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져도 사랑스러운 여자들 Part 1

‘아메리카노’와‘패션 넘버 5’팀은 전례 없이 팀 플레이로 웃기는 여자들이다. 오늘도 개그우먼으로 살고자 망가질 대로 망가지는 여자들. 이 웃긴 여자들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americano 안영미의 블랙 숄 칼라 재킷과 보타이 블라우스, 골드 꽃 브로치는 구찌, 가죽 쇼츠는 쟈니 헤잇 재즈, 지팡이는 클래식 케인즈. 김미려의 블랙 케이프 코트는 쟈니 헤잇 재즈, 별 모티브의 목걸이는 블랙 뮤즈, 스터드 뱅글은 에피타프. 정주리의 시스루 셔츠는 보테가 베네타, 벨벳 뷔스티에는 벨앤누보, 가죽 고어드 스커트는 쟈니 헤잇 재즈, 태슬 목걸이는 르 베이지.

americano 정주리의 시스루 뷔스티에는 아장 프로보카퇴르, 쇼츠는 쟈니 헤잇 재즈, 크리스털 칼라 초커와 블랙 뱅글은 블랙뮤즈, 와이드 벨트는 에피타프, 커프스 디자인의 골드 뱅글은 페르소나, 레이스업 롱 부츠는 루이 비통. 김미려의 스팽글 카디건은 샤넬, 깃털 미니 드레스는 오브제, 골드 스터드 초커는 에피타프, 블랙 가죽 초커는 르베이지, 화이트 T-스트랩 웨지힐은 지 초이. 안영미의 블랙 케이프와 레이스 하이힐은 디올, 벨벳 재킷은 스포트막스, 러플 셔츠와 트위드 꽃 브로치는 샤넬, 블랙 시가렛 팬츠는 구찌.

요즘 우리를 웃게 만드는 여자들이 있다.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셋씩 팀을 이뤄 개그로 공격하는 이들. tvN <코미디 빅리그> ‘아메리카노’와 KBS <개그 콘서트> ‘패션 넘버 5’ 팀이다. <코미디 빅리그>는 방송 3사 출신의 개그맨들이 팀을 이뤄 우승 상금 1억원을 놓고 경쟁하는 개그쇼다. 2011년 12월 말 시즌 2 개막을 앞둔 이 프로의 첫 시즌에서 김미려, 안영미, 정주리로 구성된 ‘아메리카노’는 유일한 여성팀이었다. <코미디 빅리그> 최고의 유행어 ‘간디 작살’은 ‘아메리카노’가 하는 코너 ‘내겐 너무 벅찬 그녀’에서 나왔다. 간디의 스키니 핏을 흠모하고, 일곱 난쟁이와 엔조이하는 백설공주를 인생의 멘토로 삼는 김꽃두레(안영미), 블로그 ‘오덕녀’ 미소지나(김미려), 이름 모를 못생긴 여자(정주리). 캐릭터의 승리였다.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라는 이름값에 밀려 최종 성적은 2위였지만, 지금 <코미디 빅리그>의 키를 쥐고 있는건 이들이다. ‘아메리카노’가 여자들끼리도 개그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즈음 <개그 콘서트>엔 ‘패션 넘버 5’가 등장했다. 개그와 패션의 콜라보레이션. ‘엣지’ 좀 안다고 생각했던 당신도 이들의 패션 앞에서 길을 잃을 것이다. 개콘여대 의상디자인과 학생으로 나오는 장도연, 허안나, 박나래는 자칫 밋밋할 수 있는 패션에 아이디어 남용의 미덕을 발휘한다. ‘패션 넘버 5’팀이 관절을 무시하는 포즈들을 취한 후 ‘스따~일’이라고 내뱉을 땐, 쾌감마저 든다. 아이디어와 노동력의 승리다.

전통적으로 방송사 희극실에 득실거리는 건 남자들이다. 물론 그 틈에 있는 개그우먼 중에서 ‘물건’ 소리를 듣는 인물은 늘 있었다. 그들이 곧 버라이어티쇼로 자리를 옮겼을 뿐. 코미디 ‘연기’를 하는 자들은 한 편의 콩트 안에서 언제라도 골룸이 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개그우먼에겐 두 가지 길이 있다. 여자로 살 것인가, 개그우먼으로 살 것인가. 이건 개그우먼 사이에서 곧잘 입에 오르는 화제이기도 하다. 외모를 신경 쓰기 시작하는 후배에게 선배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 예쁘게 보이려는 순간 개그 생명은 끝이야.” 여배우가 메이크업 수정을 하는 동안 개그우먼은 분장으로 본래의 얼굴에 ‘테러’를 가하고, 얼굴 근육을 기묘하게 망가뜨린다. 개그우먼은 몸을 던질 때도 그 방식에 조금은 제약이 있다. 남자는 ‘젖꼭지’에 붙인 반창고만으로도 웃길 수 있는데, 개그우먼들을 살펴보면 뺨을 때리며 웃기는 경우도 없다. 안영미는 여자들만이 집어낼 수 있는 섬세함으로 개그를 살리고 싶어 한다. “제가 ‘분장실의 강선생’ 코너를 할때 희한한 분장 많이 했죠. 언뜻 분장 하나로 웃긴 코너 같지만, 선후배 서열에 대한 풍자가 깔려 있었기 때문에 다들 공감할 수 있었을 거예요. 저는 개그를 하기엔 좀 어중간한 외모예요. 여자는 못나서 웃기든지, 예뻐서 다른 이들을 뒷받침 해주든지 해야 되거든요. 하지만 여자가 캐치 할 수 있는 개그 요소들이 있어요. 앞으로 그런 걸 더 표현하고 싶고요.”

정주리가 자신의 얼굴이 독특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때는 예전 SBS <웃찾사>에서 ‘따라와’를 외칠 무렵이었다. 개그맨 공채 시험을 볼 때도 몰랐던 특징이다. 그 발견은 ‘쑥대머리’ 코너로 이어졌다. “이제는 누가 뭘 시키면 저도 모르게 얼굴과 몸이 먼저 반응해요. 개그맨들은 서로 저 사람이 곧 어떤 개그를 터뜨리겠구나 알아요. 개그를 하다가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싶으면, 이미 검증 받은 그것을 마지막 순간 비장의 카드로 꺼내는 거죠. 저한테는 그게 ‘표정’이에요.” 김미려의 ‘사모님’과 ‘미소 지나’는 분명 관찰력에서 나온 캐릭터. ‘아메리카노’에서 맏언니인 김미려는 각각 캐릭터를 잡을 때 그 특징을 잘 잡아내기도 했다. “소위 ‘이 바닥’ 사람들끼리 하는 말이 있어요. 히트친 개그를 가만히 보면 아이디어 때문이 아니라 연기력으로 살려낸 경우라고요. 우리가 ‘아메리카노’를 하겠다고 했을 때 감독님도 못 미더웠는지 ‘아이디어 뱅크 하나 심어줄까?’라고 했어요. 그런 거 필요없다고 했죠. 우린 우리끼리 다 해낼 자신 있었거든요.” 서로 다른 방송사 출신인 이들이 팀으로 개그를 해보겠다 했을 때, 주위에선 말렸다. 여자들끼리 개그 하면 잘 안 된다는 풍문이 있나보다. 이들은 기 센 여자 셋이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가 틀어지기만 할 거라는 주위의 우려를 깔끔히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