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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왕의 그때 그 시절- 이수혁

2016.03.17

by VOGUE

    패션왕의 그때 그 시절- 이수혁

    요즘 온라인에서 우상시되는 ‘패션왕’들이 실제로 있다. 그 가운데 시큰둥하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패션 전문가들도 가끔“와우!”하며 감탄하는 7대 패션왕을 호명했다. 영예의 단상에 오른 패션왕들이 고백하는 내 멋대로 살아온 시절.

    패션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적어도 이수혁에겐 그렇다! 디올 옴므에 열광하며 런던에서 멋쟁이 패거리들과 몰려다니던 시절,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정욱준 아트북을 위해 촬영한 결정적 순간.

    패션은 디올 옴므를 타고

    이수혁ㅣ배우 겸 모델

    웹툰 <패션왕>의 주연 가운데 네티즌들이 실제 모델로 꼽는 인물이 이수혁이다. 샤프펜슬처럼 날렵한 이목구비에 철사처럼 메마른 몸매, 창백한 피부를 지닌 그는 남자 장윤주급 되는 패션 아이콘. 패션의 ‘패’자만 나와도 열광하는 소년과 청년들 사이에서 이미 우상시되는 존재니까. 자신은 부인했지만 그는 한국 남자들에게 스키니 팬츠를 퍼뜨렸다. “고등학교 때 디올 옴므에 미쳐 있었어요. 그게 제 인생을 바꿨죠.” 2NE1 스타일리스트 양승호, 빅뱅의 지드래곤 등과 몰려 다니던 시기다. “한국에는 없는 디올 옴므 바지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거머쥐는 게 놀이였어요.” 가느다란 실루엣에 시커먼 아이라인, 검정 매니큐어를 칠한 10대 소년이 대학축제에 놀러 가면 주위에선 대놓고 욕했다는 후문. “그렇게 패션에 눈뜨자마자 열정은 기다렸다는 듯 폭발했어요.” 그건 남고생들이 할 수 없는 놀이였다고 덧붙인다. 끼리끼리 모이면 최신 패션쇼를 점검하는 게 일. 이건 약과다. “일본이나 런던의 멋진 애들을 발견하거나 어떤 물건에 꽂히면 찾아갔어요. 무리 중 한 명이 베르나르 윌헴의 3년 전 운동화에 눈독 들인 나머지 옥션과 이베이를 죄다 뒤진 적 있어요. 결국 일본의 누군가에게 있다는 걸 알고 직접 갔죠. 절대 안 팔겠다는 걸 설득한 끝에 4~5배나 얹어주고 구했습니다.” 하지만 흔한 말로 ‘돈이 남아 돌아서’ 그런 건 아니니 오해 없기를. 아주 싼 숙박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모은 돈으로 패션 찾아 삼만리! “패션이 전부였어요!” 이토록 패션에 열광했던 건 친구들 덕분이라고 전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서로 전화해 옷집에서 만나 옷집 투어를 시작하며 하루를 보냈어요. 패션을 갖고 이보다 더 진한 우정을 나눌 순 없었던 때죠.” 유럽에 머물땐 옷가게 위주로 지리를 터득했음은 물론이다. “어느 매장에서 우회전하면 되고, 그 멀티숍 뒷골목, 이런 식으로요.” 삶의 진로에도 영향을 준 디올 옴므는 파리에서의 소중한 만남으로 이어졌다. “에디 슬리만을 직접 만나 대화도 나눴다구요!” 디올 옴므에서 물러난 에디 슬리만이 만드는 개인 사진집용 모델 오디션을 보러 방문할 때였다. “당연히 디올 옴므로 온몸을 꾸미고 갔죠.” 유럽에서 보다 획기적으로 변한 그는 돌아오자마자 모델 데뷔작인 정욱준 아트북을 위해 머리를 밀고 아이라인도 그리겠다며 먼저 운을 띄웠다. 우리가 패션왕 중 왕중왕으로 지칭하는 데 손색 없는 그가 요즘 꽂힌 게 뭔지 팬들은 여전히 궁금할 것이다. <보그> 촬영을 위해 옷장에서 꺼낸 건 지방시 맨투맨 티셔츠. “예전만큼 패션 열정이 화끈하진 않아요. 디올 옴므처럼 저를 흥분시키는 게 눈에 띄지 않아서죠. 그나마 지방시나 발맹 정도? 지방시는 디자인은 기본적이지만 프린트가 강렬해 신선하더군요.” 두 번째로 준비한 옷은 발맹 밀리터리 재킷과 스키니 팬츠. “엠마뉴엘 알트가 개입하면서 발맹이 제안한 새 여성상이 멋져요.” 패션 열정은 두말할 것도 없고, 식견 역시 전문가 중에도 수준급이다. “그렇다고 패션 기자가 돼서 뭔가 제안하고 계몽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저 스스로 패션을 즐기고 싶을 뿐이죠.”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신광호
      포토그래퍼
      Seo Song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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