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네일 전성시대

2016.03.17

by VOGUE

    네일 전성시대

    돋보이고 싶을 때,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조용히 네일 파우치를 꺼내 드는 남자가 있다. 그렇다고 놀라지 말 것. 손끝 상태에 따라 센스지수가 좌우되는 21세기는 바야흐로 ‘네일 효과’ 가 주름잡는 시대니까!

    의상은 캘빈클라인 컬렉션, 더 스튜디오K.

    “매니큐어는 더 이상 예쁜 병 안에 든 눈요깃거리가 아니에요. 그 무엇보다 강력한 패션 액세서리죠.” 지난 2월 창간한 미국 네일 전문 잡지 <Nail It!>의 발행인 데보라 카버의 말처럼 잘 다듬어진 손톱은 센스 있는 여성의 필수조건이 되었다. YSL 뷰티 프로덕트 매니저 이원경이 말하는 네일의 매력은 ‘Impossible is Nothing’. “색조 화장은 피부톤이나 생김새에 따라 어울리는 컬러가 제한되지만, 손톱만큼은 특별한 구애 없이 나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향수를 뿌리는 것으로 외출 준비를 마무리하는 시대는 끝났어요. 앞으로 당신의 센스지수는 손끝과 발끝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네일로 ‘뜬’ 연예인도 있다. 네티즌 사이에서 ‘네일神’으로 불리는 신민아는 공식석상에 나타날 때마다 패션과 네일의 완벽한 매칭 실력으로 20~3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워너비 스타’로 등극했다. 누드톤 이큅먼트 실크 블라우스에 라일락 네일을 매치하는가 하면, 에스닉한 디자인의 샤넬 미니 드레스에 오렌지 네일을 발라 머리부터 ‘손끝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스타일링의 진수를 보여줬다. 실제로 샤넬 매장에서 ‘르 베르니’ 307호 오렌지 피즈는 ‘신민아 네일’로 불리며 입고 요청이 쇄도하고, 저가 브랜드에선 엇비슷한 카피 제품을 출시해 윈윈 효과를 보고 있다는 후문! 패셔니스타 고준희는 신민아의 뒤를 바짝 쫓는 후발주자.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매주 색다른 ‘팔색조 네일’을 뽐내며(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 버릇 덕분에 유달리 눈에 잘 띈다) 토요일 저녁 여성들의 발걸음을 네일숍으로 이끈다.

    그러나 네일 관리는 여성만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 이제는 버려도 좋겠다. 얼마 전 팬 미팅 차 일본으로 출국하던 ‘아시아 프린스’ 장근석의 손끝은 하얀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빅뱅의 지드레곤과 샤이니의 키, 비스트의 용준형은 뮤직비디오에서 검정 네일을 발라 그룹을 대표하는 패셔니스타임을 증명했다. 요즘 네일숍을 지날 때면 손 관리 받는 남성들이 포착되곤 하는데, 반디 네일 압구정점 단골은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VIP 전용 2층 관리실에서 네일과 패디 관리를 받고 있는 여유로운 모습이란!), 트렌드N 청담점 단골은 FT 아일랜드 리드싱어 이홍기! “남자라곤 관리 중인 여자 친구를 기다리던 ‘1+1’이 전부였던 예전과 달리, 최근엔 전체 고객의 5%를 차지할 만큼 남성들의 방문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예요.” 반디네일 압구정점 박현숙 실장의 말에 트렌드N 박수정 원장이 한마디 덧붙인다. “컬러는 블랙이 절대적으로 많고 한두 손가락에 포인트 아트로 십자가를 그려 넣는 열성 고객도 있답니다.” 노홍철은 방송을 통해 엄지 발가락에 하트를 그려 넣는 패디 아트를 공개했고, 화보 촬영차 발톱에 호피무늬를 그려 넣은 김구라는 담당 네일리스트에게 “직접 해보니 아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다”고 고백했다. 또 바르지 않고 굽는 방식(마치 도자기처럼!)의 젤 네일이 도입되면서 반려견의 발톱도 시술한 적 있다는 에피소드까지 그야말로 ‘네일 전성시대’!

    그러니 이제는 아무리 옷과 액세서리로 높은 패션지수를 뽐내도 손톱이 초라하면 2% 부족한 느낌이 드는 건 남자도 마찬가지다. “잘 정돈된 손톱은 스타일링을 완성하는 마지막 포인트가 됐어요. 큰 돈 들이지 않아도 언제든 준비된 여자 혹은 남자처럼 보이잖아요.” 맥 프로덕트 매니저 이은주의 말이다. 하긴 10년 전부터 친구들과 나눈 최악의 소개팅 에피소드에서 손톱이 길고 더러운 남자는 늘 빠지지 않고 등장했었다. 반대로 얼굴은 별로였는데 손끝이 유달리 깔끔했던 남자에겐 왠지 호감이 느껴졌고, 당시 여자들의 이상형은 손가락이 길고 예쁜 소지섭이었다. “네일 관리에서 성비가 허물어지면서 올 상반기 매니큐어 판매 매출 또한 급증하고 있어요. 작년 대비 3배 이상 뛴 133% 성장을 기록 했죠.” 아리따움의 모디네일은 네일 라인 출시 6개월 만에 360만 개 이상을 팔아 치웠고, 초기에 30여 종으로 선보였던 시리즈는 현재 130여 종으로 4배 이상 몸집을 늘리는 중 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셀프 관리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큐티클 오일이나 손톱 강화제 등 트리트먼트 라인이 강화됐다는 것. 글로벌 톱 메이크업 아티스트 톰 페슈 역시 네일의 매력에 푹 빠진 남자다. 지난해 에스티 로더와 손잡고 파리 밤거리에서 얻은 영감을 표현한 ‘비욘드 블랙’ ‘메탈 매니아’ 라인을 출시하더니, 올 초엔 봄날의 파리를 모티브로 한 ‘헤비 페탈’ 시리즈를 선보이며 네일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때는 7월. 알록달록 요란하고 반짝반짝 화려할수록 주목받는 네일아트 최고 성수기, 여름 아닌가! 존재감 넘치는 주얼리를 한 듯, 잘 관리된 손끝 하나로 움츠러든 어깨가 쫙 펴지는 마법을 경험해 본 당신이라면, 이제 그 좋은 걸 사랑하는 ‘남친’에게도 알릴 차례다.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이주현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모델
    애슐리, 박형섭
    스탭
    헤어 / 권영은, 메이크업 / 김지현, 네일/최지숙(Brush Lou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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