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젤 번천과의 첫 화보 촬영, 첫 인터뷰

패션계를 호령한 마지막 슈퍼 모델, 지젤 번천! 그녀가 〈보그 코리아〉를 위해 이번 시즌의 잇 컬러, 카키의 파워풀한 여전사로 변신했다. 출산 이후 첫 모습을 드러낸 슈퍼 모델 지젤의 눈부신 S라인을 감상하시라!

안이 비치는 카키색 크로셰 니트 드레스는 장 콜로나(Jean Colonna), 컷아웃이 들어간 탱크 톱과 양말은 아메리칸 어패럴(American Apparel),펀칭 장식의 와이드 벨트는 리니아 펠레(Linea Pelle), 캔버스 부츠는 발맹(Giuseppe Zanotti for Balmain), 가죽 스트랩 팔찌는 후센버스(Hoorsenbuhs), 골드 체인 팔찌는 핀(Finn), 골드 택 목걸이는 불가리(Bulgari). 화보 속 표기되지 않는 밀리터리 소품은 모두 엉클 샘즈아미 네이비 아웃피터스(Uncle Sam’s Army Navy Outfitters).

허리에 스트링이 들어간 밀리터리 셔츠와 크로셰 니트 톱, 그리고 모자는 모두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 그린 컬러의 비키니는 아메리칸어패럴(American Apparel), 골드 택 목걸이는 제니퍼 피셔(Jennifer Fisher), 골드 총알 목걸이는 아킬리스(Akillis), 가죽 스트랩 팔찌와 반지는 모두 후센버스(Hoorsenbuhs).

곳곳이 찢어진 티셔츠, 밀리터리 셔츠, 스키니 카고 팬츠는 모두 발맹(Balmain), 발목을 덮는 부츠와 상어 이빨을 모티브로 한 팔찌는 발렌시아가(Balenciaga), 가죽 팔찌는 텐덴자(Tendenza), 실버 택 목걸이는 킹 베이비(King Baby), 블랙 다이아몬드 장식의 총알 목걸이는 아킬리스, 반지는 후센버스.

카키 톤의 점프 수트는 이사벨 마랑(Isabel Marant), 오픈 토 부츠는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총알 목걸이와 블랙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가죽 팔찌는 아킬리스(Akillis), 손뼈를 닮은 실버 목걸이는 킹 베이비(King Baby).

앞을 묶게 디자인된 저지 블라우스와 카키 컬러의 보디 수트는 막스마라(Maxmara), 골드 택 목걸이와 다이아몬드 장식의 골드 반지는 불가리(Bulgari), 골드 체인 목걸이와 가죽 팔찌는 후센버스(Hoorsenbuhs).

패턴이 들어간 회색 티셔츠, 점프 수트 형태의 미니스커트, 밀리터리 베스트는 모두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베이지색 캔버스 메신저백은 버버리(Burberry), 카무플라주 스카프는 얀즈(Yarns), 포켓 장식의 가죽 벨트는 리니아 펠레(Lindea Pelle), 가느다란 골드 체인 팔찌는 핀(Finn), 은 소재의 독수리 브로치는 벤 아문(Ben Amun), 골드 총알 목걸이는 아킬리스(Akillis), 가죽 스트랩 팔찌는 후센버스(Hoorsenbuhs), 총알 장식의 골드 팔찌는 미안사이(Miansai), 상어 이빨 모티브의 반지는 발렌시아가(Balenciaga).

드레이핑 장식이 독특한 그레이 티셔츠는 헥사 바이 구호(Hexa by Kuho), 커프 장식의 브라운 쇼츠는 로에베(Loewe), 컷아웃 장식 벨트는 리니아 펠레, 캔버스 소재 부츠는 발맹(Giuseppe Zanotti for Balmain), 블랙 스트랩 팔찌는 스코샤(Scosha), 목걸이는 모두 킹 베이비(King Baby), 청동으로 만든 커프는 메이드 허 씽크(Made Her Think).

리넨 소재의 케이프와 포켓 쇼츠는 클로에(Chloé), 캔버스 소재 부츠는 발맹(Giuseppe Zanotti for Balmain), 골드 총알 목걸이와 블랙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검정 가죽 팔찌는 아킬리스(Akillis), 골드 택 목걸이는 제니퍼 피셔(Jennifer Fisher), 다이아몬드 장식의 골드 커프와 반지는 후센버스(Hoosenbuhs).

카키색 재킷과 마이크로 쇼츠는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베이지톤의 셔츠는 랄프 로렌(Ralph Lauren), 브라운 벨트는 버버리(Burberry), 실버 총알 목걸이는 아킬리스, 타이 위의 독수리 핀은 벤 아문(Ben Amun), 실버 택이 달린 가죽 팔찌는 텐덴자(Tendenza).


She’s Back!


때아닌 더위가 찾아온 지난 3월 15일, 겨우 오전 10시가 넘었을 뿐인데도 이미 LA의 온도는 30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같은 시간 할리우드 선셋대로의 한 건물에 모인 스태프 15명이 갑자기 분주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금 오늘의 모델, 지젤로 부터 “도착 5분 전!” 이라는 짤막한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긴장감이 감도는 이곳은 바로 〈보그코리아〉최초로 슈퍼 모델 지젤 번천과의 촬영이 이뤄질 스튜디오!

케이트 모스를 필두로 한 그런지 모델들의 전성기가 그 힘을 다할 때쯤인 90년대 후반 지젤은 단번에 모델 피라미드의 정상에 올랐다. 목탄으로 힘 있게 그려낸 듯 선이 뚜렷한 마스크,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리듬감이 느껴지는 완벽한 S자형 곡선미와 프로포션, 그리고 무엇보다 브라질의 태양이 선사한 말쑥하고 경쾌한 성격. 그녀는 여러 면에서 10년 전 패션계를 호령했던 슈퍼 모델들을 꼭 닮아 있었다. 어떤 패션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는 카리스마의 소유자이자, 남성과 여성 모두를 매혹시킨 진정한 슈퍼 모델. 덕분에 지젤은 ‘마지막 슈퍼 모델’ 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지난해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모델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렸을 즈음, 미국 〈보그〉편집장 안나 윈투어는 “왜 더 이상 모델을 〈보그〉커버에 싣지 않나요?” 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녀의 대답은 간단했다. “지젤 이후 슈퍼 모델의 퀄리티를 가진 모델은 없으니까요!”

지젤은 좁은 하이패션의 울타리를 벗어나 넓은 대중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빅토리아 시크릿 쇼에서 날개 달린 란제리를 입고 에어 키스를 날리는가 하면,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와 데이트를 즐기며 파파라치의 새로운 먹잇감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은 그녀에게 ‘세상에서 제일 돈을 많이 버는 모델’ 이란 왕관을 안겨주었다. 지난해 2월 지젤은 그 화려한 왕관을 잠시 내려놓은 채, 한 남자의 아내가 되는 길을 택했다. 물론 그 남자는 미국 최고의 미식축구 선수, 톰 브래디였지만 말이다. 그리고 3개월 전 그녀는 아주 조용히 첫아이, 벤자민 레인 브래디(Benjamin Rein Brady)를 출산했다. “전 리버(River)’ 라고 부르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 남편이 말하더군요. ‘우린 절대 우리 아들을 ‘리버’라고 부르지 않을 거야!’ ” 〈보그코리아〉가 지젤과의 만남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촬영에 파란 불이 켜진 후부터는 이 기념비적인 촬영을 위해 철저한 준비가 이뤄졌다. 보스턴에 살고 있는 지젤(남편의 미식축구 팀이 있는 보스턴으로 이사한 지 2년 반이 넘었다), 뉴욕에 있는 그녀의 에이전트, LA의 사진가, 런던의 프로덕션 매니저, 서울의 〈보그〉사무실, 그리고 파리를 방문 중이던 〈보그〉편집장 사이에 수없이 많은 메일과 전화가 오갔다. 화보의 테마는 밀리터리 룩(일상적인 모습을 담았던 미국 〈보그〉4월호 때문에 지젤이 오히려 좀더 ‘하이패션’적인 화보를 원했다). 촬영은 지젤의 쌍둥이 여동생, 패트리샤의 신부 파티(촬영 후 지젤과 남편, 그리고 벤자민 세 가족은 결혼식이 열리는 브라질로 날아갔다) 전날인 3월 15일 LA로 정해졌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났다.

다시 지젤의 출현을 기다리는 스튜디오로 돌아가보자. “하이, 베이비!” 스튜디오의 고요함을 깨트리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하면서도 달콤한 에스프레소 모카 같은 목소리. 촉촉한 금발 머리를 머리 위로 상투처럼 동여매고, 물 빠진 회색 스키니 진과 검정 조끼에 블랙 발레리나 플랫을 신은 지젤이 스튜디오로 들어선 것. 그녀는 곧이어 외쳤다. “음식 어딨어요?” 가까이서 본 맨얼굴의 지젤은 예상보다 가냘픈 몸매에 창백한 피부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건 그녀의 품 안에 조용히 잠들어 있는 아기, 벤자민이었다.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새벽 4시에 벤자민 때문에 깼거든요.” 테리 타월 소재의 하얀색 가운으로 갈아입은 지젤의 모습에는 피곤한 기색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맞은편에 앉아 있는 지젤의 친구, 메이다의 품에 안겨 있는 벤자민(세상에서 가장 팔다리가 길며 이목구비가 뚜렷한 3개월 된 아기일 듯!)으로 옮기며 말을 이었다. “전 원래 하루에 적어도 8~9시간은 자야 했어요. 하지만 지난 석 달은 3시간 이상 잠든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슈퍼 모델도 초보 엄마로서의 고충은 피할 수 없는 걸까. “하지만 괜찮아요. 새벽 두세 시에 깨워도 저를 바라보는 아기의 눈빛만 보면 모든 게 용서가 되죠.” 금세 그녀의 호탕한 웃음 소리가 스튜디오 2층 파우더룸을 가득 채웠다.

이제 29세인 지젤은 13세 때 브라질의 작은 마을에서 처음 스카우트되었다(“전 그때 꼭 모기처럼 말랐었죠. 항상 수의사나 배구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패션이 뭔지도 몰랐죠.”). 렌즈 앞에서 대부분의 삶을 보낸 이 베테랑 모델도 긴장한 걸까. 잠시 세트를 살펴보기 위해 2층에서 내려왔다. 스태프들에게 화사한 인사를 건네며 오늘 입을 옷을 살펴보기도 하고(헥사 바이 구호의 드레이핑 티셔츠를 자세히 살펴보며, “이게 한국 디자이너 옷인가요? 흥미롭네요” 라고 말했다), 동영상 촬영을 위한 카메라 테스트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어느새 헤어와 메이크업을 마치고, 카키색 비키니에 장 폴 고티에의 카키색 크로셰 니트 튜닉을 입은 지젤이 등장했다. 자신 앞에 전신 거울을 가져다 놓고, 몇 번 포즈를 살펴보는 그녀의 표정에서 조심스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곧 Delta 5의 ‘Mind Your Own Business(“제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노래예요!”)’가 울려 퍼지고 카메라 셔터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방금 전까지 벤자민을 안고 있던 초보 엄마는 사라지고, 스태프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슈퍼 모델이 돌아왔다. “지젤은 카메라 앞에서 정말 프로페셔널하죠. 한 컷도 버릴 컷이 없답니다. 동물적인 감각 그 이상이죠.” 오늘 촬영을 맡은 사진가 니노 무뇨즈가 말했다. “무엇보다 함께 있는 모든 사람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에요.” 미국 〈보그〉4월호 커버 촬영을 위해 코스타리카에 있는 지젤의 별장을 함께 다녀온 메이크업 아티스트 유미도 덧붙였다. “일이 아니라 함께 즐기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해요.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죠. 그게 그녀의 매력이에요.”

천하의 지젤이라 하더라도 출산 후 첫 번째 촬영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베니(벤자민의 애칭)를 낳고 두 달 만에 첫 번째 촬영을 했죠. 처음 카메라 앞에 섰을 땐 너무 어색했어요. 곧 그 이유를 깨달았어요. 지난 두 달 동안 단 한 번도 거울 앞에 서서 제 자신을 본 적이 없었던거죠.” 그녀는 아기를 낳고, 6주 동안 단 한 번도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벤자민은 지젤의 집 욕조에서 수중 분만으로 태어났다). 그러다가 갑자기 카메라 앞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경험은 새로울 수밖에. “방금 전만 해도 베니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가, 다음 순간엔 카메라 앞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는 제 자신이 우습더라구요. 이제 조금씩 리듬을 찾아가고 있어요.” 이제 그녀는 완전히 그 리듬을 몸에 익힌 듯했다. 셔터 소리에 따라 미세하게 얼굴의 각도와 몸의 포지션을 바꾸는 그녀의 모습은 분명히 슈퍼 모델 지젤의 그것이었으니까.

점심 시간 동안, 오가닉 스시와 구운 야채 샐러드를 앞에 두고 그녀와 좀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스태프 모두를 긴장시킬 만큼 냉정하게 명령하는 그녀였지만, 내게는 더없이 친절했다!). 이야기는 얼마 전 끝난 2010년 가을 컬렉션으로 흘러갔다. 그녀가 스타로 떠오르던 90년대 후반 유행하던 미니멀리즘이 다시 돌아왔다고 언급하며, 혹시 런웨이에 돌아올 생각은 없냐고 물었다(그녀의 마지막 메이저 패션쇼는 돌체 앤 가바나의 2007년 가을 컬렉션이었다). 그녀가 처음 패션계를 매혹시킨 건, 그 완벽한 S자 몸매에 고양이 같은 캣워킹 솜씨 때문이었지 않나. “글쎄요. 이제 베니가 있으니 쇼를 하기는 더 어려울 것 같은데요? 게다가 그 마라톤 같은 스케줄은 너무 살인적이에요.” 역시 엄마이자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안젤라 린드발이나 프랭키 라이더는 여전히 쇼에 서고 있는데? “그러게요! 정말 놀라워요. 그리고 우리 모두 이렇게 오랫동안 모델로 일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에요.” 이제 추억으로 남은 가장 인상적이었던 쇼는? “아, 베르사유에서 했던 디올 50주년 기념쇼는 정말 멋졌어요. 존(갈리아노)은 환상적인 디자이너예요.” 그렇다면 그순간이 당신의 커리어에서 결정적인 순간이었나? “아뇨. 어빙 펜이 촬영한 미국 〈보그〉의 ‘Return of the Curves’ 사진(잊을 수 없는 지젤의 뒷모습 누드가 담긴 사진! 기사 내용은 아닌 게 아니라 지젤이란 새로운 모델에 의한, 글래머러스한 S자몸매의 귀환에 대한 기사였다)이죠.” 얼마 전 어빙 펜이 당신이 아니라면 그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했다는 후일담을 읽었는데, 혹시 알고 있었나? “아, 정말이에요? 듣기 좋은 이야기인데요? 그는 진정한 대가였어요. 그 누드 사진에는 무언가가 담겨 있어요. 그리고 그는 독특한 유머 감각을 지닌 사람이었답니다. 세상을 떠났다는 게 믿겨지지 않아요.”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3개월 전 아기를 낳았다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그녀의 몸매에 놀랐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오, 너무 고마워요!” 라는 말과 함께 달콤한 눈웃음이 돌아왔다. “비결이요? 행복이 모든 것의 열쇠라고 생각해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이 아이를 세상에 받아들일 준비를 철저히 했어요.” 그녀는 결코 임부복의 풍성한 실루엣에 숨어 마음을 푹 놓아버리는 타입이 아니었던 것. 출산 2주전까지 쿵푸와 요가, 필라테스를 비롯한 규칙적인 운동으로 몸을 단련한 것은 기본, 먹는 것도 극도로 조심했다. 자신이 먹는 것이 곧 아이에게 갈 것이라는 생각 때문. “그리고 항상 좋은 기분을 유지했어요. 제가 기분이 좋지 않다면, 제 아기도 기분이 좋지 않을 테니까요.”

“전 육체적인 활동을 좋아해요. 몸을 움직일수록 기분이 더 좋아지죠.” 그녀가 좀더 근본적인 삶의 원칙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서핑이나 승마를 즐기기도 하는 그녀는 운동의 궁극적인 효과는 탄탄한 몸매가 아니라고 역설했다. “훌륭한 몸은 보너스일 뿐이에요. 중요한 건 정신이죠. 모든 사람들이 하루에 한 시간씩만 운동을 한다면 세상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지젤의 건강한 삶의 법칙은 분명했다. 육체만큼 정신이 중요한 삶. 그녀가 미구엘 루이즈(멕시코 출신의 뉴 에이지 철학자)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도 그래서 자연스러웠다. 새로운 철학과 함께 그녀가 빠져있는 건 자연보호운동을 비롯한 자선활동(인터뷰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최근 남편과 함께 아이티를 위해 적십자에 150만 달러를 기부했다). 2003년부터 그녀는 브라질 회사와 함께 플립플랍을 판매해왔다.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를 막는데 사용되는 그 수익금만으로 2만5천 그루의 나무가 새로 심어졌다. 또, 가족과 함께 고향 호라이존티나(Horizontina) 지역의 강을 정화하는 단체를 세웠으며, 〈Gisele and the Green Team〉이라는 환경을 테마로 한 만화책도 준비 중이다. 최근 그녀가 UN의 환경보호 친선대사로 선정된 것도 당연한 결과.

“자연보호는 아주 쉬워요. 생활에서도 너무나 쉽게 실천 가능한걸요. 가능하면 운전 대신 걸어 다니고, 양치하는 동안 수도꼭지를 잠그고, 세탁기를 돌릴 땐 찬물만 사용하고, 친환경 비누와 세제를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을 땐 전자 제품의 플러그를 빼놓는 일 같은 것 말이에요.” 이러한 정신에서 탄생한 것이 그녀의 새로운 뷰티 라인, 세자(Sejaa). 세자의 기본 컨셉은 자연 친화적 화장품. 이 말은 단순히 판매 수익금이 환경 단체에 기부되는 것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제품을 만드는 제작 회사는 절 죽이고 싶었을 거예요. 전 크림이 유기농이길바랬거든요. 하지만 만약 크림이 유기농이라면, 그건 크림이 살아 있다는 의미죠. 그건 곧 오랫동안 보관할 수 없다는 이야기구요.” 그래서 그녀는 코코넛 오일을 방부제로 선택했다. “특히 추천하는 아이템은 머드 팩이에요. 참, 저희 웹사이트(www.sejaa.com)에서 판매를 시작한 것이 오늘부터인데 아직 확인을 안 해봤네요. 노트북 있나요?”

그러는 동안 사진가가 파우더룸의 문을 슬며시 열고 이미 촬영한 컷을 다시 한번 찍어야겠다고 부탁했다. “그럼, 서둘러야지! 난 5시에는 출발해야 한다구!” 지젤이 장난 치듯 불평했고, 다시 한번 촬영에 가속이 걸렸다. 그녀는 발렌시아가의 힐에 대해 평을 하기도 하고(“이렇게 높은 구두는 판매할 때 경고장도 꼭 첨부해야 해요!”), 카메라 렌즈 건너편에서 낯선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벤자민을 향해 환하게 웃어 보이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결국 지젤은 6시가 넘어서야 촬영장을 떠났고, 다음날 추가 촬영까지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그녀에게 비다(Vida)의 안부를 물었다. 한국에도 그녀만큼이나 유명한 요크셔테리어종 비다(이제는 루아(Lua)라는 불테리어도 키우고 있다)의 팬이 많다는 말을 듣자 그녀가 즐거운 듯 폭소했다. “아, 정말요? 비다가 벌써 열두 살 반이에요. 믿어지세요? 하지만 아직 건강해요.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냐면요.” 짐을 싸던 그녀가 잠시 멈추고 그날 있었던 비다를 둘러싼 에피소드를 내게 이야기했다. 그러고선 곧 자신의 아이폰을 꺼내 비다와 벤자민이 나란히 잠든 사진을 보여주면서 스튜디오의 주차장으로 향했다. “정말 귀엽지 않나요? 이 사진만 보면 너무나 행복해져요.”

주차된 차 앞에서 잠시 그녀가 갑자기 생긴 고민거리를 푸념하듯 말했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브라질로 떠나야 하는데, 비행기 좌석에 어떻게 신생아용 안전 시트를 설치할지 고민이라는 것. 이렇게 인생의 순간순간이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진 않을까? “전 아이를 낳은 여자들이 출산이 일생 일대의 경험이라고 말할 때마다 속으로 생각했어요. ‘다 뻔한 말이잖아?’ 하지만 이제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어요.” 이제서야 인생이 완전해진 것 같냐고 다시 물었다. “예전보다 훨씬 크고 완전한 사람이 된 느낌이에요.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요. 그건 될 수 있는 한 최고의 사람이 되는 것이에요.” 언젠가 벤자민이 사진을 바라보며 ‘아, 저 사람이 내 엄마야!’ 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 꿈이라고 수줍게 고백하는 지젤. 그녀의 모습에서, 이제껏 살아온 화려한 인생보다는 앞으로 살아갈 성실한 인생에 대한 기대가 더 큰, 한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