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재발견

1주일에 3분 투자하는 것으로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고강도 트레이닝. 게으른 사람, 굵고 짧은 것을 선호하는 사람, ‘벼락치기’에 능한 사람은 일단 솔깃할 운동 스타일이다.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체력관리 철저하게.’ 거룩한 마음으로 신년계획을 세우는 일이 해마다 반복된다. 운동화를 살 땐 ‘머지않아 제대로 운동할 순간을 대비해’ 러닝화를 택하고, 피트니스 클럽 할인 전단지가 눈에 들어오면 일단 손에 쥐고 본다. 이렇게 운동을 개념으로만 짝사랑하는 전국의 동지들이 차고 넘치리라 믿지만, 오늘도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건 야간의 피트니스 클럽에서 러닝머신에 공격적으로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운동은 부지런함과 시간투자와 목표의식이 모두 어우러져야 완성되는 것처럼 보인다. 퍼스널 트레이너가 더 이상 사치를 의미하는 이름이 아닌 지금, 숨쉬기와 산책 정도만 즐기는 사람은 방만한 돼지일까? 아니, 운동이라고 부를 수 있는 활동은 대체 어느 지점까지일까?

이런 의문을 품고 해답을 얻기 위해 움직인 영국의 한 내과 의사가 있다. “늘 운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운동하는 시간이 지루하고, 투자한 만큼 효과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그래서 운동을 어떻게, 얼마나 해야 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지난해 BBC2 채널이 이 과정을 <The Truth about Exercise>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다큐의 화자이자 실험 참여자였던 의사 마이클 모슬리를 통해 간접체험할 수 있는 충격요법 하나, 기름진 식사 후의 혈중지방 알아보기. 50대 초반에 보통 체격인 그는 ‘버터 핑거 팬케이크’에 있을 법한 푸짐한 죄악의 브런치를 먹고, 네 시간 후 혈중지방을 체크해봤다. 식사 전과 비교했을 때 지방은 2.5배 정도 늘어 있었다. 내 피 속에 떠다니는 지방을 눈으로 확인하며 경각심을 새기고 싶다면, 물을 채운 유리컵에 기름을 1cm 두께는 되게끔 부어놓기라도 하고 매일 감상하자. 실험 첫째 날 밤 산책을 한 그가 다음날 똑같은 방법으로 브런치를 먹고 혈중지방을 체크했을 땐, 전날보다 1/3 가량 줄어든 지방이 나왔다. 간밤의 산책 덕분이다. 문제는 이 정도 감량을 위해 산책을 무려 90분이나 했다는 것.

다큐는 여기서 모두가 익히 알던 운동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운동법을 소개한다. 바로 고강도 트레이닝이라 불리는 ‘HIT(High-Intensity Training)’다. “전속력을 다해 20초 동안 사이클 머신을 탑니다. 잠깐 휴식을 취한 후, 그걸 두 번 더 반복하면 돼요. 그게 운동의 전부입니다.” 새로운 운동법의 효용을 몇 년째 연구했다는 노팅엄 대학교 연구팀이 한 말이다. 이 황당한 운동법을 좀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사이클 머신에 타 2~3분 페달을 밟으며 워밍업을 하다가 20초 동안 전속력을 다해 페달을 밟는다. 잠깐 휴식을 취한 후, 또 20초 동안 전속력으로 페달을 밟는다. 꽤 힘들 것이다. 좀 쉬다가, 최후의 20초 동안에는 ‘죽어라’ 온 힘을 다해 전속력으로 페달을 밟는다. 힘좀 들였다고 할 만한 시간은 총 1분. 이걸 1주일에 3회, 즉 3분 하는 방식으로 몇 주간 지속하는 것이 골자다. 실험 참여자인 의사는 당연히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그가 4주 이상 HIT를 반복하자, 인슐린 감수성(인슐린은 혈액 속 당 수치를 조절해준다)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 마디로, 몸 속의 변화가 수치상으로 확연히 드러났다. 핵심은 이런 운동이 근육 속의 글리코겐 저장소를 파괴하도록 돕는다는 것. 연구팀이 하는 일 중 하나는 이 운동법이 실제로 신진대사와 근육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일이다.

일주일에 3분 투자하는 게 결정적인 운동이 될 수 있다니! 운동이라면 ‘오래’ ‘많이’한 사람이 결과의 호사를 누린다고 생각했다. ‘힘들게, 짧게, 드물게, 안전하게’가 키워드인 HIT를 위해선 물론 자기 체력에 대한 점검과 안전한 가이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운동법은 무엇보다 운동에 대한 우리의 시각 자체를 바꿔놓는다. 운동이 마음의 짐과 같은 숙제가 아니라 건강을 가꾸기 위한 방편 중 하나라면, 개인의 상황에 따라 적합한 운동법이 있는 것이다. 운동에 관심 있는 남자들은 한번쯤 HIT를 입에 올려봤을 것이다. 근육 가꾸기에 관심 있는 많은 남자들이 HIT 타입으로 운동을 한다. 고강도 트레이닝과 비슷하면서도 휴지기의 운용 방식이 다른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gh-Intensity Interval Training)이란 것도 있다. 달리기를 한다고 치면 전속력을 다해 1분을 달린 후, 2분은 걷는 것(가만히 쉬는 게 아니라)을 한 세트로 총 5회 반복하는 방법이 그 예다. 스포츠 의학에서는 예전부터 운동 선수들의 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런 훈련을 활용했다.

고강도 트레이닝에 대한 연구가 분명한 수치와 효용을 증명하며 보다 진화되고,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지난해 콜로라도 주립대학 연구팀 역시 ‘하루 2분30초, 고강도로 운동하는 것이 칼로리를 소모하는 데 도움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연구들에 따르면 산책이나 조깅은 근육 조직의 20~30%만 활성화시키고, 고강도 훈련요법은 최대 70~80%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몸을 쓰느라 호흡까지 멈춘 ‘무산소’적인 순간이면, 다리 근육뿐 아니라 상반신 근육의 상당 부분도 같이 쓰게 된다(혼신을 불태우는 1분이 의외로 그리 짧지 않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운동 후엔 온몸을 이용해 호흡하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다.

운동하지 않는 사람이 겪는 이중고는 내 처지에 대한 비관(‘운동할 시간이 없다!’)과 자괴감(‘내가 게으른 것이다!’)이다. 오래, 많이 할수록 효과 있다고 믿었던 운동이나 운동보다 활동에 가까운 유산소 운동 대신, 투자해야 할 시간과 지루함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운동법도 있다는 건 위안거리다. 물론, 서로 다른 조건을 지닌 우리 몸으로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은 받아들여야 한다. 질환이 있거나 몸이 약한 사람에게 순간적으로 온 기운을 쏟는 운동 방식이 좋을 리 없다. 고강도 트레이닝 자체는 효과적인 운동법임에도 내 유전자가 그것을 거부한다면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유전자에 따른 운동 궁합은 수십 억을 들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노팅엄 대학교 연구팀이 밝혀낸 흥미로운 사실이다). 운동 한답시고 혈액 체취부터 해 유전자 검사를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일주일에 3분씩, 8주 이상 고강도 트레이닝을 지속하면 궁합 여부는 결판날 것이다. 안전하고도 정확한 운동을 위해 퍼스널 트레이너를 찾아야 할지언정, 다음과 같은 사람들에겐 일단 솔깃할 운동법이다. 게으른 사람, 굵고 짧은 것을 선호하는 사람, ‘벼락치기’에 능한 사람. 이 봄은 움츠렸던 게으름뱅이 동지들이 개화만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