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떠나는 송혜교와의 세계 여행

송혜교가 피터 린드버그, 헬레나 크리스텐슨 등 유명 사진가와 세계를 여행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파타고니아, 파리의 풍경 속에서 혜교의 시간도 찬란하게 물들어 갔다. 〈보그〉가 5년의 대장정을 모은 사진집〈Moment, Song Hyekyo〉발간을 앞둔 송혜교를 만났다.

슈퍼 모델 출신의 사진 작가 헬레나 크리스텐슨이 찍은 팜므 파탈 이미지의 송혜교.

송혜교가 사진집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지난 5년간 송혜교는 일 년의 반은 여행 중이었고, 나머지 반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 중이거나 여행 준비 중이었다. 3대륙, 6개국을 돌며 피터 린드버그와 헬레나 크리스텐슨 등의 초특급사진 작가와 함께한 대장정의 사진 여행을 그동안 그녀를 통해 간간이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송혜교는 아이팟에 담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유려한 경관 사진과 파타고니아의 거대한 빙하 사진을 보여주며 여행무용담을 늘어놓곤 했다. 며칠 전 이 사진집의 기획자인 아트 디렉터 심우찬과 송혜교의 소속사 ‘이든 나인’의 박현정 이사가 275×350 판형의 4백30여 페이지에 달하는 미완성 아트북을 들고 〈보그〉오피스를 방문했다. 그들은 초판 2,000권의 리미티드 에디션은 이미 절반 이상 해외에서 선주문 판매가 이뤄졌다는 소식을 흥분하며 전했다. 참여한 사진 작가는 피터 린드버그, 헬레나 크리스텐슨, 장 프랑소와 찰리, 박지혁과 KT KIM. 이 책은 2011년 1월 28일, 분더숍에서 출판기념회와 함께 판매가 시작되며(수익금은 어린이 재단에 기부될 예정), 제목은〈Moment, Song Hyekyo〉다.

나는 기대에 찬 마음으로 사진집을 펼쳤다. ‘for my mother’란 카피로 시작되는 첫 장에는 놀랍게도 이름 모를 동네 사진사가 찍은 작은 증명 사진이 실려 있었다. 유치원 학사모를 쓰고 화가 난 듯 얼굴에 잔뜩 힘을 준 터질 듯한 볼을 가진 다섯 살 꼬마 송혜교. 다음 페이지엔 거장 피터 린드버그가 찍은 여배우 송혜교가 이어진다. 20년이 지난 후 그 강렬한 흑백 클로즈업 사진 속의 송혜교는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한 올까지 감정이 차올라 지면이 터져나갈 것 같았다. 페이지를 넘기면 량차오웨이(양조위), 장자이(장쯔이), 왕자웨이(왕가위), 오위썬(오우삼), 피터 린드버그, 파올로 로베르시 등이 여배우 송혜교에게 보내는 헌사가 이어진다. 사진집이 이 같은 맥락으로 진행된다면 무척 흥미로울 것 같았다. 온전히 그녀만을 위한 사각의 프레임 속에서 서서히 혜교의 세상이 열리고 있었다.

다음날 오후 당장 송혜교를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녀는 지금 〈미술관 옆 동물원〉과〈집으로〉로 알려진 이정향 감독과 ‘용서’에 관한 영화를 찍고 있는 중이다. 출판기념일이 예정된 당일 새벽까지 대전에서 세트 촬영이 잡혀 있기 때문에 그녀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지극히 한정적이었다. 지난 1년간 송혜교는 쉴 새 없이 달려왔다. 부산에서 장준환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카멜리아〉중 강동원과 호흡을 맞춘 〈러브 포세일〉촬영, 뉴욕에서 촬영한 손수범 감독의 〈페티쉬〉개봉, 수 차례 중국을 오가며 왕자웨이 감독과 불연속적으로 진행한 〈일대종사〉, 오위썬 감독과 장첸과의 협업… 상상만 해도 호흡곤란이 올 지경이다.

송혜교는 논현동 골목 안쪽에 있는 멋스러운 살롱 분위기의 출판사 ‘낭만 북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명 요리 저술가이자 출판편집인인 박재은이 송혜교 사진집을 출간하는 〈낭만 북스〉의 발행인. 10평 남짓한 프라이빗 북카페처럼 보이는 공간 안쪽에는 부엌과 요리도구가 있었고, 박재은은 우리를 위해 샴페인과 치즈를 준비했다. 부엌 입구 테이블 위에 있는 아트 작업용 대형 컴퓨터에는 헬레나 크리스텐슨이 뉴욕에서 찍은 송혜교의 흑백 사진 PDF파일이 띄워져 있고, 나지막이 샹송이 흘러나왔다. 하얀 시폰 커튼이 드리워진 창밖에는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오늘은 인터뷰와 함께 사진집 완성을 축하하는 조촐한 파티 자리가 될 것 같았다.

우리는 짧은 안부 인사를 나누고 바로 사진집 이야기로 넘어갔다. 네덜란드에서 시작해 파리,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브라질, 애틀랜타, 뉴욕으로 넘어가던 기억을 그녀는 차례대로 더듬었다. “네덜란드는 연어가 정말 맛있었어요. 그때 백야가 시작돼서 노천 광장에서 새벽까지 맥주를 마시고 취해서 어깨동무를 하고 호텔까지 갔었는데…, 파리 콩코드 광장에서 몽마르트 언덕까지는 샹송 들으면서 올라갔어요. 차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또 얼마나 시원했는데요. 파타고니아 빙하와 이과수 폭포를 보고는 할 말을 잃었어요. 이과수 폭포 밑으로 가는 보트를 탔을 땐 속옷까지 흠뻑 젖은 채로 다시 들어가겠다고… 하하하.” 지구의 끝처럼 직각으로 떨어져내리는 이과수 폭포와빙하기의 전설을 간직한 채 떠도는 파타고니아와 태양의 잔광만으로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토스카나, 서늘한 뉴욕, 익숙하면서도 낯선 파리…5년의 시간 속에서 건져 올린 그녀의 사진도 자신이 소유했던 세상에 대해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사진집에 참여한 작가는 피터 린드버그와 헬레나 크리스텐슨, 장 프랑소와 찰리, 박지혁과 KT KIM이다. 사진 작가 박지혁은 파타고니아의 빙하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유영하는 송혜교를 스텍터클한 외로움으로 채색해냈다. 피터 린드버그는 송혜교를 미래적인 사이보그 소녀로 각색해냈다. 파리 14구의 폐허가 된 공장지대에 엄청난 영화 조명이 켜지자, 피터는 마치 영화 감독이 된 듯 한국에서 온 파랑새에게 새장을 열고 두 팔과 다리로 마음껏 날아보라고 지시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테판 마레는 이 작업 이후 송혜교의 팬이 됐으며, 파올로 로베르시와  표지를 찍을 때도 가장 먼저 스케줄을 빼서 달려와 주었다. 헤어 아티스트 오딜 질베르가 만들어낸 세련된 단발 머리도 돋보인다.

“엄마가 젊은 시절 사진이 없어 아쉬워하는 걸 봤어요. 그래서 난 나중에 자식 낳으면 설명할 게 많았으면 좋겠다… 아가야, 엄마가 말이지 가장 예뻤을 때 이 정도였거든. 황진이도 했고, 파리도 갔고, 아주 유명한 사진가 아저씨들이랑 스타일리스트 아줌마랑 멋진 사진도 찍고….” 사진은 그 순간을 남기는 추억 같은 것. 혜교는 그 순간에 그녀가 느꼈던 만남의 살결과 살아 있는 풍경을 그대로 전달해주고 싶어 했다. 물론 얼마나 새롭고 예술적인 사진인가도 중요했다. 그건 사진을 보는 우리 같은 전문적인 사람들의 몫이다. 피터 린드버그와 헬레나 크리스텐슨과의 작업은 우리가 송혜교를 바라보는 방식을 재정의하고 있었다. 〈나일론〉의 발행인이자, 슈퍼 모델 출신의 사진 작가 헬레나 크리스텐슨이 뉴욕에서 찍은 송혜교는 우리가 알던 그 소녀가 아니다. 익명의 여행을 즐기다가도 어느새 스스로 관심의 초점이 되고 마는 그녀가 가슴을 두드린다-나를 아세요? 〈가을동화〉이후로 10년간을 대중 속에서 살았어요. 그 속에서 사랑하고 헤어지고 자의식이 성장하고… 그러다 서른을 맞았죠. 오래전부터 난 미련이 없어요. 지금 모든 게 끝나버린다 해도 말이죠-그녀 안의 팜므 파탈 혹은 상처 입은 파랑새가 말했다. “그녀는 저를 여자로 대하고 싶어 했어요”라고 송혜교는 부끄러운 듯 속삭였다. “예쁜 인형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고 지키고 싶어 하는 그런 여자….” 사진집을 위한 사진가 선정을 지휘했던 심우찬은 송혜교와 사진 작가 사이의 교감이 가장 중요했다고 지적한다. “어떤 인생을 살아 왔고, 어떤 작품을 했는지 사진 작가에게 이해시키면,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싹트게 마련이지요.” 헬레나는 스타로서 송혜교의 특별한 위치를 이해했다. 그리고 록그룹 리더 마이클 히첸스의 연인으로 파파라치의 공격을 받았던 헬레나 크리스텐슨은 도시의 벼랑 끝에 몰린 송혜교의 불안을 강렬하게 표현해냈다.

피터 린드버그도 송혜교를 위한 특별한 사진을 창조해냈다. 사실 피터의 사진 한 점만으로도 나는 이 사진집이 가치 있다고 생각할 정도다. 스타일리스트 마리 아멜리 소베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테판 마레, 헤어 아티스트 오딜 질베르라는 슈퍼 스태프들이 창조한 송혜교는〈레옹〉의 마틸다 같기도 하고 한국과 중국, 일본의 아시아 우성인자만을 조합한 독특한 사이보그 소녀 같기도 하다. 뤽 베송 감독에게 영화캐릭터 참고용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 “피터 린드버그와 파올로 로베르시, 마리오 테스티노 등 3대 사진가 중에서 한 명을 사진집에 넣고 싶었어요”라고 심우찬이 말했다. 마리오 테스티노는 미국적인 대중성이 어쩐지 혜교와는 어울리지 않았고, 파올로 로베르시는 이미 몇 년 전 〈보그코리아〉표지 작업을 통해 낯익은 인물이었다. 그때 그는 송혜교에게서 16세기 조선의 슈퍼 모델 ‘황진이’의 얼굴을 발견해냈다. 칠흑처럼 검은 머리, 동그랗게 뜬 검은 눈동자, 까마귀 날개처럼 선명하게 휘어든 검은 눈썹… 고요한 백자처럼 온화한 기품이 그녀를 빛나게 한 사진이었다. 피터 린드버그는 누군가!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이 대가의 사진이야말로 송혜교에겐 가장 적합한 듯했다.

피터 린드버그와의 촬영은 파리 14구의 허름한 공장지대에서 진행됐다. 송혜교는 그와의 작업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유쾌해지는 것 같았다. “허물어지고 쓰러지는 공장지대에 도착했을 때, 어디선가 거대한 영화 조명이 팡하고 터졌어요. 와! 이거야말로 피터의 사진이잖아. 정말 대단해. 정말 멋있어!”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죠. ”파올로의 카메라가 온전히 스튜디오 통창으로 비쳐 드는 자연광에 의존한다면, 피터의 카메라는 파격적인 로케이션과 거대한 광량의 인공적인조명을 자랑한다. 그리고 여배우로는 드물게 차례로 세계적인 거장 파올로와 피터의 뮤즈가 된 송혜교는 그들의 사진을 피사체의 입장에서 설명했다. “파올로 로베르시가 과거의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원한다면 피터 린드버그는 미래의 동적인 어떤 순수함을 끌어내고 싶어 했어요. 피터의 카메라 앞에서는 새장에서 풀려난 새처럼 어색하지만 자유롭게 움직이며 나를 던져볼 수 있었죠.” 발렌시아가의 뮤즈로 유명한 스타일리스트 마리 아멜리 소베의 배려도 특별했다. 그녀가 데려온 재봉팀은 작은 체형의 송혜교를 위해 즉석에서 명품 의상들의 사이즈를 몸에 꼭 맞게 줄여주었던 것.

아! 어째서 송혜교에게는 늘 이런 기적이 일어나는 걸까? “다 재밌지는 않았어요”라고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또 한 명의 대가 패트릭 드마쉴리에가 촬영한 중국 〈보그〉작업에 대한 아쉬움. “너무 젠틀했지만 정성이 느껴지지 않았죠. 그들은 아무런 교감도 하려 들지 않았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바뀌어 있었다. “뭐랄까, 너무 백인 중심적인 사고로 저를 봐라봤죠.” 마치 구름이 태양을 가린 것 같았다. 사진의 진실은 찍는 사람이 느꼈던 사랑을 그대로 전달해주는 법. 테크닉적으로 잘 찍은 사진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그녀에게 중요한 건 즐거움과 유쾌함과 우리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었다. 가족이 찍은 사진은 그래서 생기 넘치게 마련이다. “어렸을 때 엄마는 늘 저를 모델로 사진을 찍곤하셨어요. 기억나는 사진이 하나 있어요. 어딘가 유원지 같은 데 놀러갔는데, 제가 다리 사이에 똥 싼 기저귀를 걸치고 해맑게 엄마를 향해달려오는 모습…. 그순간을 놓치지 않고 찍은 거죠.” 몇 년 전 엄마랑 파리에 놀러 가서도 이틀 동안 필름을 열 통이나 썼다고 그녀는 행복해 했다. 그것은 안에서 터져 나오는 진정한 행복이었다.

피터 린드버그(Peter Lindbergh)가 찍은 송혜교의 포트레이트. 스타일리스트 마리 아멜리 소베(Marie-Amelie Sauve)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테판 마레(Stephane Marais), 헤어 아티스트 오딜 질베르(Odile Gilbert)라는 슈퍼 스태프가 모였다. 목걸이는 불가리, 블랙 재킷은 헥사 바이 구호.

나는 시치미를 뗀 채 송혜교에게 언제 가장 설레는가를 물었다. “사랑할 때는 늘 설레지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곧 이 말이 불러올 구체적인 파장을 피해 감정의 의미를 확장했다. “요즘 저는 영화에 꽂혀 있어요. 송혜교라는 이름값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요. 허점을 보이고 싶지 않고 완벽해지고 싶거든요.”

〈시크릿 가든〉이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나는 트위터에서 현빈에 대한 여자들의 엄청난 애정 공세를 지켜봤다. 어떤 트위터러는 ‘우리가 현빈 얘기로 밤을 지새우는 동안, 현빈은 송혜교와 밤을 지새겠지’라고 한숨 섞인 시샘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연인은 열정적으로 작품을 소화하느라 거의 만날 새가 없어 보였다. 송혜교는 출판기념일에도 촬영이 있고, 설날에도 촬영해야 한다고, 제발 일주일만 휴가를 줬으면 좋겠다고 매니저에게 징징댔다. 일도 사랑도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송혜교. “오히려 20~30대 여자들은 여배우로서 송혜교가 하는 선택이 늘 당당하게 앞서간다고 좋아해요. 반대로 〈그들이 사는 세상〉이후에 30대 남자들은 송혜교가 너무 진지하다고 싫어해요. 그들은 여전히 〈가을동화〉와 〈풀하우스〉의 소녀를 원할지도 모르죠”라고 심우찬은 의견을 펼쳤다. 하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셀린에서 ‘혜교 백’이 나왔을 때(일주일 만에 완판됐다), 라네즈에서 ‘혜교 립스틱’ 이 나왔을 때(그해 립스틱 전체 매출량을 넘어섰다)의 선풍적인 반응을 생각해보라! 그런 상업적인 파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후 전형적인 트렌디 드라마 대신 노희경의 드라마에 출연하고(웬만한 멜로 드라마 대본은 다 그녀를 거쳐갔다), 혼자 뉴욕으로 가서 독립영화 감독의 작품 〈페티쉬〉에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송혜교가 상업적으로 영리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송혜교가 여배우라는 예술가로서 자존심이 강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녀는 나탈리 포트만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두 번째 샴페인 병을 따서 잔을 채웠다. 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그녀를 태우기 위해 흰색 밴이 창너머 어둠 속에 덩그라니 놓여 있었다. 우리는 잠시 요즘 인기 있는 트렌디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와-“이제 너무 어리고 귀여운 척 하는 건제 몫이 아닌 것 같아요”-, 여배우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 엄마에게서독립한 이후 집 꾸미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거나, 아직도 오리무중인 왕자웨이 영화에 대한 잡담을 나눴다.

그녀는 샴페인 잔을 들고 마지막으로 사진을 점검하다 기분이 좋아져 이렇게 말했다. “여기 봐요. 이 사진에서 제 턱선이 잘 살아 있죠? 전 이게 좋아요. 다들 여배우의 턱만 보면 리터칭으로 깎으려 들잖아요.” 누군가는 송혜교가 여배우로서 지닌 치명적인 약점은 아름다움이라고 했다. 정우성이나 장동건처럼.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녀의 아름다움의 빛에 그녀의 연기적 빛이 가려진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매 성장의 시기마다 아름다움과 연기력과 사랑은 절정의 조화를 이뤘다. 햇빛과 비를 맞고 잘 여문 사과처럼. 〈가을 동화〉에서 원빈과 함께할 때도, 〈올인〉에서 이병헌과 함께할 때도, 〈풀하우스〉에서 비와 함께할 때도,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현빈과 함께할 때도. 그리고 그런 모든 당차고 사랑스러운 연인의 얼굴을 지나 〈Moment, Song Hyekyo〉에서 그녀만의 스펙터클한 외로움에 젖어 있을 때조차도. 그녀가 창조한 장밋빛 인생은 이렇게 계속 되고 있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그 혜교의 시간을 지켜보며, 우리는 환상에 젖어 그곳이 유토피아라 여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