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을 위한 샐러드 가이드

대지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머금고 있는 신선한 채소가 우리 몸에 얼마나 좋은지는 모두가 아는 상식. 하지만 당장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채소가 무엇인지, 어떤 조합으로 샐러드를 만들어야 당신 몸에 가장 좋은지 알 수 없다면? 여름철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를 중심으로 알아본〈보그〉의 샐러드 가이드!



아침엔 베이컨, 점심엔 뚝배기불고기, 저녁엔 삼겹살. 육식주의자인 내 배꼽시계는 밥 때가 되면 꼬르륵 신호를 보냈다. ‘소화 다 됐으니 어서 빨리 고기를 드세요!’ 이 습관의 문제점은 매 끼 고기를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초록 군단들을 아예 멀리한다는 데 있었다. 각종 요리에 들어간 버섯, 양파, 피망, 파, 파프리카, 깻잎 모두를 낚시하듯 건져내는 유아적인 입맛 때문이다. 어릴 적 아빠에게 숟가락으로 얻어맞기도 여러 번. 어른이 돼서도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비롯한 지인들은 함께 식사할 때마다 내게 걱정 어린 눈빛을 보냈다.

그러던 내가 채소와 과일을 찾기 시작한 건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건 아니었다.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에 입맛을 다시는 과거의 내 모습에서 좀 벗어나고 싶었달까. 때마침 한 달간 리프레시 휴가를 내게 됐고, 몸도 마음도 새롭게 리프레시 할 겸 채식과 친해져 보기로 했다. 내 생활은 매일 아침 달걀 프라이를 만들고 베이컨을 굽던 모습에서 양상추를 씻고 파슬리를 다듬고 파프리카와 오이를 썰어 넣은 샐러드로 식사하는 혁신적인 모습으로 바뀌게 됐다. 이런 문맥이라면 다음 문장은 이래야 적당하다. ‘와우! 기적이 일어났다. 몸과 마음이 몰라보게 가벼워졌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한 일주일쯤 투명한 샐러드 볼 한 가득 채소와 함께 매일 아침을 맞이했을까? 갑자기 육식 위주의 식단을 채식 위주로 전환하니 몸이 먼저 반응했다. 물론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우선 코주변과 이마, 그리고 머릿속까지 뾰루지 같은 여드름이 수없이 올라왔다. 피부가 어찌나 안 좋아졌던지 뷰티 에디터라는 직업이 무색할 정도였다. 하지만 10일 정도가 지나자 위장이 훨씬 편안해졌고(조금만 춥거나 예민하면 화장실로 직행하는 과민성대장증후군도 없어졌다), 3주 후부턴 변 색깔이 그야말로 황금색에 가까웠다. 변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딱딱하고 거무튀튀한 변은 화장실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그렇게 두 달이 지났을까, 불현듯 풀밭 같은 아침식사가 재미 없어졌다. “만일 녹색 채소의 냄새가 베이컨만큼 좋아진다면 기대 수명은 급속하게 늘어날 것이다”라던 칼럼니스트 더그 라슨의 말에 절실하게 공감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뭘 먹을까?’ 늘 즐거운 고민을 했었는데, 매일 비슷한 조합의 샐러드를 먹자니 제아무리 신선한 재료들도 지겨워졌다. 드레싱을 바꿔도 별반 다르지 않자, 결국 변화가 절실해졌다. 게다가 이 영양소가 내게 적합한 것인지, 유독 피곤한 날에는 더 특별한 샐러드 레시피가 필요한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 몸을 살리는 녹색 에너지 푸성귀>라는 책을 쓴 빅토리아 부텡코 역시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 같다. 생식으로 가족들의 식습관을 바꾼 그는 갑자기 흰머리가 나는 상황에서 ‘뭘 먹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그래서 찾아 나섰다. 무더운 여름 날 지친 하루의 에너지를 보충해주면서도 날씬한 보디 라인과 깨끗한 피부까지 선사해줄 샐러드를!

낮에는 에너지 업! 밤에는 불면증을 잠재워라

무더운 여름철이 더 힘겨운 이유는 땀을 많이 흘리면 비타민과 전해질이 일시적으로 많이 빠져나가면서 쉽게 피로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타민과 수분을 듬뿍 함유한 채소와 과일로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이 무더위를 이기는 비법! 더위를 잠재우는 데는 뭐니 뭐니 해도 팥빙수가 최고라고? “입맛이 없다고 설탕을 필요 이상 섭취하면 소화관 안에 있던 수분이 급속하게 흡수돼 오히려 탈수가 심해집니다. 이럴 때는 산도가 있는 과일이나 수분을 많이 함유한 채소들을 먹으면 갈증과 더위를 이길 수 있습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조애경 원장의 조언이다. 그러니 푸릇푸릇한 녹색 채소들을 가득 깔고 그 위에 여름 제철 과일인 복숭아, 참외나 수분 가득 머금은 오이, 토마토로 과일 채소 샐러드를 해먹으면 어떨까? 하지만 막상 마트에 가보면 수많은 유기농 초록 채소들 앞에서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우선 어떤 샐러드거리를 고르든 색이 짙고 잎이 신선한지 확인하고, 시들시들하거나 색이 연둣빛으로 변했다면 일단 피하는 것이 좋다. 땀을 많이 흘려 입맛까지 잃었다면 식감을 자극하는 녹색 채소가 제격일 텐데, 셀러리와 치커리가 대표주자! 치커리는 인티빈이란 성분 때문에 쌉쌀한 맛이 나는데, 입맛을 돋우고 소화를 촉진시켜준다. 그리고 셀러리는 향이 강하긴 하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체내의 열을 식히고 두통을 개선한다니 샐러드에 꼭 포함시키자. 그런가 하면 열대야가 시작되는 7월에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신기하게도 상추 한 접시를 가득 먹은 날에는 잠이 솔솔 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데, 이는 상추에 함유된 진정&최면 성분 때문. 또한 깊은 ‘램 수면’에 다다르려면 트립토판이라는 필수 아미노산이 꼭 필요한데, 이 성분은 뇌신경 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만들어내므로 숙면과 신경안정에 도움이 된다. 흔히 트립토판은 치즈, 우유, 요구르트, 땅콩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으니 샐러드 드레싱에 유제품을 넣거나 땅콩을 토핑으로 활용해 샐러드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 참고로 수박이나 멜론 같은 과일은 이뇨 작용이 있어 새벽에 단잠을 깰 수 있으니 저녁에는 피할 것!

QUICK RECIPE 아침식사와 저녁식사용으로 각각 샐러드 채소를 다르게 선택한다면, 낮에는 에너지 넘치게, 밤에는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채소 소믈리에이자 <채소로 쿡해> 저자인 김은경이 제안하는 모닝&이브닝 샐러드!
1. 검정 올리브 10알, 달걀흰자 1개, 올리브유 3큰술, 발사믹 2큰술을 혼합해 샐러드 드레싱을 만든다.
2. (아침)수박, 치커리, 겨자 잎, 오이, 셀러리 등을 기호에 따라 선택한다.
3. (저녁) 토마토(밤에 먹으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다), 로메인상추, 적상추 등을 선택한다.

다이어트 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충전하라

코앞으로 다가온 여름 휴가가 달갑지 않은 것은 복부와 허벅지를 두텁게 감싸고 있는 셀룰라이트 때문일 것이다. 급한 마음에 굶어서 그런지 기운이 없고 작은 일에 쉽게 짜증내기 일쑤인가? 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칼로리를 줄이기 위해 영양의 불균형이 오기 쉬운데, 특히 골밀도가 낮아지는 불상사가 올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이가 들어 골다공증을 호소할 수 있으니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칼슘과 마그네슘 섭취엔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이 좋겠다. 칼슘 하면 우유나 치즈, 멸치를 떠올리겠지만, 사실 브로콜리나 케일에도 칼슘이 풍부하다. 특히 브로콜리는 알파리포산이라는 성분이 풍부해 설탕이 글리코겐으로 굳어지는 것을 막아주니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금상첨화(참고로 브로콜리는 끓는 물에 푹 삶아 찬물에 헹구면 영양소가 빠져 나가니 살짝 데친 후 물에 헹구지 말고 체로 건져 그대로 식힌다). 마그네슘은 엽록소의 구성 원소이니 녹색잎 식물은 마그네슘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적상추, 청경채, 배추, 트래비소, 근대 등 다양한 채소를 활용한 샐러드에 마그네슘이 풍부한 견과류, 씨앗 등을 토핑으로 뿌려 먹으면 마그네슘 섭취는 충분할 듯!

또한 다이어트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비타민 B군의 충분한 섭취다. 비타민 B군은 에너지와 관련 있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모든 대사 과정에 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비타민 B군이 부족하면 지방을 연소시키는 과정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므로 힘들여 다이어트 하면서도 헛고생 할 수 있다. 비타민 B군이 풍부한 식품은 정제되지 않은 곡물, 콩, 녹황색 채소, 고구마, 브로콜리, 버섯 등등. 단, 동물성 단백질과 함께 먹어야만 체내에 흡수되며, 항생제나 술 등을 함께 먹거나 공복에 먹어도 흡수율이 떨어지니 참고할 것! 또한 다이어트나 과도한 운동 때문인지 눈밑 근육이나 팔다리가 떨린다는 이들도 많다. 이는 칼륨이 부족하다는 신호인데, 멜론, 토마토, 물냉이, 각종 채소의 잎, 바나나, 해바라기 씨 등을 챙겨 먹으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엔 한방 다이어트도 인기인데, 한약재로도 사용되는 율무, 마, 연근 등으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으면 몸매 관리에 효과적일 것이다. “율무는 부종을 가라앉혀주고, 연근은 어혈을 제거하고, 마는 비위와 장을 건강하게 해 몸의 신진대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강동 경희대 한방병원 송미연 교수는 다이어트할 때 혹시 단백질 섭취가 부족할 수 있으니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두부나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잣을 함께 먹길 권했다.

QUICK RECIPE 송미연 교수가 제안하는 다이어트용 ‘두부 율무 샐러드’.
1. 잣, 검은깨, 아몬드, 간장 2큰술, 올리브 3큰술로 드레싱을 만든다.
2. 율무는 1시간 가량 충분히 불린 후 익히고 물기를 제거한다.
3. 마를 1cm 정도로 썰고 방울 토마토는 반으로 자른다.
4. 두부를 자른 다음 올리브유를 두르고 살짝 부친다.
5. 두부, 마, 방울 토마토, 율무에 드레싱을 뿌리면 완성! 기호에 따라 오이나 새싹 채소를 추가해도 좋다.

칙칙하고 축 처진 피부를 되살려라

자외선 차단제도 꼼꼼히 바르고 틈만 나면 그늘에 몸을 피해 보지만 메이크업을 말끔히 지운 저녁이면 망연자실한 순간을 맞닥뜨리곤 한다. 주근깨, 기미와 잡티를 비롯해 햇볕으로 인한 노화의 흔적 때문이다. 이럴 때 꼭 필요한 것이 비타민 C. 강력한 항산화제로 화이트닝 케어의 기본이다. “비타민 C가 부족하면 피부가 칙칙하게 보일 뿐 아니라 탄력도 잃게 되는데, 그 이유는 비타민 C가 콜라겐을 합성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타민 C의 결핍은 면역기능을 약화시켜 감기 같은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마리 클리닉 이은정 원장의 조언이다. 오뉴월 여름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면 비타민C를 충분히 섭취해 면역력을 강화에 힘쓰라는 이야기다.

비타민 C는 아스코르빈산이라 불리는 수용성 비타민으로 식물의 광합성에 필요하기 때문에 초록색 잎에 많은데, 파프리카, 피망, 파슬리, 콜리플라워 등이 대표주자. 또한 블루베리, 체리, 레몬, 파인애플 등 과일 종류에도 풍부하다. 채소 소믈리에 김은경의 파프리카 예찬론을 한번 들어볼까? “파프리카는 비타민 C 함량이 딸기의 4배, 토마토의 5배, 레몬의 2배에 이릅니다. 파프리카의 독특한 식감이 싫다면 참외와 함께 먹으면 훨씬 부드럽게 느껴질 겁니다. 빨간 파프리카는 좀더 단맛이 강하고, 칼슘이 조금 더 풍부한 노란 파프리카는 새콤한 맛이 더 있어요.” 참고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나 흡연은 비타민 C를 지속적으로 파괴시킨다. 어차피 수용성 비타민 C는 체내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소변으로 배출되니 여름철엔 특히 충분히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피부 미용을 위해서라면 비타민 C 외에 비타민 E, 셀레늄 등의 성분도 들어 있는 샐러드를 만들어보자. 피부의 노화를 예방하는 비타민 E는 식물성 기름에 많이 함유되어 있으니 샐러드 드레싱을 만들 때 올리브유나 대두유, 옥수수유를 첨가하고, 셀레늄은 해산물, 참치, 양파 등에 풍부하니 샐러드 토핑으로 연어나 참치 등을 활용하면 좋겠다.

QUICK RECIPE 채소의 독특한 식감 때문에 비위가 상하는 샐러드 초급자라면 맛과 영양을 동시에 고려한 주스가 해답이 될 것이다. 채소 소믈리에 김은경이 제안하는 건강한 피부를 위한 과일 채소 주스.
한 잔 기준으로 브로콜리 1/4송이(50g), 케일 5장, 사과 반 쪽을 원액기에 넣고 갈면 된다. 여전히 목 넘김이 쉽지 않다면 요구르트를 살짝 첨가하는 것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