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록의 퍼스트 레이디 <1>

2016.03.17

by VOGUE

    록의 퍼스트 레이디 <1>

    11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며 노다웃 멤버들과 유럽 홍보 투어를 시작한 그웬 스테파니, 그녀가 왕성히 활동하던 시절과 지금 세상은 모든 것이 달라졌지만, 그녀는 여전히 록의 퍼스트 레이디다.

    ROCK STEADY“그웬이 케이트 페리나 테일러스위프트와 확연히 구별될 수있는 건 그녀가 록밴드를 대표하기때문이다”라고 노다웃의 멤버톰 더몬트가 말했다. 실크 블레이저,러플 디테일의 블라우스,울 베스트, 팬츠, 검정 스카프,벨트, 펠트 햇은 모두 생 로랑(SaintLaurent by Hedi Slimane).

    그웬 스테파니(Gwen Stefani)는 자신의 목에 불만이 있다. 노라 에프런이 느끼는 것과는 약간 다른 관점에서 말이다(노라 에프런은 [I feel bad about my neck(‘내 인생은 로맨틱 코미디’란 제목으로 국내에서 번역)]이라는 책을 통해 늙어가는 것에 대한 소회를 썼다). 그녀는 터틀넥을 입지 않았다. 오히려 남편 게빈 로스데일의 늘어진 검정 탱크톱을 입고 있어서 목이 많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녀의 나머지 신체 부위들처럼 목도 이제 막 마흔세 살이 된 여성의 그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 보였다(여러분이 스스로의 외모에 아주 만족스럽지 않은 한 ‘그웬 스테파니의 배(Gwen Stefani’s abs)’는 검색하지 말라!). 그녀가 자신의 목 때문에 상심한 이유는 목을 거의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노다웃의 리드 싱어로 26년(쌍절곤처럼 무대에서 그 예쁘고 작은 머리를 격렬하게 흔들고 꺾으면서 보낸 1/4세기)을 보낸 후 마침내 약간의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우리는 연주를 할 때 많은 근육을 씁니다. 하지만 가끔 ‘자는 동안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하는 생각이 들어요. 한번 자면 너무 많이, 그리고 너무 깊이 자거든요.”

    10월 말 싸늘한 LA의 오후, 스테파니와 밴드 멤버들-토니 커넬(베이스), 톰 더몬트(기타), 애드리언 영(드럼)-은 버뱅크의 휑한 리허설 공간에서 연습 준비(콘서트에서 연주할 18곡)를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11년 만에 발표한 [Push and Shove] 앨범의 유럽 홍보 투어뿐만 아니라 내일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하는 <제이 레노 쇼>에서 그의 마지막 신청곡을 연주하기 위해 이곳에 틀어박혀 연습을 해왔다. 배리(오바마의 어렸을 때 별명)가 노다웃의 팬이었다는 걸 누가 알았겠는가. “예전에 한번 그가 우리에게 요청한 적이 있어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기금 모금 행사에서 공연 전체를 전담하는 것이었는데 당시 우리는 리허설 중이었어요. 그래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좋은 기회가 왔지만 ‘나는 새 노래들을 아직 완벽하게 익히지 못했어요. 그래서 집중해야 해요!’라고 했던 거죠.”

    노다웃이 기자에게 리허설하는 모습을 참관하도록 허락하는 일은 아주 드물다. 그웬이 긴장한 또 다른 이유는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가기 시작했다. “저는 제 목소리를 잘 통제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때론 제가 얼마나 목을 혹사하는지 깨닫지 못하죠. 앞으로 많은 공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그녀는 검정 레깅스에 닥터 마틴의 검붉은 레이스업 부츠를 신고 있었지만-다시 말해 록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밴드는 조용하고 거의 어쿠스틱한 리허설을 위해 둥글게 놓인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스테파니는 접이식 의자를 뒤로 펴고는 커다란 스피커 쪽으로 몸을 기울이면서 나를 보더니 신경을 써주었다. “그에게 헤드세트를 가져다 주고 그것을 제 마이크에 연결시킬 수 있을까요?” 기술 전문가가 나타나더니 선을 연결해 주었다. “그가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가사책 같은 것 있나요?” 가사가 담긴 노트가 만들어졌다.

    위대한 록밴드의 특징 중 하나가 그들의 노래를 들었을 때 누구인지 즉각 알아챌 수 있다는 것이라면, 노다웃은 그런 장애물을 쉽게 뛰어넘는다. 그것은 다른 밴드일 수 없다. 그것은 노다웃의 노래이고 경이로울정도로 기이하고,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튕긴 고무줄 같은 그웬 스테파니의 목소리다. 브와잉-어-와잉-어-와잉!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한 악기가 아니다. 거기엔 아주 많은 캐릭터가 담겨 있어서-그녀는 힘들이지 않고 아이러니한 거만함, 휘몰아치는 분노, 혹은 수줍은 달콤함을 전달할 수 있다-여러분은 그 한계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녀가 가만히 앉아 부드럽게 노래하면 당신을 갑자기 그 자리에 멈춰 서게 할 수도 있다.

    그들의 또 다른 매력은 초창기 노래들이 아주 현혹적일 정도로 영리하고-그들은 정말 뛰어난 록을 한다-지금까지 팀을 잘 유지해왔다는 점이다. 스테파니가 자신의 사생활을 노래의 소재로 사용하기 시작한 건 1995년에 발표된 획기적인 앨범 [Tragic Kingdom] 때부터였다. 밴드 멤버이자 7년간 사귀어온 커넬에게 차인 모욕감을 직접 가사로 쓴 ‘Don’t Speak’의 엄청난 히트 덕분에 이 앨범은 전 세계적으로 1700만 장이 팔렸다(한동안 ‘End It on This’와 ‘Happy Now?’ 같은 노래들에 그대로 드러난 파란만장한 멜로드라마 때문에 그들이 자기 세대의 플리트우드 맥(Fleetwood Mac)-자신들의 루머로 가득한 비극의 왕국(Tragic Kingdom)-이 되려고 경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친근한 예전 히트곡들이 한 곡 한 곡 연주되면서 스테파니는 의자에 앉은 채 머리와 몸을 흔들며 더욱 강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사에 점점 집중했다. 시간의 흐름에 대한 집착,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 단순한 삶에 대한 갈망 등등. 밴드는 신곡도 몇 개 연주했다. 그 중 ‘Sparkle’은 스테파니가 몇 년 전에 쓴 전형적인 노다웃 풍의 곡이고, ‘One More Summer’는 달콤한 소프트 록에 가까운 애달픈 곡이다. 의자들이 치워지고 앰프가 등장했다. “준비됐어요?”라고 그녀가 내게 말했다. “이 곡은 정말 시끄러울 거예요.” 그들은 ‘Looking Hot’을 연주했다. 새 앨범에서 쉽게 베스트 송이 된 이 곡은 그녀의 록스타스러운 거만함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늘 자신의 삶에 대해 어느 정도 실존적인 불안감-명성 추구, 허영심, 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잠깐 쉬는 동안 스테파니의 지압사인 모지스가 그녀의 목을 지압하기 위해 스튜디오에 나타났다. 그래서 나는 밖으로 나가 더몬트, 커넬, 그리고 영과 함께 둥근 테이블에 앉아 햇볕을 쬈다. 노다웃의 지난 앨범[Rock Steady]가 2001년에 발매되었을 때는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유튜브도 없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선셋대로에 있는 타워 레코드에서 CD를 구입했다. 나는 그들에게 그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영은 “아이들이 생겼죠”라고 대답했다. 네 명 모두 결혼했고, 8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올해 다시 투어를 하게 되면 장난감, 유모차, 보모, 개인교사들이 함께하는 ‘여행하는 놀이방’이 될 거라고 스테파니는 말했다. “예전에 그런 건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어요”라고 영은 말했다. “그리고 그웬은 밴드에서 유일한 엄마이기 때문에 이번 투어는 우리보다는 그녀에게 다른 종류의 도전이 될 겁니다.”

    커넬이 자신의 옛 여자 친구의 감정 변화에 좀더 민감한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이 모든 것에 실패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많은 일을 하는 건 힘듭니다. 그녀에게는 밴드, 가족, 남편, 의상 라인들이 있어요. 그녀는 여러 가지 일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그런 밀치락달치락(Push and Shove, 이번 새 앨범의 제목)하는 상황이 되었고, 그것을 음반으로 만들 필요성을 느꼈어요. 그것이 가사의 많은 소재를 제공해주었습니다. 그녀는 일상 생활에서 도전 받고 있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저는 그녀가 그것을 돌아볼 때 자신이 놀라울 정도로 잘해냈다는 걸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2001년 이후에 달라진 또 다른 점은 그 모든 록칙들이 어디로 갔는가 하는 것이다. 록은 죽어가는 예술이다. 그웬 스테파니는 록칙의 외로운 마지막 현역 중 한명이다. 물론 조안 제트는 여전히 블랙허츠(Blackhearts)와 투어를 한다. 크리시 하인드(Chrissie Hynde)도 어디선가 활동하고 있다. 코트니 러브는 수많은 파티에 참석한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진짜 큰 족적을 남긴, 여성이 리드 보컬을 맡고 있는 진정한 록밴드는 헤일리 윌리엄스(Hayley Williams)가 소속된 패러모어(Paramore)뿐이다. 물론 이들은 누구나 다 아는 밴드는 아니다. “그것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라고 더몬트는 말했다. “그웬이 케이트 페리와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가수들과 다른 건 록밴드의 리드 싱어라는 점이에요. 제 세대의 여자 팝 가수중에 지금도 그것을 하고 있는 사람은 그녀 말고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바로 그때 스테파니가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몸에 딱 붙는 검정 랙앤본 진에 자신의 L.A.M.B. 컬렉션 제품인 플랫폼 스틸레토로 바꿔 신었다. 그녀의 머리는 더 이상 포니테일이 아닌, 층진 바람머리(1970년대와 80년대 초에 유행했던 파라 파세트 스타일)였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체리-레드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 그녀는 흑백 체크무늬 스텔라 맥카트니 재킷을 벤치 위에 벗어 놓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앞서 리허설을 보면서 밴드 멤버들, 호른 파트, 기술 전문가들, 투어공연 매니저들, 그리고 음반사 사람들 사이에서 스테파니가 그곳에서 유일한 여자라는 걸 알아차렸다. “저도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26년 동안 그랬던 것 같아요!” 나는 그녀에게 ‘Just a Girl’이 히트한 직후인 1996년에 전화로 그녀를 인터뷰했던 걸 상기시켰다. 당시 스물여섯 살이던 스테파니는 이렇게 말했다. “맙소사, 이 세계 남자들은 나를 자신들과 동등하다고 생각이나 할까, 하는 엿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어요.”

    이 세계 남자들이 그녀와 동등한 수준일까, 라고 묻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아이콘이 될 만한 외모와 목소리를 지닌 스테파니는 출발부터 모든 것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착한 여자의 매력을 가진 터프한 섹스 심벌이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의 재능에도 불구하고 쇼의 스타는 늘 그녀였다. 아마도 그것이 그녀가 가끔 약간 떠받들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이유일 것이다. 그녀는 오랫동안 유일한 여자였다.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듯이 스테파니 같은 여성스러운 여자의 존재는 밴드에도 영향을 미친다. 더몬트는 그당시의 일을 떠올렸다. “사람들에게 한 번도 얘기한 적 없는 것 같은데, 몇 년 전 우리가 페스티벌에 참석했을 때 모든 버스들이 무대뒤에 주차를 했어요. 저는 다른 밴드를 만나 그들의 버스에 올라갔습니다. 정말 지저분하더군요. 술병, 담배, 누드 잡지. 역겨웠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생각했어요. ‘우리 버스는 정말 깨끗하구나. 무절제한 행태도 없고.’ 그웬이 우리를 신사처럼 행동하게 만들었으니까요.” 스테파니옆에 앉아 있던 영이 때마침 그녀의 재킷을 집어 들더니 맨살이 드러난 그녀의 어깨를 덮어주었다. “오, 정말 친절한데”라고 그웬이 말했다.

    나는 그들 모두가 다시 함께하게 돼 행복하다는 걸 금방 눈치 챌 수 있었다. 나중에 스테파니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 정말 잘 하고 있어요. 모두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어요. 모든 것이 엉망이던. 결별, 새로운 사랑, 모든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는 것. 지금은 그런 것들이 아주 옛날 일처럼 느껴집니다. 지금은 친구로서 우리가 있을 뿐이에요. 지금도 이렇게 밴드를 함께하고 있는 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리가 리허설 장소를 떠나기 전에 커넬은 스테파니를 쿡 찌르며 이렇게 다시 모여 새 앨범을 만들도 록 영감을 준 계기가 무엇인지 얘기하게 했다. “2007년에 제 두 번째 솔로 앨범 투어 공연 중이었어요. 제가 성장한 오렌지카운티에서 어빈 매도우스와 함께 공연을 하고 있었지요. 저는 ‘앙코르 곡을 부를 때 너희들이 무대로 올라와 사람들을 깜짝 놀래키면 어떨까?’라고 했습니다. 그곳은 제 고향이기 때문에 분위기는 이미 달아올라 있었어요. 그러다 이 친구들이 나오자 완전히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습니다.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어요. 그때가 우리 모두 ‘아, 다시 같이 하자’라고 생각했던 순간이었죠.”

    우리는 그녀의 최신 포르쉐 파나메라를 타고 있었다. 실내는 크림빛이 감도는 화이트 가죽으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그것은 그녀의 금발 바람머리와 하얀 매니큐어와 완벽하게 어울렸다. 그녀가 매력적인 할리우드 록스타 맘 역할에 몰두하는 동시에 그것을 무시할 수 있는 건 그녀의 재능 중 하나다. 그녀는 새 앨범을 만드는 데 왜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는지 설명했다. “솔로 음반들을 내고 아이를 낳고 다시 임신했기 때문에 저는 완전히 지쳐 있었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그녀와 로스데일은 2006년과 2008년에 두 아들 킹스턴과 주마를 낳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제가 앨범을 내기 위해 곡을 써야 했을까요?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왜냐하면 너무 많은 것들이 달라졌으니까요. 결혼을 했고, 엄마가 되었고, 많은 시간이 지난 상태였어요. 그건 엄청난 도전이었습니다.”

    패트릭 스웨이즈의 ‘She’s like The Wind’가 KOST 103.5(어덜트 컨템포러리 음악을 주로 트는 라디오 방송국)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건 신경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그웬 스테파니가 이런 방송국의 팬이라는 것도 그녀의 쿨한 매력 중 하나다. 실제로 [Push and Shove]에 담긴 곡들 중 절반은 이렇게 편안하게 들릴 것이다. 나는 토니 커넬이 그녀가 삶의 불안함을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는 얘길 꺼냈다. “우여곡절을 겪게 마련이지요”라고 그녀는 음악을 만드는 것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제 경우엔 모든 것을 동시에 하려다 보니 그 중 많은 것들이 거기에 압도당했어요. 10년 전에 저는 L.A.M.B.를 시작했습니다. 음악 쪽으로는 끝나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준비를 해야 했죠.”

      에디터
      패션 에디터 / 토니 굿맨(Tonne Goodman), 조나단 반 미터(Jonathan Van Meter)
      포토그래퍼
      애니 리보비츠(Annie Leibovitz)
      스탭
      헤어 / 젠 앳킨(Jen Atkin), 메이크업 / 아론 드 메이(Aaron de Mey)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