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의 음악 축제

아시아 최대 음악 축제 2012 MAMA(Mnet Asian Music Awards)가 11월의 마지막 밤, 홍콩에서 열렸다.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온 세계적인 스타 싸이, 한류를 이끄는 K-POP 가수들과 배우들이 총출동한 현장. 별들이 반짝이는 그날 밤, 홍콩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최대 음악 축제 2012 MAMA에는80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잊지 못할 한 해를 보낸 국제 가수싸이를 비롯, K-P0P 스타들은최고의 무대를 선보였다. 시상자로나선 배우와 상을 받은 가수들은서로가 서로의 팬이기도 했다.

홍콩 현지 시각 오후 4시. 완차이 지역의 컨벤션 센터 ‘HKCEC’ 앞에는 80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마카오와 싱가포르에 이어 해외
에서는 세 번째로 열리는 아시아 최대 음악 축제 ‘2012 MAMA(Mnet Asian Music Awards)’를 보기 위해 모인 아시아 팬들이다. 티켓 오픈 이틀 만에 입장권은 모두 동이 나버렸다. 바다 너머로는 침사추이 지역이 한눈에 들어왔다. 구룡반도와 홍콩 섬을 잇는 스타페리가 부지런히 실어 나른 손님들은 모두 레드 카펫이 깔린 이 웅장한 건물 쪽을 향했다. 홍콩의 시회인 금빛 바우히니아 꽃 동상이 찬란히 빛나는 이곳 광장은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식 행사가 열렸던 곳이다. 이 역사적인 장소에 한류를 이끌고 있는 K-POP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전날 미리 도착한 100여 명의 수상자와 시상자들은 홍콩 섬의 더 어퍼 하우스와 하얏트 호텔에서 차를 타고 현장으로 이동했다. 며칠째 내리고 있는 비가 그치지 않은 가운데, 레드 카펫 위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여자 그룹상 수상을 위해 베트남에서 날아온 씨스타. 뒤이어 윤시윤과 박신혜가 도착했다. 이 귀여운 커플은 tvN에서 곧 시작될 <이웃집 꽃미남>의 주연 배우들이다. 행사의 전 과정은 지상파와 케이블, 온라인 포털 사이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미국, 일본 등 16개국에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녹화 중계까지 포함하면 유럽과 남미, 중동 지역까지 85개국에서 방송되는 셈이다. 마카오 공연을 마친 월드스타 싸이는 헬리콥터를 타고 가까스로 시간에 맞춰 등장했다. 레드 카펫의 마지막은 역시 정우성이었다. XTM의 모델이자 해당 광고의 연출까지 맡은 그는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와 함께 톰 포드 수트를 입고 입장했다. 마침내 막이 올랐다.



“홍콩에서 열리는 만큼, 장국영으로 대표되는 홍콩 영화 르네상스시대의 향수를 느끼길 바랐어요. 우리 모두가 같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6명의 연출가 중 한 명인 최승준 CP는 지난봄부터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장국영이 죽기 전, 홍콩의 한 텔레비전 음악 프로그램에 나와 <영웅본색>의 주제가 ‘당연정(A Better Tomorrow)’을 부른 영상을 입수한 그는 고화질 복원을 위해 그야말로 프레임을 한 땀 한 땀 따냈다. 문제는 누가 대형 스크린 속 장국영과 함께 듀엣으로 노래하느냐는 것. 오프닝 무대에 제일 먼저 오른 건 결국 송중기였다. 몇 차례 노래를 고사한 그는 긱스의 정재일이 재편곡한 음악을 듣고 나서 마음을 바꿨다. 라이브 무대는 그도 처음이었다. 서울의 작업실을 오가며 수 차례 연습했지만, 수천 명 앞에서 라이브로 노래하는 건 떨릴 수밖에 없었다. 늑대 소년에서 착한 남자로 성장한 이 꽃미남 스타의 노래 실력은? 방송에서 공개된 대로. 그래도 신은 공평했다. GD(지드래곤)는 무대 뒤편에서 랩을 하며 등장했다. 그는 전날 홍콩 리허설 현장에서 갑자기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송중기의 뒤를 이어 에일리와 피아, B.A.P의 방용국이 록 버전으로 공연을 하기에 앞서 본인이 직접 오프닝 무대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역할을 하기로 한 것이다. 무엇보다 장국영과의 콜라보레이션이란 컨셉이 마음에 들었다. 뛰어난 아티스트답게 즉석에서 랩을 써서 정재일과 함께 순식간에 곡을 완성했다. 환상적인 무대 덕분에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가수가 아닌 사회자로 다시 등장한 송중기는 이번엔 제 모습을 보였다. “Welcome to the 2012 Mnet Asian Music Awards!”

대형 스크린 속 장국영과송중기의 듀엣으로 시상식의막이 올랐다. 한채영, 김강우,김효진, 김성수, 고준희 등배우들과 싸이, 빅뱅, 케이윌,프라이머리 등 K-POP 가수들,의 주인공들도자리를 함께했다. 에서 에일리와 함께 노래한신보라도 MAMA를 찾았다.

누구보다 멋진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진과 가수들은 두 달 전부터 컨셉 회의를 거듭했다. 싸이, 슈퍼주니어, 빅뱅 등 K-POP 가수 대다수가 주로 외국에서 머무르다 보니, 회의는 화상 통화와 국제전화, 이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무대에 대한 욕심도 모두 슈퍼스타급이었다. 올해의 앨범상을 비롯해 3관왕을 차지한 슈퍼주니어는 ‘007 시리즈’를 테마로 네 명의 멤버가 와이어를 타고 내려왔다. 신동은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했다. 예성은 벽을 깨부쉈다. 바람둥이 제임스 본드처럼 려욱은 키스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방송 화면엔 제대로 잡히지 않았지만, 상대 여성은 f(x)의 빅토리아다! 빅뱅의 무대는 약간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GD가 막판에 곡을 전부 바꿔버리면서 무대 역시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이 그로테스크하고 어두운 분위기였다면, 최종 무대는 훨씬 더 파워풀해졌다. 싸이는 가사가 적힌 종이에 각 가사별로 원하는 씬을 전부 적어 이메일을 보내왔다. “공연에 한이 맺힌 사람 같았어요. 아이디어를 너무 많이 쏟아내, 그를 진정시키고 수습하는게 더 일이었으니까요.” 연출자의 증언이다. 무대에 대한 욕심은 여자 가수들 역시 만만치 않았다. “가인도 어마어마한 욕심쟁이예요. 원래는 붉은색 천 대신 안전한 새장을 제작했는데, 가인이 그걸 거부했죠. 그런 건 아무나 다 탈 수 있는 와이어란 거예요. 자긴 팔 힘이 엄청 세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고.” 영화에 출연한 덕분에 비교적 와이어 트레이닝이 잘 되어 있었던 가인은 연습실에 와이어 장치를 해놓고 미리 연습을 했다. 그러고는 붉은색 천을 타고 하늘에서부터 내려와 장미 꽃잎처럼 떨어졌다. 단 몇 초간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어느 공연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무대였다. 무대의상에 대한 신경전도 치열했다. 서인영과 현아가 본 공연 때 입고 나온 섹시한 옷은 리허설 때와는 전혀 달랐다. 빅뱅의 TOP이 입은 핑크색 수트도 철저한 비밀이었다. GD는 무대에 오를 때마다 머리 색이 바뀌었다. 단 10분 사이에 노란색에서 붉은색 헤어 스타일로 변신했다.

올해의 여자그룹상을 수상한씨스타, ‘트러블메이커ʼ로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현아와현승, 베스트댄스퍼포먼스여자 그룹상을 받은 f(x), VIP라운지에서는 임달화를 비롯중화권 스타들과 정우성,송승헌 등 우리나라 톱 배우들을모두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화제가 된 건 에픽하이! 얼음공주 이하이가 ‘춥다’를 부르는 동안, 스크린을 통해서만 등장했던 ‘에픽하이’는 노래가 끝나자 일제히 ‘Don’t Hate Me’라고 적힌 박스를 뒤집어썼다. 그리고 스크린이 걷히는 순간, 박스를 벗고 나타난 건 배트맨의 악당들. 타블로는 조커, 미쓰라는 베인, 투컷은 투페이스로 변신했다. 멤버들의 아이디어였는데, 이를 위해 한국에서부터 영화 특수 분장팀이 따라왔다. 참석자들 중 유일하게 레드 카펫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도 이 분장 때문이었다. 공연 중 갑자기 무대 아래로 뛰어 내려온 악당들은 슈퍼주니어는 물론, 얌전히 앉아 공연을 감상하던 카라의 멤버들까지 춤을 추게 만들었다. 장례식을 컨셉으로 한 JYP의 히스토리 공연에서는 박진영이 직접 나섰다. 가요계의 대선배가 후배들과 한무대 위에 선다는 건 쿨한 박진영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2PM의 정우영과 퍼포먼스를 마치고 내려온 박진영은 온통 땀으로 젖어 있을 만큼 열정적이었다. 소속사 대표와 소속 가수의 합동 공연만큼 흥미로웠던 건 글로벌한 콜라보레이션 무대다. “확실히 K-POP의 위상이 전과 다르다는 걸 해외 아티스트들을 섭외하면서 체감했어요. 이미 MAMA에 대해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놀랄 만큼 큰 관심을 보였죠.” 행사를 주최한 CJ 오소림 팀장의 말처럼 이번MAMA엔 여느 때보다 많은 해외 스타들이 모였다. ‘Nothin’ on You’로 유명한 미국의 힙합 아티스트 B.o.B(바비 레이)는 서인영, 케이윌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아시아권 스타들도 대거 등장했다. 말이 필요없는 성룡, 대만의 닉쿤이라 불리는 펑위옌과 진백림, 바이바이 허, 영화배우 겸 가수로 중화권 최고스타로 자리 잡은 왕리홍, 안젤라베이비, 그리고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8>의 아담 램버트까지 홍콩을 찾았다. 정식 데뷔와 함께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남자 보컬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그는 올해 발매한 두 번째 음반으로 빌보드차트 1위에 올랐다. 우리의 <슈퍼스타K> 우승자들의 활약도 돋보였는데, 베스트 보컬 퍼포먼스 솔로 부문에 허각과 존박 두 명이나 포함됐을 뿐 아니라, 버스커버스커는 남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올해 시즌 4의 우승자 자격으로 무대에 오른 로이킴은 “Remember Me”란 멘트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강남스타일ʼ이 울려퍼지자 빅뱅과 슈퍼주니어,카라, 샤이니 멤버들은 모두 일어나 열광적으로 싸이를환호했다. 이하이와 함께 노래하던 에픽하이는배트맨 시리즈의 악당으로 분장해 깜짝쇼를 선보였다.

한편 시상자를 위해 마련된 VIP 라운지에서는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수상자로서 공연을 준비하는 가수들이 백스테이지에서 옷을 갈아입고 마지막 점검을 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단 몇 분의 수상자 발표를 위해 4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18명의 배우들은 스크린을 통해 공연을 구경하며 오랜만에 담소를 나눴다. 핑크색 벨벳 재킷 차림의 임달화는 최고의 친화력을 보여주며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어색한 자리도 금세 유쾌하게 만들었고, 멋쟁이 신사 정우성은 선배답게 부드럽게 테이블의 대화를 이끌어갔다. 한채영과 송승헌, 송중기, 조윤희처럼 벌써 2번째 이 행사에 참여하는 배우들도 있었다. 공연이 끝난 가수들은 무대 앞에 마련된 좌석에서 직접 공연을 관람하며 상을 받은 동료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최고의 무대는 역시 싸이였다. 올해의 노래를 비롯, 4관왕을 차지한 그가 상을 받으러 나올 때부터 객석에서는 “오, 오, 오빤 강남 스타일”이 터져 나왔다.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최고의 코리안 팝스타, 인물 소개 영상에 깜짝 등장한 진중권의 표현에 따르면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한 존재감”을 보여준 싸이. 그가 거대한 문을 열고 나와 무대에 우뚝 서자 모두가 일어나 함성을 외쳤다. “What is It?” “오빤 강남 스타일!” 신기할 정도로 모든 사람들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홍콩 한복판에서 울려 퍼진 ‘떼창’은 싸이를 닮은 거대한 캐릭터 인형이 모습을 드러내자 절정에 달했다. 뮤직 비디오에 나온 유재석을 코스프레한 바가지 머리의 백댄서 수백 명이 노란 옷을 입고 나와 인형과 함께 말춤을 췄고 객석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원래 싸이의 의도대로라면 객석의 통로 사이에도 노란 옷을 입은 백댄서들이 깜짝 출현해 말춤을 춰야 했지만, 모든 사람들이 일어서 몸을 들썩이는 바람에 좌석과 통로의 구분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올해의 가수 빅뱅은 아예 앞으로 나와 한여름 음악 페스티벌에 온 것처럼 신나게 춤을 췄다. 이날, 싸이의 공연은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지에도 소개될 만큼 뜨거웠다.

시상식이 끝난 후, 리츠칼튼 호텔 스카이 바(Bar)에서는애프터파티가 열렸다. GD와 싸이의 디제잉에 서인영과박진영 등 선후배 가수들은 물론, 턱시도와 드레스 차림의배우들도 모두 함께 춤을 추며 축제를 즐겼다.

그날 밤, 리츠칼튼 호텔 118층의 스카이 바(bar) ‘오존’에서는 프라이빗한 애프터 파티가 열렸다.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이 건물의 꼭대기에 입장할 수 있는 건 오직 MAMA 출연진과 리스트에 오른 몇몇뿐. 스케줄 때문에 당일 밤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셀러브리티들이 끝까지 남아 축제의 밤을 즐겼다. 빅뱅의 열성 팬인 한가인과 수상 소감에서도 “한가인 누나에게 상을 받게 돼 너무 좋다”고 말한 GD를 비롯, 좀처럼 한자리에 모일 기회가 없는 가수와 배우들은 서로가 서로의 팬임을 자처했다. 싸이는 모두가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별중의 별이었다. 여담이지만, 주위가 어둡다 보니 스타일리스트 정윤기를 싸이로 착각해 사인을 요청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더워서 앞머리를 2:8로 붙였더니, 잠시 오해가 있었지 뭐예요. 물론 저도 말춤은 췄죠.” CJ의 고문이자 K-스타일리스트의 자격으로 MAMA에 참석한 그는 어쩔 수 없이 선글라스를 벗어야 했다는 후문이다. 밤이 깊어가자 자연스럽게 즉석에서 공연이 펼쳐졌다. 분위기 메이커는 역시 놀 줄 아는 힙합 가수들. “소리 질러!” 태양의 외침에 턱시도 차림의 남자 배우들이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샴페인 잔을 손에 든 여신들도 긴 드레스 자락을 날리며 춤을 췄다. 파티 문화에 익숙한 한예슬은 세련된 춤솜씨로 대성과 함께 커플 댄스까지 선보였다. GD와 싸이의 디제잉에 맞춰, 타블로와 미쓰라, 더블K가 랩을 하고, 로이킴이 노래를 하는 믿을 수 없는 현장. 박진영은 후배들과 밤이 깊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파티는 새벽 3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물론 이건 공식적인 종료 시간일 뿐이다. 2012 MAMA의 밤은 끝났지만, K-POP의 축제는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