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테일의 버라이어티한 변신

질끈 묶는 것이 포니테일이라고? 지금부터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다채로운 포니테일을 보게 될 것이다!

발맹 쇼 헤어를 담당했던 샘 맥나이트는 2011 F/W를 ‘포니테일의 시즌’이라 선포했다. 이제까지 런웨이를 장악했던 헝클어진 듯한 부스스한 케이트 모스풍 헤어는 올 시즌 포니테일에 왕좌를 내주고 말았다. “방금 샴푸한 듯 흐트러진 느낌이 아닌 자연스러운 텍스처와 깨끗함을 보여주는 헤어 스타일입니다. 머리 끝1인치 정도를 탄력 있는 고무 밴드로 묶어주는 거죠. 느슨하게 아래쪽으로 묶은 포니테일은 이번 시즌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뭐, 어떤 모양이든 간에 이번 시즌 헤어 트렌드는 뭐니 뭐니 해도 포니테일이죠!”

마크 제이콥스 쇼를 맡은 귀도 팔라우도 높게 묶은 완벽한 포니테일로 이 대열에 합류했다. 그가 ‘통치자’라고 명명한 이 헤어는 그야말로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를 헤어피스로 단단히 고정한 스타일. 베르수스 쇼를 담당했던 폴 한론 또한 크리스토퍼 케인이 요청한 ‘아주 깨끗하고 엄격하면서 깔끔한 룩’을 위해 비슷한 선택을 했다. “가르마 없이 깔끔하게 포니테일을 만든 후 반짝이는 밴드로 꽉 묶습니다. 엄청난 양의 스타일링 제품을 동원해 한 올도 헝클어지지 않은 빛나는 윤기를 지닌 포니테일을 완성했죠.” 보다 창의적인 시도들도 눈에 띄었는데, 니콜 파리 쇼에서는 마치 아무것도 묶여 있지 않은 듯한 포니테일이 등장했다. 젤로 머리카락을 머리를 따라 바싹 붙이고 나머지 머리카락은 제품을 바르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남겨 이중 효과를 낸 것. 또 아만다 와켈리 쇼에서는 헤어 스타일리스트 말콤 에드워즈가 ‘피커부 포니테일’을 선보였다. “승마 스타일의 이 포니테일은 스포티하고 매우 심플하지만 우아합니다. 머리 뒤 중간 부분을 묶어 얼굴 형태를 좀더 뚜렷하고 예쁘게 잡히도록 도와주는 스타일이죠.”

목덜미에서 낮게 묶은 포니테일도 여럿 눈에 띄었는데, 필로소피 쇼에서는 거꾸로 빗질을 해 잔뜩 부풀린 후 낮게 묶었고, 에르메스 쇼에서는 결을 따라 매끈하게 내려 빗은 후 가죽 끈으로 낮게 묶었다. 프라다 쇼에서 귀도 팔라우는 머리를 두 섹션으로 나눠 앞머리 쪽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 실핀으로 고정하고 나머지를 기다란 실버 헤어핀을 이용해 목덜미에서 고정시켰다. 베라 왕 쇼를 담당한 올란도 피타는 낮게 묶은 포니테일을 머리속으로 감추듯 집어넣어 풍성한 듯 우아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이 스타일은 베라 왕의 건축적이면서도 흐르는 듯한 디자인을 보고 영감을 얻었죠.” 드리스 반 노튼 쇼에서 폴한론은 보다 캐주얼한 포니테일을 추구했다. “드리스 반 노튼은 무심한 동시에 그럴싸해 보이는 스타일을 요구했습니다. 제품을 사용하는 대신 마치 두피를 말리듯 드라이를 한 후 하나로 묶어 정교하게 매만진 듯한 인상을 피했죠. 그러곤 쇼를 위해 특별 제작된 골드 링으로 멋지게 마무리했습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알렉산더 왕, 발맹 쇼 등에서 포니테일은 더 아래로 내려가 어깨선까지 닿았다. 느슨하게 머리를 꼬아 묶은 부드럽게 흐르는 머릿결이 알프스 시골 처녀들처럼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연출했음은 물론이다. 블랙 리본의 활약도 두드러졌는데, 데이비드 코마, 조나단 사운더스, 발렌티노 쇼에선 낮게 머리를 묶은 후 블랙 리본을 헤어피스로 사용했다. 특히 데이비드 코마와 조나단 사운더스는 블랙 리본을 헤어밴드처럼 머리에 두르고 남은 끈을 포니테일에 꽉 묶어 보다 깔끔한 느낌을 강조했다. 이번 시즌 포니테일은 야근으로 혼미해져 가는 정신을 부여잡기 위해 조여맨, 혹은 머리를 감지 않았기에 선택할 수밖에 없는 궁여지책이 아니다. 묶는 위치, 탄력의 강도, 스타일링 제품의 종류, 헤어피스 등에 따라 경쾌한 말괄량이, 무공해 소녀, 강인한 여전사, 단정한 숙녀 등으로 무한 변신하는 팔색조 같은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