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책을 낸 조여정

배우 조여정이 책을 냈다. 수필처럼 읽히는 조언 하나하나가 마음에 남아 생활 속 변화의 불씨가 된다는 점이, 넘치는 정보로만 가득한 뷰티 북들 사이에서 이 책이 반짝이는 이유다.

베이지 컬러의 실크 드레스는 앤디앤뎁.

배우 조여정이 책을 냈다. 제목은 ‘힐링 뷰티’. 예쁜 여배우가 책을 냈으니 취재하자고 마음먹었다. 콘텐츠야 힐링을 내세웠겠지만, 결국은 유명세를 이용한 책이겠거니 짐작하며. 그런데 시큰둥하게 받아 든 책 내용이 의외였다.

마음 자세, 먹을거리, 피부, 몸, 크게 네 가지 테마로 나뉜 이 책에는 여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공감대’와 ‘진심’이 담겨 있었다. 만약 당신이 힘들이지 않고 허벅지 살만 쏙 빼주는, 하룻밤 사이에 동안 피부로 만들어줄, 야식을 즐기면서도 살이 찌지 않을 ‘비법’ 같은 것을 기대한다면, 이 책 대신 케이블 홈쇼핑 채널을 보면 된다. 그러나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 지을 수 있고, 혼자여도 외롭지 않고, 큰돈 들이지 않고도 건강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 ‘지혜’를 얻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야 한다. 요지는 ‘타고났다’ 생각했던 그녀의 아름다움이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예쁘게 낳아주셨죠. 그렇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진짜 이상해진다니까요. 섬뜩해요. 학창 시절 남학생들에게 인기폭발, 학교가 들썩거릴 정도로 특출 나게 예뻤던 친구들을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치면 너무 달라져서 깜짝 놀라요.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빛’을 잃어버린 그녀들을 보며 그건 ‘생활’이 원인일 거다, 나도 정말 노력해야겠구나 느끼죠.” 이 책은 입고, 바르고, 생각하고, 먹고, 자는, 일상적 행위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이는 조여정의 일상에 대한 기록이다.

영화 <방자전>을 만나기 전까지 그녀의 배우 인생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험난했다. “그야말로 짝사랑이었죠. 촬영이 있으면 배역을 살려보려고 연구 또 연구, 손짓, 표정까지 다 준비해요. 앞만 보고 달리는데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고, 크게 실망했죠. 억울한 일도 수없이 당했어요. 그렇게 기진맥진해 있을 때 뮤지컬을 하게 됐죠. 기력도 없었지만, 아무리 아등바등해도 변하는 게 없으니까, 또 뮤지컬은 처음이라 내 걸 보이려는 욕심보다는 상대 배우의 대사를, 연출가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었어요.” 그러자 그녀를 흥행을 위한 얼굴마담 정도로 여기던 스태프들이 달라졌다. “어느 날 연출가 이지나 선생님이 절 부르더니 ‘여정아, 너는 들을 줄 아는 배우구나’ 라고 말해주셨죠. 그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상대 배우의 대사를 듣기 보다는 준비한 내 대사에만 연연했던, 역할에 몰입하기 보다는 내 욕심과 카메라만 의식하고 있었던 그동안의 나를 발견했죠. 이 모든걸 알려준 계기가 요가였어요.”

우연히 시작한 요가 수업. 그녀는 언제나 제일 앞에 앉았다. 큰 거울 벽면과 마주하고 요가를 하던 어느 날 조여정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마주했다. 그순간을 책에 이렇게 적었다.

“화로 가득 찬 눈빛과 굳은 입술, 어두운 낯빛. 스스로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어두운 내 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났다. 그렇게 한 시간 반이 흘렀다.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나를 변화시켰다.”

그날 이후 매일 아침 조여정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나를 속이려 했던 사람들, 화가 나죠. 그렇지만 그들 때문에 내 얼굴이 망가지는 건 더 바보 같잖아요. 이젠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저에겐 좋은 참고자료예요. 다들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그러지만 전 ‘캐릭터를 한번에 인식시킬 수 있는 뻔하지 않은 리액션이야! 좋은 배우 되라고 이런 일도 겪나 보다’ 그래요. 저도 억울한 건 싫어요. 그래도 억울해 봐야 타인에 대한 이해 능력이 생겨요.” 그렇다고 그녀가 득도한 사람 마냥 언제나 의연한 건 아니다. 여전히 두렵다. “지금도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두려워요. 그런데 어느 감독님이 그러시더군요. 일본에 정말 유명한 미장이가 있다. 아무튼 최고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매번 최고일 수 있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조용히 답했다. ‘자신이 맡은 벽을 쳐다보면 너무 두렵다. 그 두려움이 지금의 자기를 있게 하는 것 같다.’ 덕분에 이젠 두려운 게 당연한 거구나, 생각해요. 예전엔 어디로 도망갈까 싶기도 했는데 이젠 그런 생각 안 해요.”

물론 이 책이 ‘마음’에만 포커스를 둔 건 아니다. 맛있고 건강한 맛집, 정말 닮고 싶은(실제로 보면 정말 탐난다) 그녀의 피부 노하우와 편애하는 제품들의 깨알 같은 정보, 장보기 노하우와 레시피, 휴식, 숙면 등 스스로를 돌보고 사랑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현실적인 조언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그 조언들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수필처럼 편하게 읽었던 조언 하나하나가 마음에 남아 생활 속 변화의 불씨가 된다는 점이 넘치는 정보로만 가득한(사실 정보란 너무 많으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뷰티 북들 사이에서 이 책이 반짝이는 이유다.

흰색 탱크 톱과 팬츠는 이지요가.

그 중에서 조여정이 가장 추천하는 섹션은 운동에 관한 ‘보디 힐링’.

“여배우들끼리 모이면 이런 얘기를 해요. “운동하러 가려고 운동한다”고. 다른 여자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우리 몸이 늘 최상의 상태가 아닌데, 늘씬한 여자들이 즐비한 헬스 클럽은 부담스럽죠. 그래서 전 그런 눈치 볼 필요 없는 조깅, 등산, 계단 올라가기 등을 제안해요. 특히 계단 오르기는 ‘힙업’에 정말 좋아요. 노하우는 ‘두 계단’씩 한꺼번에 올라가는 거예요. 무릎 보호를 위해 발뒤꿈치부터 닿도록 성큼성큼. 집이 24층인데 한번 올라가는데 4분 정도 걸려요(곡 하나가 딱 끝나더라구요). 그걸 3세트, 20분 정도 하는 거죠. 일부러 시간, 돈 낼 필요도 없고요.

제 운동 철학은 짧고 굵게! 딱 30분, 죽었다 생각하고 신나게 해요. 어떤 운동을 하든 숨이 헉헉 차오를 정도로 힘이 들어야 해요. 5~6시간씩 산 타고 내려와서 술 마시고 고기 먹고, 무슨 소용이에요. 물론 그것도 재미있죠. 그렇지만 운동을 목적으로 한다면 전 혼자 하라고 권해요. 친구와 함께하면 운동에 써야 하는 기합이 자꾸 ‘입’으로 빠져나가거든요. 가령 등산 초반 10분은 정말 괴롭잖아요. 그런데 친구가 있으면 자꾸 말을 하고 서로 배려한다며 “좀 쉴까?” 그러곤 엉덩이 붙이고 수다 삼매경이죠.” 조여정은 이 섹션만큼은 ‘힐링 뷰티’ 중 가장 단호한 어조를 사용했다. “제 여동생만 해도 친구가 무슨 시술을 받았는데 어디 살이 쏙 빠졌다며 호들갑을 떨어요. 그럼 전 ‘운동화 들고 한강 가서 1시간만 뛰어봐라, 내가 너라면 그냥 학교까지 매일 뛰어가겠다’고 하죠. 여자들끼리 있으면 정보가 늘 이런 식으로 흘러가잖아요. 그렇지만 운동엔 변명이 없어요. 하기 싫을 때 쉽게 운동하는 법, 그런 건 없어요. 대신 전 일상 생활에서 꾸준하게 운동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했죠. 요가 등으로 마음을 다스리려 해도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정말 싫을 때가 있잖아요. 전 이 섹션을 통해 여자들이 운동을 시작하고 자신감을 회복했으면 좋겠어요.”

<보그> 촬영장, 탄력 있고 반듯한 그녀의 작지만 탄탄한 몸매가 만들어내는 요가 동작에 탄성이 끊이질 않았다. 촬영 후엔 타코 파티! 멕시코 음식을 좋아하는 그녀가 준비한 것이다. 퀘사디아, 타코, 감자칩, 음료 등이 수북하다. “감자튀김도 먹어요?” “그럼요! 먹고 운동하면 되죠.” “삼겹살 먹을 때 김치 대신 토마토를 먹는다면서요. 먹는 데 유난스러운 줄 알았어요.” “삼겹살과 토마토, 진짜 궁합 괜찮아요. 시도해보세요. 책이 나오고 오히려 주변에서 더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어제도 <최화정의 파워타임> 라디오 방송을 갔는데 설탕 발린 꽈배기 간식이 있는 거예요. ‘좋은 것만 먹는 애 앞에서 부끄럽게 이런 걸 왜 꺼내놨냐’고 최화정 언니가 스태프들에게 성화를 부렸어요. 하하. 전 그것도 잘 먹어요. 음주가무도 좋아해요. 다만 그걸 나쁜 방향으로 푸는 걸 경계하라는 거죠.

매일 이 책에 쓴 모든 것들을 실천하라? 에이, 저도 그렇게 못해요. 그 중 하나라도 시도하면 스스로 위안이 되는 거예요. 우리, 아는 건 정말 많잖아요. 그런데 아무것도 실천하고 있지 않죠. 저도 이 책을 준비하면서 그렇게 됐으니까, ‘하루 하나씩, 나를 위한 실천을 시작하자’는 거죠. 저 역시 어디선가 여러분과 같은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됐으면 좋겠어요.”

‘외모’가 재산인 여배우이기에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맞춤 운동을 하고, 몸에 좋은 것만 쏙쏙 골라 먹으며 온실 속 화초처럼 살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조여정. 그녀는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생각과 역동적 에너지를 지닌 여자였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지만 중심을 잡을 줄 알고, 누구보다 열정적이지만 버려야 할 땐 흔쾌히 흘려 보낼 줄 아는 지혜와 용기를 지닌 그녀 말이다. “<서칭 포 슈거맨>이란 영화 아세요? 꼭 한번 보세요. 주인공은 엄청난 곡을 썼고 그것이 사회를 변화시킬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건설 폐기물을 처리하는 자신의 생활을 이어가요. 소름이 끼쳤어요. 이 사람은 두 다리를 단단히 땅에 박고 있구나. 아주 오래된 거목처럼 말이죠. 더위, 추위, 폭풍우가 와도 이 사람은 휩쓸리거나 흔들리지 않아요. 그냥 그런 일들이 스쳐지나갈 뿐이에요. 내가 본 인간 중에서 제일 우아한 인간이었어요!” 그녀는 자신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했지만, 내가 느낀 조여정은 이미 그렇게 보였다.

그런 그녀의 삶과 경험이 오롯이 녹아있는 <힐링 뷰티>. 책을 덮고 나는 12층 아파트 계단을 걸어 올라가고, 잠들기 전 미간 사이에 물 한 방울이 떨어져 서서히 퍼져나가는 상상을 하며 굳어 있던 얼굴과 마음을 밝히는 ‘사바 아사나’를 실천했다. 그녀가 쓴 책은 읽어 볼 만하다고 감히 단언한다. 우리 여자들에게 희망의 경종이자 나태함을 화들짝 깨닫게 하는 따뜻한 채찍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