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보컬리스트 김범수와 박정현 <1>

<나는 가수다> 의 전설이 된 대한민국 최고의 보컬리스트 김범수 와 박정현이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와 2012년의 마지막 밤을 함께할 예정이다. 물론 낭만적인 무대 위에서! <보그>와의 만남은 그 예고편에 불과하다.

레이스 장식의 튜브 드레스는 맥앤로건(Mag&Logan),여우털 코트는 퓨어리(Fury), 골드 체인 목걸이는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골드 메탈 링은 CK주얼리(CK Jewelry), 뱅글들은 스수와(Ce Soir).

<보그>의 초대를 받고 찾아온 전설의 두 주인공. 숲으로 올라가는 길목의 세트장 안은 깜짝 놀랄 쇼를 준비 중인 콘서트 리허설 현장 같다. 문틈으로 흘러나오는 황홀하게 아름다운 노랫소리는 낙엽들의 바스락거림조차 소음으로 만들어버렸다. 자,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의 아티스트를 소개합니다. 미주 순회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작은 거인 김범수, 그리고 영원한 R&B의 요정 박정현! 가창력에 대해서라면 더 이상의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이 최고의 보컬리스트들이 무대에서처럼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줄 때마다 촬영장에서는 실제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얼굴 없는 가수라는 마법에서 풀려나 마침내 왕자가 된 야수, 한 편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 12년 만에 비주얼 가수로 거듭난 김범수는 잠재된 끼를 100% 폭발시켰다. 150cm 키의 자그마한 몸 안에 거인처럼 크고 뜨거운 에너지를 품고 사는 박정현은 그녀의 노래만큼이나 극적인 변신을 이어갔다.

“오늘 정현 누나의 새로운 모습을 봤습니다. 팔색조 같은 매력이랄까?” 하지만 오늘 촬영은 앞으로의 공연에 대한 예고편에 불과하다. 두 사람은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와 2012년의 마지막 밤을 함께할 예정이다. 물론 낭만적인 무대 위에서! “합동 콘서트를 먼저 제안한 건 저였어요.” 반짝이는 드레스 차림의 박정현이 분장실 소파에 앉아 짐짓 새침한 표정을 연출하자, 김범수가 잽싸게 말을 받았다. “제가 먼저 말을 꺼내려 했는데, 새치기 당한 거죠. 아마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제가 더 컸을 걸요?”

MBC <나는 가수다>의 원년 멤버였던 두 사람이 처음 호흡을 맞춘 건, 명예졸업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하차할 때였다. 임재범 대신 김범수가 함께한 ‘사랑보다 깊은 상처’는 화제가 돼, 듀엣으로 한 광고 음악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연말 콘서트 투어에서는 서로가 아닌, 이소라, 성시경과 함께였다. “같은 도시에서 공연이 겹친 적도 많은데, 아쉽더라고요. 그때부터 생각했죠.”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서 열리는 김범수와 박정현의 콘서트, <그 해, 겨울>은 치열한 연말 공연 전쟁 속에서도 현재까지 예매율 1위다. 그리고 두 사람의 ‘올해, 겨울’은 눈 내리는 거리를 연출하기 위해 뿌린 스모그와 인공 눈 스프레이의 매운 공격으로 눈물, 콧물과 함께 시작됐다.

“와사비를 한 숟가락 퍼먹은 것 같네요. 콜록콜록.” 아코디언을 든 거리의 악사로 분한 김범수는 카메라 셔터가 터지는 동안 아예 숨을 참아야 했다. 박정현도 눈물을 글썽거린다. 문을 열자 숲속의 찬 공기가 훅 들어왔지만, 차라리 그게 나았다. 폭설이 예고된 올해는 벌써부터 한겨울 같다. 박정현이 한국을 찾은 1996년 겨울도 유난히 추웠다. 가수가 되기 위해 UCLA 영화학과를 휴학하고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까지, 스무 살의 캘리포니아 소녀에겐 한국만큼이나 겨울도 낯설었다. “영화나 책에서 봤던 그런 겨울을 그때 처음 경험한 거예요. LA는 일 년 내내 햇빛이 쨍쨍하잖아요. 크리스마스엔 수영복을 입고 해변에서 놀기도 하고. 그래서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옷도 어떻게 입어야 할지 모르겠고, 친구도 없고, 모든 게 낯설다 보니 더 춥게 느껴졌죠. 그 해 겨울엔 눈도 정말 많이 왔는데….” 그리고 98년, ‘나의 하루’가 담긴 1집 음반이 나왔다. 사람들은 그녀를 한국의 머라이어 캐리라고 불렀다.

프린트 셔츠는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가죽 베스트는 S=YZ, 벨벳 재킷은 곽현주(KwakHyun Joo), 팬츠는 잇미샤(It Michaa),귀고리는 스와로브스키(Swarovski), 포켓 치프는미우미우(Miu Miu).(오른쪽)

김범수는 그 노래들을 들으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데뷔 시기는 1년 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김조한과 함께 우리나라 R&B 가수 1세대로 자리 잡은 박정현은 당시의 그에겐 한없이 큰 존재였다. 그리고 지금은? 70년대 히피 연인처럼 페이즐리 문양의 커플 룩을 맞춰 입은 박정현은 김범수를 침대 삼아 편안하게 드러누워 잠이 들기 직전이다. “에이스 침대가 된 기분이네요.” 김범수의 자조 섞인 농담에모두 웃음이 터졌다. 사실 두 사람이 가까워진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처음 만난 건 <나가수>의 첫 녹화 때였다. 하지만 당시엔 각자의 바쁜 스케줄 때문에 회식조차 거의 함께하지 못했다. 동네가 가까운 것도 얼마 전에야 알았다.

“누나는 미식가예요. 모르는 밥집이 없고 좋은 술집도 많이 알죠. 지난번엔 압구정에 있는 평양만두집에 갔는데, 완전 별 다섯 개!” 오피스텔 지하상가의 숨은 맛집의 매운 갈비찜과 탕평채에 대한 맛 수다를 늘어놓는 귀여운 여인과 시시콜콜 맞장구를 쳐주는 유러머스한 남자. 두 사람은 묘하게 어울린다. 이미 그런 얘기는 수없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연분홍빛 기대는 공연으로만 만족해야 할 것 같다. 한때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이상형이었다는 박정현은 외모보단 마음이 통하는 누군가를 찾고 있다. 김범수의 그녀는 아마도 머나먼 정열의 땅, 쌈바의 고향에 살고 있을 것이다. “수더분하게 생긴 제 외모를 보고, 순수하고 토끼같이 생긴 여성을 좋아할 거라고들 생각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라틴 계열 여자처럼 강한 인상에 키도 크고 글래머러스한 타입에 끌려요.” 김범수의 의외적 면모는 취미 생활에서도 드러난다. 5년 전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온 그는 얼마 전부터는 크로스핏이라는 격렬한 운동에 빠졌다. 술담배 대신 선택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과 ‘어벤전스’라는 모임도 결성했다. 그들과 함께 픽시 자전거를 타고 등산도 다닌다. 그들 사이에서 김범수는 닉 퓨리로 통한다. 초능력은 없지만, 뛰어난 리더십으로 영웅들을 관리하는 총책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