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눈은 안녕하십니까?

지난밤 충분히 잤음에도 밤샌 사람처럼 빨갛게 충혈된 눈에 갸우뚱해질 때가 있다. 수면 시간을 따지기 전에 눈곱 색부터 확인해보자.

누구나 하나쯤은 있을 법한 병원 트라우마. 소름 돋는 드릴 소음이 난무하는 치과가 대표적이고, 이물질을 빼낸다는 이유로 귀, 코, 목구멍에 바람을 쏘아대는 이비인후과, 얼굴 뼈가 부서질 듯 고통스러운 여드름 압출 시술을 견뎌야만 하는 피부과 등 그 사례는 다양하다. 그러나 나에게 이들보다 두려운 곳은 ‘안과’다.

4년 전, 눈 다래끼가 크게 나 안과를 찾았는데 베드에 눕자마자 복면처럼 생긴 흰 천을 씌운 의사는 양손에 면봉을 들고 마치 이마에 난 여드름을 짜듯 인정사정 없이 눈꺼풀의 고름을 짜냈다. 당시 느꼈던 충격과 고통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혹독한 치료 과정 덕분에 그때부터 난 눈 건강에 지나치게 집착해왔고(가급적 안과에 발을 들이지 않으려는 소심한 발악일 수도!), 다래끼가 올라오는 것 같으면 출근을 미뤄서라도 안과에 들러 항생제를 미리 처방받을 정도로 유난스러웠다. 이렇듯 눈 건강에 관해선 철통수비를 펼쳤건만, 얼마 전 눈 속이 간질간질하고 눈곱이 평소와 달리 누럴 뿐더러 양도 많은 것이 아닌가! 눈두덩에 볼록 나온 흔적이 없는 걸로 보아 다래끼는 분명 아닌데, 이거 왠지 불안하다.

눈을 찬찬히 살피던 압구정연세안과 이동호 원장의 첫 질문은 “운동, 하시나요? 수영장이나 헬스장처럼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장소에 있었던 적은요?” 지난주 필라테스를 등록했다는 말에 이 원장은 곧바로 “샤워시설을 이용했느냐”고 되물었다. 내 대답은 ‘예스’였고, 누런 눈곱의 이유 또한 그곳에 있었다. “유행성 결막염이 의심되는군요. 여름철 특히 주의해야 하는 눈병, 유행성 결막염은 주로 접촉에 의해 발생합니다. 음식에 핀 곰팡이처럼 바이러스 역시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창궐하죠. 날이 더워지는 이맘땐 평소보다 땀을 많이 흘리는데다 몸매 관리를 목적으로 수영장이나 헬스장 방문이 잦은 만큼, 안구에 유해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투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안구 과민증’ 덕분에 큰 화를 막았지만 한여름의 시작은 6월부터가 아닌가!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자 서울성모병원 안과 전문의 나경선 교수를 찾았다. “여름철 특히 극성을 부리는 눈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유행성 결막염’과 ‘급성 출혈성 결막염’이 그것이죠.” 아데노 바이러스가 원인이 돼 발생하는 ‘유행성 결막염’은 전염성이 강해 한쪽 눈에 먼저 발생했다 금세 다른 쪽으로 옮기에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고통이 두 배로 더해진다. 잠복기는 일주일 정도. 먼저 감염된 눈은 약 2주간 지속되며, 두 번째 감염된 눈은 첫 번째보다 좀더 길어 약 18~21일간 지속된다. 한편, ‘아폴로 눈병’으로 익숙한 ‘급성 출혈성 결막염’은 엔테로 바이러스가 원인이며, 잠복기는 하루 이틀 정도. 대부분 손등으로 눈을 비빌 때 전염된다는 사실이 흥미로운데, 바이러스 침투 하루 만에 ‘결막하 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눈의 흰자 위(공막)를 덮고 있는 얇은 막(결막)의 혈관이 터지면서 아래쪽으로 혈액이 고여 흰자위가 빨갛게 보이는 상태로 완치까지 평균 2주가 걸린다.

그렇다면 유행성 눈병의 전조 증상은 뭘까? 서울성모병원 안과 전문의 황규연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눈곱이 많이 끼고, 눈꺼풀이 붓고, 찌릿하며 때에 따라 시야가 흐려지기도 한다. “대부분 일주일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호전되지만 길게는 3주 이상 지속될 때도 있죠. 특히 처음 2주간은 주위에 전염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대부분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만, 눈동자를 침범하는 각막염이 발생하면 장기적으로 볼 때 시력 저하가 염려되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잠을 못 잔 것도 아닌데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이유 없이 눈물이 나며, 눈에 모래알이 굴러다니는 것처럼 불편하다면, 즉시 안과를 방문해 진단받는 것이 유행성 눈병을 치료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미 침투한 바이러스가 합병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여름철 눈병 치료의 원칙입니다. 겁낼 필요 없어요. 안약으로 염증을 최소화하고 2차 세균 감염을 막는 게 치료의 전부랍니다.”

눈병은 병 그 자체로 보자면 별것 아닐지 모르지만, 눈병에 걸린 사람들을 쳐다보기조차 꺼릴 정도로 괴로운 질병. 전문의들이 귀띔하는 여름철 눈병 예방법을 미리 숙지한다면 당신의 맑고 건강한 눈동자를 지킬 수 있다. 하나, 외출 후엔 반드시 비누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손을 싹싹 씻는다. 둘, 손으로 얼굴, 특히 눈을 비비거나 만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셋, 수건이나 개인 소지품 등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피한다. 넷, 눈에 부종, 출혈, 이물감이 느껴지면 얼른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다. 다섯, 눈병에 감염됐을 때는 대중목욕탕이나 수영장 등 공공 장소는 피하고 외출은 가급적 자제하자. 여섯, 강한 자외선이나 과도한 냉방도 눈 건강을 해치는 요인. 외부 활동이 많을 땐 자외선 차단 효과를 갖춘 콘택트 렌즈를 착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부터 눈은 ‘마음의 창’이라 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빨간 얼룩이 지고, 노란 이물질이 끼면 되겠는가? 눈을 깨끗이 관리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첫 단추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