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코리아를 대표하는 5인의 ‘환상의 짝꿍’

물 건너온 수입산 브랜드 틈에서 주눅들지 않는 패션 코리아의 새로운 상징들. 동시대 한국의 멋쟁이 여자들에게 절대적 지지를 얻는 5개의 브랜드를 소개한다. 디자이너들과 각별한 인연이 있거나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는 친구들이 올봄 컬렉션으로 단장한 채 카메라 앞에 섰다.


sister act배우 박시연과 액세서리 디자이너 박민주 자매. 디자이너 최지형이 여기에 합류하면 그야말로 세 자매가 된다. 의상은 쟈니 해이츠 재즈, 액세서리는 엠쥬, 구두는 미우미우.헤어 / 김선화(제니 하우스), 메이크업/신혜령, 오길주(제니 하우스)


최지형과 두 자매


쟈니 해이츠 재즈의 디자이너 최지형, 액세서리브랜드 엠쥬의 디자이너 박민주, 배우 박시연은 영락없이 세 자매처럼 보인다. 아닌 게 아니라 그들 역시 절대 동의한다. “맞아요, 우린 세 자매예요, 세 자매!”라고 복숭앗빛 볼을 지닌 배우 박시연이 하트 모양의입술을 오물거리며 양 옆에 있는 최지형과 박민주와 어깨동무한다. 박시연보다 좀더 가늘고 섬세한 이목구비를 지닌 박민주는 행어에 걸린최지형의 옷들 가운데 뭘 입어야 할지 꽤 오랫동안 머뭇거린다. 하지만 박시연은 최지형이 골라서 건네는 과감한 미니 원피스를 별 고민없이 받아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드레스룸에서는 여고생들처럼 깔깔거리는 소리가 쉴 새 없이 새어나왔다.

꽃단장으로 마무리하는 박시연과 박민주 자매를 최지형은 예쁜 여동생들을 둔 큰언니처럼 흡족하게 쳐다봤다. 대화 중에 뭔가 대견하거나 뿌듯한 얘기가 나오면 서로의 엉덩이를 토닥토닥거릴 만큼 세 명은 정말이지 막역하다. “운명처럼? 하하!” 엠주(mzuu 외에도 mdmz,ROLLIPS 라인이 있다)의 박민주는 최지형과의 첫만남에 극적인 의미를 둔다. “비슷한 시기에 각자 브랜드와 컬렉션을 시작했어요. 처음엔일로 소개 받았지만 지내고 보니 마음이 더 맞아 개인적으로 자주 만났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언니 박시연이 합류하게 됐구요.” 2006년에 알게 되어 죽이 착착 맞은 두 사람은 이번 봄 컬렉션 때 본격적으로 의기투합했다(박민주는 조소 전공 후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방향을 틀었다). 최지형이 쿠바에서 영감을 얻어 도회적인 옷을 만들자 박민주는 룩에 완성도를 더할 묵직한 금색 뱅글 같은 액세서리를 곁들였다.“지난 1월 파리 트레이드쇼에서 반응이 꽤 좋았어요.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도 마찬가지였구요”라고 최지형은 소극적인 박민주가 자기 입으로 말하지 못할 얘기들을 풀어놓는다. 그렇다면 최지형의 옷은요? “최고죠!”라고 상부상조하듯 박민주가 쟈니 해이츠 재즈를 치켜세운다. “컬렉션을 가만 들여다보면 지나치게 여성적이지 않은 옷들, 특히 매끈한 수트나 트렌치 같은 중성적 라인이 일품이에요.” 박민주가 눈웃음 치며 설명하자 최지형은 “큼지막한 외투가 서구적인 외모와 체형의 박시연・박민주 자매에게 더없이 잘 어울려요”라고 맞받아친다.“오늘 제가 입은 옷은 솔직히 일상에서는 쉽게 입지 못하죠.” 박시연이 쟈니 해이츠 재즈의 올 봄 컬렉션 마지막 시리즈에 나온 옷에 관해 패션 기자 수준으로 품평한다. “하지만 스타일리시 하면서도 입을 수 있는 옷들, 결코 튀지 않고 디테일에 충실한 옷들도 많아요.”

박민주는 행어에 걸린 쟈니 해이츠 재즈의 옷들을 점검하며 자신의 드레스룸이 이제 최지형의 옷들로 역전되고 있다고 얘기한다. 박시연은 작년부터 서서히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렇듯 여배우와 디자이너의 마음을 사로잡은 쟈니 해이츠 재즈의 최지형은 지춘희, 박지원, 김재현으로 이어지는 계보(우리 정서에서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좋아할 옷을 딱 꼬집어 만든 멋쟁이 여자 디자이너)의 뒤를 이을 차세대다. 옷만 잘 만드는 게 아닌 언론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아는 명민함까지 갖췄다. “함께 일할 땐 노는 것처럼 즐겁게, 역시 함께 놀 때는 자연스럽게 일 얘기가 끼어듭니다”라고 최지형이 똘망똘망한 눈을 깜빡거리며 세 사람이 모이면 어떤지에 관해 얘기한다. “디자이너 커리어에 절정이 있다면 여배우가 내 옷을 입는 때가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배우 박시연이 쟈니 해이츠 재즈를 입을 때가 제겐 특별한 순간으로 기록됩니다.” 박시연이 최지형에게 디자이너로서 이상향의 꿈을 실현시킨다면, 박민주는 지극히 실질적인 조력자다. “디자이너는 컬렉션을 정기적으로 발표합니다. 요즘처럼 액세서리가 중요한 임무를 맡은 시기에 엠쥬와의 인연은 적절했어요. 컬렉션 룩을 놓고 함께 고민을 나누게 됐으니까요.” 그러면서 박시연・박민주 자매가 자신에게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영감을 준다고 덧붙인다.

전형적인 서울 깍쟁이처럼 보이던 박시연과 박민주 자매는 뜻밖에도 너무 상냥하고 사랑스럽고 자연스럽게 경상도 사투리를 가끔씩 툭툭 내뱄었다. 그들의 또 다른 자매인 최지형 역시 같은 말투로 수다를 떨었다. 바닥에 누워 촬영하는 내내 박시연은 카메라가 두렵지 않았지만 박민주는 이를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대략 난감해 했다(그러는 동생에게 언니는 살짝 포즈까지 교정해줬다). 차디찬 스튜디오맨바닥에서 애쓰는 여동생들이 안쓰러운지 맏언니는 사진가 옆에 서서 분위기를 띄웠다. “촬영 끝나고 삼겹살! 어때?” 그러자 예쁜 세 자매 가운데 둘째, 그러니까 가장 예쁘장한 아가씨가 외쳤다. “좋아!”



idol forever포미닛의 멤버들. 왼쪽부터 남지현, 허가윤, 전지윤, 권소현, 김현아. 의상은 모두 스티브 앤 요니, 보라색 시계는 애피타임, 연두색 팔찌는 케이트 스페이드, 표범 목걸이와 뱅글은 블랙뮤즈, 워커는 닥터 마틴, 보라색 뱅글은 씨바이 클로에, 노란색 시계는 L.E.D, 흰색목걸이는 스와로브스키, 컬러 뱅글은 아즈로 나브르, 헤드폰은 닉슨.헤어 / 권영은 메이크업 / 김지현


스티브 앤 요니와 아이돌 그룹


“아이돌 그룹이 발산하는 에너지 넘치고 힘 있는 노래와 춤이 프린트에 적용했을 때 더 영향력이 커지는 것 같아요.” 블론드와 생선가시 같은 언더라인, 그리고 특유의 낙천성으로 한국 패션 팬들을 홀딱 사로잡은 요니야말로 한국 패션계의 아이돌이다. 셜롬 홈즈 시리즈의 등장 인물처럼 콧수염을 기른 스티브는 “‘아이돌’이란 이름처럼 어떤 옷도 젊게 만드는 것 같아요”라고 맞장구친다.패션이 주를 이룬 케이블 TV에서 이 부부를 소개할때 ‘아이돌이 사랑하는’이 라는 수식이 붙을 정도다. 얼마 전엔 원조 아이돌 보아가 이태원에 문을 연 그들의 매장에 들러 한 행어 분량의 옷을 사갔다. “무대에서 춤출 때 좋을 것 같다며 옷을 잔뜩 사갔어요”라고 요니는 늘 그렇듯 반쯤 흥분된 상태로 얘기한다. “할리우드 영화를 위한 티저 영상 제작용이라고 하더군요. 벌써부터 기대돼요, 어떻게 나올지!” 이 패션 아이돌 듀엣은 얼마 전엔 효리까지 만났다. “다시 방송 활동 시작할 때 스티브 앤 요니를 자주입겠다고 그러더군요.”

딱 요즘만 같다면, 스티브 앤 요니 앞에 장애물은 없는 듯 보인다. 만에 하나 있다고 해도 이 재기발랄한 디자이너 커플은 능숙한 2인3각 경기에 출전하는 환상의 복식조처럼 바리케이트 밑으로 쓱 기어가거나 허들처럼 훌쩍 뛰어넘어 피할 것이다. 이런 질주 옆에서는 아이돌 그룹들이 펄쩍펄쩍 춤추며 환호할 게 뻔하다. 최근엔 티아라, 애프터스쿨, 브라운아이드걸스, 소녀시대, 비스트의 몇몇 멤버들이 스티브 앤 요니의 가을 컬렉션을 입고 매스컴에 나왔다. “특히 소시의 유리는 〈놀러와〉에서 별무늬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나와 시선을 끌었죠. 다른 멤버들 사이에서 확 튀더군요. 하하하!” 아이돌 그룹이 방송이나 공연에서 스티브 앤 요니를 예쁘게 입고 나오면 요즘엔 요니가 그걸 다시 따라 입는다고 스티브가 슬쩍 고자질한다. “시트콤에 나온 브아걸의 가인,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소녀시대를 보니 다시 그렇게 입고 싶더라구요.”

요즘엔 해외 팬들이 한류 스타들(역시 아이돌!)의 뮤직 비디오를 보고 스티브 앤 요니의 옷을 점 찍은 뒤 ‘다이렉트’로 이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옷을주문할 정도다. 그래서 국제 배송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발송하는 업무가 하나 더 늘었다. 얼마 전 보라카이로 떠난 신혼 여행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번 봄 컬렉션 역시 곧 포미닛의 뮤직 비디오나 해외공연을 통해 입소문 나 곧 국제 배송이 이뤄질지 모르겠다. “보라카이의 어느 술집에 들렀는데 전등무늬가 너무 예뻐서 다음날 그걸 보러 또 갔었죠. 올봄 컬렉션의 프린트로 바로 이거다 싶었거든요!”

포미닛은 스티브 앤 요니의 봄 컬렉션을 입고 공항에서부터 무대까지 서게 된다. 스티브 앤 요니와 포미닛의 인연은 4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포미닛의 스타일리스트가 옷을 협찬하러 오면서부터다. 그리고 포미닛 현아의 공항 룩에서 가장 돋보인건 바로 스티브 앤 요니의 후드티였다. “사실 신경 안 쓰는 척하면서도 주위를 쓱 살피게 돼요. 다른 멤버나 다른 아이돌 그룹이 어떤 옷을 입는지 말이에요”라고 현아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얘기한다. “다들 가죽 바이크 재킷에 선글라스로 꾸몄길래, 난 그냥 스티브 앤 요니의 돼지 프린트 티셔츠에 루돌프 무늬 후드티만 입고 나갔어요.” 하지만 그게 공항 룩의 종결자라는 칭찬을 얻었다. “다른 것 다 필요 없이 스티브 앤 요니 후드티 하나면 끝이죠!” 스티브 앤 요니의 옷이 요즘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 얼마나 큰 의미인지 나타내는 상징적 사건이다. “그래서 사실 제 돈주고 사 입을 정도로 좋아해요. 진짜예요!” 포미닛 멤버들은 스티브앤 요니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는 결정적 한마디를 남기고 시상식을 향해 우르르 떠났다. “대기실에서 아이돌 그룹들끼리 하는 말이 있어요. ‘요즘은 스티브 앤 요니가 대세야, 그치?’ 이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