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을 맞을 것인가 말 것인가!

최근 공공기관, 기업, 학교 등에서 대대적으로 독감백신을 장려하고 있다. 독감백신은 건강을 지켜주는 든든한 용병일까, 아니면 안일하게 건강을 유지하려는 현대인의 조급증을 공략한 히트 상품일까?

얼마 전 <보그> 편집부 전체가 독감 예방백신을 접종했다. “백신접종 후 고열에 시달리며 엄청 고생했어요. 독감 안 걸리려다 오히려 사서 고생한 꼴이에요.” “주사 맞은 곳이 딱딱하게 뭉쳐서 아파요. 팔을 못 올리겠더라고요.” “이틀간은 노곤하고 피곤해서 일도 제대로 못했어요.” 곳곳에서 ‘도대체 독감 백신을 꼭 맞아야하나요?’’ 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면 아버지가 의료계에 종사하는 터라 어린 시절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독감백신을 접종해온 한 후배는 “독감 예방주사는 당연히 맞아야죠. 전 매해 예방접종을 해왔고, 면역력이 강해져서인지 독감은커녕 감기도 거의 걸리지 않고 지내왔어요”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녀는 건강해 보였다.

예방의학의 발달로 다양한 백신이 개발되고 있고, 사람들은 보다 많은 질병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독감백신은 가장 광범위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접종되는 백신이다. 최근에는 우선접종 대상자가 아닌 건강한 성인이나 청소년까지 독감 예방접종이 장려되면서, 현대인들은 마치 비타민제를 사 먹듯 별 고민 없이 백신을 독감을 물리칠 용병으로 기용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독감백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독감백신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옳은 걸까?

우선 독감백신에 대해 알아보자. 독감과 감기는 다른 병이다(그래서 독감 예방접종을 해도 감기에 걸린다). 감기는 리노, 로타, 아데노, 코로나, 콕사키, 파라 인플루엔자 등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대부분 2주 이내에 저절로 호전되지만, 독감은 독감 바이러스 감염으로 39℃가 넘는 고열과 오한, 두통, 근육통, 인후통, 무력감이 발생하고, 호흡기 증상 외에 구토와 복통 등의 소화기 증상이 동반하기도 하며, 폐렴, 천식, 근육염, 심근염, 중추신경염 등의 합병증을 일으켜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합병증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50세 이상의 모든 성인, 생후 6개월~18세 미만의 모든 소아, 만성질환자(심장병, 천식 등 만성폐질환, 신장질환, 당뇨병, 간경화, 악성종양, 혈액종양, 면역억제제 복용 환자, 에이즈 환자 등), 독감 유행 시기의 임산부 등은 우선접종 대상으로서 독감 예방접종이 적극 권장된다.

의문은 최근 이런 고위험군에 속하지 않는 20~40대 직장인과 수험공부를 하는 청소년에 대한 독감 예방접종이다.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내과 이소희 교수는 20~40대 건강한 성인이라면 굳이 독감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도 대부분 문제 없이 치료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독감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 고위험군의 건강을 함께 지킨다는 의미에서, 또 예방접종을 통해 독감으로 인한 입원, 직장 결근, 의료기관 방문, 항생제 사용 등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요즘에는 건강한 이들에게도 예방접종을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작 접종 대상자들이 ‘맞아서 손해볼 것 없다’는 막연한 기대만 있을 뿐 독감백신에 대한 정확한 정보,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부작용과 주의사항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 예방접종을 맞고 뒤돌아서는 이들에게 독감백신의 부작용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 “그런 것도 있냐”며 놀랄 정도다. 이에 대해 MBC, <동아일보>의 의학 전문 기자가 쓴 <병원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에서는 그 이유를 국가와 개인의 입장 차이로 설명한다. 독감으로 인해 매해 입는 손실액을 고려하면 국가는 예방접종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통제함으로써 국민들의 보건 수준을 향상시키려 한다. 그래서 약간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당연히 예방접종을 장려한다. 그러나 개인은 전반적인 보건 수준보다 혹시 자신에게 일어날지도 모를 부작용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부작용의 확률이 지극히 낮더라도 걸릴지 안 걸릴지도 모르는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현재의 위험을 무릅쓸 것인지는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 그러니 국가 또한 예방접종을 장려하는 노력만큼 부작용과 주의사항을 충분히 고지하고, 국민들의 궁금증과 불안감을 해소시켜줄 의무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며, 개인 또한 백신접종을 결심했다면 자신의 몸이 예방백신을 맞아도 좋은 컨디션인지, 득과 실을 꼼꼼히 따져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은 정작 자신이니까.

그렇다면 독감 예방접종의 부작용과 주의사항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물론 오랜 경험과 연구(독감백신은 1930년대부터 출시되기 시작했다)에서 독감 예방접종은 안전성을 확인 받고 있지만, 2004년부터 5년간 독감 예방접종 부작용으로 질병관리본부에 신고가 들어온 건수는 182건, 적지 않은 숫자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주사 부위의 국소 염증 반응(통증, 발적, 부종 등), 그리고 15% 이내로 발열, 근육통, 관절통, 두통, 또 드물긴 하지만 급성마비성 질환인 길랑바레 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편 백신보존제로 사용되는 티메로살(Thimerosal)에 대한 안전성 논란도 여전하다. 티메로살은 유기수은의 일종으로 자폐증, 수은 중독 등의 우려가 있다. 미국 질병 관리센터, 유럽의 약품 평가 위원회, WHO 국제 백신 안전성 자문 위원회에서 티메로살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가 없음을 밝혀 논란은 진정됐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잠재적인 위험이라도 예방하는 차원에서 백신 내 티메로살 사용을 줄여나갈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한국 식약청도 마찬가지다(미국은 소아백신의 경우 1999년 이후 티메로살 사용을 금지했다). 이소희 교수는 “계절 인플루엔자백신에는 티메로 살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정 불안하다면 티메로살은 다회용(백신 한 병에 여러 명 분의 약이 담겨진 형태) 백신에만 첨가되므로 일회용 백신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조언했다. 또 아스피린 장기 복용자의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독감 예방접종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아스피린 복용은 위험할 수 있는데, 갑자기 뇌압 상승과 간 기능 장애로 심한 구토와 혼수 상태에 빠져 생명이 위험해지는 라이증후군이 생길 수 있기 때문. 해열진통제가 필요하다면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이나 이부프로펜(부르펜) 성분의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백신은 약화된 독감 바이러스나 불활성화된 바이러스를 몸 속에 침투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건강한 몸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될 때는 백신접종을 미루는 것이 좋다. 연습경기로 체력을 보강하려다가 치명적인 해를 입는 경우를 당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독감백신은 이런 부작용을 감내하더라도 접종할 만큼 정말 효과가 있을까? 독감백신 접종은 고위험군의 경우에는 확실히 중요해 보인다. 예방접종을 하면 70~90% 독감이 예방되고, 독감에 걸리더라도 그 증상이 경미하게 지나간다. 국제백신연구소 송만기 박사는 “WHO는 그해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예측하고 이에 따라 독감백신을 생산합니다. 그런데 간혹 그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독감 감염자 수가 확연히 급증합니다. 이는 독감백신이 효과가 있다는 방증입니다.” 라고 설명했다. 독감백신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고, 앞으로 개량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으로선 독감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최선의 예방책이라는 것. “더군다나 요즘은 주삿바늘 없이 살아 있는 독감 바이러스를 약화시켜 호흡기(코)로 주입하는 방식도 등장했습니다. 이는 기존의 항체성 면역 반응뿐만 아니라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도 처리할 수 있는 세포성 면역 반응까지 기대할 수 있죠. 마치 실제로 독감에 걸렸다가 이겨낸 것 같은 면역력을 갖출 수 있다는 말입니다.” 또 세계적인 의학 베스트셀러 ‘내 몸 젊게 만들기’에서도 건강수명을 늘리는 방법으로 ‘매해 독감 예방접종하기’를 꼽았다. 이 책에 따르면 예방접종은 면역을 위한 보험이라는 것. 인체에는 수백만 개의 항체가 있지만, 꼭 필요한 순간에 바로 그 항체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예방접종으로 보다 많은 항체를 기억해두는 것은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대로 독감백신이 생각보다 효과적이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2010년 7월 세계 보건 전문가 커뮤니티인 코크래인 콜라보레이션은 1966년부터 백신품질개발을 위한 연구(16~65세 7만여 명 대상)를 분석해본 결과 건강한 성인이 독감백신을 접종해 얻을 수 있는 독감 증상 완화, 결근 예방 등의 효과는 ‘미미하다(modest effect)’고 밝혔다. 독감백신은 특정 독감 바이러스에만 대항하도록 디자인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설명. 또한 일본 마에바시 시 연구팀이 1984년 실시한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다. 독감 유행 시 독감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지역의 아동 결석률은 42.8%, 예방접종을 한 지역의 아동 결석률은 51.9%로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12월, 지금 우리는 독감의 계절에 들어섰다. 한국질병통제센터에서 발표한 최근 5년간 월별 누적 독감환자 수를 살펴보면 독감은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해 12월과 1월에 최고점을 찍는다(감기는 일년 내내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데 비해 독감은 특정 기간에 유행하는 특징이 있다). 항체가 생성되는 데 2주가 소요되니 독감 예방접종을 결심했다면 서두르는 편이 좋다. 또 일단 독감이 유행하기 시작했더라도 독감 예방접종은 하는 편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러나 독감 예방접종을 하든 안 하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백신주사 한 방보다는 자가면역력을 키우는 건강한 생활습관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 당신은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영양 섭취’ ‘규칙적인 운동’ ‘깨끗하게 손 씻는 습관(최소 30초간 꼼꼼하게)’ 중 몇 가지를 실천하고 있는가?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일에 인색합니다. 그렇잖아도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은데 내 몸을 돌보느라 여분의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는 식이죠.” 려 한의원 정은지 원장은 병을 귀찮은 존재로만 여기고 자신의 건강에 무책임한 현대인의 습성을 따끔하게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놀랍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병원을 찾는 이유 1위가 감기다. 감기 치료에 쓰이는 돈이 한 해 1조원! 특히 비도덕적인 의료 행위로 간주되는 과도한 주사제 처방의 주요 원인이 ‘환자의 요구’ 때문이라는 사실은, 문제가 생기면 컴퓨터의 리셋 버튼을 누르듯 몸의 문제 또한 빠르고 간단하게 벗어나려고만 하는 현대인의 조급증을 여실히 드러낸다. 독감백신이 이런 현대인의 조급증에 편승한 히트상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백신 한 방으로 간단히 독감에서 벗어나려는 안일한 생각보다는, 자신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신중하고 현명하게 선택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