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 클럽

조승우와 양동근이 영화〈퍼펙트 게임〉에서 라이벌 투수 최동원과 선동열로 만났다. 훈련되지 않은 초극의 파이터 동근이와 승부사 기질이 다분한 사나이 승우가 만났으니 대체 어떤 게임이 펼쳐질까? 그들은 과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조승우가 입은 베이지색 프린트 티셔츠는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 빈티지 가죽 재킷은 시스템(System), 블랙 팬츠는 크리스 크리스티(Chris Christy), 브라운 버클부츠는 락포트(Rockport). 양동근이 입은 그레이 후드 집업은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블랙 레더 더블 브레스트 재킷은 지 제냐(Z Zegna), 스트레이트 팬츠는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 블랙 워커는 프라다(Prada).

조승우가 입은 저지 느낌의 그레이 티셔츠는 쟈딕앤볼테르(Zadig&Voltaire), 브라운 팬츠는 시스템(System), 블랙 가죽 에이프릴은 엠비오(Mvio), 카키색 버클 부츠는 호킨스(Hawkins), 블랙 가죽 장갑은 아르마니 익스체인지(A/X).

양동근이 입은 베이식한 후드 집업은 꼼 데 가르쏭(Comme des Garçons), 그런지한 후드 베스트는 H&M, 그레이 스트레이트 울 팬츠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at Published).



어디부터 얘기해야 할까요? 이 사나이들의 조용하고 위력적인 조우를. 대한민국에 조승우라는 파이터가 살았습니다. 그는 꽃신 신은 점잖은 도령 ‘이몽룡’으로 영화 세상에 나와, 지금은 불세출의 거친 액션 스타가 됐습니다. 작은 키에 목청이 좋은 사나이는 애초에 역동적인 무사 기질이 있었습니다. 자유당 정권시대의 혼란스러운 〈하류 인생〉으로 시작해, ‘백만불짜리’ 다리로 뛰던 〈말아톤〉, 전국의 화투판을 돌던 〈타짜〉, 로맨틱한 조선 무사 〈불꽃처럼 나비처럼〉, 그리고 최근작〈퍼펙트 게임〉의 야구장까지, 한번도 쉬지않고 차고 달리고 찌르고 던졌습니다. 그의 팔과 다리는 쉴 틈이 없었습니다. 대체 이 청년의 작은 몸, 어디서 그런 놀라운 에너지가 있었던 걸까요?

대한민국에 양동근이라는 사나이가 살았습니다. 철이 다 든 애늙은이 같은 얼굴로, 생계형 아역 배우로 일하던 그는 ‘구리구리 양동근’으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느린 어투와 랩 하는 젊은이로 사랑받던 그는 일생에 단 한 번 〈바람의 파이터〉에서 전설적인 가라데 무사 최배달을 연기 했습니다. 단 한 번의 파이터였어도, 동근이는 맨발로 자갈길을 달리고 야생열매로 연명하며 폭포를 몸으로 받아내고 자연석을 격파했지요. 그전에 〈네 멋대로 해라〉라는 드라마에서 이나영과 연애하며 스턴트맨 생활을 했던 헐렁한 경험과는 아주 딴판이었지요. 그렇게 다소 게을러 보이다가도 초연한 기운을 내뿜는 내공 때문에 아무도 동근이를 무시하지 못했습니다. 훈련되지 않은 초극의 파이터 동근이와 승부사 기질이 다분한 사나이 승우가 만났으니 대체 어떤 게임이 펼쳐질까요?

동근이와 승우는 닮은 듯 닮지 않았습니다. 동근이는 양띠, 승우는 원숭이띠입니다. 승우는 원숭이처럼 긴 팔을 자랑스러워 하고, 동근이는 양처럼 동글동글한 머리를 좋아합니다. 동근이의 몸은 느리고 무게감이 있지만, 승우의 몸은 날쌔고 가볍습니다. 동근이는 오해 받기 싫어 에둘러 말하고, 승우는 그러거나 말거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합니다. 그들이 가장 다른 건 눈입니다. 승우의 눈은 높거나 낮거나 찌르는 무사의 눈입니다. 대결과 응시의 눈입니다. 동근의 눈은 먼 곳을 향한 바람의 눈입니다. 노스탤지어에 빠진 짐승의 눈입니다. 그래서 승우의 눈은 감전시키듯 미간을 겨누고, 동근의 눈은 가슴에 바람 구멍을 냅니다.

그리고 승우와 동근이는 따지고 보면 뿌리가 같은 아버지의 아들입니다. 동근이의 아버지 얘기부터 들어볼까요? 동근은 어릴 때 무슨 일을 해도 단번에 성공하지 못하는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지하 다방을 해서 살림을 꾸려나갔습니다. “그래서 크면 마누라한테 잘하는 여자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죠. 엄마한테 잘 하시는 모습을 못 봐서 골이 깊었어요. 20대 때는 아버지에게 감정이 안 좋았어요. 지금은 오히려 다른 부분이 보여요. 그런 아버지 덕에 내가 참 자유롭게 살았다는 거죠.”

어릴 때부터 방송국에 출근해서 연기만 했던 동근은 도통 학교 공부에는 관심이 없어 밖으로 나돌았지요. 고등학교 때는 춤에 빠져 지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집에서 아버지를 마주쳤답니다. 그때 부친 말씀이, “동근이 너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춤을 연습하고 있는 거잖니.” 와우! 아버지의 짧지만 다정한 한마디! 번쩍! 하는 황홀한 순간이지요. “그 말은 내 생애에 처음 들었던 가장 멋진 격려였어요.” 부모의 보호 아래 따스하게 사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고생만 하는 자기 삶이 억울하다고 느낀 적도 있지만, 그 말의 황홀경이 현재의 건전한 동근이를 만들었지요.

육신의 아버지와의 관계는 영혼의 아버지인 신과의 관계로 이어졌습니다. “하나님은 저를 아무 말 없이 푸른 초원 위에 던져놓고 방목하셨어요.” 인간은 길들여져야 안심이 되는 동물이지만, 동근이는 ‘자유인’입니다. 그는 누구의 ‘나와바리’에서도 기죽지 않지요. ‘영혼의 자유’을 깨달은 자는 아무도 길들일 필요 없고, 누구에게도 길들여지지 않아요.

승우는 어떻습니까? “육신의 아버지의 부재로 나의 아버지는 하나님이 유일하세요. 저는 매 순간 신을 찾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승우는 아빠 대신 하나님께 떼를 썼죠. “이거 하게 해줘, 저거 하게 해줘~. 저는 어린시절부터 신을 ‘아빠’라고 불렀어요.”

처음엔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기도했지만 뮤지컬 〈돈키호테〉에 출연한 누나를 본 다음부터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속삭였어요. “하나님, 나 배우 시켜주면 더 열심히 믿을게요.” 기도는 응답을 받았습니다. 스무살이 되던 해 소년은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츈향뎐〉이라는 영화의 오디션을 봤습니다. 대한민국 대표감독 임권택의 손에 이끌려 처음 길 위에 나온 청년은 처음엔 복건을 쓰고 ‘이리 오너라~’를 외쳤습니다.

승우에게 감독은 믿고 따라야 하는 아버지와 같았습니다. 그가 아버지 같은 임권택 감독과 두 번째 영화 〈하류 인생〉을 찍던 그 해에, 동근이도 형처럼 따르는 동향(제주도)의 양윤호 감독과 〈바람의 파이터〉를 찍었습니다. 〈하류 인생〉과 〈바람의 파이터〉에서 두 청년은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울분에 찬 채로 허공에 발차기를 했습니다. 승우는 “누가 나에게 하류라고 말해도 좋다. 한번 사는 인생 후회는 없다” 라고 격렬하게 투쟁했습니다. 동근이는 ‘나는 싸우는 것이 두렵다. 맞는 것이 두렵고, 지는 것이 두렵다. 바람의 소리가 들린다. 내 안에서 바람처럼 불고 있는 두려움과 공포의 소리’라고 속삭였습니다. 발차기를 할 때 승우는 ‘장군의 아들’ 김두한 같아 보였고, 동근이는 재일 격투기 선수 추성훈처럼 보였어요.

그렇습니다. 승우는 뜨겁고 격렬한 폭포 같고, 동근이는 쿨하고 초연한 바람 같습니다. 물살과 바람을 바꿔 동근이에게 〈하류 인생〉을, 승우에게 〈바람의 파이터〉를 연기하라고 했다면 지각대변동이 일어났을 겁니다. 승우가 자폐아 소년으로 나와 말랑말랑한 엿가락처럼 연기했던 〈말아톤〉은 좀 예외지만요. 만약 동근이가 〈말아톤〉을 했다면 리얼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을지도 모르겠어요.





〈퍼펙트 게임〉에서 동근이와 승우는 최동원과 선동열이라는 전설적인 투수의 이름으로 만났습니다. 부산 사나이와 광주 사나이는 80년대 지역 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 각 지역의 최전방 전사였죠. 홀로 마운드에 서서 포효하는 외로운 사자. 경상도와 전라도의 이름을 건 명예의 혈투. 그러나 라이벌이긴 해도 최동원과 선동열은 우정과 스포츠를 아는 멋진 사나이들이었습니다. 승우와 동근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죠. “최동원이 어떤 남자였냐구요? 불 같은 성격의 외골수였고 인간적인 정의파였지요. 그 자신은 에이스로 살아서 돈과 명예를 이룰 수 있었지만, 가난한 후배들의 생계 보장을 위해 앞에 나서서 노력했던 분이에요. 그래서 강성이라고 위에서 오해를 받았어요. 결국은 전성기 때 20승씩 하던 분이 삼성으로 트레이드 돼서 2년 만에 은퇴식도 없이 내려왔어요. 가슴 아픈 일이죠.”-승우

승우는 최동원을 실제로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촬영이 끝나고 시사회에 초대하려고 별렀는데, 그 사이에 굴곡진 인생을 산 야구계의 거인은 운명을 달리했지요. “옛날 사진을 보면 그분은 항상 야구하는 후배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어요. 후배들에게 안겨 있거나 후배를 안아주거나… 선동열은 그 중 가장 아끼는 후배였어요.”

승우는 어린 시절에 투수가 꿈이었던 아마추어 야구인이지만, 동근이는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야인입니다. 온몸의 피를 토하듯 스트라이크존을 향해 공을 던지는 투수보다 차라리 말을 타고 달리는 기수가 더 어울리는 동근이입니다. 동근이는 영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지금도 자신이 야구 게임에 어울린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저는 승부욕 자체가 없어요. 이기려고 ‘윽~’ 이러는 게 더 힘들고 어색해요. 지면 지는 거죠, 뭐. 경쟁사회라고 다들 너무 열심히 하려는 거아냐? 이런 생각도 들고. 그런데 또 그런 열정적인 느낌, 그때 뿜어 나오는 에너지는 아름다워 보여요.” 그런 그도 선동열을 좋아합니다. “선동열이 어떤 남자냐? 쿨한 남자예요. 87년에 그런 감성이 있었다는 게 신기해요. 최동원이 진지하고 핫하다면, 허허실실하는 선동열은 쿨하죠.” 선동열이 어떻게 쿨할 수 있었을까요? 그는 통상 방어율 1.9를 자랑하는 천재였답니다. 왠지 동근이와 좀 비슷한 냄새가 나지 않나요?

핫한 최동원과 쿨한 선동열이라… 두 사람의 야구 게임을 떠올리면 문득 승우와 동근이가 노래하는 장면이 오버랩 됩니다. 뮤지컬 대사를 열창하는 승우와 나지막이 랩을 읊조리는 동근이. 뮤지컬 무대에 선 승우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승우는 아시다시피 노래의 명수입니다. 뮤지컬에서 그의 목청은 마치 마당 깊은 집 우물 안의 메아리 같습니다. 절벽을 타고 아찔하게 내려가다, 물 젖은 이끼처럼 아스라히 코끝이 습해지는 그런 신비의 동굴! 소극장 뮤지컬 〈의형제〉를 시작으로 1인 2역을 하며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청년은 〈맨 오브 라만차〉로 뮤지컬 대상을 받고, 〈헤드윅〉과 〈지킬 앤 하이드〉로 관객을 압도하고, 〈조로〉로 절정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와이어, 플라잉, 검술, 발차기, 구르기, 점프, 턴, 로프 타고 내려오기… 몸은 멍 투성이지만 굉장히 신이 나서 뛰어다닙니다.

〈조로〉는 너무 재미있어서 일주일에 세 번 공연하는 게 아쉬울 정도죠.” 목청만큼이나 승우는 뜨거운 남자입니다. 〈타짜〉에서 멋쟁이 백윤식 선생이 그랬다죠. “승우가 이제 제대로 사내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구만.” 자신감으로 온몸이 충전된 남자, 승우의 연기에 짱짱한 파워가 느껴지지요? 그는 타고난 액션 배우입니다. 몸의 액션뿐 아니라 말의 액션도 뛰어난 배우. 승우가 상황을 리드하는 액션 배우라면 동근이는 상황을 흡수하는 리액션 배우죠. 승우가 연기를 ‘연기답게’ 잘 한다면 동근이는 연기를 ‘연기스럽지 않게’ 잘 합니다. 승우의 연기를 볼 때 우리는 몸을 앞으로 세우고 집중하고, 동근이의 연기를 볼 때 우리는 몸을 뒤로 젖히고 미소 짓습니다.

동근이의 뛰어난 리액션 연기론엔 ‘쿨’이 한몫합니다. 쿨이 뭔가요? 전통적으로 쿨은 일종의 ‘생존을 위한 마음가짐’, 불이익에 대처하기 위해 고안된 방어기제였어요. 쿨은 노예들이 우울이나 분노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주인의 모욕을 견뎌내기 위해 고안한 역설적인 초연함과 침착함의 태도였죠. “록이나 메탈은 막 이기자고 덤비는 거잖아요. 흑인 힙합은 좀뒤로 빠져서 쿨해야 어울려요. 힙합은 쿨한 자아 발현이에요. 정리되지 않은 말들을 내뱉으며 내가 이렇구나, 하고 알아가는 거죠. 그런데 전 요즘엔 힙합 안 해요. 너무 자아를 발견해서. 흐흐흐. 이제 진짜 별로 할 얘기가 없어요. 저는 지금 삶에 불만이 없어요.”

양동근이 입은 화이트 셔츠와 블랙 윙팁 앵클 부츠는 디올(Dior), 팬츠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조승우가 입은 그레이 셔츠는 우영미(Wooyoungmi), 베스트는 7+h/0, 팬츠는 빈폴 옴므(Beanpole Homme), 블랙 워커는 닐 바렛(Neil Barrett).

군대를 다녀온 후 두 청년은 더 명랑하고 인내심 강한 보통 남자가 됐습니다. 거드름이나 과장된 수줍음도 없어졌죠. 그리고 보통 우정의 소중함도 배웠습니다. 그들은 서로 친구가 되기로 한듯합니다. “동근이랑 친해져야겠다, 저놈은 내 친구다!”라고 승우는 탄성처럼 내뱉습니다. 승우는 동근이에게 국내 배우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다국적 이미지를 봤습니다. “동근이에겐 외국 배우의 포스가 나와요. 저 친구의 제스처, 마인드, 연기 스타일 다 좋아합니다. 꽃미남도 아니고 키가 훤칠하지도 않은데 매력으로 똘똘 뭉쳐 있어요. 저 친구가 우리나라에 존재한다는 게 자랑스러울 정도예요.” 승우는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동근이를 보고 “저 친구, 물건이구나!” 했답니다.

동근이는 아무에게나 친구 카드를 나눠주지 않았습니다. 친구가 뭔가요? 친할 친, 오래될 구! 사실 과장된 친한 척 몇 번으로, ‘친구 행세’를 시작하는 패션계의 패스트 프렌드십이 얼마나 화끈거리던가요. 알다시피 그건 다 이해 관계가 얽힌 쇼비즈니스잖아요. “몇 번 봤는데 친구라고 하는 건 거짓말이에요.” 그렇다면 동근이는 우리의 승우를 친구로 생각할까요? “음… 그 친구는 좋은 사람 같아요. 그래서 친구가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한걸음 한 걸음 노력하면서.” 동근이는 배우로서 승우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의외로 영화 관람을 안 해서 영화는 〈타짜〉만 봤어요. 대신 승우의 뮤지컬을 세 편이나 봤죠. 〈헤드윅〉을 보고는 굉장한 영향을 받았어요. 뭔지 모를 짜릿한 영감을 받았죠.” 〈지킬 앤 하이드〉를 보고는 혼자서 멋있는 걸 다 한다고 생각했고, 〈타짜〉를 봤을 땐 “캬~! 쫌 하는데”라고 감탄사를 쏟아냈답니다.

두 사람이 만난 〈퍼펙트 게임〉은 그래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습니다. 최동원과 선동열의 대결만큼이나 승우와 동근이를 한 프레임에서 볼 수 있다는 건 큰 기쁨이거든요. 야구 용어로 퍼펙트 게임이 뭔지 아세요? 9회까지 타자가 1루도 밟지 못하도록 투수가 완벽히 경기를 장악해버리는 것!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최동원과 선동열은 15회 연장전까지 200개가 넘는 공을 던집니다. 팔이 빠지고 손이 찢어지도록 선의의 경쟁은 끝나지 않습니다. 야구장엔 고통의 신음 소리가 들리고, 마침내 ‘이기라’고 악을 쓰며 지켜보던 관객석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상대편을 응원하기 시작합니다. 전라도 사람들이 롯데의 최동원을, 경상도 사람들이 해태의 선동열을! 누가 이기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미 모두가 승자인 화합의 명승부. “진정한 퍼펙트 게임인 거죠.” 승우가 감격에 젖은 목소리로 웅변합니다.

촬영이 끝나고 승우는 사회인 야구단의 일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동대문에서 옷 장사하는 사람, 청계산에서 음식점 하는 사람들과 함께 팀을 이뤄 경기를 합니다. “요즘 가장 큰 기쁨이에요. 야구선수의 꿈을 이뤘거든요.” 어쨌든 그는 스트라이크의 쾌감을 아는 투수입니다. 삼진도 몇 번 잡아봤고요.

동근이는 드디어 야구에서 떠나 자유를 찾았습니다. 그는 ‘천재 투수’가 아닌 ‘천재 인간’이 되고 싶었습니다. 끝없는 경쟁과 라이벌에 의해 존재를 확인시키는 신자유주의 시대, 유유하게 자신만의 속도로 달리는 천재 인간 양동근. 1승 1무 1패로 기록된 최동원과 선동열의 승부처럼 승우와 동근이의 승부도 계속 될 것 같군요. 때로는 뜨겁게, 때로는 차갑게!

조승우가 입은 카키색 티셔츠는 7+h/0, 와일드한 코트는 카이아크만(Kai-aakmann), 블랙 가죽 베스트는 타임(Time), 데님 팬츠는 캘빈 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블랙 부츠는 캠퍼(Camper).

양동근이 입은 메탈릭한 니트 후드 풀오버는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블랙 레더 롱 트렌치코트는 제이미앤벨(Jamie&Bell), 팬츠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부츠는 발리(Ba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