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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가장 핫한 두 남녀, 현빈과 탕웨이

2016.03.17

by VOGUE

    아시아에서 가장 핫한 두 남녀, 현빈과 탕웨이

    영화〈 만추〉는 비와 안개로 가득한 시애틀에 ‘탕 웨이’라는 드라이한 도화지를 펼쳐놓은 후, ‘현빈’이라는 찬란한 무지개를 띄운 영화다. 〈보그〉가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핫한 두 남녀 현빈과 탕웨이를 주인공으로 패서너블한 러브 스토리를 썼다.

    현빈이 입은 화이트 컬러의 투 버튼 재킷과 프린트 실크 셔츠는 에르메스(Hermès), 블랙 컬러의 실크 팬츠는 돌체 앤 가바나(Dolce&Gabbana), 화이트 골드 반지는 반 클리프 아펠(Van Cleef&Arpels), 탕 웨이가 입은 홀터넥 새틴 롱 드레스는 아이그너(Aigner), 블랙 컬러의 새틴 스트랩 슈즈는 디올(Dior).

    “당신… 뭐하는 남자죠?”

    하늘거리는 블랙 실크 셔츠와 버클 가죽 벨트는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네이비 팬츠는 프라다(Prada), 잔잔한 패턴의 실크 스카프는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 로맨틱한 파리 밤하늘의 별자리가 수 놓아진 시계와 화이트 골드 반지는 반 클리프 아펠(Van Cleef&Arpels).

    “데이트도 하고 파티에도 가고 춤도 춰요. 좋은 남자를 원하면 좋은 남자가 돼주고, 나쁜 남자를 원하면 나쁜 남자가 되어주죠.”

    현빈과 탕 웨이의 〈보그〉판 러브 스토리를 구상하면서 우리는 〈만추〉의 남루한 연인의 꿈 속에서 일어날 럭셔리한 하룻밤의 판타지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대저택의 홈파티에 잠입해 서로를 유혹하는 남과 여. 현실은 내일 당장 군대나 감옥으로 돌아가야 할지라도 오늘 밤만은 턱시도와 드레스로 빛나는 시간을 즐기기를. 플레이보이, 플레이걸! 샴페인을 마시고 춤도 추세요. 동이 틀 때까지. 소파에 누운 탕 웨이의 하이힐을 벗겨주고 그녀의 발등에 입 맞추는 현빈.

    “솔직히 저는 현빈을 잘 모릅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요. 저는 〈만추〉의 훈하고는 친해요. 훈이는 내 거예요. 저는 훈하고 있을 때 안전해요”라고 탕 웨이가 〈만추〉의 ‘훈’에 대한 소유욕을 드러냈다. 그녀는 명랑하고 거침없으며 대단한 에너지가 잠재돼 있다. 몇 년 전 〈색, 계〉에서 양조위와 함께 있을 때 그녀는 조금도 안전하지 않았다. 과감한 노출과 정사 신 때문에 중국 정부로부터 경고와 비난을 받았을 때 아무도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왠지 위험하고 충동적인 사랑에 빠진다 해도 오래도록 그것의 가치를 지켜내고 싶어 할 것 같은 그런 여자다.

    “애나로 나올 때 저는 텅 빈 여자예요. 아무런 표현도 할 수 없고 아무 표정도 지을 수 없었지요.” 영화 속 ‘애나’는 사랑하는 남자와 도망치려다 남편에게 발각되고, 사고로 남편을 죽인다. 〈만추〉에서 탕 웨이는 바스러질 것 같은 몸에, 파시시하게 틀어 올린 머리카락, 갈라지기 직전의 저음으로 말한다. 그녀는 낡고 구겨진 황토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다. “그 트렌치코트를 처음 본 순간 저는 보호 받는 느낌이었어요. 그 옷만 입으면 안전해질 것 같았죠. 그 옷은 내 거였어요. 벗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탕 웨이가 다시 생기발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녀가 이안 감독의 영화 〈색,계〉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지만, 그만큼 정신적으로 심하게 상처 받았다고 느꼈다. 그녀는 〈색, 계〉의 시옷 자도 꺼내기 싫어했다. 그리고 〈색,계〉에서 그녀가 입은 빳빳한 트렌치코트는 그녀를 보호해주지 못했고, 가파른 사지로 내몰았다.

    그런 이후에 〈만추〉로 천진한 아이 같은 김태용 감독과 현빈을 만나 깊은 치유를 받은 듯했다. 현빈은 사랑하기 전에 연민이 앞서는 그런 남자다. 나는 현빈이 본능적으로 여자를 가여워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진 남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요즘 시대에 그런 미덕을 가진 남자가 어디 흔하던가. 그건 그가 사회지도층 재벌가의 왕자님일 때도, 돈 많은 여자를 즐겁게 해주는 하층 접대부일 때도 변함없다. 현빈은 덜 자란 소년 같은 작은 어깨로 조심스럽게 여자를 포용할 줄 안다. 그리고 그의 실제 연인에 대해 물을 때도, 탕 웨이에 대해 물을 때도 현빈은 자기 생각을 말하기보다 그녀들을 걱정하기에 바빴다. 〈시크릿 가든〉을 이야기할 때는 멋진 라임이를 만들어줘서 자신이 존재할 수 있었다고, 하지원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고. 정작 우리가 싸가지 없고 이기적인 대사를 날리던 김주원에게 감동하는 건 그가 철없는 동생처럼 구는 따스한 오빠이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의 국이일 때도,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식이일 때도 〈그들이 사는 세상〉의 지호일 때도. 현빈은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지만 절대적으로 강하다. 진짜 강한 자는 더 사랑하는 자니까.

    영화 〈만추〉에서는 매우 아이러니하고 아름다운 장면이 몇 번 등장한다. 그것은 ‘사랑은 어떻게 시작되는가’에 대한 진솔한 예시에 가깝다. 아무도 없는 야시장에서 데이트를 할 때 ‘애나’는 낯선 ‘훈’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닫힌 마음을 연다. 죽을 수도 있을 만큼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는데, 그 남자와 도망가려다 약하고 의심 많은 남편을 죽이게 됐다고… 현빈은 탕 웨이의 눈을 깊게 바라보며 그녀의 방백에 따스하게 호응한다. ‘하오(좋아요)’ 혹은 ‘화이(나빠요)’.

    스트라이프 패턴의 셔츠와 심플한 라인의 네이비 팬츠, 의자에 걸쳐진 재킷은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 로고가 새겨진 가죽 목걸이와 팔찌, 페이턴트 소재의 레이스업 슈즈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현빈은 그녀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자, 호기심 많은 여자’라고 했고, 탕 웨이는그를 ‘밝은 피곤함을 지닌 남자, 무언가를 추구하는 남자’라고 했다.

    둘의 공통어는 영어지만, 이순간 애나는 중국어로 말한다. 관객은 자막으로 애나의 중국어 대사를 들을 수 있지만, 중국어를 모르는 훈은 애나의 사연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연민을 담은 천진한 눈으로 그는 이미 그녀를 이해하고 있다. 잊고 있었지만 남자와 여자 사이엔 어쩌면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오, 혹은 화이, 작은 끄덕임, 귀 기울임… 그것으로 족하다. 정작 말이 통하는 중국인 가족들은 어머니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3일간 휴가를 나온 애나에게 재산분할 동의서를 들이밀고, 죽을 만큼 사랑했던 옛 연인은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뻔뻔하게 애나의 염장을 지르는데… 오로지 ‘훈’만이 그녀의 마음을 읽고 진짜 대화를 시도한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애나의 옛 연인과 ‘훈’의 육탄전이 벌어지기 직전, 가족들 앞에서 터진 그와 그녀의 대화도 사랑스럽게 눈물겹다.

    “(포크를 무기처럼 들고 옛 애인을 향해)저 사람이 내 포크를 말도 안 하고 가져갔어요. 사과도 안 했다구요. 왜 포크를 가져가면서 물어보지도 않아요?”-훈
    “당신이 그랬어요?(옛 애인을 질책하고 울음을 터뜨리며)왜 저 사람 포크를 가져갔어요? 말도 안 하고. 그건 나쁜 행동이잖아요. 왜 사과도 안 했냐구요? 왜?”-애나

    그 장면은 너무나 엉뚱하고 생경해서 한 편의 연극처럼 보였다. 하지만 애나를 대신해 폭발한 ‘훈’을 화두로, 애나는 7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과 옛 애인에게 마음속 깊은 화를 표현한다. 촬영 중간중간 현빈과 탕 웨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소통 불능과 진정한 소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김태용 감독과 탕 웨이와 현빈은 시애틀에서 저녁이면 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수줍고 어색하며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지. 김태용 감독은 말했다. “한 여자가 길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감옥으로 들어간다… 그게 〈만추〉의 뼈대였어요. 거기에서 한 발짝 더 들어갔죠. 중국 여자, 한국 남자가 미국에서 만났다. 뉴욕처럼 화려한 곳이 아닌 스산한 가을이 깊어가는 곳. 1년에 절반은 비와 안개로 가득한 곳. 그리고 탕 웨이와 현빈이 시애틀로 들어왔어요. 자신감 있고 귀여움으로 가득 찬 탕 웨이와 잘생기고 담백한 현빈이….”

    현빈은 그녀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자, 호기심 많은 여자’라고 했고, 탕 웨이는 그를 ‘밝은 피곤함을 지닌 남자, 무언가를 추구하는 남자’라고 했다. 감독은 에너지가 많은 여자를 억눌러서 물기 한 점 없이 탈수시켰고, 고요하고 부끄러움 많은 남자를 부추겨서 여자에게 생명을 불어넣도록 했다. 그리하여 이민자와 수감자와 도망자의 도시에서 습하고 드라이하며 고요하고 파워풀한 한 편의 ‘동화’가 탄생한 것이다. 그 뒤 중국 여자는 현실로 돌아가서 진가신의 〈무협〉과 마초성의〈구속천사〉를 찍으며 활기를 되찾았고, 한국 남자 현빈은 돌아와서 〈시크릿 가든〉을 찍으며 트렌디한 헤어 스타일을 한 럭셔리 가이로 변신했다.

    그리고 지금, 시애틀에서의 그 느리고 외로웠던 이방인의 시간을 회상한다. 주부처럼 빨래하고 설날에도 시장을 봐서 혼자 밥을 해 먹었던 탕 웨이의 외로움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초밥, 볶음우동, 햄버거를 먹으며 운동했던 현빈의 갑갑함. 몇 개월의 꿈 같은 시간들. 그리고 사랑의 감정이 열리고 단 하루 만의 데이트를 끝으로 헤어진 남녀가, 1년 만에 만나 서먹하지만 마음을 다해 역사적인 〈보그〉화보를 찍고 있다. 애나가 되어, 훈이 되어.

      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조선희
      아트 디자이너
      세트 스타일리스트/최서윤(Da;rak)
      스탭
      스타일 에디터 / 김미진, 스타일 에디터/이지아, 헤어 / 박선호, 헤어 / 임해경, 메이크업 / 이지영, 메이크업/ 임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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