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악을 무기로 설득하는 인피니트 <2>

지금 가장 눈에 띄는 아이돌그룹은 의심의 여지없이 인피니트다. 그 무엇보다 좋은 음악을 무기로, 팬덤과 팬덤 밖 사람들까지 설득하고 있는 인피니트를 <보그>가 만났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우현의셔츠는 김서룡 옴므(KimseoryongHomme), 재킷은 필립플레인(Philipp Plein), 어깨에연출한 스카프는 미수아바흐브(Misu A Barbe), 모자는H&M, 호야의 재킷과 팬츠는마이클 바스티안(Michael Bastianat Koon With A View), 성종의티셔츠와 모자와 가방은 미수아바흐브, 엘의 니트 티셔츠는 철동.

짧은 주기 동안 여러 싱글과 미니 앨범을 내면서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변화나 모험이 필요하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올 초 잠시 활동한 인피니트의 유닛, 인피니트 H였다. 데뷔 전 힙합 댄서로도 활동한 호야와 동우의 유닛. 둘은 7명 사이에서 미처 다 펼치지 못했던 끼를 보여줬고, 힙합을 부드럽고 재치 있게 풀 줄 아는 프로듀서 프라이머리의 존재 덕에 업그레이드된 아이돌의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다. 호야를 촬영하던 사진가에게 ‘2012년을 휩쓴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친구 서인국을 짝사랑했던 그 인물이자 인피니트에서 춤에 강한 멤버’라고 정리해주는데, 호야가 씩 웃으며 받아쳤다. “저는 댄스 머신이죠.” 호야는 촬영을 위해 카메라 앞에서 대기할 때마다 계속 춤을 췄다. “연습생이 되기 전까지 프리 스타일 댄스나 댄스 배틀을 하며 살았어요. 군무도 아니고 안무도 아닌, 짜여지지 않은 춤을 췄거든요. 그런데 그룹 활동을 하면서 주로 똑같은 동작의 춤을 추니까 내 개성이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쉬운 점이 있었죠.” 호야는 7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했던 인피니트의 안무를 처음엔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옆에서 성열이 거들었다. “데뷔했을 때, 우리끼리는 안무가 하나도 안 맞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리 보고 ‘칼 군무’라고들 하는 거예요.”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동우의 스웨트 셔츠는미수아 바흐브(Misu ABarbe), 성열의 티셔츠와재킷은 우영미(Wooyoungmi),붕대처럼 사용한스카프는 미수아 바흐브,성규의 체크 셔츠와가방은 미수아 바흐브.

인피니트는 이제 조금씩 ‘칼 군무’를 벗어나려고 하지만, 그건 이미 이들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 춤처럼, 인피니트는 아직까지 멤버 개개인보다 그룹 전체로 움직이고 기억되는 그룹이다. 자신을 농담의 재물로 삼을 줄 알며 ‘하이 개그’에 능해 보이는 리더 성규나 제법 눙치는 재주가 있는 우현은 예능과 잘 어울리고, 잘생긴 엘은 어디 나가 그저 앉아만 있어도 본전을 할 것 같은데, 엘은 자신들이 뭉쳐 있어야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각각 띄워놓으면 말들이 없어져요. 흩어지면 죽습니다.(엘)” “저희는 예능에만 나가면 절어요.(우현)”

우현은 엘의 존재 덕에 인피니트에서 ‘외모로 잡아주는 멤버’가 생겼다고 했다. 엘과 우현은 서로 바른 소리를 한마디씩 주고받았다. “멤버들은 제 얼굴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정말 부끄럽고, 제가 뭔가 해야만 할 것 같고 그래요.” “멤버들뿐만 아니라 저희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엘이 아주 잘생겼다고 생각해요. 인정할 건 인정해줘야 합니다. 인물 말고 매력도 중요하죠. 제가 바로 ‘볼매’입니다.” 권투 신을 찍는 호야와 엘을 두고, 호야에게 ‘펀치를 날릴 기회를 주겠다’고 한 건 말 그대로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생긴 엘의 얼굴을 조금이나마 일그러뜨려보겠다는 마음에서였다. 엘에게 다가가 비밀스러운 접선을 하듯 조심스럽게 ‘그 높은 코는 자연산인지’ 물었을 때, 엘은 쿨하게 말했다. “만져봐요.” 그동안 아무도, 감히, 이 고운 얼굴에 누군가 펀치를 날리는 장면을 상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엘은 촬영 컨셉을 마음에 들어 했다. 연기자의 기질이 확실히 있기 때문일까? 엘은 활동하는 곡에 따라 어울리는 이미지를 상상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도록 노력한다는 놀라운 얘기를 들려줬다. 신보의 타이틀 곡을 ‘샤방샤방’으로 이해한 엘이 이 곡에 맞게 떠올린 주인공은 천진한 귀공자. 엘은 조만간 그가 직접 사진 찍고, 그림까지 그린 포토 에세이를 낼 예정이다.


왼쪽부터)호야의 메탈릭 카디건과 팬츠는 버버리프로섬(Burberry Prorsum), 우현의 메탈릭 톱은 하나차(Hanacha),팬츠는 우영미(Wooyoungmi), 동우의 셔츠와 재킷은철동(Cheol Dong), 메탈릭 팬츠는 푸쉬버튼(Pushbutton),신발은 모두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인피니트 멤버들이 모두 모여 마지막으로 단체 컷을 촬영할 때, 스튜디오에선 크렉 데이빗의 ‘인썸니아’가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7명은 축구공을 차며 놀다가 단체로 ‘인썸니아’를 합창하며 각자의 춤을 췄다. 분위기가 업 돼 신나게 촬영하던 무렵. 막내인 성종이가 축구 골대의 그물에 걸려 무릎팍으로 바닥에 착지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성종은 한참 동안 엎드려서 일어나질 못했다. 세트 스타일리스트가 정성 들여 만든 골대는 그순간 퇴장 당했다. “매니저와 한 집에 같이 살아야 하는 것, 수긍가요. 집안에서 운동하다가도 이렇게 누가 다칠 수 있거든요.(동우)”

아이돌그룹의 곁엔 늘 매니저가 함께한다. 인피니트가 데뷔 초 ‘그나마 몸 누울 곳 있다는 게 다행인 집’에서 부대끼며 산 일화는 많이 알려졌다. 이들은 지오디 이후 방송이나 인터뷰 등에서 ‘(비통한) 숙소’ 가 가장 자주 화제로 오르는 그룹 같다. 어쩌면 아이돌의 위신을 가늠할 때 가요 차트 다음으로 객관적 지표가 되는 것이 숙소 환경의 변화일지 모른다. 인피니트는 얼마 전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로 입주했다. 비록 건장한 청년들의 묵직한 걸음걸이와 소음을 견디지 못한 아래층 사모님이 ‘일과표를 제출하라’ ‘밤에 샤워하고 물 틀지 말라’고 잔소리한 끝에 바로 다른 동으로 이사하는 번잡함도 있었지만.

팬덤의 환호를 받는 젊은 가수들이 간혹 무대 아래에서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들려줄 때면, 그 이야기는 천진하고도 웃지 못할 촌극처럼 느껴진다. 인피니트가 어떤 곡을 통해 가장 큰 사랑을 받았는지 이야기하다 보면, ‘그 노래를 부르면서 회사 빚을 다 갚았다’는 에필로그가 따라온다. 멤버들이 한 숙소를 쓰며 얼마나 사심 없이 대화를 하는지 그 끈끈한 관계를 늘어놓다 보면, ‘누가 가장 서러운 인생을 살았는가 슬픔 배틀도 한다’는 고백이 이어진다. 아이돌과의 수다 끝엔 마냥 웃기에도 난감하고, 정색하고 비극으로 여기기엔 해맑은 무엇이 남는다. 인피니트의 목표는 ‘국민 그룹’으로 서는 것이다. 이들은 카리스마 있는 아이돌보다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가는 아이돌이길 원하고, 또 그게 어울린다. 우현의 표현대로라면 ‘밥 같은 존재’다. 요란하게 티는 안 내지만, 은근한 독기가 있다는 인상을 주는 인피니트. 팀 이름대로 이들에 대한 기대치 역시 무한하게 높아질 수밖에 없겠다. 지금처럼 계속 좋은 음악을 들고 나오는 한, ‘국민 그룹’이 되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