 소녀의 자리가 더 어울리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가장 다행스러운 건, 남지현이 ‘어른병’에 걸려 되바라진 어린 연기자 타입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남지현은 이런 놀라운 말도 한다. “음… 못 할 역할이란 건 없는 것 같아요. 대신 어려운 역할이 있는 것 같아요.” 현재 남지현은 ‘진로는 알 수 없는 거니까 학업에도 열중’ 하고 있다. 학생이 공부 열심히 하는 건 나라에서도 권장하는 일이다. 그런데 왜, 두고두고 남지현의 연기를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벌써부터 흐뭇한 걸까?
(에디터 / 권은경 , 스타일리스트 / 김하늘 , 헤어&메이크업 / 제니하우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