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독점] 파리로 간 SM TOWN과의 72시간 Part 1

그날의 백스테이지엔 오직〈 보그〉의 카메라만이 초대 받았다. 파리로 간 SMTOWN과의 72시간. 시간은 짧았고 여운은 길었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파리에서 가장 큰 공연장인 르 제니트에 K-POP을 사랑하는 유럽 팬들이 집결한 그날. 팬들의 요청으로 아티스트들의 사진과 한국판 CD 등 기념품을 판매하는 부스까지 마련됐다. 슈퍼주니어의 팬클럽 이름 ‘엘프’가 쓰여진 티셔츠를 입고 온 관객을 비롯해 팬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팀을 위한 응원도구도 챙겼다. 이 다국적 팬들과 취재진을 위해 SM TOWN은 공연 전 합동 기자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소녀시대 with 라코스테! 대기실은 ‘SM TOWN 월드투어 인 파리’의 공식 스폰서인 라코스테의 풍선으로 가득 찼다. 그 풍선을 들고 앙증맞은 포즈를 취한 티파니의 모습. 그리고 듀엣 무대를 선보인 제시카와 크리스탈 자매 발견! 소녀시대의 ‘Oh!’는 관객들에게 가장 많은 호응을 이끌어낸 곡이다. 한국어 가사와 안무를 완벽하게 따라하는 유럽 팬들의 모습에 소녀시대 멤버들조차 당황했다.

지난 4월,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한국 아이돌의 음악에 맞춰 플래시 몹을 벌이던 소년소녀들이 있었다. 출발은 거기서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우리 시각으로 6월 10일 파리에서 열리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SM TOWN)의 콘서트를 하루 더 연장하라는, ‘문화적 시위’ . 시위는 통했다. 추가로 잡힌 콘서트의 예매표 역시 단 몇 분 만에 매진됐다. 그 후로 한국 언론은 한국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파리에서 여는 대규모 공연 ‘ SM TOWN 월드투어 인 파리’에 대해 숱한 뉴스를 양산했다. 이 리포트는 그날들의 풍경을 먼 거리에서 지켜본 타자의 감상이 아닌, 가수들과 함께 보고 겪은 바를 바탕으로 한다. SM TOWN으로부터 특별한 초대를 받은 〈보그〉의 독점 리포트. 이 여정의 공식 스폰서인 라코스테와 함께했던 SM TOWN은 라코스테의 이미지 만큼이나 싱그럽고 발랄했다. 마침 라코스테는프랑스의 브랜드. 그리고 오직 우리에게만 공개될 르 제니트 드 파리(Le Zenith de Paris)의 백스테이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6월 8일 PM. 1:40 인천공항
이 공연을 위해 3백여 명이 이동했다. 가수 34명과 스태프 120명을 비롯, 공중파 3사의 방송연예 프로그램팀과 각종 매체의 취재팀(여기엔 사비를 들여 파리 행을 택한 취재진도 적지 않다)까지 합한 수다. 이들 모두가 한꺼번에 수속을 밟고 있으니 인천공항은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이 대군단의 짐이 허용된 용량을 훌쩍 초과한 탓에 어마어마한 ‘오버 차지’를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무리는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과연 이 여정이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 취재진들은 입국장 안에서도, 비행기에 올라 타서도 토론을 했다. 이야기의 주제는 ‘K-POP의 실체와 성공여부’였다. 수많은 해외 공연을 치렀지만 유럽에서의 공연은 치러본 적 없는 가수들 역시 기대와 고민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한국 아이돌’을 띄우는 뉴스들은 이미 던져졌는데, 막상 관객석이 듬성듬성 비어 있으면 어떡하나. 아, 표는 매진됐다고 했지. 하지만 언론이 예고한 것처럼 열광하는 유럽 팬들을 과연 볼 수 있을까? 설렘과 걱정과 긴장이 교차했다. 그리고 비행기는 떠났다.



옷을 갈아입고 있는 슈퍼주니어의 대기실에 급습. 서둘러 옷을 챙겨입는 모습도 화보 같은 동해. 이특은 공연 도중 팬들의 손을 한번 잡아줬다가 무대 밖으로 끌려나갈 뻔한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런 데빌 런’의 무대를 마치고 본인들의 공연 모습을 모니터 중인 소녀시대. 라코스테의 의상을 입고 어딘가에 숨어있는 김희철. 희철, 거기서 뭐하니?

6월 8일 PM. 6:30 파리 드골공항
이들은 대체 누군가! 인천공항이 어수선했다면, 12시간 후 발자국을 찍은 드골공항은 혼돈과 아우성의 현장이었다. 공항 측이 어림잡아 집계한 1천여 명의 인파들, 이 다양한 인종의 젊은이들이 환호로 기습하는 풍경은 놀랍기만 했다. 사실 해외에 나갔을 때 한국 가수를 맞이하는 팬들 중 다수는 교포나 한국 유학생들이다. 일대 무리가 장관을 이룬 이곳에서 정말로 동양인은 보기 힘들다는 사실이 낯설고 새롭게 다가왔다. 공항 직원들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들은 이 무리가 ‘아시아’의 아티스트들 때문에 몰린 인파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해외’의 스타가 파리를 찾는 줄로만 알았다고 한다. 드골공항에 막 도착한 우아한 관광객들은 이 아이들이 내 자식이라면 당장 끌고 갈 거라는 표정을 지었다. 파리에 도착한 순간부터 기민하게 스냅사진을 찍겠다고 마음먹은 사진가는 무리에 치이고 쓸려가다가 결국 촬영을 포기하고 말았다. 〈보그〉 카메라를 보며 ‘V’를 날려주기로 했던 동방신기의 미션은 어쩔 수 없이 ‘미션 임파서블’ .

6월 9일 PM. 8:00 메르디앙 호텔과 파리 시내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f(x), 이들 ‘SM TOWN’이 머무는 호텔 앞엔 여전히 몇 무리의 팬들이 북적대고 있다. 호텔 측은 오도 가도 못하는 한국 가수들을 위해 8층의 라운지 테라스를 오픈하고, 그곳에서 매끼 식사를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슬슬 걱정과 긴장감보다 뿌듯한 마음이 커가기 시작했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가 말하길, “여기가 동남아시아였으면 팬들이 멤버들의 객실 바로 옆 객실이나 주변 호텔에까지 투숙했을 거예요. 그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시차에 적응할 여유 따위는 부릴 수 없다. 그저 리허설의 반복이 있을 뿐. 가장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던 건 슈퍼주니어. 슈퍼주니어는 공연 전날인 오늘밤 도착해서 공연을 마치면 바로 떠나야 한다. 심지어 한 팀은 한국에서, 또 한 팀은 대만에서, 나머지는 일본에서 출발해 파리로 모였다. 샤이니 멤버들은 잠시 짬을 내 에펠탑의 야경이 멋진 비라켕 다리로 갔다. 겨우 사진 몇 장 찍고 돌아가려는 순간, 조용히 다가오는 네 명의 남녀들. 그들은 다가오더니 말 없이 눈물만 뚝뚝 흘렸다. 알고 보니 도미니크에서 공연을 보러 온 샤이니 팬들이었다. ‘이 넓은 땅에서 샤이니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눈물만 나온단다. 사실 지금 파리의 젊은 층에겐 열광할 만한 문화가 별로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고고한 파리지엔’ 말고 보편다수의 평범한 소년 소녀들, 그들의 눈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해 있는 한국문화가 신선하게 다가오나 보다. 어떤 소녀는 쪽지를 쥐어주더니 ‘동방신기 오빠들에게 꼭 전해달라’고 했다. 흑발에 검은 눈동자를 갖고 싶다고도 했다. 멤버 중 김희철은 컨디션에 무리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약속하에 경호원을 대동하고 밤길을 나섰다. 혹시 눈물 떨구는 팬 무리와 마주치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