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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로 떠난 원더걸스

2016.03.17

by VOGUE

    원더랜드로 떠난 원더걸스

    원더걸스가 2집 정규앨범으로 돌아왔다. 원더랜드에 머무른 소녀들은 보여줄 것이 많았고, 그 속에서 잠시 빠져나와 이야기하던 소녀들은 꺼내놓을 것이 많았다.

    선예가 입은 여성스러운 러플 장식 블라우스는 샤넬(Chanel), 퍼프 소매의 벌룬 드레스와 리본 디테일의 스트랩 슈즈는 미우미우(Miu Miu).

    혜림이 입은 실크 소재의 미니 드레스는 디올(Dior), 풍성한 염소털 재킷과 스팽글 장식의 이브닝 슈즈는 톰 포드(Tom Ford).

    예은이 입은 드라마틱한 블랙 드레스는 미스지 콜렉션(Miss Gee Collection), 블랙 펌프스는 미우미우(Miu Miu).

    유빈이 입은 그래픽 패턴의 보타이 블라우스는 마르니(Marni), 고급스러운 블루 컬러의 벨벳 스커트와 재킷은 톰 포드(Tom Ford), 풍성한 부피감의 모피 재킷은 구찌(Gucci), 곤충 모양의 반지는 봄 주얼리(Bohm Jewelry).

    소희가 입은 보디라인이 은근히 비치는 시스루 디테일의 블랙 드레스는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 크리스털 장식의 보타이는 폴 스튜어트(Paul Stuart by Swarovski Elements), 스트랩 슈즈는 DVF.

    박진영이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을 선언했을 때, 그건 주말마다 등산을 즐기던 아빠가 어느 날 아이들을 데리고 산맥에 오르겠다고 선포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소녀들은 험난한 길을 떠났다. 소녀시대가 ‘아시아 인기스타’가 해외 현지 공연을 갖는 모양새로 유럽 무대에 서기 전, 원더걸스는 미국에서 ‘신인 그룹’으로 접근했다. 가요계의 봉우리에서 평지로 내려와 말 그대로 모험을 시도한 소녀들. 조나스 브라더스의 북미 투어 이후, ‘2 Different Tears’로 단 2주 동안 국내 활동을 하고 다시 미국과 캐나다에서 단독 투어를 가진 원더걸스 앞에는 이제 두 개의 큰 화두가 있다. 2집 정규앨범 활동과 내년 미국 ‘틴 닉’ 채널에서 방송 예정인 TV 영화 <원더걸스 앳 디 아폴로>다. 아마 영화가 공개될 즈음이나 그 전이면 원더걸스는 다시 아시아 프로모션에 나설 것이다. 길은 있고, 끝은 없다. 돌아온 원더걸스를 위해 우리는 ‘원더랜드’를 떠올렸다. 불가사의한 모험을 감행한 소녀들에게 그저 예쁘기만 한 그림은 재미없으니까. 호기심 많고 선한 눈빛의 앨리스 선예, 수수께끼 같은 토끼 소녀 소희, 위풍당당함의 두 색을 보여줄 하얀 여왕 예은과 붉은 여왕 혜림, 익살맞고 여유 있는 모자장수 유빈이 의아하고 거대한 판타지 세계에 등장했다. 10시간 동안 원더랜드에 머무른 소녀들은 보여줄 것이 많았고, 그 속에서 잠시 빠져 나와 이야기하던 소녀들은 꺼내놓을 것이 많았다.

    선예가 입은 퍼프 소매 블라우스와 화이트 칼라 장식, 메리제인 하이힐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리본 디테일의 미니스커트는 미우미우(Miu Miu), 스와로브스키 뱅글은 블루마린(Blumarine).

    선예

    JYP 사무실에 갔더니 ‘리더 10계명’이 붙어 있던데요? ‘리더는 진화한다’만 생각나는데 또 어떤 덕목들이 있나요?
    리더는 듣는다, 리더는 꿈이 크다… 또 뭐가 있었더라?

    선예는 그 10계명에 부합하는 리더인가요?
    부합하려고 노력해요. 그런 글 붙여 놓은 지 얼마 안 됐어요. 회사에서 좀더 시스템적으로 잘 갖춰놓으려고 얼마 전부터 화장실에도 붙여놓기 시작했어요. 자주 보면 조금이나마 인커리지가 되는 것 같아요.

    언젠가 박진영 피디가 방송에 나와서 이런 말 했어요. 선예는 천성적으로 갖고 있는 부분보다 노력으로 채워야 하는 부분이 커서, 영원히 자신을 힘들게 해야 한다는 점이 큰 벽일 거라고. 그런 말 들으면 좀 갑갑하지 않아요?
    갑갑할 이유 없어요. 여러 사람이 저를 판단하는 모습 중 하나의 견해일 뿐이에요. 그런 말을 듣고 ‘아, 내가 그런 존재구나’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평생 자신을 채찍질 할 각오는 돼 있나요?
    그럼요. 그건 제 직업과 상관없이 남들과 똑같은 한 사람으로서 인생 살아가는 데 필요한 태도라고 봐요.

    그렇게 살 수 있도록 종교가 큰 힘이 돼주는 건가요?
    그렇게 말할 수가 없는 게, 저는 그냥 그것이 제 인생의 전부예요. 내가 의지할 수 있는것, 비타민제 같은 것이 아니라 제가 서 있어야 하는 이유고 제 정체성이에요. 어릴 때부터 쭉 교회를 다녔지만 믿음이 제대로 자리 잡게 된 건 미국 넘어가면서부터였어요.

    그때부터 신앙심이 더 생기게 된 건 그만큼 힘들어서였을까요?
    성경에 보면 믿음은 나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내려오는 선물이라고 돼 있어요. 어느 순간부터 성경 속 말들이 한 줄 한 줄 가슴을 파고들었어요. 믿음을 받은 이유가 이 직업을 가짐으로써 퍼즐 맞춰지듯이 완성된 거예요. 그래서 지금 이 자리가 감사해요. 제가 겪었던 수많은 힘든 일들도 다 제가 겪어야 했던 일들 같아요.

    선예는 운명론자인가요?
    보통 예정론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 같아요. 사람이 자유의지라는 게 있어서 지금 물을 마실지 커피를 마실지는 내가 선택을 하지만, 결국 어떤 예정적인 것들을 피해갈 순 없다고 생각해요. 원더걸스 안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일들도… 박진영 피디님이 하필이면 저를 보고 여자 그룹을 생각했다는 것, 원더걸스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이 감히 한 사람의 아이디어만으로 이뤄진 거라고 할 수는 없어요. 피디님 말씀이 우리처럼 재능에 비해 운이 좋은 가수는 보질 못했대요. 원더걸스라는 이름으로 우리 다섯 멤버가 해야 할 일이 어떻게 보면 예정돼 있었던 거죠.

    교회 친구인 박태환도 선예만큼 신실한가요?
    그렇지 않으니까 제가 교회에 데리고 갔죠. 얼마나 귀한 친구예요. 하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 늘 안타까웠어요. 그 친구가 달려가고 노력하는 목적이 바뀌길 바랐어요. 개인의 성취만 생각한다면, 그걸 이뤘을 때 성취감과 동시에 공허함이 밀려와요. 제가 ‘Nobody’ 이후에 느껴봤거든요.

    원더걸스 멤버로서 말고 개인적으로 목표는 뭐예요?
    아무리 물질과 명예를 갖더라도 가장 낮은 곳에 머무르고 싶어요.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제가 무엇을 하든 간에 그렇게 살고 싶어요.

    오늘 일요일이니까 교회 다녀 왔겠네요. 오늘은 무슨 기도를 했나요?
    로마서 15장을 봤어요. 뭘 하든 다 사랑으로써 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도 했어요.

    악플 다는 네티즌도 사랑으로 대할 수 있나요?
    이번 앨범 티저 제목이 ‘R U Ready’였어요. 그 제목 보면서 어느 순간 내 스스로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돼 있는지 묻는 소리로 들렸어요. 그들이 준비가 되기 전에 저부터 준비가 돼야 한다는 걸 미처 생각 못했어요. 이번 앨범, 처음으로 우리끼리 예배하면서 준비했거든요.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든 굳은 마음 지켜나가자고 약속했어요.

    혜림이 입은 페이크 퍼 코트는 푸쉬버튼(Push Button), 곤충 모티브의 반지와 뱅글은 봄 주얼리(Bohm Jewelry). 유빈이 입은 러플 장식의 보타이 블라우스와 코사지, 모헤어 코트는 샤넬(Chanel), 그레이 컬러의 모직 팬츠와 벨트는 구찌(Gucci).

    혜림

    며칠 전 미투데이에 남긴 글을 보니까 ‘생각이 너무 많다. 오늘은 집에 가서 꼭 일기 써야지’라고 했던데, 그날 밤 일기 썼어요?
    못 썼어요, 너무 졸려서. 저는 일기 쓰면서 마음의 정리를 하거든요. 나중에 다시 보면 그때 기억들이 다 나잖아요. 요새 일기를 못써서 정리가 잘 안 돼요.

    좋은 습관이네요. 그날 밤엔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이 들었어요?
    그냥, 제가 원래 좀 생각이 많아요. 아직도 활동하는 데 어색한 부분이 많고.

    원더걸스 멤버 된 지 얼마나 됐죠?
    2년 다 돼가요. 2009년에 ‘2 Different Tears’ 활동할 때부터.

    혜림이 원더걸스 멤버가 된 건 운이 좋아서였을까요?
    히히히. 음…

    자신은 그때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했나요?
    많이 모자랐죠. 원래는 미스 A의 페이, 지아 언니와 한팀으로 준비 중이었어요. 막 데뷔하려던 차에 원더걸스로 들어온 거예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어요.

    박진영 피디는 그들 중에서 왜 혜림을 택했을까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말 안 해줘요. 그냥 제가 제일 오래 연습했고, 영어가 가능하기 때문 아닐까 해요.

    외국에서 오래 살았나요?
    어머, 몰랐어요? 아이, 나한테 관심이 없어! 저를 중국인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부모님 다 한국 분이고, 저도 한국에서 태어나 홍콩에서만 14년 살았어요. 중국어는 JYP 들어와서 배웠고, 홍콩에서는 광둥어와 영어를 썼어요.

    요즘 기획사들이 원하는 글로벌 인재네요. 부모님들 반응은 어땠어요?
    흐흐. ‘원더걸스라니!’ 하면서 많이 놀라셨지만 마냥 좋아하지 않고 걱정도 하셨어요. 힘들 테니 네가 잘 알아서 판단해라, 하셨죠. 열네 살 때 오디션 보고 한국 왔으니 일기 쓰면서 외로움을 풀었어요.

    지난 일기들을 쭉 보면 주로 어떤 얘기들이 많나요?
    나는 할 수 있다, 이런 다짐들이 제일 많아요. 일기장의 왼쪽에는 오늘과 최근에 있었던 일, 오른쪽에는 내가 꿈꾸는 것들 리스트를 써요. 그런데 연습생 시절에 썼던 꿈 리스트를 보면 지금 대부분 이뤄져 있어요. 앨범 땡스투에 누구 이름 써보기, 스타벤 한번 타 보기… 솔로곡을 하고 싶다는 바람도 적었는데 이번 앨범에 실었잖아요. 콘서트 할 때 춤 추면서 솔로곡 할 거예요.

    마법의 일기장인데요? 꿈 리스트에서 아직 못 이뤄본 건 뭐가 있어요?
    예쁜 집 사기. 그리고 진짜 사랑을 만나는 거. <시크릿>이란 책 있죠? 원하는 미래를 상상하면 이뤄진다고 하잖아요. 요즘 들어 리스트가 많이 수정됐어요. 바뀔 수밖에 없죠, 스타벤도 매일 타보니까 그냥 그렇더라. 그리고 이건 되게 창피한 얘긴데요, 나중에 어떤 배우랑 같이 연기하고 싶다… 이런 꿈도 있어요. 로건 레먼이라고 할리우드 배우.

    <나비효과>에서 애쉬튼 커처 아역으로 나왔던 꼬맹이요?
    어우! 아시네요? 우와, 사람들은 그 이름 잘 모르던데? 저랑 동갑이에요. 제가 보기엔 그 친구 앞으로 크게 될 거 같아요. 지금 엠마 왓슨이랑 영화 찍고 있대요.

    미국에서 볼 기회 없었어요? 브래드 피트와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보단 현실적인데요.
    한 번도 못 봤어요. 얼마 전 부산영화제에 와서 장근석 씨랑 인터뷰도 했다지 뭐예요. 그 친구와 나란히 서 있는 여자 배우 얼굴에 막 제 얼굴을 합성해놓고, 그걸 일기장에 붙이고 휴대폰에도 담아놨어요. 보여드릴까요? 아, 저 오늘 말문 터진 것 같아요. 한번은 연습생 동생이 제 휴대폰을 보다가 ‘이게 뭐야? 설마 누나가 했어?’ 하길래 너무 창피해서 ‘아니, 팬이 해줬어’라고 거짓말했어요.

    와, 합성을 감쪽같이 잘했네. 이런 건 어떻게 했어요?
    제가요, 파워포인트도 잘 다루고 이런 거 잘해요. 원래 중국 진출은 생각해도 미국 진출은 생각 안 했는데, 미국 활동 하면서 얼마 전에 TV 영화도 찍어보니까 또 할리우드에 대한 꿈이 생기지 않겠어요? 그래서 이렇게 영화배우처럼 나오도록 제 얼굴을 합성해 봤어요. 뭐 꿈이 안 이뤄지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꿀 수는 있는 거니까, 계속 꿀래요.

    이런 사람이었구나, 혜림이.
    큭큭. 멤버들이 저보고 특이하대요. 우리 엄마는 제가 안 특이하다고 하는데… 이것 보세요, 합성 대박이죠? 아, 민망해.

    소희가 입은 블랙 컬러의 점프 수트와 롱 케이프, 체인 벨트는 YSL, 블랙 펌프스는 미우미우(Miu Miu).

    소희

    이제 귀여운 이미지보다 좀 다른 이미지로 보여지길 원하나요?
    (오래 생각하다가) 귀여운 이미지예요, 저?

    귀엽죠. 예쁘고, 몸매도 좋아서 화보 찍고 싶은 모델이고요.
    귀여운 이미지라. 싫지 않아요.

    표정을 보니 본인이 전혀 귀엽지 않다고 생각하는 눈치인데요?
    좀 사나워 보이기도 하고. 예쁜 얼굴은 아닌 것 같아요.

    소희가 어느 인터뷰에서 박진영 피디에게 전한 말 중 기억에 남는 게, 제발 레트로만 추구하지 말고 미래로도 나아가자고 했던 거였어요. 진심이 느껴져서 웃었어요.
    이번 앨범엔 그런 바람이 좀 반영됐어요. 어떻게 보면 복고 느낌이 조금 보일 수도 있지만, 예전처럼 완전히 복고가 아니에요. 클럽 분위기도 나고.

    지금 스무 살이잖아요. 20대 되니까 기분 이상했어요?
    몸이 예전 같지 않긴 한데… 나이 앞자리가 바뀌어서 그런 것보다는 워낙 일찍부터 일을 했으니 몸이 좀 상했나 봐요. 체력이 좀 달린다는 것 빼고는 열아홉이나, 스물이나.

    어린 게 좋아요, 아니면 좀더 성숙한 여자가 되고 싶어요?
    빨리 성숙해지고 싶은 마음 별로 없어요. 어릴 땐 어른인 척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거 어색하잖아요. 저는 나중에 제 모습을 봤을 때 그게 웃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혹시 지금 말투가 평상시 말투예요? 조곤조곤, 살살, 느릿느릿. 지쳐서 그런가요?
    저 지금 힘 안 빠졌어요. 음, 내 말투가 느린가. 흥분하면 목소리 높아지기도 해요.

    처음 미국 진출 계획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말이 돼?’ 이런 기분이었어요?
    네, 그렇죠. ‘미국?’ ‘응?’

    원더걸스의 미국 활동을 두고 박진영 피디의 개인적인 욕망이 너무 크게 작용한 거라는 반응도 있어요. 알아요?
    흠. 어쩌면 처음엔 그랬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희 마음이 아예 없었으면 그 시간 동안 진작에 포기했을 거예요.

    너무 가혹한 생활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러니까 나이에 비해 너무 프로답게 굴어야 한다는 점에서요. 그냥 한국에서 스케줄 소화하는 것만 해도 벅차잖아요.
    너무 어려서 그랬는지, 전 미국에서의 시간이 엄청나다는 생각을 별로 못했어요. 오히려 한국에서 그 많은 가수들 대열에 끼어있다는 사실이 더 커 보였어요. 저희가 데뷔하고 나서 ‘Nobody’까지 쉬지 않고 달렸기 때문에 뒤돌아보니까 더 엄청나게 느껴졌을 지도 몰라요. 휴식 시간은 미국에서 가졌죠.

    이제야 모든 게 ‘와, 대단했다’는 생각이 좀 드나요?
    네. 내가 어떻게 했지? 어떻게 투어 버스에서 12시간을 보내고, 매일 쉬지 않고 공연했지? 이제와 생각해 보니 우리 진짜 대단했구나 싶어요.

    큰 시장도 경험하면서 오히려 휴식까지 겸했다니, 아주 탁월한 시간이었네요.
    일반 친구들을 보면요, 저보다 학창 시절에 대한 추억은 많겠지만 다른 기억은 없을 것 같아요. 친구, 공부, 그걸로 끝. 하지만 저는 할 얘기가 많거든요. 난 이 나라에도 가봤고 저 나라에도 가봤어, 누굴 만났고 뭘 배웠어, 나 이것도 먹어봤어, 저것도 실제로 봤어… 오히려 더 가진 게 많아요. 저에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몇 년째 걸그룹 전성시대예요. 그건 원더걸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음. 오히려 좋은 점이 있어요. 만약 걸그룹이 지금처럼 많지 않고 그래서 사람들이 주목해주지도 않았다면, 우리가 컴백을 해도 집중도가 떨어졌을 수 있어요. 지금은 걸그룹이 뭐 하나를 할 때마다 관심 가져주시니까 그 중 하나인 우리도 덕을 보죠.

    원더걸스가 컴백하면 걸그룹의 판도가 좀 바뀔 수 있을까요?
    헉… 사실 좀 걱정이에요. 어제 음악방송 사전녹화하러 갔다가 소녀시대를 봤어요. 너무 예쁘더라구요. 저는 실제로 소녀시대를 본 적이 몇 번 없거든요. 활동 시기가 겹친적이 없어서요.

    아마 소녀시대는 소희를 보면서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원래 다른 여자는 나보다 더 가꾸는 것처럼 보이고,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고, 그렇잖아요.
    에, 그런 거겠죠?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맘 편하죠.
    그렇긴 하다.

    그런데 누가 봤다면 아주 긴장되는 순간이었겠는데요? 지금처럼 걸그룹이 많지 않았을 때 양대산맥 같은 존재들이었잖아요. 그 역사적 만남에 묘한 기운이 감돌았나요?
    만약 저희가 계속 한국에만 있었다면, 혹은 한창 ‘Nobody’ 활동할 때 마주쳤다면 조금은 그런 느낌이 났을지도 몰라요. 지금은 뭐,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반가웠어요. 요즘엔 모르는 얼굴이 많거든요.

    소녀시대와 작업했던 프로듀서 테디 라일리가 얼마전 트위터에 ‘원더걸스는 실패했고,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다’고 썼다죠? 상처 받았나요?
    히히. 아니요.

    너는 짖어라?
    뭐, 다 똑같죠. 우리 프로듀서들 중에서도 다른 걸그룹 보고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테니까. 다 그런 거죠.

    개인적인 목표는 뭐예요? 야망 있어요?
    푸하하. 야망이라는 단어 너무 웃긴 것 같아.

    그렇게 웃겨요? 그 단어가 어떻게 와 닿길래?
    하하하. 야망. 야망 찬 아이… 웃겨요. 어때요, 저 야망 있는 아이인 것 같아요?

    대개 시큰둥해 보이는데, 속 기분은 어떤지 알 수 없어 보이는 인물이잖아요.
    야망이라는 말보다는요, 저는 일적으로든, 남자 만나는 것에 있어서든, 아니면 그냥 제 자신으로서든, 나중에 저를 돌아봤을 때 오그라들고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후회할 일을 안 하고 싶어요. 그런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어요. 옷도 그렇잖아요. 이 나이에만 입을 수 있는 옷이 있는데, 더 커서 입어도 되는 옷을 지금 굳이 입으면 웃기잖아요.

    지금 그렇게 현재를 누리면서 살고 있나요?
    네. 다는 못하지만요. 처음에 얘기하신 ‘귀여운 이미지’ 말이에요. 더 나이 들면 귀엽고 싶어도 그런 이미지 가질 수 없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자꾸 그런 얘기 듣는 게 싫을 수도 있지만, 저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어요. 나중에 가서야 ‘아, 그때 그거 해볼걸’ 하지 않도록.

    소희가 입은 블랙 실크 보디 수트는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시스루 스커트와 가죽 벨트, 레이스업 부츠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스팽글 목 장식은 레니본(Reneevon). 선예가 입은 앙증맞은 구두 패턴의 미디 드레스는 루이 비통, 스트랩 슈즈는 미우미우(Miu Miu).

    유빈이 입은 리본 디테일의 블랙 블라우스는 디스퀘어드(Dsquared2), 오버 사이즈의 체크 코트와 파이톤 부츠는 프라다(Prada), 플라워 목걸이는 마르니(Marni).

    유빈

    실제 성격도 목소리처럼 보이시한가요?
    글쎄요. 막 여성스럽진 않아요.

    피부는 선탠한 거예요?
    아니요, 원래 제 피부에요.

    미국에서 활동할 때 유빈이 특히 인기가 많았다구요? 본인이 한국에서보다 미국에서 훨씬 반응이 뜨겁다는 걸 스스로 느꼈겠죠?
    음, 여러 나라 돌아다닐 때마다 각각 좋아해주는 스타일이 다르구나 하는 건 느꼈어요. 태국에선 팬들이 예은이한테 친밀함을 많이 느끼는 편이고, 중국에선 선예와 혜림이, 소희는 뭐 어딜 가나 인기 많고, 미국이나 남미에선… 제가 조금….

    다이어트는 얼마나 독하게 했나요?
    사람들이 다 그 질문 하는데, ‘Nobody’ 할 때 잠깐 살이 좀 쪄서 그 이미지가 강하게 아 있나 봐요. ‘2 Different Tears’ 때부턴 계속 이 정도 체형을 유지했어요.

    원더걸스에서 랩을 담당하는데, 노래 실력은 어때요?
    아직 많이 부족해요. 그런데 이번 앨범에 제가 노래 부른 게 좀 들어갔어요. 소희와 듀엣도 했고.

    스스로 들어줄 만 해요?
    글쎄요. 우선 목소리가 특이하니까 좋아해주는 분들이 있긴 해요.

    랩을 할 때 목소리가 중저음인데, 실제 말할 때도 아주 낮은 목소리네요. 본인의 보이스 컬러와 원더걸스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나요?
    처음 들어왔을 땐 어울릴까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어울리는 면이 있어요. 서로 닮아가는 면도 있고요.

    5명이 닮았다니… 어디가?
    음, 물론 서로 개성이 정말 다른 목소리인데 이상하게 조화가 돼요. 저도 신기해요. 각자 편한 음역대가 달라서 화음 맞출 때도 좋고요.

    원더걸스 들어오기 전에 유이, 지나 등등과 ‘오소녀’라는 팀 준비하고 있었죠? 유빈은 가수 트레이닝 시절을 다 ‘오소녀’ 준비하면서 다져놓은 거잖아요. 그럼 그땐 어떤 스타일로 연습했나요?
    센 힙합 스타일의 랩을 배웠어요. 제 목소리 때문에 그런 요구도 있었고.

    래퍼라는 포지션은 그때 정한 거예요?
    네. 처음 랩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추천한 건 아버지예요. 아버지께서 고등학교 때 밴드 좀 하셨거든요.

    좋아하는 여자 래퍼는 누구예요?
    한국에선 아무래도 윤미래. 사실 저는 록 음악을 많이 들어요. 소프트한 것도 좋고, 센 록도 좋고. 아직 헤비메탈까진 진출 못했네요. 힙합은 미국 가면서부터 중점적으로 듣기 시작했어요. 참, ‘브아걸’의 미료 언니는 저한테 선생님이에요. 트레이닝하던 시절에 언니한테 배웠거든요. 연락 자주 드려야 되는데 잘 못해서 죄송합니다, 미료 언니.

    원더걸스 랩 가사 중에 지금 떠오르는, 입에 찰싹 붙는 거 있어요?
    섹시한 내 눈은 고소영, 아름다운 내 다리는 좀 하지원.

    박진영 피디가 유빈의 몸매도 염두에 두고 ‘So Hot’ 가사를 쓴 걸까요?
    그냥 피디님 이상형 생각하고 쓴 것 같아요.

    말하는 걸 보니 아주 차분한 성격인가 봐요. 멤버들이 큰언니 보고 성인군자 같다고 하지 않아요?
    답답하다 그래요. 제가 좀 우유부단 하거든요. 뭐 먹을 때나 영화 볼 때도 ‘너 하고 싶은 거 해’라고 하니까 ‘제발 언니 하고 싶은 것도 좀 하자’고 할 때도 있고. 특별히 싫어하는 건 없고 좋아하는 게 많은 타입이에요.

    ‘쿨한 언니’의 실체는 ‘답답한 언니’ 혹은 ‘마음 열린 언니’였군요.
    누가 언니고, 누가 먼저 들어온 멤버고, 그런 아집이 없어요 우리는.

    예은이 입은 뱀이 몸을 타고 올라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블랙 드레스는 베르사체(Versace), 페이크 퍼 케이프는 지컷(G-Cut).

    예은

    원더걸스는 지금까지 ‘Tell Me’를 몇 번쯤 불렀을까요?
    음, 적어도 천 번은 불렀겠죠. 사실 ‘Nobody’를 더 많이 불렀을 수도 있어요. ‘Nobody’ 발표한 후로는 투어할 때 주로 그 곡만 불렀거든요.

    원더걸스가 한국에서 오래 자리를 비워뒀으니 불안하지 않았어요?
    대중 앞에서 좀 사라져 있는 때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미국에 있었던 시간이 더 소중했어요. 공연하고, 연습하고, 녹음하고, 훨씬 규칙적이었거든요.

    지금의 예은이 중학교 때의 예은으로 다시 돌아가서 뭔가 말해줄 수 있다면, 뭐라고 말해줄래요?
    좀더 열심히 해라.

    충분히 열심히 하지 않았나요?
    늘 아쉬운 게, 연습생 시절이 없었던 거예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데뷔했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어요. 어차피 가수 할 거면 일찍부터 좀더 연습해놓으라고 말할래요.

    가창력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땐 어떻게 해요?
    저는 제가 잘했던 영상들을 봐요. 내가 해낼 수 있는 거구나, 그런 생각하도록.

    이번에 예은이 ‘미인’을 리메이크하고 자작곡도 수록했다고요. 곡들에 대해선 박진영 피디가 뭐라고 코멘트 하던가요?
    ‘미인’은 후렴구를 가져온 것 말고는 완전히 다른 노래로 만들었어요. 전체적으로 멜로디가 팝스러워서 대중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고 좀 갸우뚱 하셨어요. 제 자작곡은 어쩌면 타이틀 곡보다 더 잘 될지도 모르겠다고 하셨죠. 깜짝 놀랐어요. 원래는 다 뜯어고치라고 하는 분인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뭐예요? 사랑, 우정, 커리어, 가족….
    음, 중요한 건 많은데. 사랑은 확실히 아닌 것 같아요.

    왜요? 누가 예은을 그렇게 만든 거예요?
    박진영 피디님이(웃음). 사실 저희 엄마도 늘 하신 말씀이 ‘너는 1번도 너, 2번도 너, 3번도 너’라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뭐가 됐든 희생을 해야 하잖아요. 전 그럴만한 인물이 아니라고….

    일로 성공하는 여자의 특징을 갖춘 것 같은데요?
    좀 그래요. 그래서 걱정도 돼요. 좋은 남자를 만나긴 만나야 할 텐데.

    박진영 피디님이 좀 도와줘야죠.
    사실 이번 앨범 이후로는 연애를 해도 된다고 저희를 풀어줬어요.

    이번 앨범 활동 마치고요?
    아, 그 시점을 좀 애매하게 말했어요! 저한테는 ‘이번 앨범 성공하면’이라고 말했는데 선예한테는 ‘컴백하자마자’라고 했대요. 뭔가 불분명해…. 그런데 봉인이 됐을 때는 ‘그래 난 그것 때문에 남자가 없는 거다’라고 합리화했는데 막상 봉인해제 되고 나니까 기댈 핑계가 없어요.

    아직 늦지 않았잖아요, 스물 셋이면. 며칠 전 공개된 원더걸스 티저 영상은 파워풀하고 약간 섹시한 느낌이 나던데요. 여자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안무를 좀 요염하게 해봤는데, 저희가 그 필이 너무 안 나는 거예요. 안무가 선생님이 제발 연애 좀 하라고 했어요. 박진영 피디님도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경험을 통해 느끼고 성장해야 하는구나 싶었는지, 그런 거죠. ‘얘들아, 이젠 좀 해라’.

    요즘 걸그룹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대부분 섹시한 요소로 어필하려는 부분이 있어요. 원더걸스는 그렇게 가고 싶다는 생각 안 해봤어요?
    타이틀 곡 ‘Be My Baby’를 들어보면 사실 남자들에게 어필하는 곡이거든요. 가사도 ‘너만 보면 미치겠다, 내 사랑이 돼줘’ 이런 거고. 하지만 걸그룹은 여자들에게도 롤모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지 예뻐서만이 아니라, 가치관이나 행동에 있어서요.

    올해 크리스마스엔 뭐 할 거예요?
    아직 스케줄이 안 잡혔어요.

    아무 스케줄도 안 잡힌다면?
    일단 교회 갔다 오고(웃음). 멤버들끼리 파티하면 좋을 것 같은데 저희가 2년 동안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냈거든요. 그러니까 올해는 각자 알아서 보내고 싶어 하지 않을까.

    그때까지 남자 친구를 만들기엔 시간이 좀 촉박한가요?
    그렇죠.

    봉인해제가 여름쯤에만 됐어도….
    맞아요. 여름쯤에만 됐어도 지금쯤….

      포토그래퍼
      강혜원
      스탭
      헤어 / 채수훈(Chae Soo Hoon), 메이크업/최시노, 세트 스타일링/ 다락
      기타
      피처에디터/권은경, 스타일에디터/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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