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주년 여배우 특집-염정아] 여배우의 사생활

가정에서는 뜨겁게 몸을던지는 보통 엄마로, 촬영장에서는 쿨하고 나이스한 큰언니로. 잘나갈 때나 못나갈 때나 변함없이 행복할 수 밖에 없는 여배우, 염정아의 사생활.

베스트와 블랙 팬츠는 문영희(Moon Young Hee)

동탄에서 오신 거죠?
네. 서울에 자주 안 나와요. 일이 있어도 매니저한테 아이들 유치원 가는 시간 피해서 잡아줘, 그래요. 아이들이 엄마가 데리러 가고 오는 거 너무 좋아하니까요. 동탄 아세요?

문소리 씨가 동탄에…, 아! 거기는 참 평택이라고 했었네요.
아유~! 동탄은 분당보다 더 멋진 신도시예요. 세련된 30대가 많고, 엄마들 교육열은 또 얼마나 대단한대요.

염정아 씨도 교육에 관심이 많아 보이네요.
우리 아기는 절대 뒤처지면 안 돼요. 큰애가 네 살 반인데, 엄마들 모임에 제가 얼마나 열심히 나가는데요.

일반인 엄마들 하고 아주 잘 섞이시네요?
그렇게 해야 돼요. 저는 거기 껴주는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하죠. 제가 제일 나이가 많거든요. 처음엔 세 명이 시작했는데, 점점 조직이 커졌어요. 얼마 전엔 엄마 아빠 애들 다 모여서 강원도에 놀러 갔다 왔어요.

정말 즐겁게 일상을 누리시는군요.
그럼요. 게다가 우리 남편이 그 모임에 회장으로 선출된걸요. 우리 모임 남편들은 다 가정적이라 술도 밖에서 안 마시고 집에서만 마셔요. 매일같이 밥 먹고 놀이방 가고 누가 싸웠다 그러면 우르르 몰려가서 풀어주고….

외국의 시골마을 같네요. [위험한 주부들]의 건강한 버전?
맞아요. 여기 살다 보니 생활이 찰지고 윤택해졌어요.

반대로 서울은 너무 바쁘고 경쟁적이죠.
거기도 교육열만큼은 대단해요. 그 제일 앞에 제가 서 있죠.

[무릎팍 도사] 나온 걸 봤어요. 정말 자신만만하고 깔끔한 토크였어요.
하하. [로열 패밀리]는 3개월을 열심히 했는데, 사람들은 다 [1박2일]하고 [무릎팍 도사]를 봤다고 인사해서 서운해요.

드라마 <로열 패밀리>를 성공적으로 끝냈으니까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빛이 나는 거겠죠. 그런데 그런 줄 알긴 했지만, 성격이 더 거침없어졌네요?
아기들 키우다 보면 늘 바쁘고 정신없어서 외로울 시간도 없죠. [무릎팍 도사]에서는 그 아줌마 정신으로 얘기하니까 재밌죠. 난 뭐 아줌만데 어때? 시집도 가고 남편도 있고 아이도 있고, 거칠 게 뭐 있냐는 거죠. 호호.

가족들이 다 긍정적이죠?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치죠.

굉장히 가슴에 남는 말이 있었어요.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내 안에 그 경험과 캐릭터가 다 쌓이는 거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저는. 저는 나름대로 지금까지 다 열심히 살았는데, 보는 분들이 편차를 느끼시는 것 같아요.

미모에 비해 한동안 화려한 배역을 맡지 못했다는 느낌이 있었죠.
저는 뭐 너무 잘 하려고 애쓰지 않았어요. 할 것만 하고 살았고 그래서 나쁜 유혹도 받은 적 없구요.

드라마 [왕건] 때 왕건의 둘째 부인 역을 했었잖아요. 그때 왠지 염정아가 저러다 그냥 생활 배우로 남을 수도 있겠구나, 했어요.
그래요? 그 배역 좋았는데. 내가 왕건의 둘째 부인이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낳은 애가 왕이 된다는 게 중요하잖아요. 하하. 그런데 저를 보는 분들은 다들 기자님과 비슷한 생각을 하셨나 봐요. 봄 영화사 오정완 대표가 그즈음 만나자고 전화했어요. 괜찮은 여배우가 존재감 없이 산다구.

그걸 인연으로 지진희 씨하고 형사 스릴러 를 찍은 거죠?
네. 그러면서 다시 영화를 할 수 있었죠. [장화 홍련]도 찍고. 고마운 오정완 언니예요. 신랑이랑 연애할 때도 가장 많이 어울렸어요.

그런 부름이 있기 전에 갈증은 없었어요?
어? 저는 괜찮았어요. 내가 안돼 보였나? 저는 주로 부잣집 딸이나 친구의 남자 친구 빼앗는 역할을 했는데, 그냥 내가 그런 걸 해야 되나 보다 했어요.

그런데 시대가 바뀐 거죠?
그렇죠. 어느 순간 무작정 착한 이미지를 못 견뎌 하는 시대가 온 거죠. 못돼도 이유가 있는, 그러니까 연기자가 타당성을 줄 수 있는 역할이요. 미운짓을 하지만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장화 홍련]의 새엄마 역할 같은 거죠? 그때 6~7년 전인가…, [보그]에서 ‘여배우와 여배우’ 특집했을 때 임수정, 문근영 자매와 함께 나왔었잖아요. 다들 참 싱그럽고 어린 시절이었어요.
저는 아직도 근영이가 그렇게 큰 게 와 닿지 않아요. 하하.

함께 어울리는 연예인은 없나요?
없어요. [1박2일] 같이 했던 김하늘, 서우 하고 연락하는 정도.

여배우는 참 서로 어울리기 어려운 존재네요. 여배우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어려워요. 어려운 존재예요. 옛날에는 ‘나는 여배우다’ 생각하고 살았는데, 지금은 나 스스로가 이중 생활을 하잖아요. 내가 집에서 여배우처럼 살겠어요? 아뇨. 세수도 못하고 뛰어다니면서 몸을 불살라서 애들을 보호하고 챙긴다구요. 그런데 여기 이런 데 오면 특별한 존재가 돼버리는 거예요. 사람들도 그렇게 봐주고. 그런데 내 공간에서는 엄마들 모임에서 함께 떡볶이 먹던 맨날 보던 그 언니가 여배우 화장하고 가면 막 어색해 해요. 그런데 전 그 일상 생활이 더 편해요. 피부 관리 할 시간도 없이 막 뛰어다니는 생활이.

그래도 우리들은 여배우 염정아가 또 보고 싶죠. 좋은 영화 속에 나온 매력적이고 신랄한 캐릭터.
하하. 전 그런데 지방 촬영 있고 이런 건 또 못해요. 당분간은 애들 보고 싶어서.

남편에게 사랑받는 비법은?
제가 제 삶을 좋아하는 거죠. 밝고 재밌게 사는 거. 제가 에너지 있게 행동하는 걸 예쁘게 봐요. 전 몸을 불사르는 건 잘해요.

공주과 하고는 거리가 멀군요.
어휴~. 저 동네 애들 셋 넷씩 안전벨트 해서 유치원 데려다 주고 이런 것도 다 해요. 같은 엄마들한테도 절대 공주처럼 굴면 안 돼요. 공주처럼 굴 줄도 모르고, 그러면 누가 날 좋아해요? 엄마들은 대체로 배려심이 깊거든요. 난 큰언니니까 거기서도 또 더 착한 성분을 잘 끄집어내주면 되고.

아이 키우는 기쁨도 너무 크죠?
너무 크죠. 너무 커서 문득 잘할 수 있을까, 두려움도 들고.


블랙 롱 드레스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지금 모습이 정아 씨가 꿈꾸던 날들과 많이 가깝죠?
저는 구체적으로 뭘 꿈꾼 적이 없어요. 그냥 이렇게 열심히 살아요.

40대가 됐는데, 20대와 30대 하고는 많이 다를 거예요.
20대는 모든 게 너무 어설펐죠. 감정도 얕고 기복이 심하고 남 흉내 내면서 우왕좌왕했죠. 30대는 훨씬 편해졌어요. 일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가장 생산적인 시기였어요. 40대는 이제 시작인데, 우리 엄마 말로는 40대가 여자 인생의 피크래요. 어떤 정점을 찍을까 기대가 돼요.

외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미스코리아 출신이면 외모만으로는 로열 패밀리잖아요?
맘에 안 드는 점이 꽤 있죠. 하지만 좋게 보려고 노력해요. 누가 안 예쁘다 그러면 발끈하지만, 내 스스로 그렇게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토크쇼에서 중앙대 동기였던 고소영과는 다른 예쁨이라고 했죠? 그쪽은 얼굴만 집중적으로 예쁜 거고, 정아 씨는 전체적으로 예쁜 거라고.
하하. 그게 그냥 다르다는 걸 강조하려고 그랬는데, 그쪽이 기분 나빴을래나? 하하. 그건 아닌데.

부인이 예쁘면 남편의 어깨가 올라가죠.
눈썹이라도 그리면 남편이 좋아해요. 그런데 또 너무 꾸미는 여자는 안 좋아해요. 너무 꾸미고 그러는 거 알고 보면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때문 아닌가?

그런 것도 같네요. 정아 씨는 헛된 꿈은 안 꾸죠?
전 굉장히 현실적이에요. 노력을 하되 안 되면 할 수 없고 포기도 빨라요.

건강도 좋아 보이고요.
허리 아픈 것만 빼면요. 너무 열심히 몸을 불사르다가 디스크가 생겼잖아요.

당신이 어떤 여자라고 묻는다면?
옛날에는 섹시한 여자였는데, 지금은 매력 있는 여자.

남편이 정아 씨를 정말 귀여워하겠어요. 어찌 보면 엄마 세대가 걸어갔던 예상 가능한 삶을 사는데, 그 ‘예상 가능함’이 참 분주하면서 평화로워 보여요.
그렇죠. 제 남편도 자기 품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사는 게 귀여워 보이나 봐요. 그런데 우리 남편이 또 나를 그렇게 살게 해줘요. 의사지만 사업가 기질도 있고 멋있어요.

여배우들끼리 모이면 어떤 분위기가 조성되나요? 저도 [여배우들] 영화를 함께 촬영했지만, 어떤 부분은 픽션이어도, 실제로 약간은 미묘한 부분이 있거든요.
글쎄요. 저는 원래 누가 특별대우 받으려고 드는 꼴을 못 봐요. 그럴 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넌 별것 아니야’라고 가르쳐주고 싶죠.

[로열 패밀리]에서는 어땠어요?
전 쿨하죠. 김영애 선생님도 쿨하시고. 드라마 환경을 보면 정말 여배우가 공주일 수가 없어요. 메이크업도 못 지우고 잠도 못 자고 모여서 우르르 야식 먹고 이러는데 공주는 말이 안 돼요. 진정한 야생의 삶이죠.

좋아하는 여배우는?
줄리아 로버츠요.

줄리아 로버츠 좋아한다는 배우는 처음인데요. 보통 메릴 스트립이나 오드리 헵번을 얘기하는데.
전 줄리아 로버츠가 좋아요. 현실적이잖아요. 연기도 좋고. 안젤리나 졸리 같은 얼굴을 안 좋아해요. 입술도 연기도 부담스러워.

여배우가 정말 멋지게 나온 영화는?
이미숙의 [정사] 좋아해요. 멜로 감성이 근사하잖아요.

정말 여성적이시군요.
천상 여자예요. 전 외모도 여자다운 스타일이 좋아요.

스스로 늙었다고 느낄 때는?
조명이 안 좋은 데서 거울 보며 통화하다가 웃고 있는 내 얼굴에서 쭈글쭈글한 주름을 발견했을 때요.

그럴 때 어떤 기분이 들죠?
아! 조명을 바꿔야겠구나.

정답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