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신부가 된 앤 해서웨이 1

얼마 전 새신부가 된 앤 해서웨이 는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평생 기다려온 배역,〈레미제라블〉의 판틴 역을 맡아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그녀의 운명적인 이야기.



그녀는 를 위해이미 끝내주는 몸매를 만들었다.철저한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열 달 동안근력 운동을 했다. 에선 쇠약한동시에 반짝반짝 빛나 보여야 했다.린넨 블라우스, 골드 장식 베스트,울 소재 팬츠는 모두 랄프 로렌컬렉션(Ralph Lauren Collection).

내가 마지막으로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를 본 것은 <보그>를 위해 마리오 테스티노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었다. 전설적인 파리의 레스토랑 ‘맥심’에서 새틴 드레스에 다이아몬드 주얼리로 치장하고 머리를 프렌치 트위스트(뒤로 묶어 원기둥 모양으로 감아 올린 헤어스타일)로 올린 그녀는 오드리 헵번을 연상시켰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 몽트뢰유-쉬르 메르(Montreuil-sur-Mer) 부둣가에 펼쳐지고 있는 혹독한 밤 장면에서는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앤은 창백한 폐결핵 환자처럼 말랐으며, 머리는 짧았고, 치아 두 개는 빠진 상태였다. 빅토르 위고의 위대한 비극의 여주인공들 중 한 명으로 분한 그녀는 차갑고 축축한 바닥에 웅크린 채 울며 몸을 팔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짐작했겠지만 앤이 단돈 몇 프랑에 프랑스 선원에게 몸을 팔려는 장면을 찍고 있는 부두는 사실 런던 외곽에 자리 잡은 파인우드 방음 스튜디오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열렬히 기다려온, 팝 오페라의 한 획을 그은<레미제라블(위고의 고전 명작을 바탕으로 한)>이 촬영되고 있는 것이다. 스튜디오엔 코스튬 디자이너인 파코 델가도의 화려한 19세기 의상을 입고 아이폰으로 이메일을 쓰거나, 노래의 까다로운 구절들을 반복해서 연습하거나, 감독인 톰 후퍼(<킹스 스피치>로 오스카상을 수상한)와 의견을 나누는 휴 잭맨, 러셀 크로우, 에디 레드메인, 아만다 사이프리드, 사샤바론 코헨, 그리고 헬레나 본햄 카터 같은 배우들이 가득했다. 개봉일인 크리스마스에 흥행을 보장할 놀라운 배우들의 조합임에 틀림없다.

아트 디자이너 이브 스튜어트가 연출한 세트장-터너의 풍경화에서 볼 수 있는 낮게 깔린 하늘 아래 땅딸막하고 검게 그을린 벽돌 건물들, 썩어가는 거대한 선체들, 그리고 죽은 물고기들이 담긴 수많은 통들-에서 후퍼 감독과 배우들은 ‘Lovely Ladies’를 부르는 장면을 찍고 있었다. 이 장면에서 학대에 시달리는 결핵에 걸린 공장 직공 판틴 역할을 맡은 앤은 마지막 타락의 길로 접어든다. 바닥에 켜켜이 쌓인 진흙과 온갖 생선 비린내가 촬영 과정에 진정성을 더해주었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피하기 위해 파카를 입은 후퍼 감독은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포주와 펠리니 영화를 연상시키는, 입술을 진하게 바르고 노출이 심한 드레스를 걸친 매춘부 무리가 판틴(앤)에게 몰려드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인생은 너를 맨 밑바닥까지 추락시켰어”라고 그들은 노래한다. “너의 자매들처럼 자면서 돈을 벌어.” 여러 명의 카메라맨 중 한 명이 앤이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어서요, 선장님, 당신은 신발을 벗지 않아도 돼요. 여인을 취한다 해도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누가 거부할 수 있겠어요?”라고 노래하며 선원의 손을 끌고 가는 장면을 따라갔다. 감독이 “컷!”을 외치자 선정적이고 경험 많은 여자들이 곧 코러스 걸들처럼 부드럽게 바뀌며 앤을 둘러쌌다. “정말 굉장했어요”라고 그들 중 한 명이 말했고, 앤은 “고마워요”라고 이 역할을 위해 익힌 영국 악센트로 속삭였다. 그리고 그녀는 스툴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양동이에 발을 담갔다. 그러다 그녀는 나를 발견하고 손짓으로 불렀다. “제가 얼마나 근사해 보이는지 말해주지 않을래요?”라고 그녀가 부탁했다. 나는 칭찬해줄 말을 찾으며 잠시 더듬거렸다. 그러자 그녀는 힘없이 웃었다. “그냥 놀린 거예요. 제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그녀가 말했다.

몇 달 후 LA 실버 레이크 지역-최근 <포브스>지가 미국 최고의 멋쟁이 동네로 선정한-에 있는 채식 식당에서 만난 앤은 훨씬 더 그녀다워 보였다. 그녀는 레드 카펫에서 발렌티노나 스텔라 맥카트니를 입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냥 티셔츠와 진만 입어도 상당히 근사했다. 그녀의 머리는 여전히 짧았지만 지금 상태는 정치범 보다는 요정에 가까워 보였다. “짧은 머리로 지내는 게 좋아요”라고 앤이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웃음이 많다). “당신을 만나러 오기 전에 하이킹을 갔다 와서 재빨리 머리를 감았는데 지금 완전히 마른 걸 보니 정말 놀라워요.” 유일한 단점은 3주에 한번씩 머리를 다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서른 살로 넘어가면서-제가 이렇게 말해도 불쾌하지 않으셨으면 해요-더 예뻐지고 훨씬 저답게 느껴져요. 덜 가졌지만 훨씬 더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물론 여기서 덜 가졌다는 건 상대적인 표현이다. 머리 볼륨과 체지방 지수(그녀는 판틴을 연기하기 위해 11kg을 뺐고 병약해 보이지는 않지만 아주 말랐다)를 제외하면 그녀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해 보인다. 유죄 선고를 받은 사기범 라파엘로 폴리에리와 사귀다 헤어진 후 그녀는 배우에서 주얼리 디자이너로 변신한 애덤 슐먼에게서 “진정한 사랑-너무나 낭만적이고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영원할 진짜 사랑”을 발견했다. 그녀는 그를 ‘책임감 있는 사람(keeper)’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흥행과 비평 모두가 실망스러웠던 <Love&Other Drugs>와 <One Day> 이후 그녀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 중 마지막 편인 <The Dark Knight Rises>에서 브루스 웨인이 사랑에 빠지는 캣우먼 셀리나 카일 역으로 당당하고 관능적인 연기를 펼치며 배우로서 새로운 궤도에 올랐다. 그녀의 연기는 호평을 받았고, 적어도 한 명의 새로운 팬-아마도 버락 오바마-은 확보했다. 그녀가 지난 8월 개인 모금 행사에서 그를 위해 아델의 ‘Someone Like You’의 패러디 버전을 부르자 그는 “굉장하다”고 평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영화 <배트맨>에서 그녀는 최고였어요.” 앤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쉽게 빨개지는 타입인데,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 얘기를 듣고 발가락부터 귀까지 새빨개졌답니다.” <레미제라블>의 캐스팅이 시작됐을 때 앤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한창 찍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 즉시 “그 역을 정말 하고 싶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한 순회공연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판틴의 대역으로 연기할 때 뮤지컬을 처음 보았다. 일곱 살 때 일이다.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저는 그곳에 앉아서 울었습니다. 물론 어머니가 죽는 모습을 보고 있었던 게 결정적인 이유이긴 했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큰 감동을 받았고, 판틴, 음악, 그리고 작품 전체와 깊이 연결돼 있다고 느꼈어요. 그 후 뮤지컬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2002년 뮤지컬 <카니발>에서 선보인 매력적인 연기와 2009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휴 잭맨과 함께한 듀엣 곡으로 앤은 뮤지컬에 정통한 배우임을 보여줬다. 그렇기 때문에 <레미제라블>의 최종 후보자 명단 맨 꼭대기에 그녀가 올라 있었던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나이가 판틴을 연기하기엔 너무 어리고 다른 젊은 역을 하기엔 너무 많은 까닭에 프로듀서들이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오디션을 봤고, 후퍼 감독을 만나러 LA로 날아갔다. 그녀는 ‘Fantine’s Arrest’뿐만 아니라 판틴의 중요한 곡인 ‘I Dreamed a Dream’을 준비해오라는 요청을 받았다(“그들은 제 목소리가 E 플랫까지 올라가는지 확인하고 싶어 했어요”라고 그녀는 말하면서 나를 위해 실제로 그것을 보여줬다). 흥분한 감독은 그녀에게 판틴의 죽음 장면을 연기해보라고 요청했다. 오디션은 3시간이나 지난 후에 끝났다. “정말 놀라웠어요. 제가 보았던 어떤 오디션보다 멋졌습니다”라고 후퍼 감독은 회상했다. “저는 이미 상당히 뛰어난 여배우들을 만난 뒤였어요. 그럼에도 애니가 감동을 준 이유는 제가 영화 속에서 사람들이 노래를 어떻게 표현할까? 클로즈업 장면에서 이 노래들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스토리를 전달할까?를 고민할 때 그녀가 바로 그 해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긴장이 풀리는 순간이었죠. 잘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녀는 제 머릿속의 목표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주었어요.”

앤은 자신의 성취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누군가 아주 특별한 것을 보여주지 않고서는 저를 이 배역에서 밀어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로 오디션을 보고 문을 열어둔 채 떠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이번엔 제 뒤로 문을 쾅 하고 닫았다고 느꼈어요.” 앤이 그 역을 맡게 됐음을 알기까지 다시 한 달이 걸렸다. 그러나 그녀는 그 사이에 1400페이지에 달하는 원작 소설을 읽고(“<제인 오스틴>처럼 반복해 읽어야 한다고 느껴지는 책 중 하나예요”), 19세기 프랑스 사회에서 여성들의 역할을 연구하고, 성노예에 대한 다큐멘터리들을 보며 준비했다. 그녀는 또한 전설적인 발성 코치 존안 레이더(그녀는 패티 루폰, 서튼 포스터, 마돈나 등을 담당했다)와 강도 높은 훈련도 시작했으며, 늘 노래를 불렀다. “왜냐하면 세트장에서 하루에 12시간씩 노래하게 될 걸 알았으니까요. 그래서 철저히 준비하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노래를 위해 많은 것이 필요한 건 아니었어요.” 그녀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위해 이미 끝내주는 몸매를 만들었다. 철저한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열 달 동안 근력 운동을 했고, 무술을 배우고 요가를 했다. <레미제라블>에선 쇠약한 동시에 반짝반짝 빛이 나 보여야 했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그녀는 엄격한 디톡스로 5kg을 뺐다. 덕분에 영화 초반에 그녀는 아주 곱고 섬세해 보인다. 그 후 2주에 걸쳐 거의 단식에 가까운 식단-하루에 말린 오트밀 약간을 죽처럼 만들어 먹는 게 전부였다- 으로 6kg을 더 뺐다. “저는 다이어트에 강박적으로 매달려야 했어요. 거의 죽음에 가까워 보여야 했으니까요”라고 그녀는 회상했다. “되돌아보면-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재단하고 싶진 않아요-약간 미친 짓이었음에 틀림없었어요. 현실과의 결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어쨌든 바로 그것이 판틴이라는 여성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