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리안 왁싱에 대한 체험기

여름이 되면 더 궁금해지는 그것! 궁금하지만 물어보기 힘들고, 도전하고 싶지만 두렵기도 한 브라질리안 왁싱에 대한 생생한 체험기.

상의는 그대로 입고 하의는 팬티까지 몽땅 벗은 채 가운을 걸친다. 따뜻하게 데워진 침대 위에 누워 있으면 테라피스트가 들어오고, 마치 산부인과에 온 듯 다리 위치를 잡아준다. 긴장감에 침이 꼴딱, 두 주먹은 불끈, 드디어 생애 첫 브라질리언 왁싱이 시작된다. 사흘 전, 브라질리언 왁싱에 일가견이 있는 여자들을 만났다. 국제결혼을 한 S, 조신한 얼굴에 최근 임신을 한 H, 뉴욕에서 왁싱 공부를 한 왁싱 전문가 Pro, 제모 시술에 관심이 많은 피부과 의사 Dr.까지. 궁금하지만 물어보기 힘들고, 도전하고 싶지만 두렵기도 했던 브라질리언 왁싱이란 불씨에 화끈하게 불을 당겨준 그녀들과의 가감 없는 수다.

Vogue(이하 V) 브라질리언 왁싱, 그 첫경험부터 고백해볼까요?
S 국제결혼을 했는데 남편이 부탁을 했어요. 우리가 겨드랑이 털을 면도 안 한 여자를 보면 흠칫 놀라듯이, 서양인들에겐 브라질리언 왁싱을 안하면 그런 느낌이라더군요. 파트너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는 듯해요.

H 전 바캉스를 계기로 처음 브라질리안 왁싱을 했어요. 비키니 라인 사이로 자꾸 삐져나오는 털, 완전 최악이잖아요! 엄청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참을 만했어요.

Pro 맞아요. 한국 여자들은 80%가 직모라서 곱슬인 서양인보다 덜 아파요. 모근이 깊거나 털이 굵으면 통증도 심하고  피가 나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브라질리언 왁싱에 사용하는 천연 하드왁스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소프트왁스(부직포를 붙여 쫙 떼어내는)보다 훨씬 덜 자극적이죠. 왁싱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떤 털이든 뽑을 수 있지만, 부위별 맞춤 왁싱제와 방식을 잘 선택해서 사용해야 해요. 위생은 당연것이구요. 그렇지 않으면 피부 처짐, 피부 탈락, 감염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용감무식한 왁싱 살롱, 여전히 국내엔 많습니다.

V Pro님은 미국에서 왁싱을 공부하셨다고요?
Pro 네. 5년 전 미니스커트에 노팬티가 유행한 적이 있어요. 청담동 헤어살롱에서 머리를 하고 있는데, 미용사가 ‘저기 계단 올라가는 여자, 노팬티’라며 브라질리언 왁싱에 대해 알려주더군요. 그게 요즘 대세라며. 그래서 퓨빅 왁싱(음모 왁싱)에 대해 알아봤더니, 당시엔 국내에 교육기관이 없어 뉴욕 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죠. 퓨빅 왁싱 첫 도전자들은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양을 원하는데, 처음 다섯 번 정도는 전체를 다 왁싱하는 고급형을 추천합니다. 그러고 나면 털이 예쁘고 고르게 나서 중급 디자인을 해도 훨씬 보기 좋아요.

H 맞아요. 저도 처음에 중급을 했더니 남아 있는 털이 어찌나 빳빳한지, 속옷을 뚫고 나올 정도로 기세등등해서(허벅지를 찔러 살짝 따끔거리기까지), 결국 전체를 다 밀었어요. 그런데 고급을 하면 왠지 어른 같지 않고 이상하게 뚱뚱해 보이는 것 같아요.

S 난 까끌거리지 않던데. 단지 털이 구불거려서 생각보다 모양이 예쁘게 잡히긴 않더군요. 그것도 개인 차가 있나 봐요.

V 초급, 중급, 고급? 그게 뭔가요?
Pro 퓨빅 왁싱(음모 왁싱)은 제모 범위에 따라 초, 중, 고급으로 나뉩니다. 초급은 비키니 라인을 따라 V자 형태의 겉 라인만 잡아주는 것, 중급 이상은 대음순과 항문에 난 음모까지 모두 제거하는 것으로 우리가 흔히 브라질리언 왁싱이라 부르죠. 두덩뼈(골반의 앞면) 음모만 남기면 중급, 그것마저 모조리 밀어버리면 고급이죠. 중급의 경우 두덩뼈 위 남겨진 털을 삼각형, 사각형, 하트 등 여러 가지 모양으로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또 중급 이상의 브라질리언 왁싱은 V라인만 잡아주는 비키니 왁싱에 비해 대음순과 항문 쪽에 난 음모까지 모두 제거하기 때문에 청결하고 위생적이죠.

H 위생 면에선 저도 한 표 던질게요. 왁싱 전후 생리 시기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달라요. 냄새나 찝찝함이 훨씬 적더라고요. 이전에도 생리 위생을 깨끗하게 처리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왁싱 후 그동안 얼마나 대충 했는지 느낄 수 있더군요.

S 맞아요. 생리대에 음모가 들러붙거나 끼여서 찝찝하고 아팠던 기억! 이젠 사라졌죠.

Pro 항문에 털이 많았던 이들도 굉장히 만족스러워 해요. 한 고객은 브라질리언 왁싱을 알기 전에는 족집게로 스스로 털을 뽑을 정도로 엄청난 스트레스였다더군요. 일을 하다 보면 속옷이 불룩하게 올라올 정도로, 혹은 항문에 깜짝 놀랄 정도로 털이 많은 이들이 꽤 있어요.

 

V 그렇지만 음모도 뭔가 역할이 있는 것 아닌가요? 없으면 오히려 위생상 좋지 않은 건 아닌가요?
Dr. 겨드랑이 털과 비슷해요. 음모는 성기를 보호하고 마찰을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보는데, 현대인들은 속옷을 입으니까 크게 필요하진 않습니다. 우리가 정글에 사는 것도 아니니까요.

S 잠자리 만족지수도 빠뜨릴 수 없죠. 우리 집은 남편도 제모를 하는데, 특히 오럴 섹스 때는 완전 느낌이 달라요. 그리고 한국인들은 역시 손 기술에 능한가 봐요. 얼마 전 브라질 친구와 함께 왁싱을 받았는데, 한국 왁싱 끝내준다며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브라질은 워낙 다들 왁싱을 해서 그런지 마치 공장 같대요. 일렬로 드러누워서 ‘NEXT!’라고 말하면 다음 번 사람이 왁싱 받는데, 한국의 왁싱숍은 프라이빗하고 왁싱도 아프지 않고 섬세하게 해준다며 엄청 칭찬하더라고요.

H 아무리 그래도 역시 처음 왁싱 받을 때는 민망했어요. 실험실의 개구리처럼 다리를 벌리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특히 항문 왁싱할 땐 엉덩이 아래쪽에 베개를 받치곤 다리를 들게 하잖아요. 끈팬티 같은 일회용 팬티를 주기도 하지만 결국은 다 보여줘야 하니까.

S 처음엔 어찌할 바를 모르긴 했어요. 그런데 두번째 부터는 목욕탕에서 때민다 생각하니 편하더라고요. 하하.

Dr. 그것 때문에 병원에 못 오는 사람들도 꽤 많죠. 퓨빅 레이저 제모도 인기가 많거든요.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5회 이상 레이저 시술을 해야 하는데 민망한 거죠. 그렇다고 브라질리언 왁싱을 홈 케어로 도전한다? 전 권하지 않습니다. 질과 항문 주변 털까지 모두 뽑아야 하기 때문에 자칫 염증이 생길 수 있어 주의를 요하거든요. 오히려 집에서 혼자한다면 트리아뷰티 같은 홈 케어용 레이저 제모기를 추천해요.

V 위험하진 않을까요? 레이저가 자궁이나 생식기 건강을 헤친다거나.
Dr. 하하. 걱정 마세요. 레이저가 모근까지 침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질 주변 부위 등 색소 침착으로 피부가 검은 부위는 자칫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사용하면 안 됩니다. 털이 많을수록 쓸데없이 자극이 커지니 레이저 제모 전 면도로 털을 짧게 깎으세요. 만약 왁싱을 했다면 28일이 지난 후 레이저 제모가 가능합니다. 왁싱 후 자라나는 털은 거의 성장기 털이 아니거든요. 레이저 시술로 영구 제모 효과를 보는 것은 20% 미만의 성장기 사이클에 있는 털 뿐입니다. 성장기 털만 모근이 빽빽하게 자라 있고 멜라닌 색소도 충분해 제대로 모낭을 태울 수 있기 때문이죠. 그 외는 털만 탈 뿐 효과가 없습니다. 레이저 제모는 최소 5번은 해야 효과가 있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죠.

V 브라질리언 왁싱 후 불편한 점은 없었나요?
H 대중탕엔 못 가겠더라구요.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이 퇴폐업소에 나가는 여자란 오해를 받는 듯해요.

Pro 안타까운 일이죠. 심지어 많은 남자 고객들은 왁싱숍이 무슨 퇴폐업소인 줄 알고 찾아오기도 하니까요. 빨리 건전한 왁싱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어요.

H 맞아요. 전 출산 왁싱도 받을 거예요. 그렇잖아도 통증으로 정신없는 와중에 산부인과에서 왁싱하고 싶진 않거든요.

S 전 재왁싱을 피하는 4주 동안(피부 보호, 인그로운헤어(살 안쪽으로 자라는 털) 방지) 듬성듬성 털이 자라기 시작할 때 그렇게 보기가 싫더라고요. 막 나무를 심은 민둥산 같달까. 그런데도 이제 그냥은 못 살겠어요. 뭐랄까. 미개인에서 인간이 된 듯한 느낌이에요. 브라질리언 왁싱, 여자라면 용기 내서 한번쯤 받아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이런 실감나는 응원에 힘입어 청담동 왁싱 전문 살롱 무무 스튜디오 침대 위에 눕게 됐다.

테라피스트는 시술용 장갑을 끼곤 도구에 ‘칙칙’ 소독액을 뿌렸다. 시술 부위도 소독한 후 가장 먼저 긴 털을 숭덩숭덩 잘라냈다. 그러곤 중간 손가락 크기 정도로 따뜻하게 녹인 왁스를 피부에 바른 후 뜯어내기를 반복했다. 바깥쪽부터 안쪽으로 조금씩 범위를 좁혀 들어갔는데, 왁스가 굳기 시작하면 한쪽 모서리를 살살 들어 올려 잡곤 쫙 뜯어냈다. 물론 아팠다. 그런데 걱정했던 것보단 견딜 만했다. 눈에서 별이 번쩍 보일 정도로 아픈 경우는 딱 두 번(이땐 놀라서 ‘악’ 소리까지 질렀다). 예민한 부위는 왁스가 뜨겁다고 느껴지기도 했는데(사람마다 열감은 다르다), 엄살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내가 이 정도면 꽤 양호한 편이다. 왁스를 뜯어낼 때마다 진정 오일을 바르고 손가락으로 꼭 눌러주기 때문에 뽑는 순간만 아플 뿐 통증이 지속되진 않았다. 오히려 육체적인 고통보다 예민한 부위에 접근할수록 어디 찢어지는 건 아닌지 불안감이 더 괴로웠다. 당연히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하드 왁싱이 끝나자 족집게로 남은 털을 제거했다. 두덩뼈 위 모양도 세심하게 트리밍했다. 모양은 여러 가지 가능하지만, 복잡할수록 당연히 시간과 고통은 늘어난다.

왁싱 후 진정에 효과적인 초음파 서비스를 받고 감염을 예방하는 연고를 바르자 한시간 여의 왁싱 과정이 모두 끝났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털이 뽑혀 나간 부분이 오돌토돌 빨갛다. 첫날은 옷이 닿을 때 약간 쓰라렸는데, 둘째 날부턴 문제없었다. 물론 조심해야 한다. 왁싱 후 24시간 내엔 사우나, 뜨거운 샤워, 향이 강한 제품이나 비누 사용, 성관계, 과격한 운동은 금지. 2~3일 동안은 조이는 옷, 공중목욕탕, 태닝도 금물이다. 그리고 호기심에 자꾸 만지는 것도 피부 트러블이나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니 참아야 한다.

어른이 된 후 처음으로 마주한, 빼꼼히 모습을 드러낸 내 은밀한 부위를 바라보자 ‘키킥’ 웃음이 났다. 다시 어린아이가 된 듯했고, 심지어 귀엽기도 했다. 반면, 미묘하게 섹시해진 느낌도 들었다. 2주가 흘렀고, 이전에 들었던 그녀들의 생생 경험담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그러곤 어느새 두덩뼈 위에 새침하게 자리잡은 도형을 보며 2주 후엔 또 어떤 모양을 잡아볼까 계획을 세우게 됐다. 물론 모양은 비밀! 앞으론 네일숍에 들르듯 왁싱숍도 들락거리게 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