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콘서트와 톱모델들의 포복절도 패션 풍경 1

<개그 콘서트>는 13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웃음의 올림픽!〈보그〉가 지금 가장 핫한 코미디쇼 현장에 패션 카메라를 들이댔다. 김준호부터 최효종까지 50여 명의 톱 개그맨들과 톱 모델이 만나 기상천외, 포복절도할 패션 풍경을 만들어냈다.

꺾기도 왼쪽 모델의 레이스 원피스는 미우미우(Miu Miu), 펌프스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오른쪽 모델의 비즈 장식 점프수트는 펜디(Fendi), 펌프스는 꼼뜨와 데 꼬또니에(Comptoir des Cotonniers). 다람쥐 인형들은 한사 토이(Hansa Toy). 김준호의 슬리브리스톱은 재희 신(Jehee Sheen), 슈즈는 레페토(Repetto). 홍인규의 가운과 팬츠는 엠비오(Mvio), 로퍼는 긱샵(Geekshop). 이상민과 이상호의 티셔츠는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팬츠는 지오 송지오(Zio Songzio), 스니커즈와 시계는 아디다스(Adidas), 반지는 엠주(Mzuu).

<개그 콘서트> 녹화장인 KBS 신관 IBC홀 분장실에 들어서자마자 보게 되는 것은 대본을 들고 과장된 분장을 한 채 서성이는 ‘순진한’ 얼굴의 개그맨들이다. 좁은 공간에 꽉 들어찬 아홉 가족과 이웃집 뚱보 아저씨가 만들어내는 캐릭터 슬랩스틱 ‘풀하우스’팀의 왁자지껄 하모니, 콩트개그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감수성’팀의 코믹한 가장행렬, 자아도취와 반전의 호통개그를 섞은 ‘네가지’팀의 목소리가 각각 진지한 데시벨로 복도에 퍼지는 가운데 분장실 한쪽에선 요즘 뜨는 미녀 개그맨 신보라가 모자를 쓰고 랩을 연습 중이다. 최종 리허설 현장에서 개그맨들은 ‘웃음’의 의사결 정권자인 서수민 PD와 ‘웃기는 데는 도가 튼’ 동료 경쟁자들 앞에서 즐겁게 연기 중이다. “이 친구들은 웃길 수만 있다면 부모 자식이라도 팔 수 있어요”라고 이 광경을 즐겁게 감독하는 서수민 PD는 말한다. 이들의 모든 일상은 남을 웃기기 위한 전초전이다. 그들은 웃기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웃길 수만 있다면 터지기 직전까지 살을 찌우고, 초인적으로 기예를 연마하고, 장렬하게 자신을 까발린다. 나는 그것을 ‘데드라인에 선 웃음의 오디션’이라 부르고 싶다. 그리고 코미디쇼의 현장 밖에는 새벽부터 그들을 보기 위해 줄을 선 관객의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기계처럼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던 이 땅의 모든 ‘감정노동자들’이 벌이는 웃음의 성지순례랄까. <보그>가 <개그 콘서트>를 찾은 이유는 그 때문이다. 자조적인 헛웃음과 시니컬한 비웃음만 가득한 사회에서 ‘순수한 폭소’를 만들어내는 웃음의 이야기꾼을 위한 패셔너블한 리스펙트. 이름하여 ‘하이패션과 하이코미디의 만남’이란 콜라보레이션 화보를 기획한 것. 그동안 <보그>는 놀라운 친화력으로 태릉선수촌의 운동선수들과 예술가들의 작업실, 뮤지션들의 공연 무대를 찾았으니, 이번엔 개그맨들의 코미디 스테이지로 침투해볼 차례. 오뜨 꾸뛰르 스타일로 차려입은 대한민국의 톱 모델들이 ‘풀하우스’의 단칸방과 ‘사마귀 유치원’의 놀이터, ‘비상대책위원회’의 육본 사무소로 쳐들어 가면 개그맨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이패션과 유머의 시너지가 대단하겠지!

그렇게 <개콘>의 감독이자 KBS 개그맨들이 마음으로 믿고 따르는 여성 리더 서수민 PD의 일사불란한 지휘로 방송국 장소 사용 문제들과 과부하된 코너 캐스팅을 하나씩 해결해 갔다. 가장 인기 있는 코너 10개를 추리고, 전체 100여 명의 개그맨들 중 화보에 참여 할 개그맨 50명을 선정하는 건 즐거운 고역. 신체 사이즈가 제각각인 그들의 옷을 준비하는 것도 어마어마한 일이었지만, 더 중요한 건 그들의 실제 캐릭터 코스튬에서 영감을 받은 하이패션적인 스타일링 위트! <개콘> 화면을 프린트한 시놉시스를 두고 몇 번의 사전 미팅을 거듭하는 동안, 서서히 그림이 조형돼 갔다. 그렇게 해서 4월의 마지막 녹화가 있는 오늘, KBS IBC홀의 메인 로비에 사상 초유의 거대한 패션 세트가 세워졌다. 5m가 넘는 두 개의 가벽, 커튼 홀과 빈티지 벽, 실제 사이즈 그래픽 프린트와 그래픽 아티스트까지 동원된 어마어마한 세트였다. 별도로 공수한 분장 거울만 10개, 20개의 의상 레일과 구두, 액세서리 테이블로 방송국 로비가 꽉 들어찼다.



풀하우스 왼쪽 모델의 비즈 롱 드레스는 랄프 로렌(Ralph Lauren), 샌들은 프라다(Prada), 오른쪽 모델의 비즈 자수 드레스와 벨트는 랄프 로렌, 스트랩 힐은 지미 추(Jimmy Choo). 정승환의 민트색 톱은 C.P Company. 이승윤의 체크 셔츠는 니나 리치 멘(Nina Ricci Men), 네이비 블레이저는 발리(Bally), 오렌지 쇼츠는 CP Company, 로퍼는 아디다스. 정경미의 니트 원피스는 미쏘니(Missoni), 슈즈는 H&M, 네크리스는 롤립스(Rollips).

드디어 아침 7시가 되자 하나둘씩 개그맨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풀하우스’팀의 막내 멤버로 노란 체육복을 입은 어린 ‘뚱보’ 김수영과 교복 차림의 정승환. 원래 씨름선수였다가 강호동을 좇아 개그맨이 된 김수영과 오디션장에서 고배를 마시다 서른에 개그맨이된 정승환은 선배들을 대신해 자신들이 들어갈 박스의 사이즈를 가늠하고 있다. “ ‘풀하우스’ 가족들은 3분 안에 치고 빠지는 드라마를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반항아로 갈등을고조시키고 엔딩을 치는 역할이죠.”-정승환. “지금 유민상 선배를 따라잡으려고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돼지 캐릭터를 살려 계속 웃겨드릴게요.”-김수영.

‘풀하우스’는 독한 선배들에게 당하는 순한 후배였던 ‘분장실 강선생’ 출신 정경미의 경험과 아이디어에서 나온 하우스코미디다. “4남매가 단칸방에 살고 사촌오빠가 다락방에서 더부살이하던 어린 시절 경험을 떠올렸어요. 좁은 공간에 통통한 아이들이 있으면 재밌겠다 싶었죠. 유민상 씨와 아이디어를 짜고 후배들을 잔뜩 끌어모았어요.” <보그>는 이젠 진짜 엄마가 된 것 같다는 정경미에게 컬러풀한 미쏘니 니트 원피스를 입혀주었다. 프랑스의 철학자 베르그송의 말처럼 웃음은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고 그래서 좋은 코미디는 사회의 테두리를 벗어난 사람들을 무리 안으로 다시 불러들인다. 넉살 좋은 이웃집 아저씨였던 뚱보 유민상까지 비좁은 ‘풀하우스’ 안으로 들어오자 드디어 <보그>식 보디 슬랩스틱이 시작됐다. 8등신 꺽다리 톱 모델 이혜정과 이현이가 밀어도 꿈쩍 않던 박스 세트가 개그 가족의 기우뚱 한 번으로 쓰러질 뻔했다. 맙소사!

비상대책위원회 모델의 견장 달린 네이비 재킷과 쇼츠는 에피타프(Epitaph), 화이트 셔츠는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 스트랩 플랫폼 힐은 셀린(Céline), 병정 모자와 러플 장식은 제이미앤벨(Jamie&Bell). 김준현의 시계는 위우드(Wewood). 송병철의 톱은 재희 신(Jehee Sheen), 가죽 팬츠는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 앵클 부츠는 토즈(Tod’s), 시계는 벨앤로스(Bell&Ross), 모자에 장식한 브로치는 라 베트리나(La Vetrina). 김원효의 블랙 슈즈는 토즈, 팔찌는 HR, 반지와 와펜은 제이미앤벨.

무도의 달인인 ‘꺾기도’ 멤버들을 위해서는 체육관 세트가 마련됐다. 철봉과 매트 위에선 그들은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온갖 슬랩스틱을 선보였다. 그들은 마치 생일 파티에 초대된 과잉행동장애 아이들처럼 굴었다. 그리고 서로를 좋아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입에서 다람쥐가 튀어나오고, 귓가엔 요들송이 울려 퍼지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면 하나님도 웃음을 참지 못해 깔깔대는 듯하다. ‘아아… 하나님, 너무 재밌어요. 도대체 어떤 마력이 이토록 소박한 사람들을 이토록 배꼽 빠지게 만드는 걸까요?’ 마음과는 달리 그들을 자제시키기 위해 여기저기 다람쥐 소품을 얹었다.

애정남 모델의 레이스톱은 꼼 데 가르쏭(Comme des Garçons), 가죽 스커트는 이상봉(Lie Sang Bong), 페플럼 와이드 벨트는 셀린(Céline), 스트랩 힐은 구찌(Gucci), 크리스털 목걸이는 타임(Time), 진주 팔찌는 스와로브스키(Swarovski). 최효종의 체크 셔츠와 재킷은 장광효 카루소(Changkwanghyo Caruso), 보타이와 브로치는 제이미앤벨(Jamie&Bell). 이원구의 톱은 엠비오, 모자는 쥬시 꾸뛰르(Juicy Couture), 안경은 제이미앤벨, 액세서리는 모두 엠주(Mzuu).

‘꺾기도’는 가장 단순한 말의 슬랩스틱이다. “감사합니다~람쥐와 안녕하십니까~불이”로 말끝을 꺾는 개그맨들의 ‘재롱’은 진지하다가 ‘유치해지는’ 타이밍이 압권이다. 지금 ‘꺾기도’와 ‘감수성’을 이끄는 김준호야말로 신사와 바보를 오가는 <개콘>의 대표주자. 그는 일상 생활에서도 끝없이 개그를 한다. “유아 저널리스트? 아임 블랙리스트 오아 쉰들러리스트!! 노노, 테러리스트!!” 그는 이미 63명의 개그맨을 거느린 코미디매니지먼트(준호 맥과이어)의 사장이며, 현재도 M&A를 통해 우수한 연기자들을 흡수하고 있다. “내가 왕이에요. 하하. ‘감수성’을 했더니 진짜 왕이 됐죠. ‘씁쓸하구만’을 할 땐 인생이 씁쓸해졌고, ‘집으로’를 하고 나선 결혼을 했어요. 말이 운명을 만든다고, 개그맨은 자기 유행어대로 인생이 흘러갑니다.”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17년 차 개그맨 김준호는 채플린처럼 코미디 영화배우를 하려다가 개그의 장인이 됐다. 물론 그는 훌륭한 연기력을 갖춘 우리 시대의 채플린이라고 할 수 있다. “개그맨들은 스스로 연출, 기획, 작가, 연기까지 다 해내지요. 각자 사업 아이템까지 갖춘 ‘씽크 탱크’라고 할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오른쪽 모델의 화이트 블라우스와 블랙 수트는 구찌(Gucci), 블랙 펌프스는 장 미셸 카자바(Jean-Michel Cazabat). 왼쪽 모델의 화이트 점프수트와 케이프는 쟈뎅 드 슈에뜨(Jardin de Chouette), 스트랩 슈즈는 구찌(Gucci). 정태호의 레드 수트는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셔츠는 더 클래스(The Class), 벨트는 디올 옴므(Dior Homme), 보타이는 시스템(System). 송병철의 블루 수트는 반하트 옴므(VanHart Homme), 셔츠는 캘빈 클라인, 선글라스는 시세이도(Shiseido at DK), 타이는 제이미앤벨(Jamie&Bell), 로퍼는 발리(Bally). 이상훈의 핑크 수트는 반하트 옴므, 피케 셔츠는 스톤 아일랜드(Stone Island), 슈즈는 미소페(Misope), 선글라스는 헨리 홀랜드(Henry Holland), 시계는 닉슨(Nixon).

‘같기도’에 이어 ‘꺾기도’에서도 김준호와 호흡을 맞추는 홍인규는 김준호와 정반대편에서(유아적인 목소리와 마른 체구) 심약하고 섬세한 연기를 선보인다.“‘집으로’ ‘선생 김봉투’ ‘꺾기도’ 다 준호 형이랑만 했어요. 저는 아들이 둘인 가장이라 힘 있는 사람에게 붙어서 잘 비비죠. 하하.” 개그맨들을 보면서 놀라운 점은 서로의 핸디캡을 정면으로 공격한다는 점이다. 서로를 비하하고 스스로를 까발리는데 주저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웃음의 무기를 확보한다. 김준호는 그 훈련을 ‘나미다 배틀’이라고 정의했다. “자신의 슬픈 과거사를 폭로하는 연기예요. 시덕이는 엄마가 10명이었고, 홍인규는 고아원에 버려졌다가 탈출했죠. 새엄마가 아들 축의금을 강탈한 클라이맥스로 인규는 나미다 배틀의 승자가 됐어요. 개그맨은 황현희처럼 부잣집 아들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고난을 이기고 웃음을 쟁취한 사람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