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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록스타로 살아가는 두 명의 헤드윅

2016.03.17

by VOGUE

    성난 록스타로 살아가는 두 명의 헤드윅

    우리가 아는 가장 탁월한 드랙퀸, 헤드윅. 그 슬픈 뜨거움과 기괴한 찬가로 무장된 뮤지컬 <헤드윅>이 2009년 이후 다시 막을 올린다. 5월 어느 날부터 시작될 쇼타임을 앞두고 예열 중인 김동완과 김재욱을 만났다. 오늘이 지나면 한여름까지 성난 록스타로 살아가야 할, 두 명의 헤드윅이다.

    김재욱이 입은 블랙 메시 톱과 글리터링 팬츠는 레주렉션 바이 주영(Resurrection by Juyoung), 프린지 장식의 저지 머플러는 DKNY, 십자가 목걸이는 벨 앤 누보(Bell&Nouveau). 어깨에 걸친 롱 코트는 릭 오웬스(Rick Owens), 스터드가 박힌 가죽 뱅글은 엠비오(Mvio), 김동완이 입은 레이스 장식의 민소매 셔츠와 가죽 뱅글은레주렉션 바이 주영, 실버 팔찌는 보브(Vov),블랙 팬츠는 매그앤매그(MagnMag),은색 벨트는 벨 앤 누보.

    보그 영화 〈헤드윅〉을 보고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김동완 소수자들의 힘을 느꼈어요. 인정받지 못했을 뿐 에너지는 응집돼 있다는 것. 그 에너지가 작품을 통해서 봇물 터지듯이 터진 거죠.
    김재욱 국내 개봉했을 때 극장 가서 봤어요. 음악, 의상, 스토리, 캐릭터, 편집, 모든 부분이 당시 제 취향과 완벽하게 들어맞았어요.

    보그 2005년 이후 역대 헤드윅들에는 조승우, 오만석, 엄기준, 송창의, 조정석, 김수용 등이 있었죠. 뮤지컬 <헤드윅〉을 본 적이 있나요? 김동완 없어요, 다행스럽게도.
    김재욱 사실 별로 보고 싶단 생각을 안 했어요. 영화에 대한 애착이 강해 그 부분이 깨지는 게 싫었어요. 그 연장선상에서 생각하면 제가 지금 이 역할을 왜 하고 있나 싶기도 하지만. 누군가가 저와 같은 이유로 뮤지컬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그 드랙퀸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몸의 뉘앙스와 움직임이 중요해요. 어떻게 노력하고 있나요?
    김동완 〈헤드윅〉엔 특별히 안무 지도도 없고 즉흥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저 대본을 파고들고 있어요. 반면에 재욱이는 느끼고 빠져드는 스타일이에요. 집에서 치마 입고 구두 신고 다닌대요.
    김재욱 그러느라 아직도 대사를 못 외우고 있습니다.

    보그 인간 헤드윅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김동완 그의 낙천적인 면을 좋아해요. 사랑하는 이가 눈 앞에서 다른연인과 떠나고, 부모에게 자식다운 대우도 못 받고, 음악적 재능을 전수해준 토미에게 버림 받고, 심지어 무대에서조차 무시 당해도 음악으로 생의 고비를 넘기면서 살아가잖아요.
    김재욱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것. 마지막엔 그가 고통에서 해방되는 걸로 마무리되긴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을 것 같거든요.

    보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 자신이 그렇다고 느낀 적 있나요?
    김동완 저는 이미 활동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능구렁이가 됐죠. 원래 긍정적인 성격이지만, 인생이 아주 흔들릴 때가 있었어요. 그리고 그때 군대를 갔어요. 저는 계속 일을 하고 있는데 요즘 뭐하냐 는 소리가 듣기 싫었어요. 공익 생활이 저를 치유해줬어요. 몸이 지쳤을 때 갔던 게 더 좋았어요. 관심을 안 받아도 되는 상황이 좋더라고요.
    김재욱 지금 제 상황이 그와 비슷해요. 헤드윅이 그렇다는 것도 다 제 상황에 비추어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보그 〈헤드윅〉의 원제는 〈Hedwig and The Angry Inch〉죠. 성전환 수술에 실패해서 페니스가 사라진 것도 남은 것도 아닌, 정체불명의 살덩어리 1인치만 지니게 되는 헤드윅. 만약 ‘1인치의 살점’만 남으면 남자로서 어떤 기분일까요?
    김동완 시원하게 잘라버리고 여자로 거듭날래요. 그 1인치를 남기지 않겠어요. 아니다, 엉덩이 살을 붙여서 다시 확대시킬까?
    김재욱 1인치든 5인치든, 그게 페니스가 아니잖아요. 페니스도 뭐도 아닌 살점이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는 건데, 그럼 저도 차라리 여자의 몸이 되길 결심할 것 같아요.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박지혁
      스탭
      스타일리스트/김누리, 헤어 / 김선희(고원), 메이크업/박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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