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웅과 최다니엘의 연애 다이얼로그

새 영화 <시라노;연애 조작단>에 출연한 엄태웅과 최다니엘이 연애 에이전시 대표와 연애의뢰인으로 열두 살 나이를 뛰어넘는 우정을 쌓았다. 서로 다른 남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우리 시대 대표 훈남들, 범띠 띠동갑인 두 사내의 솔직한 연애 다이얼로그에 귀 기울여보자.

엄태웅의 레더 재킷과 팬츠 모두 레주렉션 바이 주영, 면 티셔츠는 닐 바렛, 글렌체크 머플러는 지 제냐. 최다니엘의 다크 그레이 수트는 닐 바렛, 화이트 셔츠는 디올 옴므, 블랙 머플러는 돌체앤가바나.

보그 연애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엄태웅 잘 모르겠어요. 예전보다 조금 더 알게 된 정도.연애는 내가 행복해지려는 착각으로 시작해서 불행하다는 착각으로 끝나는, 나를 위한 착각 여행이 아닐까요.
최다니엘 나 자신도 아직 모르겠는데 남을 어찌 알겠어요? 서로 모르는 두 우주를 정의하라는 격이지요. 연애란 그저 상상할 수밖에 없는, 태양계의 뜨거운 저편 같은거죠.

보그 사랑과 우정과 의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뭐죠?
엄태웅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여자는 떠나고, 우정과 의리를 맹세한 친구들은 늘 내 곁에 남아 있었죠. 하지만 언제나 사랑이 더 중요했던 것 같네요.
최다니엘 우정은 친구들 간의 친밀한 교제, 다수의 프렌드십이죠. 사랑은 강렬해요. 사랑에 빠지면 내 눈엔 오로지 그 사람밖에 안 보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감정의 최면이 끝나면, 사랑도 의리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베이지 셔츠, 베이지 더블 코트, 블랙 팬츠, 블랙 슈즈는 모두 디올 옴므.

보그 여자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남자란 또 어떤가요?
엄태웅 여자는 너무 좋죠. 저는 어머니랑 누나 셋 사이에서 자랐는데, 아직도 여자를 잘 모르겠어요. 여자가 남자에게 뭘 원하는지 그걸 잘 모르겠어요. 남자는 여자보다 단순해요. 처음엔 환심을 사기위해 애쓰지만 점점 이기적이고 귀찮은 일은 안 하죠. 여자는 좀더이타적이고 부지런한 것 같더군요.
최다니엘 여자는 여자죠.(웃음) 예쁘고 아름다운 피조물. 저는 오랫동안 지혜로운 여자를 바래왔어요. 사람은 다 늙잖아요. 늙으면 아름다움도 빛을 잃어요. 남자들도 처음엔 기사도를 발휘하고 백마탄 왕자님처럼 굴면서 여자를 리드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없죠. 남자가 여자를 지켜야 한다는 건 강박일지도 몰라요. 남자와여자는 서로 상황에 맞게 도움을 주고받아야 해요. 일방적인 강자는 없다는 거죠. 연인은 서로 약한 점을 채워주는 짝궁. 상대의 나약한 점을 알기 때문에 서로 연인이 되는 거겠죠.

보그 감성적인 사람인가요? 이성적인 사람인가요?
엄태웅평소에는 감성적이다가 결국에는 이성적이 돼요. 영화 대사중에 “조금만 더 사랑하면 되는데 나중에 꼭 나 편한 대로 이기적이돼”라는 말이 있죠. 다 그런 사람들이 만나서 결혼하는 걸 보면 누군가 양보하는 사람이 있는 거겠죠. 그런데 난 아닌 것 같아요. 내틀을 바꾸길 싫어해요.
최다니엘사랑할 때는 감성적이고, 비즈니스를 할 때는 이성적이죠.

보그 언제 이성에게 연민을 느끼나요?
엄태웅 슬픈 눈, 혼자 걸어가는 뒷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파질때가 있어요.
최다니엘 그녀가 약해 보일 때. 가령 자기가 멋지게 뻥 차놓고는 보고 싶다고 전화할 때. 남자 입장에서는 연민이라는 감정은 내가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발견되는 아주 특별한 감정이에요. 연민이 느껴지는 순간이야말로 객관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누군가를내 마음에 담게 되는 시발점이죠.

보그 당신의 전작과 차기작과 현재 개봉 예정작의 캐릭터를 남성적인 매력에 포커스를 맞춰 설명해 주시겠어요?
엄태웅 <선덕여왕?의 김유신은 답답할 정도로 우직한 남자예요. 하지만 아주 큰 남자예요. 너무 커서 이 남자를 이해하려면 인내가 필요해요. 새 드라마인 <닥터 챔프>의 의사 이동욱은 카리스마가 있고 아픔이 있는 남자예요. <시라노 연애 조작단>의 병훈은 30대 후반 남자라면 다 공감할 만한 현실의 남자예요. 너무 나와 닮아서 힘들고 부끄럽지만 그 찌질함이 또 매력이죠.
최다니엘 <침 없이 하이킥>에서 지훈이가 멋있는 점은 자기 울타리 안에서 거침이 없다는 거예요.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옳다고판단되면 하고 싶은 대로 하죠. 사회구성원으로는 문제가 있겠지만, 스스로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가 없어요. 차기작 드라마인 <더뮤지컬>의 홍재이는 천재 작곡가예요. 지금은 그 남자를 좀 알아가는 중이죠. <시라노 연애 조작단>에서 저는 남자가 볼 때도 귀엽고 바보 같고 소극적이에요. 하지만 적극성이 발휘되는 순간 그 바탕의 순수함이 빛이 나요. 여자에 대해 나쁜 마음이 조금도 없는 착한 남자의 전형이죠. 왜 여린 여자들은 나쁜 남자를 좋아하지만, 나이가 들면 결국 착한 남자를 선택하게 되잖아요.

밀리터리 트렌치코트와 부츠는 버버리 프로섬, 울 팬츠는 재희 신.

보그 언제 내가 남자라고 느끼나요?
엄태웅 아침에 일어날 때, 남자라고 느낍니다.(웃음) 그리고 어머니와 둘이 사는데, 가끔 누나들과 어머니, 네 여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책임감을 느낍니다. 내가 남자구나!
최다니엘 여자를 좋아할 때. 여자를 안 좋아하면 남자가 아니죠.

보그 내가 배우가 되길 참 잘했다고 느껴지는, 쾌감과 감동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엄태웅 항상 괴롭긴 하지만, <시라노…>처럼 좋은 작품과 좋은 사람을 만나 작업할 때 그런 기쁨이 있어요. 소심하고 자존심 세고 사랑에 잘 빠지는 김현석 감독과의 만남도 좋았지요.
최다니엘 없어요. 반대로 너무 힘들어서 다시 태어나면 다시는 이직업을 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많이 했죠. 캐릭터를 분석하고그 안에 빠지고 다시 헤어나오고 그 와중에 내 생활도 유지해야 하고… 그래서 아직은 고통의 순간이 더 많아요. 나도 예상치 못하는몰입의 순간이 올 땐 기쁘지만, 전체적으로는 헉헉대는 식이죠,

보그 브래드 피트와 조지 클루니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숀 펜중에 누가 당신 취향인가요? 남자로서, 그리고 직업 배우로서.
엄태웅 숀 펜이죠. 그는 산타모니카 해변의 산꼭대기에 트레일러를 가져다 놓고 생활한다더군요. 저도 산 속에 본부를 지어놓고 살고싶어요.
최다니엘 배우로서는 디카프리오, 남자로서는 숀 펜. 숀 펜은 반짝이는 눈이 매력적이죠. 입가의 팔자주름도 근사해요. 그것만으로많은 걸 표현할 수 있죠. 그리고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자폐아로나온 어린 레오를 봤는데 참으로 놀라운 연기였어요. <인셉션>도 훌륭했구요.

보그 자기 삶에 얼마나 만족하시나요?
엄태웅 집도 샀고 차도 있고 예전보다 만족스러워요. 많이 안정이됐는데도 여전히 불안 요소가 있죠. 만족지수는 70점 정도예요.
최다니엘잘 모르겠어요. 만족지수는 50점 정도. 그냥 물처럼 흐르면서 살아요.

보그 서로의 남성적 유전자에 대해 어떤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나요?
엄태웅 다니엘의 얼굴을 좋아해요. 어떻게 보면 못생겼는데, 귀엽고 멋있어요. 아주 좋은 얼굴이에요.
최다니엘 엄태웅 선배는 남을 정말 잘 배려해요. 여자 같은 세심함을지니고 있고, 상대를 부담 없이 응원해주는 남자다움도 있어요. 스포츠를 좋아하고 힘도 세지요. (웃음)외면적으로 매튜 매커너히 같은 장난스러움이 있지만 내면은 사려 깊은 남자죠.

보그 도도하고 센스 있지만 가난한 여자와 착하고 엄마 같고 능력 있는여자 중에 어떤 여자를 선택하시겠어요?
엄태웅 선택은 엄마 같은 여자를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끌리는 건도도한 여자에게 끌리겠죠. 그게 딜레마예요.
최다니엘 어느 쪽이든 내가 좋아하는 여자를 선택하겠어요. 도도하고 재수없고 자기 중심적이고 망나니라도 그 여자를 만날 거예요.

보그 실제 연애 에이전시가 있다면, 어떤 부분을 조언 받겠어요?
엄태웅 이 여자와 내가 정말 계속 가야 할까요?
최다니엘 조언은 필요 없어요. 내가 부딪혀서 배우고 내가 해결하죠.

보그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가는 누구인가요?
엄태웅 엄정화요. 누나 같은 여배우와 가수는 아직 없는 것 같아요. 정말 멋있고 존경스러워요. 중3 때 원주에서 서울로 오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누나를 통해 먼저 보게 됐어요. 다행히도 허황된 생각을 안 하게 됐죠. 기타노 다케시도 좋아해요. 하드보일드한 영화와 유머 감각과 비틀어지는 표정도. 니체에도 빠져 있어요. 얼마 전에 읽은 잠언집에 의하면 사랑이란 사랑하는 그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를 불편하게하는 행위라고 정의되어 있더군요.(웃음)
최다니엘 폴란드 출신의 현대미술 거장인 지슬라브 백신스키. 아주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회화를 그리죠. 저는 예술가보다는 예술 작품을 좋아해요. 지금도 머릿속에 몇 편의 그림과 영화와 음악이 흘러가는데,제목을 알 수가 없어요. 그냥 머릿속을 꺼내 보여주고 싶군요.

보그 영화 <시라노 연애 조작단>의 결정적 순간은 어느 부분이죠?
엄태웅 엔딩 신이요. 제 캐릭터가 성장을 하면서 찌질하지 않은 선택을하죠. 마음을 흔드는 이벤트 기술만 알던 남자가 진짜 사랑이 뭔지를 깨닫게 되죠.
최다니엘 연애 의뢰인이었던 제가 연애 에이전시 대표인 병훈(엄태웅)과 술집에서 싸움을 벌이는 신이에요. 코믹하면서 격렬하게 싸우죠.

보그 스캔들이 터진다면 어떻게 대응하시겠어요?
엄태웅 예전엔 인정했지만 지금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 미안한 일이 많아지더라구요. 가능하면 들키지 말아야겠죠.
최다니엘 여자를 먼저 배려해야겠죠.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하겠어요.

보그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엄태웅 드라마 때문에 다리를 절어야 하는데, 어떻게 절어야 할지 고민이에요. 그리고 건물주가 되고 싶어요. (웃음)기회가 되면 지방에 땅을사서 개들이 뛰노는 개동산도 만들고 싶어요.
최다니엘 드라마 때문에 피아노를 배우고 있어요. 제 능력에 너무 벅찬일이죠. 휴~. 그리고 스타크래프트2! 너무 신나고 재밌어요.

보그 당신의 아버지로부터 당신을 거쳐 당신의 아들에게로 이어질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엄태웅 아버지는 제가 생후 3개월 때 돌아가셨어요. 안타깝게도 이어져온 게 없어요. 만약 아들에게 줄 수 있다면 자신감을 정신적인 유산으로 주고 싶어요. 저는 좀 우유부단하고 주저하는 편이거든요.(웃음)
최다니엘 아버지가 주신 제 이름 ‘다니엘’은 하늘이 주신 아들이라는 의미예요. 성경적이지만 종교적이진 않아요. 이런 말이 떠오르네요. 많은 걸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하라. 왜 그래야 했는지를 나중에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보그 마지막으로 이 시대의 연애 쑥맥들에게 던지는 조언 한마디!
엄태웅 조금만 더 사랑하라. 마지막 순간에 포기하지 말고 부디 조금만 더 사랑하라.
최다니엘 나도 연애 쑥맥이에요. (웃음)단 누구를 좋아할 때 늘 진심이었어요. 한순간도 간을 보거나 마음에 딴 생각을 품거나 거짓을 말한적이 없죠. 그렇게 투명하게 사랑했을 때에만 헤어진 후에도 서로를 떠올리면 아름다움이 남아요. 그러니, 정신 못 차리게 사랑하고 두려움 없이 아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