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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독점] 파리로 간 SM TOWN과의 72시간 Part 2

2016.03.17

by VOGUE

    [보그 독점] 파리로 간 SM TOWN과의 72시간 Part 2

    그날의 백스테이지엔 오직〈 보그〉의 카메라만이 초대 받았다. 파리로 간 SMTOWN과의 72시간. 시간은 짧았고 여운은 길었다.

    아마 유럽인들에게 와이어를 타고 퍼포먼스를 하는 가수의 모습, 역동적인 안무와 라이브를 함께 소화하는 아이돌의 무대는 쾌감을 안겨줬을 것이다. 유노윤호는 두 번째 공연을 마친 후 탈진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토록 체력을 소모하면서도 날마다 무대에 오르는 댄스 그룹의 에너지, 그 끝은 어디일까?

    6월10일, PM.7:00 르 제니트 드 파리
    D-day! 갑작스레 장대비가 내렸다. 공연장은 호텔에서 15분이면 닿는 곳에 있었지만, 장대비 속에서 모든 차들이 파리 북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무려 두 시간이 걸려 도착한 ‘르 제니트 드 파리’ . 스탠딩 1천 석을 포함 총 7천 명 정도 수용 가능한 이곳은 LA스테이플스나 도쿄 돔에 비하면 아담한 규모다. 대기실 역시 단출했다. 그러나 파리에선 제일 큰 공연장이다. 각 국 취재진들은 〈보그〉에만 백스테이지 취재가 허락된 것을 부러워하며 그 안의 상황이 어떤지 묻기도 했다. 큰 규모의 공연 경험이 많은 SM TOWN이기에 현장이 엄숙하거나 긴장된 분위기는 아니었다.

    첫 순서는 f(x)였다. 이후 차례는 샤이니,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순으로 이뤄졌지만, 몇 곡의 무대를 마친 팀이 그대로 끝나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번갈아 가며 등장하는 식이었다. 제시카와 크리스탈 자매의 듀엣, 태연과 티파니의 물랑루즈, 루나와 은혁과 태민 등의 댄스 배틀 등이 작은 이벤트였다면, 남자 멤버들이 여장을 하고 커버 퍼포먼스를 선보였을 때의 반응은 압권이었다. 레이디 가가로 변장한 김희철,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를 몸으로 열창한 이특, 은혁, 신동. 진한 화장을 한 이들의 몸짓이 위트와 섹시함을 오갈 때마다 꽉 찬 7천 관중이 자지러졌다. 행여나 진지한 모습만을 기대한 유럽 팬들에게 ‘한국 스타일’의 유머가 통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건 기우였다. 소녀시대가 ‘Gee’와 ‘Oh’를 부를 때 관중은 한국어 가사를 ‘완벽하게’ 따라 불렀고,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는 와이어에 매달린 채 부유했다.

    f(x)는 첫 번째 무대를 연 주인공이다. 가수들의 본격적인 첫 무대가 시작된 순간이니 만큼, 공연 도중 이어지던 함성의 평균치보다 더 높은 데시벨의 함성이 들려왔다. 메이크업을 수정할 때도 귀여운 설리, 혼자 있는 시간에도 예의 시크한 기운을 풍기는 크리스탈. 여기서 궁금증. 과연 유럽 팬들은 ‘라차타’의 의미를 알까?

    퍼포먼스 중심인 아이돌의 공연은 이들에게 흥미로운 문화 충격일 것이다. 운집한 이 팬들의 국적은 프랑스뿐 아니라 영국, 스페인, 핀란드, 이탈리아, 폴란드 등으로 다양했다. 공연 현장을 통해 비로소 K-POP을 사랑하는 유럽 팬들의 기운을 체감했지만, 그 속에서 “우리에게 피자 말고 슈퍼주니어를 달라”고 정확한 한국어로 쓰여 있는 플래카드와 서툰 한국어로 쓰여 있는 플래카드, 휘날리는 태극기 등을 목격하는 건 여전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경험이었다. 첫날의 반응이 미덥지 않으면 퍼포먼스 내용을 바꾸려 했던 계획은 잊혀졌다. SM TOWN은 프랑스문화원의 조치로 자원봉사자들에게 짧으나마 간단한 불어 강습을 받았다. 물론 동시통역사가 있었지만, 관객을 향해 이야기할 때 멤버들은 불어로 인사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렇게 장장 3시간에 걸친 공연 동안 44곡의 무대가 이어졌다. SM TOWN 페이스북은 실시간으로 노래 제목과 가수를 소개하는 포스팅을 올렸다. 최준호 프랑스 주재 한국문화원장이 말했다. “오늘은 프랑스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붐이 시작되는 밤입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샤이니 대신 땀 흘리는‘남자’의 모습을 보였던 온유와 민호. 온유는 노트북에서 뭔가를 살피며 입술을 깨무는 무방비 상태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풍선을 들고 익살맞은 표정을 짓는 종현은 역시 풍부한 표정 연기의 달인. 그런데 대기실에서 엉덩이를쑥 내밀고 있는 저 멤버는 과연 누구?

    6월 12일 AM. 10:00 메르디앙 호텔
    아침식사 자리에 어제의 가수들이 모였다. ”혹시 ‘임윤아’라고 써 있는 티셔츠 입은 할아버지 봤어요? 정말 기분 묘했어요.” “K-POP팬들은 한국에서 건너온 커피, 책 등에도 관심이 많대.” “다들 춤 연습도 따로 하나 봐. 객석에서 너무 매끈하게 따라 하니 나도 더 열심히 추게 되더라.” 모두 소름 끼치도록 짜릿했던 그순간을 재잘거리며 공유했다. 어제 유노윤호는 공연을 마친 뒤 탈진 증세를 보였다. 이슬만 먹고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녀시대 멤버들은 밥과 라면에 집중했다. 이들은 계속되는 활동만으로도 상당한 체력 소모를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우리 공연하는 거 보셨죠? 거의 매일 공연하는데 안 먹으면 병나요.”

    시간은 짧았고 여운은 길었다. 동방신기는 공연이 끝나자마자 일본에서 발매되는 영상화보집 작업을 위해 스페인으로 향했다. 샤이니는 일본과 런던에서의 스케줄을 위해 떠났다. 공연장에 몰려든 한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방송과 지면 매체들의 취재 열기는 잔영처럼 남아 있다. SM 엔터테인먼트는 공연이 끝난 후 유럽 음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SM의 시스템과 특징에 대해 소개하는 컨퍼런스를 열었다. 〈르 몽드〉는 적잖은 분량으로 ‘SM TOWN 월드투어 인 파리’와 SM 엔터테인먼트를 다뤘다. 타이틀은 ‘K-POP 열풍이 유럽을 지배하다’라고 내세웠지만, 내용은 감정을 누르고 객관적인 사실 위주로 채운, 건조하고 꼼꼼한 기사였다. 중요한 건 현지 언론들이 지면을 할애할 만큼 K-POP을 대변하는 SM의 문화적인 파장이 있다는 점이다. 그 파장의 한가운데 〈보그〉의 카메라가 있었다. 72시간의 흔적들이 흑백 사진 속에 꼼꼼히 기록됐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유튜브의 SM공식 채널에는 대륙의 구분이 무의미한 팬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K-POP이 진정 글로벌한 지점으로 진입하는 막은 올려졌다.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김영준
      기타
      글 / 최진우 공식 스폰서 / 라코스테(LACO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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