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렁큰 타이거, 윤미래의 가족 나들이

드렁큰 타이거와 윤미래를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는 게 있다면 오로지 ‘음악’과 ‘좋은 마음’이다.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의 홍보대사인 두 커플이‘슈퍼 베이비’조단과 함께 유쾌한 이벤트를 가졌다. 오늘, 가족은 흔치 않은 나들이를 시도한 거다.

드렁큰 타이거가 입은 슬리브리스와 팬츠는 길 옴므(G.I.L Homme), 마이크로 트렌치코트는 장광효 카루소(Chang Kwang Hyo CARUSO), 날개 디테일이 있는 스니커즈는 아디다스 바이 제레미 스콧(Adidas by Jeremy Scott). 윤미래가 입은 드레스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카디건은 보브(Vov), 스트랩 슈즈는 슈콤마 보니(Suecomma Bonnie). 조단이 입은 롤업 팬츠는 빈폴 키즈(Bean Pole Kids), 하이톱 스니커즈는 컨버스(Converse), 양 인형은 가가 갤러리.

드렁큰 타이거가 입은 티셔츠와 재킷은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와이드 크롭트 팬츠와 벨트는 모두 장광효 카루소(Chang Kwang Hyo CARUSO)

연예인이 적당히 영악하면 의외로 재미있는 인터뷰가 탄생할 수 있다. 가식을 부리지 않고 자신의 영악한 면을 드러내든, 혹은 가식적으로 연기하듯 인터뷰를 하든, 그 또한 캐릭터를 파악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상이 드렁큰 타이거와 윤미래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들의 선한 마음은 순도 100%에 가깝다. 그게 그들이 ‘생겨먹은’ 캐릭터다. 그래서 보이는 것 외에 숨겨진 단서를 찾아야 할 일이란 없다. 인터뷰 몇 시간으로는 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그들만의 진짜 모습이 있겠지만, 그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뒤엎을 정도는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윤미래가 입은 그레이 슬리브리스는 보테가 베네타, 아이보리 가죽 베스트와 롱 슬리브리스 재킷은 셀린(Céline), 팬츠는 파비아나 필리피(Fabiana Filippi), 헤드폰은 이어폰샵.

드렁큰 타이거와 윤미래 커플이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벌이는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의 홍보대사가 됐다. 이들이 공익을 위해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드렁큰 타이거와 윤미래라는 개인이 아닌, 조단(祚檀,벌써 네 살이다)의 부모이기도 하다. “미래한테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어요. 미래는 오프라 윈프리의 팬이에요. 〈오프라 윈프리 쇼〉를 보면서 항상 우리도 더 유명해지면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말했어요.” 이 캠페인의 구호는 ‘Stop&Love’ . ‘Stop 아동학대, Love Children’이란 뜻이다. “홍보대사라고 해서 슈퍼맨 망토를 두르고 거하게 행동하는 건 아니에요. 조금이라도 이 화두를 환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저는 트위터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기도 하니까요. 우리는 일단 가수니까 캠페인 협찬사인 더바디샵과 연계해 콘서트를 꾸며볼 수도 있고, 어린이에 관한 노래를 만드는 문화적인 활동도 생각해볼 수 있죠.”



드렁큰 타이거의 특징적인 화법 하나, 그는 진지한 주제에 접근할 때면 늘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다. 이를테면 예전에는 좋은 일에 동참하려고 해도 영향력이 없어서 누군가에게 미안했다거나, 자신은 여전히 일류스타가 아니고 체계적인 선행을 할 수 있는 존재도 아니라는 식이다. 그런 전제를 꺼내놓은 후에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하나씩 내기 시작했다. “아동학대를 방지하고 범죄자를 처벌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세상엔 중요한 일이 많고, 나라에서 예산을 분배할 때도 필요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닐 테니까. 이건 좀 예민한 문제인데, 사람들이 이 범죄에 대해선 좀 관대할 때가 있어요. 머리로는 아동 관련 범죄가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지만, 기본적으로 ‘남의 가정사’라는 생각때문에 잘 끼어들지 않죠. 그리고 법적으로 처리하면 이상하게 처벌의 강도가 낮아지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가만히 얘기를 듣던 윤미래가 옆에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세대차이 때문인 것 같아.” 한국말보다 영어를 쓰는 게 편해 보였던 윤미래에게 드렁큰 타이거는 대화 중간중간 어려운 용어를 해석해주며 추임새를 넣어줬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는데, 과거엔 학교에서 선생님이 사소한 일로 학생들을 때리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어렸을 때 그런 일을 겪으면 아이는 그게 일반적인 일인가보다 하고 세뇌 당하며 크겠죠. 머리로는 뭔가 썩 옳지 않은 행위를 당했다고 판단해도, 자주 겪고 자주 보다 보면 그렇게 큰 문제라고 여기지 않게 되는 것.” 그러니까 윤미래가 말한 ‘세대 차이’는 기성세대의 행동 패턴이 민감한 일도 둔하게 만들어버린다는 의미였다. 그순간이 바로 폭력이 순화되는 지점. 외국으로 이민 간 우리나라 할아버지가 놀이터에서 놀던 남자 아기들이 예쁘다고 ‘고추’를 만졌다가 잡혀갔다는 일화는 실제 벌어진 일이고, 우리나라와 외국의 문화 차이를 말할 때 자주 인용되는 예다. 작년 가을, 초등학교 남자 아이에게 음란 영상물을 보여준 50대 남자의 행동을 두고 법원은 ‘추행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두 사람 간에 신체적 접촉이 일어나지 않았고, 아이가 특별히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다는 게 근거였다. 드렁큰 타이거와 윤미래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정체를 제대로 알 리 없는 미숙한 존재를 두고 ‘이 정도면 괜찮다’는 잣대를 들이대는 게 부당하다고 말했다. “아이는 스스로를 변호하지 못하잖아요. 법의 심판대로 넘어가면 그때부턴 변호사들끼리의 싸움이거든요. 저는 외국이나 우리나라나 아동 관련 범죄들이 존재하는 건 똑같다고 봐요.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문화권에서는 처벌을 엄중하게 내린다는 거죠.” ‘엄마 윤미래’는 분노했다. “그 시점엔 아이에게 문제가 안 될지 몰라도 커서 그 사건이 트라우마로 남으면 어떡하죠?”

대화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드렁큰 타이거와 윤미래 개인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드렁큰 타이거는 아이가 어른의 길목으로 갈 때 분명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부모가 가치관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는 도덕적인 기준은 사회나 나라에서 정해주는 게 아니라 그 전에 부모가 먼저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조단에게 음악을 들려줄 거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욕설이 나오는 음악을 들려줄 수도 있을 거예요.” 드렁큰 타이거와 윤미래는 모두 현명한 부모 밑에서 성장했다. 드렁큰 타이거에게는 ‘그의 발가락만큼만 따라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동경의 대상인 아버지가 있고, 윤미래에게는 ‘최고의 친구’라고 치켜세울 수 있는 어머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