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수면

지각은 일상이고, 택시는 두 발보다 익숙하며, 상쾌한 아침은 머나 멀다면 ‘잠의 질’을 의심해봐야 한다. 1년 365일이 피로한 현대인들을 위한 수면의 과학. 간 때문이 아니라 잠 때문이다.

잠이 오지 않는다. 아니, 잠자리에 들고 싶지 않다. 결국 오고야 마는 ‘또 아침’. 오늘도 어김없이 지각이다. 피로는 간 때문이 아니라 잠 때문이다. 몸이 불편하거나 말 못할 고민에 빠진 것도 아닌데, 밤엔 새벽 두세 시가 넘을 때까지 쉽게 잠이 오지 않으며 아침은 늘 힘들고 낮엔 졸음이 쏟아진다. 이런 것도 치료가 될까?

논현동 서울수면클리닉에서 만난 이지현 원장을 찾았다. 그녀는 멜라토닌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했다. “생체리듬을 알아보기 위한 검사입니다. 유전적, 선천적, 환경적 요인에 따라 개인차가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체리듬을 갖고 있죠.  하지만 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치료를해야죠” 검사는 하룻밤 동안 진행되었고, 검사 당일 엔 멜라토닌 호르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초콜릿이나 바나나가 함유된 음식이 금지되었다.

저녁 7시, 서너 평 남짓한 수면 검사실은 작은 호텔 숙소와 비슷했다. 실내는 꽤 어두웠다. “멜라토닌 검사를 위해 형광등 밝기를 조정했습니다.” 휴대폰 불빛 등 일체의 외부 조명은 반입될 수 없다. 검사는 7시간 동안 진행되어 보통 내가 잠드는 새벽3시경에 끝날 예정이었다. 환자가 할 일은 멜라토닌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한 시간 간격으로 메스 실린더에 침을 뱉은 게 전부. 어두운 방 안에 혼자 앉아 케이블 프로그램만 시청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절대 잠이 들어서도 안 됐다. 침대에 누울 수도, 휴대폰도 없는 못 견디게 지루한 상황. 

마침내 새벽 3시. 프레데터처럼 긴 호스들을 온몸에 매달고 수면다원검사실에 들어갔다. 잠을 자는 동안의 수면 구조와 호흡, 움직임 등을 검사하기 위해서다. 저절로 잠이 깰 때까지 진행되는데,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쏟아졌다. 일어난 건 아침 10시. 결과는 뜻밖이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었던 것이다. “생체 시계에 따르면 9시 30분 정도에 멜라토닌이 쭉 올라가요. 그때부터 2시간 이내에 졸음이 쏟아지죠. 다른 일을 하다 수면 시간이 뒤로 밀린 거에요.” 밤 10~12시 사이에 잠들어 새벽5~7시 사이에 일어나는 것이 내 몸에 맞는 수면 시간대라는 것이다. 그동안 억지로 쏟아지는 잠을 참고 버텼다는 얘기다. 

가장 나쁜 건, 매번 눈이 저절로 감길 때까지 긴장된 상태에서 낮동안의 활동을 계속하다 곧장 침대로 들어가 쓰러져 잠드는 습관이었다. 빨리 졸음을 유발하기 위해 한 잔씩 홀짝여온 와인과 맥주는 더 위험했다.“술을 먹으면 수면제가 뇌세포에 작용하는 것과 똑같아서 금세 잠이 들기는 하죠. 문제는 중독되기 더 쉽다는 겁니다. 또 술을 먹고 잤을 때는 3단계 깊은 잠의 비율이 줄어들죠. 잠의 질을 낮추는 겁니다.” 얕은 잠을 자다 보니 중간에 깨는 경우도 많다. 이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 중 하나가 시계를 보는 것.

“중간에 깨서 시계를 보게 되면 각성이 시작되고, 비슷한 시간에 깨게 되는 경우가 많죠. 15~20분 안에도 다시 잠이 들지 않으면 차라리 침대에서 나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거나 우유처럼 멜라토닌이 든 약간의 음식을 먹는 것도 좋습니다.” 깊은 잠에 들기 위해 전문가가 추천하는 방법은 반신욕과 땀을 흘리지 않는 요가. 그리고 잠들기 두 시간 전에 진행돼야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20~23℃사이의 실내 온도와 조용하고 편안한 잠자리는 기본이다.

병원에서 나오면서 조그마한 전자책 모양의 인공 광 치료기를 처방 받았다. 1시간 동안5,000lux(럭스)의 빛을 쏘임으로써 생체 시간을 조절하는 장치다. 2주 동안 매일 아침에 사용해야 하는데, 11시 30분 취침을 기준으로 했을 때 처음 이틀간의 기상 시간은 아침 6시 30분. 그리고 점점 앞으로 당겨져 14일 차엔 오전 5시부터 시작이다. “밝은 빛이 뇌의 생체 시계를 자극해서 아침이라는 신호를 주죠.아침에 잘 못 일어나시는 분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입니다.” 정말 달라질 수 있을까? 상쾌한 아침이 밝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