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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코어의 여왕, 가인

2016.03.17

by VOGUE

    하드코어의 여왕, 가인

    야한데 선정적이지 않고, 닿을 듯 말듯 오묘한 섹시함을 아는 여자. 그녀가 오늘은 하드코어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가인이 말하는 가인의 섹시 코드.

    보디수트와 가터벨트는 아장프로보카퇴르(Agent Provocateur),스타킹은 아메리칸 어패럴(AmericanApparel), 뱅글은 모두 데멘드데 뮤테숑(Demande de Mutation),펌프스는 게스(Guess).

    가죽 올인원 수트는앤디앤뎁(Andy&Debb), X자 서스펜더는데멘드 데 뮤테숑(Demandede Mutation), 왼손 스터드장식 뱅글은 제이미앤벨(Jamie&Bell),크리스탈 장식 샌들은 쥬세페자노티(Giuseppe Zanotti).

    비대칭 헴라인의 저지 드레스는에스이콜와이지(S=YZ),가죽 뱅글은 데멘드 데 뮤테숑(Demandede Mutation), 왼손 가죽 워머는에르메스(Hèrmes), 스터드 장식 스트랩힐은 생로랑(Saint Laurent).

    지퍼 장식 에나멜 원피스와긴 장갑은 하우앤왓(How&What),스터드 장식 초커와 오른손체인 장식 가죽 뱅글은 블랙뮤즈(BlackMuse), 왼손 스터드 장식 뱅글은제이미앤벨(Jamie&Bell), 스터드 장식스트랩 힐은 생로랑(Saint Laurent).

    시스루 보디수트는 아메리칸어패럴(American Apparel),뷔스티에와 와이어 스커트는하우앤왓(How&What), 메탈 장식 가죽뱅글은 모두 데멘드 데 뮤테숑(Demandede Mutation), 싸이하이 부츠는슈콤마보니(Suecomma Bonnie).

    싸이가 당신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너도 제정신은 아니야.” 뭘 보고 그랬을까?
    지극히 제정신으로는 연예인 생활하기 힘들죠. 제정신으로 오늘 같은 컨셉의 촬영을 할 수 있겠어요?(웃음) 그래도 저는 제가 비교적 제정신이라고 생각하는데, 싸이 오빠는 제가 무대 위에선 ‘또라이’라고 했어요.

    싸이가 ‘젠틀맨’의 ‘시건방춤’을 위해서만 가인을 찾은 것이 아니라, 평소 그의 레이더망에 가인이 들어와 있었다는 소리다. 올해 들어 공식적인 활동이 ‘젠틀맨’ 뮤직 비디오 출연이었으니 그 얘기부터 해보자.
    우린 친분이 없는 사이였어요. 지난해 MAMA 시상식 파티 때 처음 제대로 대화를 나눴죠. ‘언제 한번 같이 작업하자’고 하더라고요. 월드스타의 말이라 그냥 흘려들었는데, 정말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었어요! 얘길 들어보니 평소 ‘가인이 잘한다, 예쁘다’고 말하곤 했대요. ‘젠틀맨’을 발표하기 전, GD가 이 노래에 맞춰 시건방춤을 추면서 자연스럽게 리듬 타는 모습을 보고 안무를 짰다고 하고요.

    한 연예 프로그램에서 이 뮤직 비디오 때문에 ‘이젠 핫바도 마음대로 못 먹겠다’고 말했는데. 얼마나 진심인가?
    제 성격 모르세요? 리포터가 “핫바 때문에 마음고생 심하셨죠?”라고 하길래 “네, 길가에서 기다란 건 못 먹겠어요”라고 농담 식으로 대답한 거예요. 제가 아직 그런 류의 농담을 전달하기엔 노련미가 부족한가 봐요. 뭐 그렇게 마음고생 했겠어요.(웃음)

    싸이처럼 모든 것을 철저히 지휘하는 사람과 일할 때,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나한테서 뭘 원하는 거지?’란 생각은 안 드나?
    그런 생각을 하기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어요. 뮤직 비디오 촬영 일주일 전에 급하게 연락받았거든요. ‘어떡하지? 몸매 관리도 안 했는데?’ 싶었죠. 제 기준으로는 너무나 급하게 진행한 일이에요.

    요즘 일정은 어떤가?
    ‘브아걸’ 앨범 녹음 중이에요. 동시에 ‘브아걸’ 이후 나올 제 솔로 앨범도 기획 중이고.

    영화 <조선미녀삼총사> 개봉이 연기됐다. 상반기에 이미 멀티플렉스 극장엔 하지원, 강예원, 가인이 등장한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었는데.
    사정상 하반기 개봉으로 바뀌었어요. 촬영은 올 초에 마쳤고요. 줄곧 액션 연기만 했는데 영화 활영은 워낙 이렇게 하는건가 싶어 깜짝 놀랐어요. 당장 한두 달 안에 쌍절곤을 돌리면서 액션 합을 맞춰야 했고, 수중 촬영도 당일에서야 익히고 바로 들어갔으니까요. 안 그래도 다른 배우들에 비해 좀 눈치를 봤단 말이에요. 그냥 가수 이름값으로 뭔가를 얻어내려 하는 아이처럼 보이면 재수 없잖아요. 촬영 내내 긴장했어요. 좀더 재능이 있다면 좋았을걸….

    최근 어느 인터뷰에서 ‘뭘 포기하고, 뭘 해야 돋보일 수 있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면서 자신을 진화시킬 수 있는 길을 터득한 건가?
    예전엔 뭐든 다 잘하고 싶었어요. 남이 도와달라고 해서 뭔가를 해줬는데 그 결과가 성에 안 차면, 그렇게 속상하고 안 좋은 일이라 여겼어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제게 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목을 맸던 일들이 제 인생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았더군요. 그룹 활동도 그래요. ‘아브라카다브라’에서 시건방춤을 출 때 제가 메인이었는데, 후속곡에선 나르샤 언니가 메인이었죠. 그때만 해도 그게 싫었어요.

    여자 그룹 멤버들 간의 미묘한 신경전을 고백하는 건가? 혹시 그런 기분을 멤버들이 알도록 드러내는 타입인가?
    멤버들도 알아요, 제가 아주 욕심이 많고 완벽주의자라는걸. 하지만 당시 후속곡 ‘싸인’은 나르샤 언니가 메인으로 나섰기 때문에 곡의 이미지대로 잘 만들어졌죠. 이젠 그런 점을 인정하는 성격으로 바뀌었어요.

    여유가 생기고 성숙해졌다는 신호다.
    ‘아브라카다브라’ 이후에야 잡지 화보 촬영을 처음 해봤어요. 그 전에는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없었고,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없었어요. 단적인 예로 이제 저는 최고의 사진가와 작업하고, 시상식의 프라이빗한 파티에서 톱스타들과 말을 섞어요. ‘저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정도의 인물이 되면 그때부턴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되겠지’란 생각을 하며 그것만 보고달려온 거예요. 연예인에겐 일 잘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능력이 커리어에 크게 영향을 미쳐요.

    능력 있고 좋은 사람들과 일하기 위해선 먼저 그 비슷한 인물이 돼야 한다는 뜻인가?
    네, 하지만 열심히 노력을 해놓은 다음엔 운이죠. 그게 어떻게 보면 슬픈 일이에요. 예전의 저는 뭣도 모르면서 성공하려고 발버둥만 쳤죠. 제가 과거의 저를 생각하면 안타까울 정도예요. 그땐 그저 열심히 노력만 하고 살았는데, 지금은 운 좋은 상황이 예전보다 자주 생겨요. 그게 신기하고, 한편으로 무섭죠.

    2011년 가을에도 그룹 멤버들과 단체로 <보그> 화보를 찍었다. 그때 지켜본 자연인 가인은 섹시하거나 끼가 넘치는 타입은 아니라고 느꼈다.
    음… 어쨌든, 제가 끼 부리는 타입은 아니에요.

    하지만 솔로앨범 제목은 <Talk about S>, 타이틀 곡은 ‘피어나’였다. 당연히 사람들은 뮤직 비디오에 등장하는 베드 신, 마스터베이션, 오르가슴 등 성적 표현을 당신과 연결 짓는다. ‘회사와 내가 기획한 대로 잘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나?
    본래의 저와 가수로서의 제가 조금 분리된 점은 맞아요. 가수 가인은 어느 정도 만들어진 모습이 맞고요. 어떤 가수는 본래 당당한 여자라는 캐릭터가 있다면, 그 코드를 음악과 퍼포먼스에도 넣어요. 자연인일 때와 연예인일 때의 이미지를 대중들이 쉽게 매치할 수가 있죠. 그런데저는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요.

    브라 톱과 뷔스티에는비나 제이 란제리(Vina J. Lingerie),레이스업 장식의 가죽 팬츠와가죽 장갑은 하우앤왓(How&What),가죽 초커는 데멘드 데뮤테숑(Demande de Mutation),스틸레토힐은 게스(Guess).

    자연인일 때와 보여지는 캐릭터가 다른 경우는 흔하다. 게다가 댄스 가수라면 퍼포먼스를 위해 과장된 컨셉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그렇긴 해요. 평소에도 그렇게 섹시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럼 “아니오, 무대에서만 끼 부리는 거예요”라고 대답하죠. 하지만
    프로라면 어떤 수위에도 일단 마음은 열어놔야 해요. 곡과 컨셉을 만들어 제안하는 사람은 프로듀서니까, 제안을 받아들여야 하는 저는 열린 사람이어야 해요. 그러다 보니 아주 안 좋은 상황도 있었고, 세련된 상황도 있었죠.

    지난 연말 음악계 한 해를 정리하는 앙케트 기사를 기획했을 때, 남자 평론가들이 당신의 섹시함에 대해 말하는 공통점이 ‘오묘한 포인트가 있다’였다. 야한데 선정적이지 않고, 닿을 듯 말듯한 느낌을 내서 더 섹시하다고. ‘피어난’ 여자를 보여주려면 수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가인의 것들은 도를 넘지 않는 느낌이다.
    흠, 제가 주변 남자들에게서 이런 말 많이 들어요. 손에 잘 잡히지 않고 불안정한 여자로 보인다, 컨트롤 안 되는게 매력 같다…. 제 무대를 봐도 한번에 넘어갈 여자처럼 보이진 않잖아요?

    남자들이 ‘불안정’이란 표현을 쓰던가? 위태로워 보인다는 뜻인가?
    불안하다, 위태롭다, 뭐 그런 느낌을 다 포함한 말 같아요. 실제로도 호락호락한 여자가 아니거든요.(웃음) 제가 섹시한 퍼포먼스를 할 때 과해 보이지 않는다면, 남자에게 한번에 넘어가지 않는 제 성향이 표정이나 분위기로 묻어나서일 거예요.

    왜 ‘오묘한 포인트’가 있는지 알 것 같다. 이효리처럼 파워풀한 여자라면 ‘쉽지 않은 여자’라는 것도 당당한 선언처럼 보일 텐데, 가인은 그것조차 가인답다.
    너무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적정선을 맞추는 일이 힘들어요. 그 일을 위해서라도 주변에 좋은 스태프들이 필요하죠.

    섹시함도 고급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하나?
    네, 많이요. 전 섹시해 보이려고 작정하는 여자는 아니에요. 섹시해 보이려고 하는 순간 이미 섹시하지 않으니까요. 저도 끼가 넘쳐 흐르는 여자처럼 연출하고 싶으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걸로 승부를 걸고 싶진 않은 거죠.

    섹시 코드로 흘렀으니, 남자 이야기를 해보자. 어떤 남자를 원하나?
    어느 연기자 선배가 들려준 말이 생각나네요.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분은 아니에요. 그분은 자기가 누구나 많이 오는 산에 있는 큰 식당 말고, 히말라야 중턱에 있을 법한 선술집 같은 삶을 살면 좋겠대요. 제가 딱 그 마음이에요. 아무나 올 수 있는 게 아니라 뭘 좀 아는 사람만 올 수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남자든, 음악에 있어서든, 다 말이에요.

    그럼 남자를 만나기가 쉽진 않겠다.
    네, 어려워요.(웃음) 이 남자 저 남자 다 만나는 것보단 절 알아주는 남자와 만나고 싶어요. 연애 횟수가 몇 번 안 돼요.

    그런데 프로 정신으로 무대 위에서 남자를 유혹하는 셈인가?
    하하, 제가 예쁜 편도 아니잖아요. 저에 대한 호불호는 뚜렷이 나뉘어요. 물론 제게도 다가오는 남자들이 있죠. 그런데 여자 연예인이 카메라 뒤편이나 무대 아래서 아주 허한 기분을 느낄 거라 생각하고 접근하는 남자들이 의외로 많아요. 여자 가수가 무대 아래에선 쓸쓸함을 느끼고 술만 찾을 거라고 믿는 남자들이 있더라고요.

    <팩토리 걸>의 에디 세즈윅을 상상하는 남자들인가?
    바로 그런 여자일 거라 상상하는거죠! 이효리 선배도 뮤직 비디오에서 눈 화장 지우면서 쓸쓸한 눈빛을 드러내거든요.

    더 많은 남자들은 섹시한 여가수를 보며 저 화려한 삶을 어찌 감당하나 겁부터 먹는다. 아마도 주변 남자들이 노련한 선수들인가 보다.
    그렇게 여가수의 빈틈을 노리는 남자들이 있어요. ‘내가 너의 초라한 모습까지 감싸주리라, 그러면 감동하겠지?’ 하면서 다가오는 거죠.

    그런 남자들은 별로인가?
    저는 일상 생활이 건강해요. 술도 많이 마시지 않고요. 마시면 와인을 즐기는데, 돈 쓰는 것 중 유일하게 안 아까운 것이 와인이에요. 약간 결벽증이 있어서 청소도 열심히 하고,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남자들은 결혼해도 손 하나 까딱 안하면서 살 것 같은 여자 연예인을 예상하며 다가왔다가 제 의외의 모습을 보고 놀라죠.

    생활이 건강한 여자는 남자 입장에서 ‘접근하기 힘든 여자’라는 뜻이기도 하다.
    네, 저한텐 뻔한 수작이 안 먹혀요! 클럽에서 남자와 스킨십하게 되면 쑥스러워하면서도 살짝 유혹하는 여자들 있던데, 전 모르는 남자와 그러는 것도 못 참아요. 힘든 여자 맞아요.

    스물 일곱이다. 30대 중후반에도 지금처럼 섹시한 무대를 보여줄 자신이 있나?
    나이가 들면 여자로서의 삶을 무시할 수 없을 거예요. 선택해야 할 것들은 항상, 정말 언제나 동시에 왔어요. 그순간 너무 욕심내지 않고 버릴 건 버려야 다른 좋은 걸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박수 받고 있을 때 공개 연애를 한다든가, 결혼을 한다든가, 자연스럽게 삶의 다음 단계로 이어 가면 좋겠어요.

    한창 활동 중인 가수가 스물 일곱에 그런 생각을 하다니 조금 놀랍다.
    싱글 여자들이 혼란을 겪는 시점이 있는데, 저는 좀 빨리 맞았다고 다들 그래요. 제가 좀 멀리 내다보는 성격이에요. 연예인으로 욕심 부리다가 정작 내 인생에서 해야 할 것들을 못하고, 못 잡는 상황을 만들고 싶진 않아요.

    황홀한 첫경험을 노래하면서 남자들을 조련하던 여자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남자들은 모를 거다. 그래서 가인은 오묘하다.
    말했잖아요, 전 히말라야 중턱에 있는 선술집이라니까요? 알아볼 줄 아는 사람만 절 알아봐요!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손은영, 피처 에디터 / 권은경
    포토그래퍼
    홍장현
    스탭
    헤어 / 이혜영(Aveda), 메이크업 / 고유경, 세트 스타일리스트/ 이현민(슈가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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