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준과 김영광이 궁금하다 <1>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에 도달하기 전, 젊은 날의 초상부터 그려가야 할 20대. 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를 통해 연기자로 도약한 성준과 김영광, 두 청춘이 궁금하다.

성준의 수트와 광택 소재 카디건은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스니커즈는 아디다스(Adidas), 벨트는 벨앤누보(Bell&Nouveau),목걸이는 크롬 하츠(Chrome Hearts), 팔찌는 스풀 루시(Spool Lucyat Kud), 반지는 지고르(Gigor at Kud). 영광의 가죽 재킷은데님앤서플라이(Denim&Supply), 가죽 베스트는 벨앤누보, 니트는재희 신(Jehee Sheen), 광택 소재 팬츠는 버버리 프로섬, 에나멜 슈즈는디올 옴므(Dior Homme), 목걸이와 반지는 크롬 하츠, 팔찌는데멘드 데 뮤테숑(Demande de Mutation).

드라마가 배우의 입을 빌어 우리의 삶을 모사하는 것에 그친다면, 친구들과 수다 떠는 쪽이 훨씬 재밌을 것이다. jtbc<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에는 리얼리티를 장착한 채 리드미컬하게 오가는 캐릭터와 그들이 배양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김태희가 발라도 촌스러울 시퍼런 섀도를 자청해서 바르고 촬영장에 나타난 ‘속물’ 엄마, 이미숙에게 경배를! 제작사 드라마하우스의 대표는 이 드라마가 ‘요즘의 결혼과 이혼 풍속도를 담은 정보 프로그램’도 겸하길 바랐다.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명불허전의 연출력을 증명한 김윤철 피디, <사랑과 전쟁>으로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전쟁 같은 결혼과 이혼의 속살을 낱낱이 지켜본 하명희 작가가 만났다.

그리고 187cm의 신장으로 화면을 누비던 두 남자가 있었다. 섹시하고 슬림한 몸으로 파리 컬렉션 런웨이에 오르던 성준, 동양인 최초로 디올 옴므의 모델 자리를 차지했던 김영광이다. 둘은 마니아층을 낳았던 ‘본격 꽃청년 총출동 드라마’, KBS 드라마 스페셜 연작 시리즈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함께 출연한 동료다(이 드라마엔 백성현, 이수혁, 김우빈, 홍종현, 그리고 홍일점으로 이솜이 출연했다). 이젠 런웨이 대신 드라마와 영화 촬영장에 서는 배우들. 다른 모델 출신 배우들처럼 그들도 자신의 축복 받은 신체를 영리하게 활용하거나, 신체를 넘어서는 매력을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 혹은 그저 충분한 숙성기를 거쳐야 한다. 극적인 신체 조건을 가진 두 남자가 일상적인 소재를 이용한 드라마에 성공적으로 빠져들었다. 그들은 해가 바뀌던 새벽에도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이제 드라마는 막을 내렸고, 둘은 작품 밖으로 나왔다. <보그> 촬영장에 나란히 선 두 남자는 영화 <아이다호>의 리버 피닉스와 키아누 리브스처럼 이 시대 멋진 청춘의 표상 같다.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에 도달하기 전, 젊은 날의 초상부터 그려가야 할 20대. 성준과 영광, 두 청춘이 궁금하다.

재킷과 셔츠는 더 파트먼트(The Partment),티셔츠는 자딕앤볼테르(Zadig&Voltaire),코듀로이 팬츠는 매료(Maryo), 벨트로활용한 타이는 모스키노(Moschino at Kud),목걸이는 크롬 하츠(Chrome Hearts),팔찌는 데멘드 데 뮤테숑(Demande de Mutation),반지는 지고르(Gigor at Kud).


성준, Be Alive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의 정훈은 금슬 좋고 재력 있는 부모 밑에서 딸 노릇하며 자란 외아들의 전형이었다. 다정다감한 성품으로 잘 컸지만, 아이 같은 구석을 숨길 수 없는 남자. 이 드라마로 살아 움직이는 성준을 처음 본 사람은 성준을 그저 어수룩하고 마른 꺽다리쯤으로 각인했을 것이다. 그러나 성준은 중성적인 눈매와 날렵한 턱선만으로도 변화무쌍한 기운을 흘릴 수 있는 남자다.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오직 그순간만을 위해 만들어진 사진으로 성준을 볼 때, 그의 매력이 더 잘 드러난다. 그런 성준이 예민한 촉수로 자신을 성찰하는 20대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건 덤이다. 이미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성숙함과 정훈처럼 아이 같은 면 역시 지니고 있는 그가 계속 궁금해지는 이유다.

재킷은 씨와이 초이(CY Choi), 스웨이드재킷은 발리(Bally), 셔츠는 지방시(Givenchy),티셔츠는 트루 릴리젼(True Religion),팬츠는 곽현주(Kwak Hyun Joo), 금장 펀칭팔찌는 데멘드 데 뮤테숑(Demande deMutation), 실버 팔찌는 드비어스(De Beers),반지는 크롬 하츠(Chrome Hearts).

트렌치코트는 암위(Am-We atKud), 레이어드한 데님 셔츠는 트루릴리전(True Religion), 그레이셔츠는 휴고 보스(Hugo Boss).

90년생이죠? 올해 스물 넷. <아이다호>의 리버 피닉스가 한국 나이로 그때 사망했어요.
네… 저도 일찍 죽으라고요?

그럴리가요. 스물 넷이면 복학이나 여자 친구 문제로 고민할 때인데, 성준 씨는 이미 모델 생활을 거쳐 연기자로 안착했죠.
연기자한테 안착이란 말은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오히려 독이 되지 않나요? ‘내가 배우다’라고 안착하는 순간 발전이 없어질 텐데.

그럼 ‘전업’이라고 할까요?
모델 일은 사실 직업이라기보다 한때의 좋은 경험이죠. 남들이 부러워할 수 있을 만한 좋은 경험. 모델은 현실적인 직업으로서 돈을 잘 벌기가 힘들잖아요. 글쎄요, 영광이 형처럼 톱모델이었다면 금전적인 부분은 해결될 수도 있었겠지만.

조인성이나 강동원처럼 어느 정도 경력을 쌓고 올라서기 전까진, 매번 ‘모델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거예요. 그거 생각하면 어때요?
버리고 싶어요. 아니, 크게 상관은 없지만 썩 유쾌하지도 않아요. ‘XX 고등학교 출신 성준’과 뭐가 달라요? 나를 규정짓는 것 같잖아요.

큰 키는 연기할 때 어떨 거라고 생각해요? 영광 씨와 성준 씨 둘 다 187cm죠?
독이 될 때도 있을 거예요. 좀 현실성이 없는 요소니까요.

그런데도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에선 모델의 비현실성은 찾아볼 수 없이 훌륭했어요. 예전에 윤은혜, 강지환 씨와 출연한 SBS <내게 거짓말을 해봐>나 tvN <닥치고 꽃미남 밴드>에선 모델 시절에 보여줬던 날렵한 느낌이 살아 있었죠. 그런데 이번 드라마로 성준 씨를 처음 알게 된 우리 어머니는 글쎄, 성준 씨를 볼 때마다…
애가 왜 저렇게 ‘띨빵’하냐구요? 큭큭. 물론 제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구요, 극이 흘러가면서 자연스럽게 인물이 점점 더 ‘띨빵’해지더군요. 어머니(선우은숙)와 갈등하는 감정 라인도 중요해지면서 아들의 그런 면이 더 부각된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 주로 살가운 아들이었어요. 성준 씨 어머니는 드라마를 보고 뭐라고 하시던가요?
왜 엄마한텐 나쁘게 굴면서 선우은숙 씨한텐 잘하냐고. 내 아들 안 같다고요.

실제로는 어떤 아들인가요?
옛날엔 엄마한테 애교도 좀 부리고 했지만, 이젠 살갑지 못한 아들. 그리고 아버지는… 재밌는 걸 하고 사신 적이 없는 듯한 분이세요. 그래서 이렇게 사는 저를 부러워하세요. 그 눈빛이 느껴져요.

그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재밌게 사는 아들의 재주를 인정하며 지지해준다는 뜻이에요?
지지해주진 않아요. 제가 편한 길을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죠. 배우는 평범한 직업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매력적인 직업이죠. 이번 드라마에서도 배우들이 각자 캐릭터에 충실하며 결혼의 이면을 열심히 까발려줬어요. 그 내용이 피부로 와 닿던가요?
와 닿아야 된다고 생각했고, 많이 느끼려고 했어요. 상견례며 예단이며, 다 드라마를 통해 배웠어요. 전 그저 아들을 낳고 싶단 생각만 자주 해요. 제 꿈이 좋은 가정을 갖는 거거든요. 아직 월수입도 일정치 않은데… 제가 부성애가 넘쳐서라기보단, 외로움이 커서 그런 것 같아요.

외국 생활을 좀 했죠? 10대 때 외국으로 간 것이 본인의 선택이었다면, 그 과정에서 느낀 바가 있겠어요. 몇몇 인터뷰기사를 보니, 어릴 때 외국 생활을 한 사람들이 겪는 보편적인 후유증 외에 또 다른 감정들도 느끼고 산 것처럼 보였어요.
확실히 소속감은 없었어요. 친구들과의 유대감도 부족했고요. 그런 시간을 통해 성격이 많이 변하긴 했어요. 사고를 친건 아니지만, 떠돌아 다니고 방황도 많이 했어요.

우울했던 시간은 성준에게 어떤 점으로 작용하고 있죠?
배우 일을 시작할 땐 독이었어요. 제가 모델 일 처음 할 때도 진짜 말이 없었던 걸 기억하는 관계자들이 있을 거예요. 배우는 일단 살아 있어야 하는 게 첫 번째 조건인데, 전 살아 있질 못했죠. 그래서 나를 깨는 데 포커스를 많이 맞췄어요.

결과적으로 연기할 때 자양분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특정 역할을 할 때 우울했던 과거의 감정을 꺼내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아요. 모든 연기는 결국 리액션인 것 같아요.

와! 그걸 벌써 아는 거예요? 연기한 지 2년 됐죠?
얼마만큼 잘 받아들이고 반응하느냐, 그게 배우의 자질같아요. 과거의 경험은 그냥 성준이란 사람이 갖고 있는 성격이죠. 촬영이라 생각 안 하고 그 상황에 빠져 있으면, 정말 그렇게 느껴져요. 연기할 땐 항상 그순간이 첫 번째 경험이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연기하면서 희열을 느꼈던 순간이 있어요?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를 보면서, 이 작품을 발판으로 도약하겠구나, 싶었어요. 스스로도 많이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았어요?
그런 건 없어요. 그저 일이 끝났을 때 ‘내가 뭐했지?’ 싶은 경우엔 잘한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뭐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게 바로 살아 있었다는 증거예요. 오늘 우리가 하는 말들, 지나고 나면 내가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 다 기억이 안 날 거예요. 이 말들이 대사일 뿐이라서 철저히 외운 결과였다면 여기서 어떻게 말을 했고, 어떤 표정을 지었고, 그런 게 기억에 남겠죠.

처음 들어본 지론이에요. 멋진데요? 그런 가치관이 있다면, 연기를 시작한 게 옳은 선택이라는 믿음도 있겠어요.
아직까진 잘 모르겠어요. 그저 연기를 처음 시작한 첫 번째 이유가 이걸 하면 내가 외롭지 않겠다는 판단 때문이었어요. 좀 오그라드는 표현이지만요. 항상 혼자 지내면서 하도 지지리 궁상을 떨었더니 내가 왜 이러고 사나 싶었죠.

지금의 내가 예전의 나보다 훨씬 좋나요?
아무래도 내가 하는 일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아요. 단적인 예로 연기를 같이 한 형도 있고, 관객과 시청자도 있잖아요. 그림 그릴 땐(성준은 미대에 다녔다) 소통한다는 느낌은 못 받았거든요. 그건 나 자신과 싸우는 작업이었죠. 난 외로워서 소통이 필요했는데, 그림은 적합한 길이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불특정 다수의 존재를 가끔은 인식하겠군요. 이제 작품을 통해 성준 씨를 눈여겨보는 사람이 점점 늘겠고, 연기에 대해 댓글을 다는 네티즌도 늘겠죠.
소통할 대상을 굳이 정해놓진 않아요. 그저 마음속에 이미 자리 잡고 있는 막연한 외로움을 어떻게든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죠. 예전에는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글도 잘 썼어요. 그러면서 갈증을 좀 풀었죠.

어떤 글들을 썼어요?
뭐 블로그에도 쓰고, 댓글도 달구요. 인터넷상에서의 대화야 간단하죠. “물을 마셨다. 에비앙인 줄 알고 마셨는데 알고 보니 그냥 생수였다. 원효대사가 말한 해골 물이 생각났다. 끝.” 그러면 누가 이런 댓글을 달기도 하죠. “참 이상한 생각을 하시는군요. 님, 병신.” 그럼 또 “니가 병신이라서 내 말 못 알아듣는 거야. 하하하!” 이런 미묘하고 작은 스파크들이 외롭지 않게 만들어주기도 했죠.

하하.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로 성준 씨를 제대로 처음 본 사람은 좀 헷갈리겠어요. 성준 씨나 영광 씨와 모델 시절부터 친구였던 이수혁을 영화 <이파네마 소년>으로 만났을 때 그가 말했어요. 좀더 어렸으면 하이틴물을 했을 거고, 30대라면 그에 맞는 멜로가 있을 텐데, 20대 초중반을 위한 청춘물 찾기가 힘들다고요. 성준 씨는 한동안 청춘물을 계속 해도 어울리겠어요, 구스 반 산트의 <아이다호> 같은 작품이 있다면.
구스 반 산트 좋아해요. 청춘, 나쁘지 않아요.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다기보다 어떤 극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요. 살아 있는 작품이라면 오케이예요.

오늘, ‘살아 있다’는 형용사를 한 예닐곱 번은 들은 것 같네요.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