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백스테이지에서 채집한 헤어 트렌드

2016.03.17

by VOGUE

    백스테이지에서 채집한 헤어 트렌드

    패션 위크 때마다 백스테이지를 누비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귀도, 유진, 존 레이먼, 그리고 빌 왓슨. 세계적인 헤어 아티스트들이 꼽은 봄 시즌 헤어 트렌드와 최고의 백스테이지 헤어 스타일은?

    CREATIVE SCULPTURE

    “이번 시즌처럼 의상 자체가 무척 많은 것을 표현할 때는, 헤어는 그 자체로 하나의 룩이 되는 깔끔하고 정제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조각한 듯 흡사 건축적인 느낌마저 들게 하는 디자인과 텍스처에 집중했죠. 이는 기존의 헤어 드라이어로 대충 말린 듯한 쉽고 편안한 스타일에 대한 반발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머리 끝을 조형적으로 말아 넣은 질 샌더 쇼, 사각으로 봉긋 솟은 앞머리와 원뿔 모양으로 흘러내리는 포니테일의 파코 라반쇼, 조각한 듯한 앞머리가 특징인 하이더 아크만 쇼, 땋은 머리를 비대칭 장식처럼 사용한 안토니오 마라스 쇼 등을 보면 유진 슐레이만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장 폴 고티에 쇼에 대해 유진 슐레이만(Eugene Souleiman)은 “지나치게 완벽하죠. 마치 외계에서나 볼 듯한 디자인 아닌가요?”라며 자화자찬했을 정도. 그렇지만 웰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쇼는 바로 이세이 미야케 쇼였다. “이 쇼는 식물과 루마니아 조각가 브랑쿠시’를 테마로 합니다. 우리는 머리카락을 사용해 튤립 봉오리 모양 헤어 스타일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죠. 컨셉추얼하고 대담하면서 아름다운 소녀의 옆모습에서 브랑쿠시가 조각한 동상의 일부를 느낄 수 있습니다.”

    FINE TEXTURE

    세계적인 헤어 아티스트이자 레드켄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를 맡고 있는 귀도 팔라우(Guido Palau)는 이번 시즌 헤어 트렌드에 대해 “많은 쇼들이 ‘내추럴 뷰티’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해석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 도시마다 뚜렷한 개성을 보여주었는데, 뉴욕에서는 보다 캐주얼하고 스포티한 헤어를, 밀라노에서는 매우 풍부한 감성을, 파리에서는 조금 실험적인 스타일을 보여주었죠”라고 말했다. 방금 해변에서 걸어 나온 듯 축축한 머리카락을 질끈 묶은 디젤 쇼, 가운뎃가르마를 중심으로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끝부분만 살짝 말아 넣은 알베르타 페레티 쇼, 귀도의 표현대로라면 “섹시함, 여름철의 더위, 그러면서 심플함”을 동시에 지닌 보테가 베네타 쇼 등, 이 스타일은 자연스럽지만 텍스처에 변화를 줘 움직임이 살아나게 연출하는 것이 포인트다. 알렉산더 왕, 랑방, 이브 생 로랑 쇼도 비슷한 맥락인데, 특히 발렌시아가 쇼의 헤어 스타일은 거친 텍스처를 살려 내추럴하지만 터프하고 무심한 듯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WAKEUP AND GO

    아베다 키 아티스트 존 레이먼(Jon Reyman)은 이번 시즌 가장 추천하고 싶은 헤어 스타일로 ‘부스스하지만 형태감 있는 룩’을 꼽았다. “물에 푹 젖은 듯 윤기가 나고 깨끗하게 정돈된 스타일이 주를 이루긴 했지만, 헝클어진 듯한 텍스처 역시 여전히 건재했습니다. 맨디 쿤, 질 스튜어트, 비비안 탐 등의 쇼가 그랬죠.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스타일은 ‘웨이크업-앤드 고(Wakeup and go)’ 스타일이에요. 이는 이번 시즌 여자들이 새로운 룩을 연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죠. 제 생각에 헤어 텍스처는 여전히 헝클어지고 부스스하지만 헤어 스타일 자체는 좀더 의도적으로 정돈된 모양이 유행할 것 같습니다. 마치 펜디 쇼처럼 말이죠.” 그는 이번 시즌 가장 인상 깊었던 헤어 스타일로 제레미 스콧 쇼를 꼽았다. “유진이 스타일링을 담당했는데 돼지꼬리처럼 삐쭉 삐져나온 포니테일, 정수리 부분을 한껏 부풀린 푸프 스타일은 데이지 듀크의 카우걸 이미지를 연상시켜 무척 재미있었어요.”

    VARIOUS TIED UP

    토니앤가이 인터내셔널 아티스트 빌 왓슨(Bill Watson)은 이번 시즌은 긴 머리를 그냥 두는 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꼬고, 묶고, 나눠서 연결하는 등 온갖 기교를 부린 묶은 스타일이 올 시즌 대세였다는 것. “특히 1960년대 스타일을 반영한 묶은 머리들이 유행할 것으로 예상돼요. 프린트가 강했던 만큼 어깨로 머리가 치렁치렁 내려오는 건 예뻐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머리를 묶은 후 위쪽으로 올려 모양을 만들거나, 땋아서 깔끔하게 정리하는 방법을 트렌드로 제시했죠.” 길고 강렬한 포니테일을 완성한 도나카란 쇼, 깔끔하게 묶은 후 포니테일의 꼬리를 머릿속으로 말아 넣은 구찌, 일본 스타일의 포니테일을 선보인 에밀리오 드 라 모레나 쇼, 땋은 머리를 월계관처럼 장식한 발렌티노 쇼, 묶은 머리를 핀으로 돌려 말아 깔끔하게 정리한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쇼 등 이번 시즌은 그야말로 묶고 땋기의 종결판이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스타일은 단스 라 비 쇼였습니다. 포니테일을 가볍게 변형시켜 깔끔한 업스타일로 연출했는데,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고, 다른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이 가능한, 영감을 주는 스테이지였다고 생각해요.”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이화진
      포토그래퍼
      JAMES COCHRANE, courtesy of redken, tony&guy, av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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