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광고, 어디까지 왔니?

섹스어필 광고는 ‘멋진 당신이라면 이런 권력을 누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결핍을 자극하는 게 광고의 역할이니까.

비욘세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런칭한 향수 ‘Heat’의 광고를 보자. 광고 속에서 비욘세는 그저 걷는다. 가슴이 많이 파진 빨간 드레스를 입고 엉덩이를 흔들며 걷긴 한다. 걷다가 괜히 벽에 몸을 기댄 채 흐느적거리고, 반쯤 풀린 눈으로 화면을 응시하기도 한다. 지난 연말, 영국 BBC는 이 광고에 ‘저녁 7시 30분 이후로만 허함’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이건 ‘노출’과 ‘암시’의 문제였다. 비욘세는 서 있기만 해도 섹시한 여자다. 여기에 그녀의 몸을 훑는 카메라와 끈적거리는 음악들이 가세하자, 이 영상은 걷잡을 수 없이 선정적인 광고가 돼버렸다.

세상은 섹시한 광고를 어디까지 받아들일까? ‘일반적으로’ 영미권이 폭력에 관대한 대신 노출에 민감하다면, 북유럽권은 반대다. 유럽의 민방 채널에선 유두의 노출까지 허용하는 경우도 있고, 스웨덴의 공공장소엔 속옷 차림의 모델들이 있는 H&M 대형 포스터가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방송과 옥외 광고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형식이라면 해외에서도 너그럽지 않다. 페리스 힐튼이 출연한 브라질의 맥주 광고는 ‘여성 비하적’이라는 소비자단체의 반발 끝에 온라인에서도 퇴출당했고, 강간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옥외 광고의 간판을 내린 진 브랜드도 있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여자가 그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제외된다. 곧 LG에서 중동판으로 내보낼 TV 광고엔 행복한 가족이 등장하는 설정인데도 ‘엄마’의 자리가 비어 있다. 히잡 두른 엄마를 굳이 출연시키느니, 아예 가족에서 제외해버린 것이다.

성적인 터치를 가미한 국내 광고들은 적극적인 노출보다 중의적 의미의 카피를 써왔다. 현재 전파를 타고 있는 GM대우의 라세티 프리미어 광고. “너, 해봤어?” “응? 아니, 그게….” 이어 남자의 하반신 쪽으로 슬그머니 이동하는 여자. 뭘 하는고 했더니, 버튼 하나를 누른다. 그리고 화면에 뜨는 카피, ‘엑셀을 밟지 않고 즐기는 정속 스피드’. 아직 한 번도 안 해본 남자의 ‘첫경험’과 ‘동급 최초’의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이 묘하게 맞물린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하지만 당시엔 나름 발칙했던 시도들이 10년 전부터 있었으니, 샤론 스톤의 목소리를 더빙한 성우가 의미심장하게 “강한 걸로 넣어주세요”라고 말하던 정유사 광고나, 배두나와 신하균이 출연해 “어, 끈이 없네?” “밖에서 하니까 흥분되지”라고 주고받던 무선인터넷 광고가 대표적이다. 하기야 ‘커지고 세지고 대우 봉 세탁기, 구석구석 빨아줘요’ 처럼 세탁기가 세탁기의 본분을 다하겠다는데 뭐라 할 수 없는 광고도 있었다.

요즘처럼 우리가 ‘하의 실종’하고 ‘상의 탈의’한 룩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지 않았던 때에야 섹스어필 광고는 튀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지금 대중문화의 섹스어필 코드는 핫한 트렌드가 아니라 물처럼 늘 주변에 흐르고 있는 현상이다. 주류나 자동차(수입차의 경우 노골적으로 야한 전략을 쓰는 마케팅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등 전통적으로 성적인 뉘앙스를 품었던 광고들을 제외하면 굳이 발칙한 모험을 하지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 성적인 코드는 우리나라의 정서가 환영하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다. 오랫동안 업계에 몸 담았던 제일기획의 한 크리에이터는 말했다. “국내 광고주들은 대부분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보수적입니다. 꼭 섹스어필한 컨셉이 아니더라도, 밝고 품위 있고 건강한 요소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고 하면 두려워해요.” 그는 동방예의지국의 광고인들이 알아서 자체 검열을 한다고 자조했다. “설사 성을 소재로 활용해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하기보단 1차원적인 방식으로 가볍게 성을 상품화시키는 편이죠.”

이와 대조적으로 끊임없이 진한 섹시함을 외치는 곳이 있으니, 바로 패션과 뷰티 관련 제품군이다. 특히 해외의 온갖 브랜드가 지면 매체라는 장점을 등에 업고 안착한 패션지는 도발적이고 음탕한 마음들이 세상의 눈을 피해 숨어든 아지트 같다. 돌체 앤 가바나의 끈적거리는 육체미와 게스의 복고풍 섹시함 등은 낯익은 풍경. 물론 잡지가 익숙한 사람들에게도 나르시시즘이 극에 달한 마크 제이콥스가 과감한 누드로 널브러져 있는 향수 광고는 ‘헉’ 소리가 나올 법하다. 남자들에게 팔 물건은 그들이 탐하는 부위에 자리해야 한다는 신조의 톰 포드, 부연설명이 필요 없이 원초적이고 과감한 비주얼이다.

노골적이든 은유적이든, 성적인 코드는 정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통할 수 있다. 섹스어필 광고는 ‘멋진 당신이라면 이런 권력을 누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결핍을 자극하는 게 광고의 역할이니까. 국내 광고계에서 최근 눈에 띄는 현상이 있다면, 여성을 소비주체로 한 섹스어필 광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2PM의 복근이 주연이었던 마켓오 광고는 남자 모델을 대상화해서 철저히 여성에게 어필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여성이 모델인 브래지어 광고 역시 우아함을 기조로 삼던 과거와 조금 달라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하철의 인쇄 광고에선 모델이 브래지어와 브리프 차림만으로 등장할 수 없었어요. 슬리브리스 하나라도 꼭 입어야 했죠. 그런데 속옷이 숨겨진 패션에서 내세울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바뀌었어요. 브랜드들이 가방이나 구두처럼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대시하고 있죠.” 한 언더웨어 마케터의 말처럼, 비너스의 장윤주와 비비안의 신세경, 그리고 지난 시즌 게스의 윤진서와 아이비 등에 이르기까지, 최근의 속옷 광고들은 여성 자신의 섹시함과 자신감에 좀더 방점을 찍는다.

“물건을 팔기 힘들어지면 광고는 결국 더 원초적인 방향으로 가게 돼 있어요.” HS 애드의 한 크리에이터는 동방예의지국에도 진짜 ‘야한 광고’의 시대가 올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마음속을 건드리는 섹스어필 광고와 노골적인 광고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어떤 광고들은 야한 게 아니라 절규하는 것 같아요.” ‘절규’라는 그의 표현은 우리가 왜 선정적인 비주얼에 둘러싸여 살면서도 그것들에게서 섹시함을 느끼진 못하는지를 설명해준다. 재치 있는 은유와 적나라함 사이에서 ‘섹스어필’을 내세우는 수많은 광고들. 어쩌면 가까운 곳에 있다고 생각한 섹시한 아이디어는 아직 멀리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