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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를 만나다

2016.03.17

by VOGUE

    유이를 만나다

    마네킹같이 잘 뻗은 직선과 글래머의 곡선을 가진 성숙한 소녀. 다람쥐처럼 통통하고 동그란 얼굴에 아직도 호기심 많은 큰 눈을 반짝거리는 미성숙한 여자, 유이. 청순하고 앳된 얼굴,그러나 이와 대비되는몸과 몸짓을 지닌 20대는 오랜만이다.

    가위로 툭 자른 듯한 커팅이 특징인 실크 하프 코트는 프라다(Prada), 잘려진 밑단 아래로 블루 세퀸 피카부가 드러나는 섹시한 조세피나 핫 쇼츠는 세븐포올맨카인드(7 For All Mankind), 스포티한 레이스업 앵클 부츠는 미우미우(Miu Miu), 원형 버클 벨트는 리플레이(Replay), 체인과 스톤이 믹스된 뱅글 세트는 돌체 앤 가바나(Dolce&Gabbana).

    밑단이 롤업된 조세피나 핏의 빈티지풍 오버롤즈는 세븐포올맨카인드(7 For All Mankind), 레드 컬러의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은 3.1 필립 림(3.1 Phillip Lim), 스포티한 스트링 장식의 블랙 점퍼는 구찌(Gucci), 브라운 통가죽 벨트는 리플레이(Replay), 골드 빈티지 뱅글들과 반지는 모두 제이미 앤 벨(Jamie&Bell).

    로고가 그려진 화이트 티셔츠와 UIE 스페셜 라인의 디스트로이드 디테일에 비즈가 장식된 진은 세븐포올맨카인드(7 For All Mankind), 펀칭 디테일의 레드 롱 셔츠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메탈릭한 스팽글 장식이 과감하게 장식된 실버 트렌치는 버버리 프로섬(BurberryProrsum), 장갑은 아디다스(Adidas by Stella McCartney), 브라운 통가죽 벨트는 리플레이(Replay), 골드 뱅글은 모두 제이미 앤 벨(Jamie&Bell).

    메탈릭한 실버 컬러의 쇼트 점퍼와 화이트 장갑은 아디다스 by 스텔라 맥카트니(Adidas by Stella McCartney), 샤이닝 비즈 미니 드레스는 디올(Dior), 끝단에 시폰이 장식된 보라색 니트 카디건과 이너로 입은 블랙 브라 톱은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인디고 블루 컬러의 부츠컷 데님은 세븐포올맨카인드(7 For All Mankind) 스포티한 레이스업 앵클 부츠는 미우미우(Miu Miu), 벨트는 모두 버버리(Burberry), 골드 뱅글들은 모두 제이미 앤 벨(Jamie&Bell).

    아일렛 장식의 데님 프릴 셔츠와 가슴에 포켓이 달린 사파리 쇼트 재킷, 골드 세퀸 장식의 화려한 롱 부츠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빈티지한 워싱이 돋보이는 롤업 쇼츠는 세븐포올맨카인드(7 For All Mankind), 원형 버클 벨트는 리플레이(Replay), 손목의 뱅글들은 모두 제이미 앤 벨(Jamie&Bell).

    여자 가수의 섹시함은 이제 옵션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지금껏 우리는 수천, 수만 번의 S라인이 흐르는 몸놀림을 목격했다. TV를 켜면 음악이 있는 그곳엔 늘 웨이브가 있다. 미팅 프로그램에서 여자 출연자들이 파트너에게 어필하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도, 시상식에 선 여자 가수가 비장의 스페셜 무대를 선보일 때도, 성적 매력은 가장 안정적인 언어로 통한다. 은근히 섹시하든 대놓고 섹시하든 섹시한 코드가 있어야 팔린다. 이렇게 웨이브가 만연한 시대에 유이는 등장했다. 88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태어나 이제 갓 미성년자를 벗어났지만, 마네킹같이 잘 뻗은 직선과 글래머의 곡선을 가진 성숙한 소녀. 유이는 예쁘고 섹시하다. 섹시한 아우라가 부재한데도 용을 쓰며 섹스어필하기 위해 애쓰는 부류와는 좀 다르다. 팔다리가 긴 사람은 같은 춤을 춰도 훨씬 드라마틱하다. 유이는 핫팬츠에 니삭스를 신고 총총거리는 춤을 추다가도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 에 맞춰
    파워풀한 댄스를 구사할 줄 안다.

    그런데 유이에게선 아이러니하게도 90년대 인기 스타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그땐 긴 생머리에 청순한 스타일의 여자가 곧 여신이었다. 걸 그룹도 요즘과 비교하면 조신하고 귀여운 컨셉이었다. 유이는 섹시하지만 앳되다. 10대도 10대 같지 않은 요즘의 얼굴들 속에서 예의 청순한 여성성을 보존하고 있는 유이는 오히려 튄다. 다람쥐처럼 통통하고 동그란 얼굴에 아직도 호기심 많은 큰 눈을 반짝거리는 미성숙한 여자. ‘꿀벅지’ 하나로 뜬 것만 같은 유이가 핫한 인물로 등극한 진짜 이유는 이런 데서 온다. 청순하고 앳된 얼굴, 그러나 이와 대비되는 몸과 몸짓을 지닌 20대는 실로 오랜만이기 때문이다. 이런 여성상은 청순함과 섹시함 그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남자들의 오랜로망이었다. 그 진부하지만 현실에선 찾아보기 힘든 추상적 대상이 구체적 실물로 눈 앞에 툭 나타난 것이다.

    “연습실에서 제가 춤추는 모습을 거울로 보면서 스스로 섹시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데뷔한 후에 제 퍼포먼스를 보고 섹시하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의 반응을 조금씩 듣고서야, 나한테 그런 모습이 있었구나 알게 됐어요.” 본인의 몸짓 하나가 얼마나 매력적일지 모른 채 무심하게 풍기는 매혹의 호르몬. 덜 여문 몸으로도 존재 자체만으로 매력이 흘렀던 롤리타가 떠오른다. 아이돌 가수가 기획되고 만들어진 존재라는 걸 모두가 아는 이상, 그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도 전략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생각을 떨쳐내긴 힘든 게 사실이기도 하다. 애프터 스쿨의 멤버들이 슬픈 음악을 틀어놓고 거울을 응시하며 감정 잡는훈련을 한다는 일화도 알려졌으니까. 그러나 모든 프로들은 백조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서기 위해 물밑에선 가열차게 발을 젓고 있다. 음악 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걸 그룹들이 각자의 컨셉과 개성을 살리기 위해 크고 작게 애쓰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한다면, 결국 그 ‘기획된 노력’ 의끝에서도 생존자와 패자가 갈린다는 사실이 남는다.

    유이는 적어도 지금 가장 뜨거운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신인이다. 속되게 말하면 상품성, 다시 말해 아이콘으로서의 역량의 척도를 알 수 있는 길은 물론 광고. 조금 뜨면 일단 기용하고 보는 취향을 가진 광고주들도 있지만, 한 브랜드가 자사를 대표하는 얼굴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깐깐하다. 시작부터 끝까지 국내에서의 의견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글로벌 브랜드의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유이는 ‘세븐포올맨카인드(7 For All Mankind)’라는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의 한국 모델로 낙점됐다. 여자 연예인이 패션 브랜드의 얼굴이 된다는 건 ‘인지도 있는 연예인’에서 ‘스타 아이콘’으로 가는 통과의례를 치르고 있다는 뜻이다. 이 과정을 온몸으로 겪고 있는 유이의 요즘 행보에는 ‘차츰’ ‘점점’ 이라는 부사가 달릴 수밖에 없다. ‘신상 트레이닝복’에 관심 갖던 체고 소녀, 예뻐 보이겠다는 목표보단 그저 무심하게 몸매를 드러내는 핫팬츠나 스키니 진을 입던 여자 아이는 그렇게 자기 스타일을 찾아가기도 한다(유이가 패셔너블하다고 인정하는 그녀의 어머니는 가끔 딸을 변신시키겠다는 맘으로 구두와 치마를 사서 유이의 방에 갖다 놓기도 했다).

    오늘 촬영을 위해 무대 위에 설 때도 해보지 않은 진한 메이크업을 받는 긴 시간 동안, 유이는 대체로 거울 속의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질 못했다. 그건 변화하고 있는 자기 얼굴이 아직도 멋쩍은 여자의 행동이다. ‘감정 잡는 훈련’을 위해선 거울을 뚫어져라 쳐다봤을 테지만, 긴장이 풀린 한 사람으로 돌아오면 생뚱맞은 시점에서 쑥스러운 본색을 드러내기. 연예인들의 ‘광대’로서의 자아와 한 인간으로서의 자아는 이런 식으로 교차되곤 한다. 눈을 내리깐 채 가만히 앉아 있던 유이는 창 밖 너머로 빗소리가 뚝뚝 들리자 갑자기 업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아, 비 오는 날엔 집에 있어야 되는데…. 어렸을 때부터 비 오는 날이면 엄마가 꼭 커피 한잔을 들고 창가에 서계셨어요. 분위기 있죠? 비가 오면 그 이미지가 떠올라요.” 이제 창가 쪽으로 반쯤 돌렸던 몸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 머리 손질을 받을 차례. 거울 속엔 진한 섀도 몇 겹을 덧바른 낯선 유이가 있다. “제가 사람 눈을 잘 못 봐요, 쑥스러워서. 친하지 않은 사람하고는 눈맞추고 얘길 잘 못해서 팬들을 그렇게 대할 때도 있어요. 가까운 손윗사람에게도 존댓말을 쓰는 게 더 편하고요. 그런 점 때문에 오히려 상대방이 섭섭해 할 수도 있다는 걸 지금은 알게 됐어요. 그런데 바로 앞의 사람과 눈도 잘 못 맞추는 제가 무대 위에 올라가면 관객들의 눈을 하나하나 보고 있더라고요. 무대 위에선 감정을 좀더 보여주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변해요.”

    여기까지 얼얼하게 달려왔을 유이는 그녀를 시기하는 많은 여자들을 포섭하기 위해 과장된 털털함으로 자신을 희석시키는 꼼수를 아직 부리지 못한다. 그저 지금은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를 기다리는 학생과 비슷하다. “저는 잘한다는 칭찬이 가장 좋아요. 춤추고 노래할 때도, 연기할 때도, 뭘 하든 ‘유이가 그건 잘했지’라는 소리만 듣고 싶어요.” 아직 ‘인정받음’ 에 목마르다는 소리다. 기획사들마다 초등학생 연습생들이 수두룩한 환경에서 유이는 불안한 열아홉으로 이 길에 뛰어 들었다. 그러나 머리 한번 쓰다듬어 주는 손길을 갈구하는 학생에겐 무서우리 만큼 맹목적이고 흔들림 없는 열망이 있는 법이다. 이 목마른 신인이 신인의 딱지를 뗐을 땐 지금과 또 다른 차원의 욕심을 품지 않을까?그때쯤이면 소녀도 완연한 여자로 성장했을 테고 말이다.

    스티치가 돋보이는 루즈한 사이즈의 남성용 데님 셔츠와 빈티지한 워싱이 돋보이는 보이프렌드 진은 모두 세븐포올맨카인드(7 For All Mankind), 스트라이프 웨지힐 부츠는 샤넬(Chanel), 브라운 통가죽 벨트는 버버리(Burberry), 원형 버클 벨트는 리플레이(Replay), 체인과 스톤이 믹스된 뱅글 세트는 돌체 앤 가바나(Dolce&Gabbana), 빈티지 골드 뱅글들과 앤틱 목걸이는 제이미 앤 벨(Jamie&Bell).

    큼지막한 포켓이 돋보이는 남성용 인디고 블루 셔츠는 세븐포올맨카인드(7 For All Mankind), 이너로 입은 연한 컬러의 데님 셔츠는 H&M, 골드 뱅글은 모두 제이미 앤 벨(Jamie&Bell).

    에디터
    이지아, 권은경
    포토그래퍼
    조선희
    스탭
    헤어/한지선, 메이크업/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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